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7
중국 화계화원 투자 (1)
(337)
9월도 중순을 향해 가고 있었다.
중국의 리스캉을 만나고 온 구건호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환러스지 공사에서는 재무현황을 보내주기로 했는데 아직 아무 소식이 없었다. 구건호는 답답할 것도 없었다. 구건호가 신경을 쓰는 곳은 아무래도 규모가 큰 지에이치 모빌과 디욘코리아였다. 답답한 건 심운학 감독이었다.
“저, 구사장님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저, 심운학 감독입니다. 중국의 환러스지 공사에서는 아무 연락이 없습니까?”
“아직 없네요.”
“상황을 보니까 그쪽도 급한 모양인데 이상하네요. 구사장님에게 매달릴 상황인 것 같은데요.”
“좀 더 지켜보지요. 나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입니다.”
“알겠습니다. 기다려 보겠습니다.”
채권자들에게 아직도 시달리고 있는 심운학 감독으로는 중국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중국 안당시의 문재식에게서 연락이 왔다.
“고속버스 3대는 끌고 와서 지금 기사들 노선답사도 모두 끝냈어. 이번 주 금요일 개통식하기로 했어.”
“그래? 잘 됐구나.”
“그동안 신문에 광고도 크게 두 번 냈고 현수막도 곳곳에 걸었어. 고속버스에 ‘안당 GH
객운‘이라고 글씨를 크게 도색해서 넣었어. 사람들이 GH가 뭐냐고 물어보더군.“
“하하, 그래?”
“중방 애들이 대합실 한쪽에 고속버스 승객용 대합실을 따로 만들었어.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 놓고 대형 TV도 설치해 놓았어.”
“그랬나? 그런데 개통식은 월요일 아니고 금요일인가?”
“금요일 해야 토요일, 일요일 장사를 할 수 있거든. 고속버스는 토요일, 일요일에 손님이 더 많잖아.”
“흠, 그건 그렇겠구나.”
“요금도 우리가 마음대로 못하고 시정부 승인을 받아야 돼. 시교통국은 또 귀양시와 협의해야 인가를 받을 수 있어. 그래야 승차권 인쇄도 할 수 있어.”
“흠, 그런가? 개통식 하는 날은 어떻게 하나? 전에 로지스틱스 처럼 돼지머리 갖다놓고 절하나?”
“하하, 그건 아니고 교통국 간부들과 객운공사 사장이 나와서 나하고 같이 테이프 끊고 첫차 출발하는 운전기사에게 안전운행 하라는 당부 인사말 하면 될 거야. 기자들이 나온다고 했어.”
“기자들이야 자주 나와서 한줄 써주면 홍보 효과는 있겠지.”
“현재 안당에서 귀양시까지 낡은 버스들이 운행되고 있는데 우리 고속버스가 들어가면 낡은 버스들은 이제 장사해먹기 어렵게 됐어.”
“거기도 영세 버스업자들은 힘들어지겠구나.”
“빚을 얻어 차를 바꾸던지, 아니면 귀양시 같은 대도시는 운행을 포기하고 작은 도시를 운행하는 방향으로 해야 되겠지.”
“그렇구나, 대기업이 들어오면 다 고용확대는 되겠지만 자영업자는 죽어나겠지.”
“그런데 요즘 나, 중방애들하고 싸우고 있어.”
“왜?”
터미널 복무 요원으로 직원들 100명을 인수받으라고 해서 버티고 있는 중이야.“
“100명?”
“매표원, 화물원, 개찰원 등이 다 합자사로 넘어오는데 인원이 너무 많거든. 인건비가 너무 많을 것 같아 30% 줄이라고 버티는 중이야.”
“그런 것이 있었구나.”
“그랬더니 중방애들이 뭐라고 하는줄 알아?”
“중국은 고속버스 한 대당 100명을 채용해줘야 한다는 거야. 노선권을 준다는 것은 그만큼 인민들에게 고용확대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거야.”
“흠, 그래?”
“그러면서 여기가 한국인줄 아느냐고 그러던데? 한국은 항공이나 고속버스 노선권을 특정업체에 몰아주고 방치하지만 중국은 많은 인민들을 먹여 살리려면 고용확대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거야.”
“흠, 그런 문제가 있겠구나.“
“처음엔 120명이라고 해서 펄쩍 뛰었더니 그것도 줄어든 게 100명이야. 현재 더 버티고 있어.”
“줄이지 못한다면 선로패를 더 달라고 해.”
“그 말도 하고는 있어. 현재 의빈시 한 대는 나와 있어.”
“네가 고생이 많구나.”
“고생은 뭘, 로지스틱스에 있을 때처럼 영업하러 다니지 않으니 좋아.”
“하하, 그런 건 있겠구나.”
