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44화 (344/501)

# 344

투자 양해 각서 (2)

(344)

구건호는 리스캉에게 전화만 걸었다.

“리스캉? 나야. 구건호.”

“오, 구건호.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에 환러스지 공사 천바오깡 사장에게서 전화 받았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편성표만 보내주면 내가 바로 사람을 파견하기로 했어.”

“편성은 황금시간대로 잘 조정해 달라고 내가 방송사 사장에게 전화를 하지. 외자 유치도 있으니까 신경을 쓰라고 할게.”

“고마워. 그런데 오늘은 내가 널 못 만나고 바로 가야될 것 같다. 한국에 바쁜 일이 있어서 그래.”

구건호는 바쁜 일이 있다고 둘러댔다. 사실 바쁜 일도 없었지만 이제 중국의 기름진 음식은 굳이 먹고 싶지가 않았다.

리스캉은 자기 부친 이름으로 투자한 30만 달러는 날리지 않게 되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구건호는 환러스지 공사 천바오깡 사장의 식사 제의도 거절했다.

“같이 식사했으면 좋겠는데 서울에 중요한 일이 있어 가봐야 합니다.”

“서운한데요? 비망록까지 체결했는데.”

“리국장 한테도 일일 연속극 <시광여몽>을 좋은 시간대에 편성을 하도록 도와 달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방송국에 전화를 해주겠다고 했으니 기다려 보겠습니다. 확정된 편성표 보내주면 바로 사람은 파견시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로비에 앉아있는 신정숙 사장에게 다가갔다.

“이제 다 끝났습니다. 한국에 돌아가서 편성표 오기만 기다리면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호호, 저는 수고한 것이 없는데요? 구사장님이 일은 다 하신 것 같아요.”

“양해각서 체결했으니 중국 친구들이 저녁 식사를 대접하겠답니다. 그런데 약속이 있다고 했습니다. 얘들 만나면 기름진 음식에 자꾸 독한 독주를 권해 우리끼리 식사하겠다고 했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저도 그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는데 잘 되었습니다. 사장님 그럼 비행기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상해 미술관 관장을 만나고 가면 어떨까요?”

“아, 그 덩여사 말입니까?”

“예, 맞습니다. 전에 아방가르드 전시회를 주선해 주었던 덩지펀(鄧菊粉) 여사 말입니다.”

“그 분 만난다면 선물이라도 하나 사가지고 올걸 그랬습니다.”

“제가 올 때 면세점에서 산 로션이 있습니다. 제가 쓸려고 샀는데 미술관 관장 만나면 주지요.”

“그러세요. 갈 때 내가 더 좋은 로션 사드리죠.”

“호호, 고맙습니다.”

구건호는 환러스지 공사 천바오깡에게 작별 인사를 하였다.

“우리는 이제 가보겠습니다.”

“차를 빌려드리겠습니다. 우리 사무실은 여기서 가까워 우리들은 걸어가겠습니다.”

“오, 그래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가는 도중 신정숙 사장이 전화번호를 적은 메모지를 구건호에게 주었다.

“그냥 불쑥 찾아가는 것 보다 전화를 하고 가는 게 좋겠죠?”

“당연한 말씀입니다.”

구건호는 신사장이 준 메모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나이 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관장님이시죠?”

“네, 그렇습니다.”

“한국의 지에이치 갤러리의 신정숙 사장님이 관장님을 보고 싶어 합니다. 상해에 일 보러왔다가 잠깐 관장님 얼굴이라도 보고 가겠다고 하십니다.”

“오, 그래요? 지금 어디계세요?“

“포동입니다. 지금 가고 있는 중입니다.”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구건호는 상해 미술관 앞에서 내리면서 기사에게 한 시간 후에 공항으로 가니 대기해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100위안을 손에 쥐어주었다.

상해 미술관은 신(新) 수묵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2층 관장실로 올라가기 전에 구건호와 신사장은 신 수묵화전을 관람했다.

“수묵화도 이렇게 강렬한 색채를 사용했네요.”

“그러네요. 안내 카다로그에 아름다운 빛과 맑은 물과 깨끗한 바람을 모티브로한 소재들이라고 했네요.”

“지금 말씀하신 세 가지 테마가 작품마다에 녹아있어요.”

“흠.”

