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43화 (343/501)

# 343

투자 양해 각서 (1)

(343)

심운학 감독 입장에서는 지역 의료보험비 내는 것도 부담이었는데 4대 보험에 가입시켜 준다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구건호가 꼬았던 다리를 풀면서 말했다.

“지에이치 미디어는 바로 아래층인 17층에 있습니다. 조그만 출판사지만 중국 환러스지 공사에 투자한다면 지에이치 미디어가 투자하는 형식이 될 것입니다.”

“그렇군요.”

“심감독님 책상은 17층 미디어 사무실의 한쪽에 마련해 놓았습니다. 어디 앉을 자리는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나오셔서 중국 가기 전까지 시나리오 대본도 보고 인터넷 검색도 하시면 되겠습니다.”

“거기까지 배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구건호는 신정숙 사장을 불렀다. 신사장이 18층 구건호가 있는 곳으로 왔다.

“인사하세요.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님입니다.”

“심운학 감독입니다.”

“아, 지난번에 명함을 만들어드린 분이군요. 반갑습니다.”

신정숙 사장이 손을 내밀었다.

구건호가 신사장에게 물었다.

“책상은 준비가 되었죠?”

“그럼요. 몸만 오시면 됩니다. 컴퓨터도 쓰던 것이지만 한 대 깔아 놓았습니다.”

“그럼 모시고 가시죠.”

“알겠습니다.”

신사장은 17층으로 내려가 심감독에게 배정한 자리를 안내하여 주었다. 아울러 편집부장 피천영과 객원기자로 있는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과도 인사를 시켜주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라 이들은 서로 금방 친해졌다.

구건호는 전화로 신사장을 찾았다.

“지금 사용하지 않는 법인 통장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계좌 불러주시면 오늘 중으로 20억 입금시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드라마 제작 쪽은 따로 관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구건호는 환러스지 공사 천바오깡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구건호입니다.”

“아,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보내주신 메일은 잘 봤는데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단기차입금 20억은 한국과 드라마 제작을 하게 되었다고 하면 당분간 채무 독촉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한국과 드라마 제작을 하기로 확정이 된다면 눌러 놓을 수는 있습니다. 단 이자는 지불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4억 미지급금에 대한 질문인데 이중 1억은 환러스지 공사 스탭들 밀린 급여이고, 2억은 개런티라고 하셨습니다. 개런티 부분도 당분간 유예 가능하겠습니까?”

“인기스타 말고 단역 배우들은 지급해 줘야 합니다. 절반은 줘야 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화요일 지에이치 미디어 사장과 함께 상해로 가겠습니다.”

“화요일요?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화요일 오신다고 리스캉 국장님께도 보고 드리겠습니다.”

구건호는 다시 신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해는 화요일 가기로 했습니다. 괜찮겠죠?”

“예, 괜찮습니다. 심감독님도 같이 가는 겁니까?”

“아닙니다. 신사장님과 저와 둘이만 갑니다.”

“알겠습니다. 법인 계좌번호는 제가 방금 문자로 보내 드렸습니다.”

구건호는 경리를 담당하는 홍과장을 불렀다.

“찾으셨습니까?”

“지에이치 산하 법인 계좌번호 현황표 하나 만드세요.”

“저도 그 표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법인 계좌번호, 경리책임자 이름, 전화번호 등을 만들어 놓으세요.”

“알겠습니다.”

“메모 해봐요.”

홍과장이 다이어리를 펼치고 메모 준비를 했다.

“지에이치 모빌은 경리책임자가 김민화 이사입니다. 디욘코리아는 조명숙 차장이라는 사람이 합니다.”

“알겠습니다.“

“지에이치 로지스틱스는 담당자가 구건숙 상무이고 중국의 소주 기차배건 유한공사는 경리가 중국인이므로 거긴 김민혁 사장에게 직접 물어보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지에이치 개발은 홍과장이 담당하니까 됐고, 지에이치 미디어는 직접 내려가서 물어보세요.“

“미디어는 제가 메모해 논 것이 있습니다.”

