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35화 (335/501)

# 335

환러스지(歡樂世紀) 드라마 제작사 (2)

(335)

환러스지(歡樂世紀) 공사의 천사장은 먹던 음식을 삼키고 말했다.

“환러스지 공사의 자본금은 100만 달러였습니다.”

“부채도 있고 자본 잠식이겠군요.”

“솔직히 말씀드려 현재는 그런 상태입니다.”

“두 번씩 제작했어도 빛을 보지 못했으니 크라우드 펀딩도 제대로 안 되겠네요.”

“그런 셈입니다.”

구건호가 맥주를 마시며 말했다.

“환러스지 공사의 재무제표를 보고 싶습니다. 오늘 현재로 미지급금 현황을 보고 싶습니다.”

“그건 경리 담당자가 뽑아야 합니다.”

“제 명함에 이메일 주소가 있습니다. 나중에라도 보내주셔야 제가 판단 자료로 삼습니다.”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준비되는 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중국말을 할 줄 몰라서 한쪽에서 조용히 밥만 먹던 심운학 감독이 말했다.

“앞에 계신 우 감독님은 연출까지 하십니까?”

구건호가 통역을 해주었다.

“연출은 천사장님이 하셨습니다. 저는 진행 감독입니다. 인원이 없다보니 영상 쪽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럼 출연자 섭외는 천사장님이 주로 하시겠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조연급이나 드라마 중간에 필요한 단역 배우의 개스팅은 제가 직접 하기도 했습니다.”

“여기도 톱스타의 몸값이 대단하지요?”

“아이고, 톱스타 몸값이 장난이 아닙니다. 실상 우리가 이렇게 어렵게 된 것도 톱스타 몸값 때문입니다. 또 톱스타를 쓰지 않으면 시청율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새로운 작가가 쓰셨다는 작품은 연기자 개스팅까지 한 상태인가요?”

“아닙니다. 일단은 일일극으로 할 예정입니다. 편성이나 스탭 구성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흠, 그렇군요. 스튜디오는 촬영소에서 임대합니까?”

“공간만 임대하고 세트구성은 우리가 합니다.”

“중국은 드라마 외주 제작시 제작비를 방송국에서는 100% 보전을 해주는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보조를 해주지만 100%는 아닙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매출이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수입 등으로 보충합니다. 그래야 이익이 발생합니다.”

“우리와 비슷하군요.”

심감독이 새우튀김 하나를 집어 먹으면서 다시 말했다.

“혹시 중국 작가가 쓰셨다는 작품의 시놉시스를 볼 수 있을 가요?”

“중문으로 되어있는데 괜찮겠습니까?”

“보내주시면 번역해서 보겠습니다. 아직 준비된 것이 없으면 50쪽 내외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50쪽요?”

우감독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구건호가 웃으며 이야기 했다.

“방금 심감독님이 말한 것은 한국어 분량입니다. 중국어로 하시면 30쪽 정도면 될 겁니다. 번역을 하면 아무래도 분량이 늘어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것도 이메일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리국장이 웃으며 말했다.

“구사장은 역시 자본가답게 환러스지 공사의 현 재무사항을 보고 또 다음 작품의 시놉시스까지 보고 나서 모든 걸 결정하겠다고 하네. 역시 투자자다운 행동이야. 내가 구사장이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지. 그럼 오늘 이야기는 대충 끝난 셈이네.”

“기왕 왔으니 환러스지 공사 사무실이라도 보고 갈까?”

천사장이 웃으며 말햇다.

“리국장님한테 이야기 듣기로는 구사장님은 한해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공장들을 갖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직원 15명 있는 조그만 사무실에 가 보셔야 볼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을 하고 있는데 심운학 감독이 불쑥 말했다.

“상해의 영시낙원(影視樂園)이 여기서 멉니까?”

“영시낙원?”

구건호는 처음 듣는 지명이었다. 심감독은 구건호가 영시낙원을 모르는듯해서 설명해 주었다.

“상해의 유명한 영화 촬영소입니다. 중국 10대 촬영소 중에서 한군데입니다. 사실은 상해에 오면 거길 한번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우감독이 답변을 해주었다.

“멀지는 않습니다. 상해 외곽인 송강구(松江區) 차돈진(車墩鎭)에 있습니다. 입장료 내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입장료 내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모양이네요.”

“그렇습니다. 30년대 거리를 그대로 재현해 놓아 볼만 합니다. 한국에서도 상영되었던 유명한 영화 ‘색계’를 거기서 촬영했습니다. ‘안개비 연가’라는 드라마도 거기서 촬영을 했습니다.”