구건호와 신정숙 사장은 그림을 천천히 감상하고 2층 관장실로 올라갔다. 여자 직원이 벌떡 일어나 구건호와 신사장을 맞이했다.

“혹시 한국에서 오신 분들입니까?”

“그렇습니다.”

“관장님 기다리고 계십니다.”

약간 뚱뚱한 상해 미술관장 덩쥐펀이 반갑게 신사장을 맞이했다.

“어마! 신사장님, 어머나! 구사장님도 오셨네.”

덩쥐펀은 신사장을 포옹했다.

“잘 계셨죠?”

“덕분에요. 관장님은 혈색이 좋으십니다.”

“뭘, 이제 나이가 있는데.”

“오다가 신 수묵화전은 잘 보았습니다.”

“오, 보고 오는 길이에요? 어때요? 보신 감상이?”

“좋네요. 수묵화지만 색채도 강열하네요.”

“혹시 한국 전시 의사가 있으면 연락 줘요. 하지만 가을까지는 순회 일정이 잡혀 어렵겠네요.”

“아, 그렇습니까?”

“그리고 지에이치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가 있으면 카다로그 좀 보내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직원이 용정차를 가져왔다.

“차 맛이 좋습니다.”

“고마워요. 가실 때 선물로 한 통식 드릴게요.”

관장은 여직원을 부르더니 선물용 용정차 두통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여직원이 캔에 든 용정차 두 통을 가져왔다.

“한통씩 나누어서 쓰세요.”

“고맙습니다. 저도 약소하지만 한국산 로션이 있어서 가져왔습니다.”

신사장이 로션을 주자 미술관 관장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아휴, 이 비싼 걸 가져왔네. 고맙게 잘 쓸게요. 화장품은 역시 한국이 잘 만들어요.”

세 명은 뜨거운 용정차를 후후 불어가며 마셨다.

“이번에 상해에 오신 것은 미술 비지니스때문인가요?”

“아닙니다. 드라마 제작 때문에 왔습니다. 환러스지 공사라는 드라마 제작사와 드라마를 같이 만들기로 했습니다.”

“오, 그래요? 한국과 중국은 정서가 비슷해 드라마도 협력해서 만들면 잘 될 거예요. 나도 한국 드라마 좋아해요. 아주 오래전에 중국에 들어온 <사랑이 뭐길래>도 잘 보았고 <대장금>도 잘 보았어요. <별에서 온 그대>는 우리 딸애가 좋아했어요.”

“호호, 그렇습니까?”

“요즈음은 내가 눈이 침침해져 드라마를 잘 안 보는데 중국 동영상 사이트도 한국 드라마를 보여주는 것 같던데요?”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사장님은 재능 있는 분이니까 잘 하실 거예요. 더구나 구사장님처럼 든든한 진보적 사업가가 옆에 있잖아요?”

“감사합니다.”

신사장과 상해 미술관장은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구건호가 통역해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구건호가 신사장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공항에 갈 시간이 다 되었네요.”

“어머 그러네요. 그럼 관장님 저희들은 돌아가겠습니다. 기회 있으면 한국도 놀러오세요.”

“알겠습니다. 이렇게 찾아줘서 고마워요.”

구건호와 신정숙 사장은 당일치기로 상해에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인천공항에는 엄찬호가 벤트리 승용차를 가지고 대기하고 있었다.

“사장님, 그런데 보아하니 드라마도 출판과 아주 비슷한 것 같아요. 위험이 똑같이 많은 업종이에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사장님이 하시는 제조업은 위험이 덜 하지요? 그런데 우리는 제조 공장에 대해서는 하나도 아는 게 없어요. 덩치 큰 기계는 쳐다만 봐도 무서워요. 그런데는 사람이 다치기도 한다면서요?”

“어렵지 않은 업종이 어디 있겠어요?. 적재적소에 알맞은 인재를 배치하면 되지요. 신사장님을 제조공장에 가서 일하라면 되겠어요? 아마 불량투성이의 물건을 만들 겁니다. 그리고 내가 동생처럼 데리고 있는 지에이치 모빌의 공장장 알지요?”

“네, 압니다.”

“그 사람보고 지에이치 미디어에 와서 책 만들라고 하면 되겠어요? 하루도 못 버티고 용접이나 하는 현장으로 달아날 것입니다.”