“거기 경리는 누가 봅니까? 오민숙이란 디자인 팀장이 합니까?”

“아닙니다. 총무 일을 보는 노형숙이란 사람이 하고 있습니다.”

“이건 미디어의 안 쓰는 법인 계좌번호인데 적어 놓으세요. 앞으로 중국과의 거래에서 쓸 계좌번호입니다. 주거래 통장은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담당자들 전화번호 외에 이메일 주소도 함께 파악해 둬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중국에 투자할 20억 인출을 홍과장에게 시킬까 하다가 금액이 너무 많아 직접 은행에 가서 이체 시켰다.

은행에 갔다 온 구건호는 정지영 대리를 불렀다.

“화요일 오전에 출발하는 상해가는 비행기표 2장만 예약하세요. 나하고 미디어의 신사장이 갈 거니까 예약하세요.”

“알겠습니다.“

“비자는 나나 신사장이 모두 1년짜리 상용비자 받아 놓은 것이 있으니까 별도 비자신청은 필요 없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화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신사장을 벤트리 승용차에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앞좌석에 앉아 가던 신사장이 물었다.

“어머, 상해는 김포에서도 출발하지 않습니까?”

“김포에서도 출발합니다.”

“그럼 가까운 김포공항을 이용하시지 그랬습니까?”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상해의 구 공항인 홍차오 공항에 내립니다. 인천에서 출발하면 신 공항인 포동공항에 내리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시청과 환러스지 공사가 포동과 가까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아, 그렇군요.”

“심감독은 사무실에 잘 나오죠?”

“예, 잘 나옵니다.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과 피천영 편집장하고 연배도 고만 고만해서 그런지 금방 친해졌습니다.”

“그래요?”

“어제는 셋이 호프집 가는 것 같던데요?”

“허허, 그래요?”

“심감독이 방송작가 몇 사람을 소개해 준다고 했어요.”

“방송작가를요?”

“방송작가들도 시나리오만 쓰는 것이 아니고 에세이집도 출간하거든요. 방송작가들은 문장 솜씨들도 있고 유명세도 있어서 책을 내면 잘 팔립니다.”

“아, 그래요?”

“심감독이 와서 출판 영역을 확대하는 효과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포동공항에는 천바오깡이 차를 가지고 왔다. 중국에 있는 기아자동차에서 만든 K4를 타고 왔다.

“반갑습니다. 구사장님.”

“공항까지 직접 나와 주셨네요.”

“귀한 손님들 오시는데 와야지요.”

“참, 인사하십시오.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님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아름다운 여성이시네요. 저는 환러스지 공사의 사장 천바오깡입니다.”

“반갑습니다.”

신정숙 사장이 천바오깡에게 명함을 주었다. 천바오깡도 자기의 명함을 신사장에게 주었다.

천바오깡은 포동에 있는 어느 7층짜리 건물로 안내했다. 3층으로 올라갔다. 환러스지(歡樂世紀) 공사라는 간판이 붙어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직원들 몇 사람이 일을 보고 있었다.

“우옌(吳岩: 오암) 감독님은 안 보이네요.”

“스텝들과 지금 스튜디오에 나가 있습니다. 곧 올 겁니다.”

여직원이 들어와서 차를 가져왔다. 직원들은 구건호와 신정숙을 호기심 있게 쳐다보았다.

“여기는 사무실이 우중충하고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옆에 포동호텔이 있는데 거기 비즈니스 룸이 있습니다. 거기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지요.”

“뭐, 여기도 좋은데.”“아닙니다. 그리고 모시겠습니다. 우감독도 그리 오기로 했습니다. 예약을 해 놓았습니다.”

구건호와 신정숙이 포동호텔로 이동했다.

“여긴 좋네.”

