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41화 (341/501)

# 341

심운학 감독 채용 (1)

(341)

한국으로 돌아온 구건호에게 환러스지 공사의 답장 이메일이 왔다.

[단기차입금 20억원 중 5억은 금융권 부채이고 15억은 개인 부채입니다. 미지급금 4억원 중 3억은 인건비입니다. 1억은 환러스지 공사 직원 15명의 두달치 밀린 급여이고 2억은 개런티 등입니다. 투자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실패도 귀중한 자산입니다. 2번의 작품이 실패했지만 3번째의 작품은 성공하리라고 봅니다.

3번째의 투자가 확실하다면 단기 차입금의 채권자들은 채무 독촉을 유예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환러스지 공사 사장 천바오깡 드림.]

번역을 맡긴 외국어 대학교 강사로 부터도 이메일이 왔다. 시놉시스 번역을 완성했다는 내용이었다. 시나리오의 제목 이름은 ‘시광여몽(時光如夢)’이었다. 구건호는 시놉시스의 번역본을 심운학 감독에게 보내주었다.

구건호는 환러스지 공사의 사장이 보낸 이메일을 프린트하여 여러 번 쳐다보았다.

[내가 투자한다면 환러스지 공사는 ‘시광여몽’에 대한 출연자를 개스팅하겠지. 그리고 제작 발표회를 하겠지. 그러면 단기 차입급 채권자들은 좀 눌러 놓을 수 있지 않겠어? 하지만 밀린 인건비는 줘야겠지. 직원들이 월급도 못 받았는데 일 하겠어? 나도 포천 가구공장에서 석 달이나 임금이 밀렸을 땐 미칠 지경이었었는데.]

[그래 투자하자. 시광여몽이라는 작품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리스캉이란 사람에 대한 투자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가 나중에 중앙당 정치국 위원이 된다면 국가를 위해서라도 지한파(知韓派) 한 사람 쯤은 만들어 놓는 것도 좋겠지.]

구건호는 환러스지 공사의 사장에게 답신을 보냈다.

[시놉시스 번역본이 이제 완성되었습니다. 번역본을 검토 후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의 환러스지 공사의 사장은 채권자의 압박도 문제지만 당장 15명이나 되는 스탭들을 부려먹기도 힘들었었다. 아직도 찍고 있는 추일연(秋日宴)이란 드라마도 2회나 남아 있었다. 스탭들은 추일연이란 드라마나 다 찍고 나면 해산될 위기에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투자 이야기가 나오자 상당히 고무된 표정들이었다.

“사장이 한국투자를 유치한다고 하네?”

“투자하겠다는 한국 회사의 동사장이 비밀리에 중국엘 다녀갔다고 하던데?”

“시놉시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해서 시놉시를 보내주었다는 이야기도 들려.”

“난 밀린 월급 두달치나 나왔으면 좋겠어. 아이 분유 값이라도 가져가야 되는데 지금 걱정이야.”

구건호는 증권사에서 20억을 찾았다. 증권사 통장은 1,700억이 있었으나 그동안 이자가 불어 1745억 정도가 되어 있었다.

“45억이 이자로 불었나?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이 내년 5월이라 아직은 여유가 있겠군. 종합소득세는 20억 정도는 각오해야 될 거라고 증권사 지점장이 말했었지? 그리고 자기들이 거래하는 세무사가 알아서 신고해 주겠다고 했지?”

구건호는 신사동 빌딩 17층에 있는 지에이치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을 찾았다. 신정숙 사장이 구건호가 있는 18층의 지에이치 개발 사장실로 올라왔다.

“찾으셨습니까?”

“상해의 드라마 제작사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에이치 미디어에서 투자하는 식으로 하겠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지에이치 미디어는 지금 새로운 서적 출판기획이 있어서 많은 금액은 투자 여력이 없습니다.”

구건호가 빙긋이 웃었다. 다리를 꼬며 말했다.

“상해의 투자는 지에이치 미디어의 돈 가지고 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상해 투자금은 전적으로 내가 부담합니다. 우선 지에이치 미디어의 법인 계좌로 내가 오늘 20억을 보내드리죠.”

“예? 20억요?”