“흠, 그렇군요.”

이번엔 천사장이 말했다.

“여기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소주시 위에 무석시가 있습니다. 거기에 가면 사극영화를 촬영하는 무석 촬영소가 있습니다. 삼국지와 수호지는 다 거기서 촬영합니다.”

이번엔 리스캉이 말했다.

“구사장, 그럼 소주에 있는 김민혁 사장 오라고 해서 무석도 구경하지. 구사장은 사업상 중국 왔다 갔다 하면서 사실 관광은 제대로 못했잖아?”

“하하, 그럴까?”

구건호가 리스캉에게 말했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자. 환러스지 회사의 현재 재무상태하고 현재 진행 중인 드라마의 남은 회수와 앞으로 제작할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우리가 검토하고 바로 연락을 주도록 할게.“

“알겠다. 한국의 제작기술과 한국배우를 개스팅한다면 좋은 결과도 있을 것 같다. 한번 적극적으로 검토해 봐라.”

“알겠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리국장의 부탁인데 내가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구건호는 리스캉과 천사장, 그리고 우감독과 작별 인사를 하였다.

상해의 남경동로엔 사람들로 넘쳐났다.

“엄청나게 인간이 많네.”

구건호가 투덜거리자 심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10억 인구의 나라 아닙니까? 당연하겠지요.”

“걸으면서 사람들하고 부딪치기도 싫으니 호텔로 갑시다. 저기 호텔이 보이네요. 센트럴 호텔이라고 써 있네요.”

“호텔비가 좀 비쌀 것 같은데요?”

구건호가 성큰 성큼 걸어가 방을 예약했다.

구건호가 룸 키 하나를 심감독에게 주면서 말햇다.

“방 키를 드릴 테니까 올라가서 쉬시던가 거리 구경을 하던가 알아서 하십시오. 저녁식사는 이따가 6시에 여기서 만나서 합시다.”

“상해 영시낙원은 그럼 저 혼자 갔다 올까요?”

“아니요, 내일 나랑 같이 갑시다. 오늘은 그냥 쉬지요. 맥주 한잔 먹었더니 약간 취기도 있네요.”

“알겠습니다.”

“호텔 내에 사우나도 있는 것 같으니 목욕도 하시려면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난 올라가서 쉬겠습니다.”

구건호는 룸으로 올라와 김민혁에게 전화를 했다.

“오, 구사장. 전화가 가깝게 들린다.”

“나, 지금 상해에 와 있어. 리국장 만나러 왔어.”

“어? 그래? 왜 나한테 이야기 안했어? 포동공항으로 차 가지고 나갈 텐데.”

“아니야. 너 일해야지.”

“일이야 종업원들이 다 알아서 하는데 뭐. 오늘저녁 내가 상해로 갈게.”

“그러지 말고 내일 와. 내일 영화촬영소 구경 가기로 했어.“

“영화촬영소?”

“너 상해에 있다는 영시낙원이라는 촬영소 구경 못해봤지.”

“못했어. 무석에도 촬영소가 있다고 누가 그래서 한번 쉬는 날 가볼까 하고 생각은 했었어. 그런데 상해에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상해에 있는 것은 일제 강점기 때 거리를 재현해 놓은 거고 무석에 있는 것은 중세와 고대의 사극 촬영소라고 하던데?”

“그래? 그럼 내가 차를 가지고 내일 아침 9시까지 상해로 갈게. 오전에 상해촬영소 보고 오후에 무석으로 가면 돼.”

“피곤하지 않을까? 계속 걸어 다녀야 할 것 같은데.”

“피곤하면 소주에서 하루 밤 묵고 가면 되지.”

“그럼, 그건 내일 봐서 결정하자. 여기가 남경동로에 있는 센트럴 호텔이니까 이리 오면 돼.”

“알겠다. 그렇게 할게. 그런데 리국장이 왜 만나자고 한 거야?”

“드라마 제작 사업에 투자 좀 해달라고 하네.”

“드라마 제작?”

“응, 그래서 오늘 거기 사장과 감독도 만났어.”

“야, 구사장이 이제는 드라마나 영화산업에도 손을 대는 구나. 제조업 뿐 만이 아니고 출판과 미술, 로지스틱스, 그리고 이번엔 고속버스 사업에 까지 손을 뻗치더니 드라마도 하게 되면 진짜 그룹이다. 지에이치 그룹이다.”