“아, 참. 나 그리고 화계화원 아파트 계약했어.”
“그래? 얼마 줬니?”
“여긴 100평방 미터짜리가 없어서 120평방 미터짜리(36평)로 했어. 방이 넓어. 평방미터당 1만 위안이 넘는 줄 알았는데 장식이 안 된 상태라 평방미터당 7천 위안 줬어.”
“총 84만 위안이구나.”
“그런데 장식이 하나도 안 되어 있어. 장식하는데 15만 위안은 들어갈 거라고 하네.”
“중국은 아파트 분양할 때 장식이 없어. 창문이나 문짝, 전등이나 도배 같은 건 다 입주자가 해야 돼.”
“계약은 내가 하지 않고 중방의 판공실 주임으로 있는 여자가 했어. 장식도 판공실 주임이 다 알아서 하기로 했어. 아무래도 법인 명의로 사는 거니까 내가 하는 것 보다 담당자가 하는 게 좋겠지.”
“그런 건 중방 애들 시키는 게 나. 중국 실정도 모르는 우리가 하면 바가지 써.”
“집값하고 장식비하고 세금내면 딱 100만 위안 들어가네. 위안화 164대1 로 계산하면 한국 돈 1억 6천 4백만 원이니까 비싼 집이야. 구석진 지방도시에서 싼 집은 아니야. 이 도시에선 1백만 위안짜리 집이라면 정말 부자소리 듣는다고 중방 애들이 그러던데?”
“그래?”
“판공실 주임이 그러네. 자기들 생애엔 이런 집 들어오기 힘들 거라고 했어.”
“그래? 장식은 얼마나 걸릴 것 같냐?”“이번 주 안에 다 끝나.”
“그럼 이번 주 안에 이사도 가능하고 개통식도 끝나기 때문에 안정권에 들어가겠구나.”
“기사 딸린 아우디 승용차도 나왔으니까 이제 화계화원 고급아파트에 살면서 고속버스 사장이나 하면 되겠지. 하하, 지하실 문재식이 출세했지?”
“하하, 그렇구나. 그리고 말이야 개인적으로 한 가지 부탁이 있다.“
“개인적? 말해봐.”
“다음 주면 개통식도 끝나고 이사도 다했을 테니까 급한 일은 없겠지?”
“급한 일은 없어. 이제 신규노선 뚫을 때나 슬슬 알아보러 다니면 돼.”
“그러면 말이야, 거기 화계화원 집을 한번 사봐라. 네 명의로 말이야?‘
“내, 명의로? 성환의 농지 살 때처럼 말인가?”
문재식은 침을 꼴깍 삼키면서 스마트폰을 귀에 더 바싹 당겼다.
[구건호가 또 부동산 투자하려는 모양이구나! 돈도 엄청 많고 촉이 남다른 사람이니까 하겠지. 한국의 부동산은 규제가 심하지만 중국은 아직 한국처럼 규제는 안하니까 구건호가 중국 부동산 시장에 매력을 갖고 있는 게 분명해.]
[맞아. 구건호는 처음에 절강성 항주시에서 아파트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던 것 같아. 종자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구건호는 당시에도 종자돈은 있었던 것 같아. 나는 지금 종자돈이 한푼 없어서 돈이 보여도 투자를 못하잖아?]
[성환의 로지스틱스 땅 팔고 이름 빌려준 댓가로 주안의 주공아파트 하나 받았으니 잘 하면 이번에도 콩 고물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
문재식은 구건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런데 구건호는 얼른 말을 하지 않고 뜸을 들였다.
“듣고 있어, 말해봐.“
“안당시 합자회사의 영업집조(사업자등록증)에 네 이름이 올라가 있으니 아마 네 이름으로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거기의 아파트 가격이나 장식 가격은 알았으니까 소문내지 말고 조용히 아파트 계약해라. 너 거기 공상은행 개인계좌는 개설했지?”
“개설했어. 중방에서 급여통장 만들라고 해서 개설했어.”
“계약금은 내가 그리로 보내주마.”
“알았다. 계좌번호 문자 찍어줄게.”
“그런데 한 채가 아니고 5채 계약해 봐라.”
“다, 다섯채?”
“아직 빈집은 있지?”
“아직 분양중이니까 이, 있을 거야.”
“영업집조에 투자액이 5천만 달러로 나와 있으니 안당시에서는 드문 투자액일거다. 종업원들 숙소로 살 거라고 하면서 계약하면 내가 보기엔 5채까지는 살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방지산(房地産: 부동산) 업자들하고 이야기나 해 봐라.”
“알겠다.”
“급한 건 아니니까 서두르진 말고 다음 주나 아니면 다다음주도 좋으니 천천히 알아봐라.”
“그런데 합자사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돈 들어오는 건 외환신고 해야 하는데 괜찮겠어?”
