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48화 (348/501)

# 348

중국 드라마 제작 참여 (2)

(348)

월요일이 되어 구건호는 시청 앞 태평로에 있는 중국 공상 은행으로 갔다.

구건호는 공상 은행 통장에 위환화가 예금되어 있기 때문에 환전 절차 없이 바로 문재식에게 4억원을 보내주었다.

“돈 보냈으니 전화나 해 주자.”

구건호는 공상 은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벤트리 승용차 안에서 문재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사장 통화 괜찮아?”

“괜찮아. 아침 간부회의 이제 막 끝났어.”

“부장급 이상 간부 회의인가?”

“간부회의야. 지난주 한 일 보고하고, 이번 주 할 일 보고하는 회의야. 구사장도 전에 모빌에서 그렇게 했잖아. 요즘은 송사장에게 맡기고 안하고 있겠지만 말이야.”

“좋은 이야기들 나왔어?”

“오늘 의빈시, 안순시 운행할 차량 차를 사러 대우 계림에 객차사업부장하고 운전기사 3사람 보내기로 했어. 지난번에 차를 계약하고 여기까지 끌고 온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 나는 안 가고 객차사업부장만 보내기로 했어. 출장비 아껴야지.”

“하하, 그래?”

“그리고 오늘 영운부장을 의빈시와 안순시로 보내 시옹띠(兄弟: 형제)회사와 빤처(班車: 반차)협의를 하기로 했어. 지난번에 그쪽에서 먼저 왔었기 때문에 최종 협상은 우리가 가야 돼.”

“빤처는 운행 회수를 말하는가?”

“맞아. 빤처(반차)는 운행 회수이고 시옹띠 회사는 같은 동종업체인 운수회사를 말하는 거야.”

“너, 많이 배운다.”

“응, 많이 배우고 있어. 그리고 참 어제 와이프 데리고 잘 왔어.”

“고생 했겠구나.”

“와이프가 화계화원 와 보고 깜짝 놀라더라. 이런 집에서 평생 살아본 적이 없었는데 살게 되었다고 엄청 좋아했어.”

“그래?”

“아파트 주변 환경을 보고 감탄하면서 한국 가지 말고 평생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어.”

“좋아했다니 다행이다.”

“사실 나나 와이프가 이런 아파트에 못 살아봤잖아. 나야 구사장도 알다시피 지하실에서만 살다가 최근에 방 두 개짜리 망원동 월세 살아본 게 전부잖아. 와이프도 부천 원미동에서 연립주택에 죽 살았으니까 이런 집은 처음이겠지.”

“거기선 돈 많이 벌어서 한국 나와선 더 큰집 사라.”

“하하, 그런 날이 있을까?”

“있어. 분명히 와. 중국어나 열심히 배워가지고 와.”

“와이프 한테는 통역 조은화가 하루 두 시간씩 교육을 해주기로 했어. 조은화는 가정교사 수입만 해도 요즘 짭짤해.”

“하하, 그래?”

“나한테도 받고 와이프한테도 받으니까 말이야.”

“조은화가 좋아하겠구나.”

“그럼, 좋아하지.”

“그리고 조금 전에 내가 서울 시청 앞에 있는 공상은행에 가서 잔금 치룰 4억원을 보냈어. 사실은 그거 알려주려고 전화 했던 거야.”

“잔금 날짜 아직 남았는데 보냈네. 아무튼 내가 확인해 볼게.”

“이번에 한국 왔을 때 부모님들도 만나 봤지? 잘들 계셔?”

“만나 봤지. 야, 환경이란 게 그렇게 무섭더군. 우리 엄마와 아빠 얼굴이 다 환해졌어. 목욕을 자주해서 그런 모양이야.”

“전에 살던 연립 지하실에도 목욕 시설은 다 있잖아?”

“있긴 있는데 보일러도 자주 고장이 나고 방온 장치가 부실해. 좀 추워. 그러니 목욕을 덜 하게 돼. 아파트에서 목욕은 공기 온도 차이가 별로 없으니 그게 좋지. 두 양반 식탁에서 식사하고 거실 소파에서 낮잠도 자고하니 요즘 살 맛 나시겠지.”

“하하, 그래?”

