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34화 (334/501)

# 334

환러스지(歡樂世紀) 드라마 제작사 (1)

(334)

구건호가 아산시 영인면에 있는 디욘코리아에서 퇴근하면 안산방조제를 넘어 서평택IC에서 고속도로를 탔다. 서해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오다가 평택 안성간 고속도로를 타고 경부고속도로로 들어오면 된다. 이쪽 지역은 차가 막히는 구간이 아니라 비교적 신나게 차를 몰고 올수 있었다.

“야, 찬호야. 속도 좀 줄이자. 잘못하면 카메라에 찍힌다.‘

“예, 알겠습니다.

“낮에 잠 좀 잤니?”

“오늘은 못 잤어요. 전화가 와서요.”

“그래? 여자 친구한테 전화가 왔냐?”

“그게 아니고 태영이 형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임태영이가?”

“디욘코리아의 총무과장이 태영이 형한테 전화를 한 모양이에요.”

“총무과장이?”

“계약서 들고 사무실에 오라고 한 모양이에요.”

“흠, 그래?”

“태영이 형이 제가 사고친줄 알고 총무과장이 들어오라고 한줄 알았던 모양이에요.”

“그래?”

“나중에 알고 보니 7% 급여 인상 때문에 그런 거였어요.”

“그랬었구나.”

“사장님 고맙습니다.”

“고마울 것 없다. 관리직은 다들 올라가는 거야.”

“그래도 고맙습니다. 급여 올라가면 다음 달에 제가 사당동에서 태영이형한테 한번 쏘기로 했습니다.”

가는 도중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디욘코리아에서 총무과장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우리 기사들 급여 7% 올려준다고 하네.”

“아, 그래?”

“내일 정아 아빠가 디욘코리아 총무과장 만나러가기로 했어.”

“지금 디욘코리아에 차 몇 대 들어오나?”

“처음에 2대였다가 지금 2대 더 늘어 4대야.”

“흠, 그래?”

“지금 정아 아빠가 우유회사 물류를 맡으려고 접촉하고 있는 모양이야.”

“어, 그래?”

“거긴 냉동 탑차들 인데 한 10대정도 필요한 모양이야.”

“그럼 10대 모두 용역 준다는 건가?”

“그런 모양이야. 거기 담당 상무하고 한 고향 선후배인 모양이야. 알고 지낸지도 오래된 사이라고 했어.”

“흠, 거기 터지면 차 좀 늘겠네.”

수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작은 가방 하나만 든 엄찬호와 함께 인천공항으로 나갔다. 공항에서 심운학 감독을 만나 상해로 가기로 한 날이었다.

심운학 감독은 라이더 재킷에 청바지 같은걸 입고 나왔다. 구건호는 언제나 신사용 정장에 속에만 밝은 티셔츠를 입었다.

“너는 이제 들어가 보아라.”

엄찬호가 인사를 꾸벅하며 가방을 구건호에게 주었다. 구건호는 중국에 위안화가 예치된 공상은행 예금통장이 있지만 100만원만 환전을 하였다. 구건호는 환전한 금액에서 2천 위안을 심운학 감독에게 주었다.

“혹시 모르니 가지고 계세요. 하다못해 목마르면 음료수라도 사먹어야 되니까.”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명함입니다. 중국 사람들 하고 인사할 때 명함이 없으면 안 되니까 가짜 명함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심운학 감독이 명함을 자세히 보았다.

“지에이치 미디어의 드라마 제작 사업본부장 겸 감독으로 했습니다. 지에이치 미디어는 조그만 출판사입니다.”

“아, 실제로 있는 회사군요. 그럼 됐습니다.”

심운학 감독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명함을 가방에 넣었다.

구건호는 상해에 도착하여 리스캉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 포동 공항이야 시청으로 갈게.”

“도착했나? 기다릴게.”

구건호와 심감독은 콜택시를 타고 시청엘 들어갔다. 리스캉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여, 구사장!‘

“리스캉, 반갑다.”

둘은 잠시 포옹을 하였다.

“참, 인사해라. 한국에서 드라마 제작 감독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오, 그래요?”

리스캉이 심감독에게 손을 내밀고 악수를 신청했다.

“상해시에서 언론과 연예분야를 총괄하는 담당 국장입니다.”

구건호와 심운학 감독이 리스캉의 안내로 자리에 앉았다. 시청의 여직원이 용정차를 내왔다.

“나는 언제나 용정차 맛이 좋아. 가끔 이 차 생각날 때가 많아.”

“너 갈 때 내가 한통 사줄게. 아니, 왕지엔 보고 한통 부쳐주라면 되겠다. 그쪽 특산물이니까 말이야.”