“그런 건 걱정하지마라.”
“알겠다.”
구건호는 문재식과의 전화 통화를 끝내고 조용히 계산을 해 보았다.
[화계화원 아파트 한 채당 한국 돈으로 1억 6천만원이면 5채면 8억2천 5백이다. 아직은 되 팔수 없으니까 3년만 임대 놓는다고 생각해 보자.]
[5채 모두 월세로 세를 놓고 문재식이보고 관리하라면 되겠지. 새 아파트니까 한 채당 월세 3천 위안은 받겠지. 그러면 5채면 1만 5천 위안이 들어온다. 그러다가 3년 후에 되팔면 한 채당 2억은 받지 않겠나? 중국도 부자동네의 집값은 올라간다. 이건 만고불변의 진리다. IMF와 같은 금융위기나 내란이 없는 한 부자동네 집값은 올라간다.]
구건호는 안당시에서 재미 좀 볼 것 같은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목요일이 되었다.
구건호가 지에이치 모빌이 있는 직산공장엘 갔다.
건설 중인 생산 B동엘 들렸다. 건물은 다 완공된 것 같은데 아직 마감이 제대로 안된 것 같았다. 마감재가 생산동 안에 쌓여있는걸 보니 아직 공사 중인 것 같았다. 구건호가 왔다는 소식에 박종석 이사가 달려왔다.
“공사가 덜 끝난 모양이네.”
“다음 주엔 끝난다고 했어. 이게 빨리 끝나야지 요즘 우리 애들 야간작업하느라고 고생해. 야간 수당은 받지만 말이야.”
“야, 그런데 너 살이 좀 빠진 것 같다. 어째 네 살은 고무풍선처럼 늘었다 줄었다 그러냐?”
“요즘 회사도 바쁘고 학교도 시험 때라 그래. 토익공부도 해야 되고 일이 많아.”
“아침에 영어 원어민 교육은 하나?”
“하고 있어. 듣기에 조금 도움은 되는 것 같아.”
“어? 저건 뭐야? 못 보던 제품인데?”
“클라이슬러로 들어갈 아쎄이 제품이야. 4개 회사 제품 우리가 납품받아 조립 후 보내고 있어. 시작한지 일주일도 안 돼.”
“양은 많냐?”
“제법 돼. 그런데 우리가 납품을 받으니까 납품회사에 우리가 실사를 나가야 돼. 신경 쓸게 많아. 오늘도 우리 품질관리팀 직원들이 실사를 나갔어. 우리가 만드는 제품도 중요하지만 납품받는 제품 품질도 불량이 섞이면 안 되잖아.”
“흠, 그래?”
“송사장은 품질팀 요원들도 증원해야겠다고 하던데? 아마 워크넷에 벌써 광고 냈을 거야.”
“인원이 더 많아지겠는데?”
“송사장 말로는 년 말까지 500명이 넘는다고 했어.”
“500? 식당도 늘려야겠구나.”
“식당에 아줌마 한분 더 왔어. 요즘 야간작업 때문에 한분 더 모셨어. 식단은 낮에 있는 영양사가 다 짜놓고 가.”
“네가 요즘 바쁘겠구나. 네가 편하려면 중간간부 양성을 많이 해라.”
“그렇지 않아도 생산B동이 완성되면 부장급 한사람 배치하려고 해. 생산 A동은 생산 1부장, 생산B동은 생산 2부장 이렇게 편제를 하려고 해.”
“부장이 한명 밖에 없잖아? 한명 더 스카웃 해 올건가?”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차장급 한 사람이 내년 1월이면 4년차 들어가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을 우선 직무대리 시키려고 마음먹고 있어.”
“년 수만 찼다고 시키면 안 되지. 네가 편하게 데리고 쓸 수 있는 사람을 써야지.”
“나하고도 잘 통해. 나이는 나보다 훨씬 많지만 내가 형님이라고 해주니까 아주 좋아하고 있어. 어? 저기 가네. 저 사람이야.”
“불러봐라. 한번.”
‘형님! 형님!“
박종석은 정말 자기보다 직급이 아래인 사람을 향해 형님이라고 불렀다. 40대 중반인 사람이 구건호 앞으로 왔다. 구건호도 얼굴은 아는 사람이었다. 차장은 구건호를 보고 깜짝 놀라 정중히 인사를 했다.
“지금 소속이 어디지요?”
“생산1부 차장으로 있습니다. 주로 재단실과 검사팀을 관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지나가는 분이 굉장히 일을 잘하고 생산부 직원들 통솔도 잘한다고 공장장이 칭찬을 하여 누군가 얼굴이 보고 싶어 불러보았습니다.”
“헉! 감사합니다.”
차장은 얼굴이 빨개져 허리를 크게 굽혀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