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7
중국 드라마 제작 참여 (1)
(347)
금요일이 되었다.
상해 드라마 제작사인 환러스지 공사 천바오깡 사장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상해 방송국과 협의가 잘되어 편성이 결정되었다고 했다.
[상해 방송국과 협의하여 새로 제작할 <시광여몽>은 40분짜리 일일 연속극으로 결정했습니다. 방영 시간대는 저녁 8시20분이며 주2회 35부작입니다.
이에 따라 환러스지 공사는 조연출을 비롯한 기본 스태프를 결정해야 합니다. 지에이치 미디어의 심운학 감독님을 속히 파견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함께 스태프 구성이나 연기자 캐스팅에 대하여 의논하고 싶습니다.
환러스지 공사 총경리 천바오깡 드림]
구건호가 답장을 보냈다.
[다음 주 화요일 심운학 감독을 파견시킬 예정입니다.
주숙(住宿: 숙박)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여 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스태프 결정이나 연기자 캐스팅은 함께 협의하시기 바랍니다.
통역은 별도로 추천합니다. 통역에 대한 급여도 환러스지 공사에서 책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양해각서 내용에 따라 5만불은 심운학 감독의 도착 확인 후 송금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에이치 미디어 동사장 구건호 드림]
구건호는 심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구건호입니다.”
“아, 예. 사장님.”
“편성이 결정되었답니다. 40분짜리 일일연속극으로 주2회 35부작이랍니다.”
“아, 그렇습니까? 방영시간대도 알 수 있습니까?”
“저녁 8시20분이랍니다.”
“그럼 됐습니다.”
“심감독님이 상해로 가시는 것은 다음 주 화요일 가시면 되겠습니다. 항공권은 지에이치 미디어에서 끊어 달라고 하세요. 내가 신사장에게 전화를 해 놓죠.”
“저, 혼자 갑니까?”
“혼자 갑니다.”
“저...”
“상해에 도착하면 김민혁 사장이 통역을 데리고 나올 겁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리고 신사장에게 내가 한 달 생활비 업무가불 해 주라고 할 테니 그리 아십쇼. 아무래도 처음 상해에 도착하면 방을 바로 못 얻고 며칠간은 호텔 생활해야 될 겁니다.”
업무가불 해준다는 소리를 듣고 심감독의 목소리가 갑자기 명랑해졌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가게 되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구건호는 신사장에게도 전화를 했다.
“심감독이 다음주 화요일 상해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화요일 오전 비행기로 항공권 티케팅 해주세요. 김포가 아닌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항공권 예약되면 도착시간 알려주세요. 내가 마중 나오는 사람에게 알려줘야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심감독이 중국가면 당장 생활비가 없을 테니 300만원만 업무가불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잠시후 신정숙 사장이 티케팅 한 것을 보고했다.
“화요일 오전 11시30분경 포동공항에 도착하는 것으로 예약되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구건호는 김민혁에게 전화를 해주었다.
“심감독이 화요일 오전 11시 30분에 포동 공항에 도착한다. 시간 있지?”
“어, 내 나갈게. 통역하고 나갈게.”
“통역이 남자라고 그랬나?”
“그 친구는 청도로 갔어. 통역 안하고 친구랑 수산물 사업한다고 한다고 하네.”
“그럼 어쩌지? 통역이 있어야 하는데.”
“걱정마. 구했어. 드라마 제작사 통역이라니까 너도 나도 하겠다는 애들 많았어.”
“드라마 제작사가 월급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지?”
“그건 나도 모르겠어. 소주의 한국기업에 있던 여자인데 데리고 나갈게.”
“심감독이 중국말을 못하니 네가 잘 좀 안내해 줘라.”
‘알았어.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런데 나이가 좀 많은 사람이라 중국어는 빨리 익히지 못할 것 같네.“
“그런가?”
“중국어는 할 사람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어. 이석호 봐. 택시도 아직 혼자 못 탄다더라. 문재식이는 아마 잘 하게 될 거야.”
“그래? 어떻게 알지?”
“문재식이 있는 고장은 한국인이 없는 지역이야. 그리고 문재식은 자기가 배우려고 기를 쓰잖아. 그리고 책을 보던 친구라 중국의 신문이나 잡지를 꼼꼼히 볼 거야. 그놈은 일 년이면 완전히 중국통 될 거야.”
“하하 그래?”