두 사람이 대화하는 걸 심감독은 멍청히 듣고 있었다.

[구사장이 중국어를 잘 하네. 이 사람이 언제 이렇게 중국어를 배웠지?]

심감독은 꿀 먹은 사람처럼 앉아 있으니 자기 자신이 한심했다. 자기는 돈도 없고 어학 실력도 없는데 구건호는 돈도 많고 어학실력도 저렇게 좋으니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스캉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연안중로(延安中路)에 가면 화도찬청(花島餐廳)이란 음식점이 있어. 한국인이나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수산물 위주 식당이야. 거기서 식사를 하지. 아직 시간은 좀 남았네.”

“올 사람 있나?”

“환러스지(歡樂世紀: 환락세기) 공사 라는 드라마 제작사 사장이 나올 거야.”

“환러스지? 이름이 좋네.”

“지금 두라마 두 편 찍고 거덜 나게 생겨서 ‘환러’ 하지가 못하네.”

“하하, 그래?”

“안당시는 노선패 나와서 대우 계림으로 버스 사러 갔다며?”

“갔어. 거기 나가있는 총경리가 중방 부총경리와 함께 기사들 인솔해서 갔어. 아마 지금쯤 도착했을 거야.”

“정식운행까지는 몇 일 걸리겠구나. 기사들 교육도 해야 되겠지”

“교육?”

“하하, 공산당 교육 같은 건 아니고 노선답사 교육 같은 건 해야 되겠지.”

“흠, 그건 해야 되겠지.”

“광고도 좀 해야 할 거야. 안당시에서 나오는 지역신문에도 광고 크게 때리고 중요한 번화가에 현수막도 걸어 놔야 될 거야. ‘축, 개통 귀양-안당 고속버스 개통!’ 이렇게 말이야 하하.”

“그거야, 거기서 알아서들 하겠지.”

“시간 됐다. 슬슬 나가볼까? 여기서 걸어가도 돼.”

“알았다. 나가보자.”

셋은 시청을 나와 걸어서 연안중로에 있는 화도찬청을 찾아갔다. 한국의 큰 횟집처럼 입구에 수족관이 있는 큰 식당이었다. 수족관에는 온갖 물고기들이 놀고 있었다. 식당 종업원들이 펄떡이는 활어를 뜰채로 떠내는걸 보니 직접 잡아서 요리하는 모양이었다.

“환러스지 예약 손님이요.”

“아, 그러십니까? 이리로 오십시오. 손님 기다리고 있습니다.”

셋은 어떤 방으로 안내되었다. 방에는 둥근 회전테이블과 입식 의자가 있었다. 셋이 들어서자 안에 있던 두 사람이 황급히 일어났다.

“내가 말한 환러스지 제작사의 사장 천바오깡(陳寶剛: 진보강)이네.”

구건호가 천바오깡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국에서 온 구건호라고 합니다.”

천바오깡이 옆자리에 있던 사람을 소개했다.

“감독 우옌(吳岩: 오암)이라고 합니다.”

우옌은 명함을 리스캉에도 주는걸 보니 리스캉이 초면인 모양이었다. 우옌은 명함을 구건호와 심운학 감독에게도 주었다.

구건호가 심운학 감독을 소개했다.

“한국의 유명한 드라마 제작 감독입니다. 상해에서 드라마 제작하는 분들과 교류를 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왔습니다.”

리스캉이 천사장과 우감독에게 구건호를 다시 소개했다.

“구사장님은 현재 회사를 몇 개 가지고 있는 한국의 지에이치 집단의 동사장(이사장)이십니다. 상해도 드라마 제작이 요즘 활발해지고 있어 관심을 가져 보라고 권했더니 오늘 이렇게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혹시라도 이 분에게 비즈니스상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유창한 중국말로 물었다.

“천사장님과 리국장은 원래 잘 나는 사이입니까?”

천바오깡이 말했다.

“어려서부터 친구입니다. 왕지엔도 잘 알고 잇습니다.”

“오, 그렇군요. 난 또 리국장이 환러스지의 주주인가 했습니다.”

“주주라고 말하기도 어렵고 주주가 아니라고도 말하기가 어렵네요.”

“무슨 뜻입니까? 그게.”

마침 음식이 나왔다. 회 같은 요리도 있었고 튀김 요리도 있었다. 리스캉이 나온 음식을 조금 맛보면서 말했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말 나올 것 같지 않아 말하겠네. 실은 내 부친께서 환러스지 공사의 주식 30%갖고 있네. 아들 친구의 회사에 투자하라고 권했다가 평생 모은 재산을 날리게 생겼네.”