신정숙 사장은 20억이란 소리를 듣고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다.

“중국 안당시의 터미널 투자에 250억을 투자하기로 합자계약에 서명한 사람입니다. 20억 가지고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신정숙 사장은 구건호가 돈이 많은 실력자인줄 알지만 자기가 맡고 있는 지에이치 미디어에 20억이 흘러 들어온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들어오는 20억은 지에이치 미디어의 이사로 되어있는 구건호의 가수금으로 잡아 놓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명함을 만들어준 심운학 감독을 지에이치 미디어의 정식 직원으로 채용을 해주세요.“

“직원으로요? 직급은 명함 만들어준 대로 드라마 사업본부장으로 하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세요.”

“급여는 얼마로 책정해야 합니까? 4대 보험도 신고해야 되지 않습니까?”

“흠. 급여는 100만원으로 하세요.”

“100만원요? 아니 사업본장이라면서 100만원으로 합니까?”

“그 사람은 중국 파견시킬 예정입니다. 그쪽에서도 급여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여기선 많이 책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이 말은 맞는 말이지만 구건호의 생각은 다른데 있었다. 급여를 많이 책정하면 심운학 감독은 현재 신용불량자이기 때문에 급여를 압류당할 확율이 많아서였다.

[심운학 감독은 월급이 높으면 기초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전부 압류 당한다.]

구건호는 물을 한잔 마시고 다시 신정숙 사장에게 말햇다.

“책상은 하나 마련해 주세요. 그 사람 놀고 있으니 어디 앉을만한 자리는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또 수시로 내가 부르면 와야 되니까요.”

“공간은 충분히 있습니다. 사무실을 얻을 때 임대료가 좀 나가지만 확장을 대비해서 좀 넉넉하게 얻었습니다. 책상도 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직원 채용을 대비한 비어있는 책상이 있습니다.”

“흠, 그래요? 잘 됐네요.”

“직원이 아니고 본부장이니까 책상을 따로 떼어내어 파티션만 쳐주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호호, 이번 기회에 저도 드라마 제작에 관심 가져 볼까요?”

“어차피 신사장님은 중국에 다녀와야 합니다. 중국 출자가 지에이치 미디어라는 법인이 하는 것으로 되어있어서 출자 서명식을 할 때는 법인 대표인 신사장님이 하셔야 합니다.”

“어머, 그런가요?”

“중국의 감독이나 드라마 제작진들도 한번 사귀어 보세요.”

“호호, 알겠습니다.”

목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지에이치 개발의 직산 공장으로 향했다. 구건호는 2층에 있는 사장실을 올라가지 않고 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현장에 있던 차장이 구건호를 알아보고 뛰어 나왔다. 지난번에 구건호에게 칭찬을 들었던 사람이었다.

“박이사는 어디 갔나요?”

“제가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박이사는 컴퓨터를 보고 있다가 구사장이 왔다는 보고를 듣고 황급히 뛰어 나갔다. 직원들이 있어서 구건호에게 형 소리를 못했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생산동 B동 기계 설치했나?”

박이사는 주위에 사람이 없자 반말로 이야기 했다.

“아니, 기계는 모두 아쎄이(A’ssey) 반이 있었던데 설치했어. 생산 B동은 조립만 하는 아쎄이 실로 운영하기로 했어.”

“왜 그랬나?”

“조립 작업이 계속 늘어나 넓혀야 하고 생산 B동은 2층으로 만들어도 되기 때문에 그렇게 했어.”

구건호가 생산동 B동으로 가 보았다. B동은 벌써 2층으로 만들어져 1층은 자동차 조립반이고 2층은 전자 조립반이었다., 넓은 장소에 생산직 직원들이 끝이 안보일 정도로 늘어서서 납땜 작업을 하고 조립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이쿠, 사람이 이렇게 불었나?”

“송사장이 클라이슬러로 납품하는 어셈블리 제품을 A전자 당진공장에 가서 보여준 모양이야. 그래서 A전자도 요즘 어셈블리 제품이 들어가고 있어. 이지노팩, 만동전장 등의 제품이 역으로 우리한테 납품하는 제품들도 생겨나고 있어.“

“그래?”