“중국어를 배우려면 나이가 어리든가, 구사장이나 문재식이처럼 의지가 강하던가, 아니면 나처럼 중국 여자하고 살든가 그래야 돼. 여기 소주에서도 한국인 사장들 통역 데리고 다니면서 중국말 못하는 친구들 수두룩해.”“그래?”
“중국말 못하면서 들은풍월들은 있어서 한국가면 모두 중국 전문가로 행세하지. 웃기는 놈들이야.”
BM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이현만 회장실을 노크했다.
“뭔 일인가?”
“지난번에 지에이치 사장이란 분한테 심운학 감독을 소개해 주었잖습니까?”
“참, 그 일은 어떻게 되었나?”
“중국에 가기로 확정이 되었다고 심감독한테 연락이 왔네요.”
“흠, 그래? 잘 됐네. 중국 어디라고 하나?”
“상해에 있는 드라마 제작사인데 환러스지 공사라고 하는 곳입니다. 심감독이 거기에 합류해서 같이 드라마를 만드는 모양입니다.”
“지에이치 구사장이 리국장을 잘 아니 좋은 시간대에 편성 받겠군.”
“리국장이 방송국에 압력 행사를 해 줄 가요? 자기관리를 해야 될 위치가 아닌가요? 또 깐깐하다고 소문까지 난 사람인데요.”
“그거야 모르지. 이해관계가 없다면 안하겠지만 이해관계가 있다면 해 줄 수도 있겠지.”
“어쨌든 심감독도 이번에 중국을 발판으로 재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재기 해야지. 재주는 있는 사람인데 괜히 사업은 해가지고.... 사업은 지에이치 구건호 같은 사람이 해야 돼. 그 사람 말 하는 것 봐봐.”
“구사장이 말하는 게 어때서요?”
“말 잘 안하고 ‘그렀습니까?’, ‘그래요?’, ‘흠.’ 이런 소리만 하고 앉았잖아. 그러면서도 머리는 잽싸게 굴리는 능구렁이지.”
“하하,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요.”
“두고 봐, 지금은 중소기업이나 하는 사장이지만 앞으로 먹어도 크게 먹을 놈이니까.”
“에이, 그래도 회장님 앞에서는 안 되겠지요?”
“나? 나를 뜸떠 먹을 놈이라니까!”
“그렇습니까?”
“내가 지난번에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구건호 그 친구가 강남의 큰손이란 소문이 있어. 모르긴 몰라도 사람이 음흉해서 아마 짱박아둔 돈도 많을 거야.”
“그러면 심감독이 줄 하나는 잘 잡았네요.“
“암, 잘 잡았지. 그것도 썩은 새끼줄이 아니고 아주 단단한 와이어 줄이지.”
“우리가 상해가면 길 안내해줄 사람이 생겨서 좋네요.”
“우리도 심감독한테 물린 돈 있지?”
“3천만원 정도 있습니다.”
“별건 아니네. 심감독 그놈 우리한테 빚진 것 있으니까 잘 하려고는 할거야. 한국 연예인 캐스팅 의뢰해오면 대본에 맞는 애도 골라 줘봐.”
“알겠습니다. 회장님.”
구건호가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생각해 보았다.
[중국드라마 <시광여몽>이 성공할까? 이제 심감독 꽂아놓았으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알아서 하겠지. 내가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잖아? 나는 원래 드라마도 잘 안보는 사람 아닌가?]
[삼성의 회장이 핸드폰 만들 줄 모르고 현대자동차 회장이 자동차를 만들 줄 모르겠지. 핸드폰 잘 만드는 사람을 쓰고 자동차 잘 만드는 사람을 밑에 두고 쓰면 되는 것 아닌가? 자본가는 그런 것 까지는 몰라도 돼. 천기나 잘 살피고 매 순간마다 판단에 실수하지 않으면 되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중국 안당시의 문재식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전화 받을 수 있나?”
“응, 해도 돼.”
“안당시 공상은행 지점장 만났어.”
“류사오똥이란 사람 말이지?”
“만났는데 우리 합자사의 거래은행은 아니고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이었어. 그렇지 않아도 오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하면서 친절하게 대해주던데?”
“융자 해준데?”
“해준데. 60% 융자 가능한데 융자 너무 많으면 이자 내기 힘드니 40%만 하면 어떠냐고 하네. 그러면 5채 모두 해주겠다고 했어.”
“흠, 그래?”
“그런데 내 명함보고 깜짝 놀라데.”