“아직 멀었어.”

“구사장이 이제 회장해야지. 사장들도 많으니 회장해야지. 사실 구사장한테 사장이라고 부르기도 어느 땐 민망해.”

“야, 아직 내 나이 40도 안됐다. 상장기업도 하나도 없어. 그룹이 되긴 아직 일러.”

“들어보니 드라마 사업은 어때? 괜찮을 것 같아? 구사장은 남다른 촉이 있으니 금방 머릿속에 이건지 저건지 판단이 섰을 걸?”

“아직 모르겠어. 그래서 서울에서 드라마 만들던 감독 한사람을 데려왔어.”

“그래? 같이 왔어?”

“전문적인 것은 그 사람 자문을 받아야지. 내가 뭘 아나?”

“잘했어. 머리는 빌리면 돼.”

”하하, YS가 했던 말을 하는구나.“

“아냐, 그 말은 맞아. 아무튼 내일 9시까지 갈게.”

“알았다.”

아침이 되어 구건호와 심운학 감독은 호텔내 식당에서 조식을 먹었다.

“저, 사장님. 상해 영시낙원은 지하철로 가실 겁니까?”

“아뇨, 차 가지고 오기로 했습니다.”

“차를요? 렌트카 빌리셨습니까?”

“아니요. 여기 상해 바로 위에 있는 소주시에 지에이치 부품공장이 있습니다. 거기 사장이 차 가지고 오기로 했습니다. 9시시까지 오기로 했으니 조금 있으면 올 겁니다.”

“아, 그러십니까? 소주에도 공장이 있습니까?”

심운학 감독은 다시 한 번 구건호의 저력을 느꼈다.

구건호와 심운학 감독은 가방을 챙겨 로비로 내려왔다.

“짐 다 가지고 내려왔지요? 이 호텔은 체크아웃 합니다.”

“다 가지고 내려왔습니다.”

“구사장!”

티셔츠만 입은 김민혁이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오, 김사장!”

“잘 있었어?”

‘나야 잘 있지. 참 인사해라. 서울에서 같이 온 심운학 감독이시다.“

“안녕하세요? 김민혁입니다.”

김민혁이 자기의 명함을 꺼내 심감독에게 주었다. 심운학 감독은 자기의 명함을 꺼낼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김사장은 지에이치 산하의 사람이므로 가짜 명함을 주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저는 소주시에서 소주 지에이치 배건 유한공사 라는 부품공장을 하고 있습니다. 전액 구건호 사장님이 투자한 회사입니다. 종업원은 100명 정도 있습니다.”

“100명요? 오우 많네요. 저는 명함을 준비 못했습니다.”

“오늘 상해 영시낙원 촬영소를 가신다고요? 우리 기사가 안다고 하니까 지금 출발하시면 되겠습니다.”

“흠, 오늘 입장권은 4장을 사야 되겠구나.”

“4장? 한분 또 있나?”

“아니, 네 차 기사도 구경하라고 해야지.”

“하하, 난 또 누가 한사람 더 있는 줄 알았네.”

구건호와 심감독, 그리고 김민혁은 아우디 승용차를 타고 상해영시 촬영소를 갔다.

상해영시 촬영소는 정말 일제 때 거리를 재현시켜 놓았다. 실물이 아닌 어디까지나 모형이라 구건호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심감독은 상당히 감탄하는 눈치였다.

“좋네, 잘 만들어 놓았네.”

심감독은 돌아다니면서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어디서 본 듯한 거리네.”

구건호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이 눈에 들어오자 웃음이 났다.

“그게 다 여기서 촬영한 거구나. 맞아 탕웨이가 인력거 타고 내린 곳이야. 어? 인력거도 진짜 저기에 있네.”

김민혁의 제의로 구건호와 김민혁, 그리고 심감독은 모형 거리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사진을 찍고 나자 심감독이 입장권에 쓰여 있는 글자를 구건호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글자입니까?”

“무(畝)라고 썼네요.”

“그럼 여기에 이곳의 넓이가 1,200무라는데 몇 평이나 되는 겁니까?”

“한 무는 200평 정도 되니까 24만평이라는 이야기네요.”

“힉! 24만평! 크네요.”

“우리나라 남양주 종합촬영소도 크잖아요?”

“여기는 평지입니다. 알차고 규모 있게 건물을 배치했군요.”

심감독은 눈을 가늘게 뜨고 30년대의 거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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