구건호는 순간적으로 이진우 장관이 생각났다.

[정치자금을 만들려다 잘못된 모양이군. 부친이름으로 투자하는 거야 상관이 없겠지. 더구나 중국은 검열이 세기로 유명한 나라지만 리국장이 담당국장이니 잘 될줄 알았겠군. 하지만 드라마를 너무 못 만들었던 모양이네. 국수주의만 강조하는 드라마나 만든 모양이지?]

구건호는 고개만 끄덕였다.

구건호가 젓갈을 들어 생선회 한토막을 먹으려고 하는데 천바오깡이 구건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구사장님 중국어가 참 유창하십니다. 언제 그렇게 배우셨습니까?”

“저, 절강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오, 그러시군요! 이 튀김 새우 한번 들어보십시오.”

천사장은 맛있는 음식을 구건호 앞으로 당겨주었다.

“드라마는 몇 편을 찍었습니까?”

“두 편을 찍었습니다. 한편은 지금 방영중인데 두 편 모두 시청율이 저조해 성공은 못했습니다.”

“손해 좀 보셨겠네요.”

“봤지요. 방송국에서만 있다가 나와서 의욕만 가지고 덤비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제 옆에 계신 심운학 감독도 방송국에 있다가 나오신 분입니다.”

“그래도 심감독님은 실패 안하셨잖아요. 혹시 지금 만들고 계신 것이 있습니까?”

구건호가 통역을 해주었다.

심감독은 환러스지 공사의 천사장의 말에 허무한 웃음만 지었다.

[내가 실패를 안 했다고? 이보시오. 나도 쫄딱 망한 사람이요. 지금 철저히 망가져 신용불량인 사람이요.]

구건호가 음식을 먹으면서 말했다.

“그럼 지금까지 만든 두 편이 흥행에 실패했으니 누가 투자하려고 하지 않겠네요. 제작비도 이제는 거덜 났을 거 아닙니까?”

“그래서 이번엔 중국의 유명 작가가 쓴 원고를 받았습니다. 이 방송작가는 내가 방송국에 PD로 근무할 때부터 잘 알던 사람입니다. 내가 어렵다고 하니까 옛날 정리를 보아서 흔쾌히 원고를 주었습니다.”

“흠, 그래요? 현대물입니까?”

“현대물입니다.”

“이제껏 만들었던 것들도 다 현대물입니까?”

“처음 작품은 항일 전쟁물입니다.”

“중국의 항일물은 대부분 진부한 면이 있습니다. 중국 해방군 한사람이 일본군 10명을 무찌르는 장면이 많습니다. 그런 것 젊은 사람들이 식상해 할 수 있습니다.”

구건호의 이 말에 리스캉과 천사장, 우감독이 모두 웃었다. 중국어를 모르는 심감독 만이 어안이 벙벙한 채 눈만 끔뻑이고 있었다.

맥주가 나와서 한잔씩 돌아갔다. 맥주는 여자 종업원이 들어와 직접 따라 주었다.

구건호가 맥주를 시원스럽게 마시고 나서 말했다.

“투자를 받는다면 어떤 방식입니까?”

“회사가 이미 성립했기 때문에 합자사는 어렵고 주식 인수방식으로 할까 합니다.”

“회사의 자산이 있습니까?”

“죄송하지만 자산은 없습니다. 현재 15명의 인력과 그동안 제작활동을 하며 쌓은 노하우뿐입니다.”

리스캉이 말했다.

“전에 나하고 같이 합작했던 곤산시의 금계 산업단지나 안당시의 터미널 사업은 중방 측에서 출자할 토지가 있었네. 그러니까 한방 측에서도 안심하고 투자를 했겠지. 하지만 드라마 사업은 말 그대로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내. 꼭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네.”

“그렇겠지.”

“한국은 드라마를 참 재미있게 만드네. 편집 기술도 우수하네. 나는 구건호라는 자본가의 자본과 한국의 앞선 드라마 제작방식과 중국의 인력이 결합한다면 세 번째 작품은 뜰 것이라고 보네.”

“흠.”

“흥미가 있으면 관심을 가져보기 바라네. 금계산업단지와 안당시의 터미널 사업은 왕지엔 교수가 말한 대로 캐쉬카우 사업이지. 그때는 나도 대박은 아니더라도 확실한 이익은 보장하는 사업이라고 말했었네. 하지만 드라마는 성공을 보장하는 사업은 아니네. 나도 확실히 성공하는 사업이라고는 이야기는 못하겠네.”

“흠, 잘 알겠네. 그런데 환러스지 공사의 설립 자본금은 얼마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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