‘왜?“
“안당시 동부터미널 건설에 한국기업이 참여하는지 몰랐다고 하면서 한국 기업인은 처음 상대해본다고 했어.”
“흠, 그래?”
“그러면서 화계화원을 5채 계약했다니까 또 놀라데. 그래서 직원용 숙소로 쓸 거라고 하니까 법인이 계약하는 거냐고 묻던데?”
“개인이라고 그러지.”
“그래서 합자사라 중방측하고 협의하기도 번거로워 개인적으로 한다고 하니까 나보고 문사장님 돈이 엄청 많은 분이시군요 하던데? 진짜 주인은 따로 있는데 말이야. 하하.”
“시간나면 술도 한잔 하자고 했더니 무척 좋아했어. 자기 명함 주면서 좋은 사업거리 있으면 같이 해보자고 했어.”
“그래?”
“내가 명함 받으면서 지점장님 이름이 류샤오똥이면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의 현손이냐고 하니까 삼국지를 아느냐고 하면서 놀라던데?”
“하하, 그래?”
“그러면서 여기 귀주성도 옛날에는 촉나라 땅이었다고 했어.”
“너는 역사도 잘 알고 문학도 잘 아니 중국인과 대화할 때 화제 거리가 많아서 좋겠다.”
“뭘. 일단은 그럼 40%만 융자 받을까?”
“그렇게 해라. 화계화원이 한국 돈으로 한 채에 1억 6천씩 5채 샀으니까 8억이었지?”
“그랬지.”
“40% 융자면 3억 2천만원이니까 내가 4억 8천만원 부담하면 되겠다.”
“지난번에 계약금조로 1억 보내주었으니까 3억8천만 원만 보내주면 돼.”
“부동산 주책세(注冊稅: 취득세) 같은 것이 발생할지 모르니 4억 보내주마. 나중에 정산 명세서나 보내줘라.”
“응, 알았어.”
“오늘은 늦었으니 돈 보내는 건 월요일 조치해 줄게.”
“그렇게 해. 그리고 오늘 저녁에 나 공항에 나가.”
“아, 참 한국 들어온다고 했지?”
“오늘 금요일이니까 저녁 비행기로 한국 갔다가 와이프 데리고 일요일 여기로 올 거야.”
“동인천 주공아파트에 계신 부모님도 만나고 부천 처갓집도 가고 바쁘겠구나.”
“구사장 못 만나고 가서 미안해.”
“원, 별소릴. 그럼 잘 다녀가라.”
금요일 저녁이라 김영은이 타워팰리스 아파트로 왔다.
“뭐 또 반찬 사왔나? 이런 건 나한테 시키지 그랬어?”
“괜찮아.”
“그런데 몸이 많이 난 것 같다. 이제 정말 부잣집 사모님 같은데?”
“남, 힘들어 죽겠는데 농담 하지마.“
“많이 힘들어?”
“소화도 잘 안되고 허리도 아파.”
“그래? 저녁 시켜 먹을까?”
“아냐, 두부김치하고 오이냉국 먹고 싶어서 재료 사왔어, 오빠가 밥만 해줘. 반찬은 내가 할게.”
“알았다. 우선 씻고 있어.”
구건호는 김영은과 식탁에 앉았을 때가 제일 행복했다.
“오이냉국 맛있다. 잘 만들었는데?”
“김영은도 잘 만들었다는 말엔 기분이 좋은지 빙긋이 웃었다.
“부천서 결혼식 올렸던 문재식이란 내 친구 알지?”
“알지. 결혼식 때 같이 갔었잖아? 그 부인 지금 해산때 안됐나?”
“해산은 아니고 8개월째래. 그런데 이번 일요일 중국에 아주 살러 들어가.”
“그럼 중국서 해산해야 되겠네?”
“그래야 될 거야.”
“중국 의료 기술도 좋아. 시설이 좀 그래서 그렇지.”
“아니야. 거기 홍콩과 합자한 외국인 병원이 있는데 시설이 여기보다 좋데.”
“그래? 잘 됐네.”
“그래도 거긴 한국 사람들도 없는 데니까 부부가 더 사이도 좋아지겠지?”
“그럴 수도 있겠지. 서로 의지할 데가 부부밖에 없으니.”
“실은 나도 말이야. 회사를 하니까 부하직원도 많지만 실은 의지할 데가 영은이 밖에 없는 것 같아.”
김영은이 밥을 먹다말고 구건호의 얼굴을 쳐다보며 싱긋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