포동호텔 비즈니스 룸은 깨끗하고 조용해서 좋았다. 바로 우감독도 왔다.

회의가 진행되었다. 천바오깡 사장은 회의 기록을 위하여 사무실에서 차를 따라주던 여직원을 데리고 왔다.

“먼저 출자 방식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합자사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3자 배정방식 증자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현재 자본금이 100만 달러라고 했지요? 증자는 100만 달러만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100만 달러만 가지고는 드라마를 못 만듭니다.”

“그럴 테지요. 나머지는 가수금이나 단기차입형식으로 넣겠습니다.”

“증자 100만 달러는 바로 납입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그 대신 새로 제작하는 드라마 시광여몽(時光如夢)에 대한 투자계획서와 편성계획서가 나와야 합니다. 편성은 지상파 드라마 편성에 따른 방송시간 및 회수 등이 나와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편성은 좋은 시간대로 이야기가 잘되고 있으니 바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세 번째로 투자가 결정되면 한국에서 감독 한사람을 파견 합니다.”

“아, 지난번에 뵈었던 심감독님이 오십니까?”

“그럴 예정입니다.”

“스태프 구성과 연기자 개스팅은 이 사람과 협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천바오깡과 우옌은 작은 소리로 서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한국에서 파견하는 심감독은 부총경리 자리를 원합니다. 임기는 여기 사규에 따라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수용하겠습니다.”

“심감독에 대한 급여, 주거비 등은 여기의 관례대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투자스케줄은 부총경리 파견과 동시에 5만불을 송금하고 스태프 구성시 100만 달러를 송급합니다.

“좋습니다.”

“증자가 완료되고 연기자 개스팅이 끝나면 2차 100만불을 송금합니다. 이후는 제작에 따른 방송국 돈이 나오므로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투자계획서 서명을 안 하십니까?”

“오늘은 투자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만 체결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협의된 내용을 정리하신 분이 워드작성하시면 양해각서는 서명해 드리겠습니다.”

기록자가 정리하는 시간을 주기 위하여 회의가 30분 정회 되었다. 구건호와 신정숙 사장은 로비로 나왔다.

천바오깡이 구건호가 앉아있는 로비의 소파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심감독이 오면 세트나 분장 등 미술관련 부분과 조명이나 음악, 녹화나 편집 같은 기술적인 것은 우리도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급여는 여기서 많이 줄 수 없습니다. 총경리인 저와 우감독 사이의 급여를 책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나중에 드라마나 뜨게 되면 보상해 주는 방향으로 해야겠지요.”

“구사장님은 사업 경험이 많으신 분이라 시원시원해서 좋습니다.”

“여기 방값은 얼마나 합니까?”

“방 2개짜리 월세 3천 위안 내외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흠, 그래요?”

“급여는 1만원 위안 선에서 결정합니다. 양해 바랍니다.”

“그렇게 하세요. 드라마만 뜨도록 열심히 해 보세요.”

천바오깡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어딘가에 전화를 했다.

우감독이 달려왔다.

“서류가 다 되었답니다.”

구건호가 다시 회의장이 있는 비즈니스 룸으로 갔다. 여직원이 배시시 웃으면서 서류를 건네 주었다.

“투자 비망록? 흠, 여기선 투자 양해각서를 투자 비망록이라고 하는 모양이군.”

구건호가 비망록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회의했던 내용과 크게 이상이 없었다.

“됐습니다. 서명하지요.”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양복을 입은 어떤 남자가 카메라를 들고 왔다.

“인증 샷은 해야지요.‘

신정숙 사장과 천바오깡이 탁자형 태극기와 오성홍기가 있는 곳에 앉고 구건호와 우옌 감독, 그리고 기록을 했던 여직원이 뒤에 섰다. 카메라를 들고 온 남자는 서명을 하는 장면과 서로 일어서서 서류를 교환하는 장면을 사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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