“이번에 한국 들어갈 때 마오타이 두병 사가지고 들어갔어. 한 병은 우리 아버지 갖다 드리고 또 한 병은 장인 영감님 갖다 드렸지.”

“그랬나?”

“술을 드리면서 내가 있는 곳이 이 술이 나오는 귀주성이라고 하니까 그때서야 그래? 하시더라고. 두 분 다 술을 자시는 분들이라 마오타이를 알던데?”

“효자 노릇 했구나.”

“하하, 그런 셈이다.”

“장인 영감님은 노점 상 계속 하시나?”

“늙어서 할 일이 없잖아. 트럭 몰고 다니면서 양말 파니까 용돈 벌이는 하시는 것 같았어. 우리 아빠도 인천에서 일자리 하나 찾은 모양이야. 개인회생 변제금까지 아들한테 책임지게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시에서 하는 잔디 가꾸기 일자리 나가.”

“너희 아빠나 장인 영감님이 훌륭하신 분들이다. 운이 없어서 어렵게 살았지만 다들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사신 분들 아니냐? 우리 아버지도 그렇지만.”

“그건 맞아. 우리도 이제 나이가 드니 그런 걸 느껴.”

“그래, 그럼 수고해라.”

구건호가 태평로에 있는 공상 은행에 갔다 오니 심감독이 인사를 하러 18층으로 올라왔다.

“내일 상해로 가기 때문에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포동 공항으로 김민혁 사장이 나온다니까 중국 생활에 대해선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김민혁 사장님과는 통화했습니다. 통역도 같이 나오겠다고 했습니다.”

“잘 되었네요.”

“신사장님이 업무가불을 300만원 해 주셨습니다. 항공권도 받았습니다.”

구건호가 소파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객지에 나가시면 음식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건강이 제일이니까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구건호는 오후가 되어 몸이 나른했다.

“왜, 피곤하지? 태평로에 있는 공상 은행 갔다 온 것 밖에는 없는데 되게 피곤하네. 월요일이라 그런가?”

구건호는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기지개를 폈다.

“이제 투자 같은 건 하지 말아야지 귀찮네. 앞으로는 일 같은 건 밑에 사람 시키고 뿌려놓은 것 걷어 들이기만 해야겠어. 쓸데없이 일 벌린다고 돈 쏟아지는 것도 아니잖아?”

구건호는 물을 한잔 마시고는 머리도 식힐 겸 옥상으로 올라가 보았다.

“제법 사람들이 있네.”

옥상 위에는 여러 사람이 담소를 하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북카페 안에도 사람들이 있었다. 북카페는 일하는 사람이 바뀌어져 있었다. 나이는 좀 들었지만 상당히 세련된 여자가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신사장 후배라는 여자가 저 사람인 모양이군.”

구건호가 북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커피 드릴까요?”

여자는 구건호를 알아보지 못했다. 구건호도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것이 더 편할 것 같았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구건호는 커피를 받아들고 북카페를 나와 옥상의 난간 쪽으로 갔다. 옥상 위에서 신사동과 압구정동 쪽으로 펼쳐진 거리의 집들을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커피를 음미했다.

[문재식은 2개월 후면 아이 아빠가 되고 나는 4개월 후면 아이 아빠가 되는구나. 장가도 못가고 3포, 5포로 살줄 알았는데 그래도 장가도 가고 아이를 낳네.]

[동창들은 잘 살고 있을까? 조원철이나 이석호, 황병철은 다 우리보다는 결혼이 빨랐지. 걔들은 부모의 도움으로라도 결혼을 했으니까. 조원철이는 아마 아이가 5살은 됐을 것 같은데?]

[그런데 이놈들 요즘 동창회를 안 하네. 지난번에 조원철이가 주동이 되어 단체까지 만들었던 것 같은데. 다들 살기가 바빠서 그런가?]

수요일이 되었다.

구건호가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오는데 심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상해에 잘 도착해서 오늘 첫 출근을 했습니다. 책상도 하나 배정 받았고 부총경리 명함도 받았습니다.”

“방은 따로 내 주던가요?”

“방은 공간이 좁아서 안 되고요. 파티션만 쳐주었습니다. 오늘 여기 스텝들과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통역은 사무실 안쪽에 자리 배정을 받았습니다.”

“아, 그래요?”

“오후엔 현재 찍고 있는 드라마 스튜디오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요?”