“호호, 그건 그러네요.”

수요일 아침이 되었다.

구건호가 출근하여 이메일을 열어보았다. 환러스지 공사의 천바오깡 사장이 보낸 이 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30분 전에 보낸 이메일이었다.

“편성표가 벌써 왔나?”

구건호가 열어보니 조간신문 기사를 스캔해서 보낸 것이었다. 구건호가 신문기사를 천천히 읽어 보았다.

[드라마 제작사인 환러스지 공사는 새로운 일일 연속극 <시광여몽>을 제작하기 위하여 한국 지에이치 집단공사의 펀딩을 받기로 하였다. 또한 한국의 제작진들과 기술제휴를 통하여 드라마도 공동으로 만들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상해의 환러스지 공사와 한국의 지에이치 집단은 어제 포동호텔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우선 2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였다. 이후 소요되는 추가 제작비용도 한국 측에서 출자하기로 하였다.]

신문기사 밑에는 신정숙 사장과 환러스지 공사의 천바오깡이 양해각서를 서로 교환하고 악수하는 장면의 사진도 실렸다.

구건호는 신문기사 이메일을 신정숙 사장과 심운학 감독에게 보내주었다. 그리고 소주(쑤저우)시에 있는 김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제 상해에 신정숙 사장과 같이 갔다 왔네.”

“오, 그랬나? 연락 좀 하지 그랬어.”

“어제 갔다가 일이 있어서 당일로 돌아왔어. 양해각서를 체결했어.”

“그랬나? 아무튼 잘 되기를 빈다. 구사장은 사업에 대한 촉이 남다르니까 성공할거야.”

“그래서 부탁이 하나있는데 상해에서 근무할 통역을 하나 구해야겠다.”

“상해는 할 사람 많아.”

“그래? 그럼 하나 구해줘라. 여기서 내가 심운학 감독을 파견하는데 통역이 필요할 것 같아.”

“급여는 드라마 제작사에서 줄 거지?”

“당연하지. 내가 돈을 보내면 자금이 풀리니까 돈 주는 덴 문제없을 걸.”

“남자도 괜찮나? 남자 통역 아는 사람이 있어. 조선족이야.”

“남자도 상관없겠지.”

“방도 잡아주어야 하는데. 상해 같으면 1천 위안 짜리는 잡아 주어야 할 거야.”

“그거야 문제없어.”

“부탁이 그 것 뿐인가?”

“여기서 파견 나가는 심감독 방도 하나 얻어주었으면 고맙겠어. 포동지구에다가.”

“포동은 비쌀 텐데? 한국사람 살만한 집은 3천 위안은 가져야 할 거야.”

“그 정도 범위에서 한번 얻어 봐.”

“심감독 방값도 드라마 제작사가 지불하나?”

“제작사가 지불해.”

“알았어. 그럼 심감독이 출국하는 날자가 확실히 잡히면 알려줘. 방도 얻어주고 통역을 데리고 나갈 테니까.”

“고맙다.”

“고맙긴! 다, 우리 일인데. 그런데 요즘 지에이치 모빌 매출이 엄청 늘었다며? 금년 말에 1천억을 넘긴다고 박종석 이사가 그러네.”

“그럴 거야.”

“박이사 이야기로는 A그룹 매출이 늘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A그룹 오더는 구사장이 따가지고 왔다고 그러네.”

“흠, 뭐, 그런 셈이지.”

“와, 1천억이면 1억 달러 아닌가? 대단하네. 그리고 그런 오더를 따가지고 오는 구사장 실력도 대단하네. 구사장이 대학생이라면 나는 초딩 수준을 못 벗어나는 것 같아.”

“쑤저우 기차배건 유한공사도 그런 날이 오겠지.”

김민혁이 푸 하고 한숨을 쉬었다. 구건호가 다시 위로의 말을 하였다.

“아니야, 너도 대단한 거야. 올 매출 100억은 넘어갈 거 아닌가?”

“100억은 넘지만 모빌의 1천억에 비하면 정말 창피한 수준이라 그래.”

“무슨 소리, 한국의 대기업이 아니고 중소기업이 중국에서 100억 이상 매출을 올리는 데가 얼마나 있나? 더군다나 이익을 올리는 회사는 또 얼마나 되나? 그러니 지금 김사장이 잘 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보아주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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