“들어올 때 담 밑에 서 있는 트럭들 못 봤지?”

‘봤어. 엄청 늘었더군.“

“다 우리 회사에 납품하려고 온 차량들이야. 그 제품을 우리 것과 조립하여 에셈블리 조립품을 내보내는 거지.”

“흠, 그래?”

“송사장 못 만났지?”

“아직 사무실 못 올라갔어.”

“아마 지금 자리에 없을 거야. 어셈블리 제품 2개를 들고 H그룹 공장엘 간다고 했어.”

“그래?”

“H그룹 구매팀은 송사장이 S기업 부사장으로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야.”

“업계에서 오래 있었던 사람이니까 아는 사람이 있겠지.”

“거기도 만약에 터진다면 새로 지은 생산B동도 좁아서 안 돼. 그래서 내가 2층으로 만든 거야. 조립하는 아쎄이 실은 직접 기계로 열을 가하여 제품을 찍는 곳이 아니라 천정이 높을 필요는 없거든.”

“흠, 그렇구나. 그럼 현재 아쎄이 실의 신규채용 인원이 얼마나 되나?”

“100명 조금 넘어.”

“그럼 우리 종업원이 450명이 넘는구나.”

“그래서 아까 형이 오기 전에 컴퓨터로 새로운 공장 조직을 만들어 보았어.”

“승진심사는 12월에 있으니까 그때까지만 참아라.“

“알고 있어. 지금이 9월이니까 두 달만 참지. B동 생산부장은 꼭 보내줘야 해. 형.“

“송사장한테 이야기 할게. 난 임원인사만 관여해.”

“고마워 형.”

구건호는 사장실로 올라갔다. 비서 박희정이 차를 가지고 오면서 말했다.

“송사장님은 H그룹에 들어가셨습니다.”

“흠, 보고 들었어요. 경리이사 좀 오라고 하세요.”

잠시 후 김민화 경리이사가 들어왔다. 약간 몸이 불은 것 같기도 하였다.

“찾으셨습니까?”

“이사님은 요즘 건강해지신 것 같네요.”

“호호, 살 쪘다고 놀리시는 거지요? 큰일 났어요. 시집도 안간 여자가 나이 50줄에 들어가다 보니 살만 찌는 것 같아 큰일이에요.”

“지금 들고 온 게 시제표에요? 어디 한번 봅시다.”

“월 매출은 90억을 돌파하고 있습니다. 송사장님 말씀은 다음 달은 A전자 아쎄이 제품 증가로 100억은 넘길 거라고 하셨습니다.”

“흠, 그래요?”

“아울러 인건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매출 증가하니까 인건비도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인건비가 얼마나 되나요?”

“보너스 400% 나가니까 20억 가까이 됩니다.”

“흠, 20%가 넘는다는 이야기인데....”

“송사장님은 아쎄이 실의 조립라인을 로봇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찾아봐야 하겠다고 했어요.”

“흠...”

이 문제는 두 가지 측면이 있었다. 로봇으로 한다면 현재 채용한 100여명의 신규 채용자들을 해고시켜야 하고 만약 인건비가 싼 동남아로 옮긴다고 해도 그런 문제가 나올 것 같았다. 구건호는 이 문제는 송사장을 만나면 급히 서두르진 말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새 B2B 할인 안하지요?”

“안합니다. 전에 물파시절은 돈 들어오면 바로 그날로 B2B할인 했는데 지금은 안하니 경리도 편해진 것 같았습니다.”

“법정관리 시절 경리이사님은 당시 경리부장하면서 혼자서 일하느라 고생 많으셨지요.”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 후 사장님이 전무이사로 들어오셔서 편해졌지요.”

“내가 한게 없지요. 오히려 방해만 했지.”

“아닙니다. 저는 사장님이 그냥 돈 있는 집안의 아들인줄만 알았었습니다. 법정관리 기업 인수를 위해서 그냥 업무파악이나 하러 온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무에 아주 밝고 현장도 잘 알아 깜짝 놀랐었습니다.”

‘’하하, 그래요. 이제 나가서 일 보세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구건호는 경리이사의 칭찬이 귀에 거슬리지는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