“그리고 시나리오 대본은 전체 번역을 위해서 여기 통역에게 맡길까 하다가 아무래도 한국에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전체를 오늘 신사장님에게 EMS우편으로 보냈습니다.”

“숙소는 불편 없습니까?”

“김민혁 사장님이 사무실 근처에 있는 작은 호텔을 잡아주었습니다. 하루 200위안을 냅니다. 아침은 여기서 먹습니다.”

“심감독님 중국에 안착하셨으니 5만 달러는 오늘 중으로 보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야 중국 애들이 대우를 해주니까요.”

“하하, 고맙습니다.”

구건호는 심감독과 통화를 끝내고 신정숙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중국의 환러스지 공사 법인 계좌로 5만불을 지금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외환신고를 해야 합니다. 신고요령은 은행에 가면 자세히 알려줄 겁니다. 잘 모르면 여기 홍과장에게 물어보라고 하세요. 홍과장은 세무사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니까 세무에 대해서도 잘 압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5만불 보낸 송금 영수증을 사진 찍어서 심감독에게 전송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목요일이 되어 구건호가 지에이치 모빌의 공장엘 방문했다.

정문 앞에 대형 트럭들이 꽁무니를 물고 서 있었다.

“야, 찬호야. 웬 차들이 이렇게 많냐?”

“납품하러 온 차들인 모양이네요. 지난번 보다 더 늘은 것 같은데요?”

경비실 앞에 방문객도 많은 것 같았다. 벤트리 승용차가 들어서자 경비원이 차량을 알아보고 차단기를 올리며 거수경례를 붙였다.

구건호가 2층 사장실로 가는데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구건호는 비서 박희정을 불렀다.

“웬 소란이요?”

“동네 사람들인데요. 총무이사 면담하다가 지금 송사장 방으로 몰려가서 다투네요.”

“이유가 뭐죠?”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한번 알아볼까요?”

“아니, 됐어요. 차나 가지고 오세요.”

구건호는 밖으로 나갈까 하다가 다시 나가기도 체면이 안서는 것 같아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신문만 보았다. 30분 정도 지나자 송사장이 왔다.

“웬 소란입니까?”

“동네 사람들 민원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다 갔습니까?”

“갔습니다.”

“왜 그렇답니까?”

“지금 정문 앞에 대기차량이 많으니까 담 옆으로 골목까지 트럭들이 침범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동네 사람들 차량이나 경운기들이 빠져나가기 힘드니까 대책을 세우라고 난리인겁니다. 총무이사에게 몇 번 말했는데 안 들어준다고 제 방에 몰려온 겁니다.”

“매출이 느니 그것도 문제네요. 그래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문을 하나 더 만들기로 했습니다. 납품을 하러 오는 차의 문하고 우리가 생산을 한 제품을 실어 나르는 차의 문을 구분하는 거죠.”

“흠.”

“공사비가 들어가고 이렇게 되면 경비실 직원을 두 명 더 늘려줘야 합니다. 인건비가 더 나가지요.”

“주민들 설득이 안 되면 그렇게라도 해야겠네요.”

“납품차량이 자기들 농기계 창고를 받았다고 변상하라고 합니다. 우리도 어떤 차가 그랬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흠.”

“문은 하나 더 내겠습니다. 담 밑에 있던 조경수도 아깝지만 몇 구루는 뽑아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내년에 2천억 매출이 도달한다면 제2공장 건설을 심각히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흠, 알겠습니다.”

송사장이 인사를 하고 구건호 방을 나갔다.

총무이사가 구건호 방엘 들어왔다.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일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요.”

“동네 사람 중에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있어 말도 안통하고 막무가내인 분들이 몇 명 있었습니다.”

“그래도 동네 사람들 하고는 잘 지내야겠지요. 송사장 한테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제2 정문을 낸다고요?”

“그렇습니다.”

“문 하나 더 내주시고 동네 사람들은 잘 다독여 놓으세요. 이번 추석 때 동네 어르신들한테 선물이라도 하나씩 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현재 우리 종업원이 450명인가요?”

“그렇습니다. 모집 공고중이라 추석 끝나면 500명이 넘게 됩니다.”

“인원이 많아지니까 관리들 잘 하세요.”

“알겠습니다.“

총무이사가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구건호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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