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32화 (332/501)

# 332

이노비즈 인증 (2)

(332)

금요일 저녁이 되었다.

김영은이 큰 쇼핑백을 들고 퇴근을 하였다.

거실에 누어있던 구건호가 얼른 일어나 쇼핑백을 받아주었다.

“이게 뭐야?”

“이어폰하고 먹을 것 사왔어.”

“이어폰? 태교음악 들으려고 그러나?”

“아이고, 죽겠다.”

김영은은 거실 바닥에 팔을 벌리고 누었다.

“힘들지?”

“다리가 좀 아파.”

“이런, 종아리하고 발이 좀 부은 것 같구나.”

구건호가가 김영은의 종아리와 발을 맛사지 해 주었다. 종아리와 발이 눈에 띄게 부은 것 같았다.

“환자 보느라고 계속 서서 돌아다녀 그렇구나. 임신 중이니까 양해 좀 구하고 쉬지 그랬어. 그리고 거긴 월차나 연차 같은 것 없나? 피곤하면 좀 쉬어.”

“오빠, 나 삼겹살 사줄래?”

“지금?”

“지금도 좋아. 입덧이 사라지고 나니까 삼겹살이 땡기네.”

“그래, 그럼, 나가자.”

김영은은 일어나다 말고 도로 들어 누웠다.

“힘들어 못 나가겠다. 오빠가 한 근만 사와. 집에서 먹자.”

“알았어, 사올게.”

구건호는 슬리퍼를 신고나와 삼겹살과 상추 같은 걸 샀다. 맥주와 콜라도 한 병씩 샀다.

구건호와 김영은이 식탁에 마주 앉아 삼겹살을 구워먹었다. 구건호는 맥주를 마시고 김영은은 콜라를 마셨다.

“행복해?”

김영은이 고개를 들고 구건호를 쳐다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행복해야 태아의 아이도 행복감을 느낀데.”

“이어폰 사온 건 내일 양재천 걸으면서 태교음악 좀 들으려고 그래.”

“태교 여행도 한 번 갈까?”

“어디로?”

“광릉 수목원이나 고궁 같은데도 좋지.”

“멀리 가는 건 싫어. 양재천도 좋아. 차 안 막히는 곳으로 가야지.”

“이제 임신 4개월이 지나 5개월째로 가고 있으니 유산 위험은 없겠다. 입덧도 없어졌다니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어.“

“오늘 환자 한분이 파이네플 통조림 먹는 것 보고 하도 먹고 싶어 혼났어. 그래서 매점에서 하나 사다가 몰래 먹었지.”

“잘했다.”

“그거 먹다가 선배한테 혼났어.”

“왜?”

“환자가 주는 것 함부로 먹지 말라고 해서.”

“그게 환자가 준건가? 당신이 산거지. 선배란 친구 별 오지랖을 다 떠네.”

“설거지 오빠가 해 줄래?”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까 쉬어. 그런데 당신 다리가 부어서 걱정이다.“

“다리보다도 난 체중이 늘어 걱정이야. 2키로 이상 늘은 것 같아.”

“임신했으니까 당연히 늘겠지. 산모가 건강해야 아기도 건강하니 마음껏 먹어.”

“오빠가 설거지 하는 동안 나 목욕 좀 할게.”

구건호가 설거지를 하고 자기도 치아와 손을 닦고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김영은이 있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김영은은 못 보던 옷으로 갈아입고 새로 사온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어? 이 옷 못 보던 옷인데?”

“이모님이 택배로 보내준 임산부복이야. 화장대 위에 있는 박스 금방 뜯어보았어.”

구건호는 김영은이 새 옷을 입고 음악을 듣는 모습이 귀여워 자기도 김영은이 누운 침대 옆으로 가서 들어누었다. 그리고 김영은을 끌어 당겼다. 김영은이 구건호를 밀쳐낼 줄 알았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헨드폰을 벗더니 오히려 구건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구건호가 김영은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빠다 아빠.”

이 날은 구건호와 김영은이 서로 꼭 껴안고 아침까지 잠을 잤다.

구건호가 월요일이 되어 직산으로 출근을 했다.

송사장이 구건호가 있는 사장실로 들어왔다. 구건호가 먼저 말했다.

“클라이슬러 임원은 우리 공장 잘 보고 갔는가요?”

“네, 이것저것을 다 보고 갔습니다. 특히 생산성이 높다고 칭찬까지 하고 갔습니다. 단위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다른 나라보다 우수하다고 하였습니다.”

“좋게 보고 갔다니 다행이네요.”

“노동생산성도 그렇지만 아쎄이(A’ssey) 반의 조립에 관심을 많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클라이슬러는 우리제품 외에 한국에서 가져가는 부품이 몇 개 됩니다. 이걸 아예 우리한테 납품 하게하여 우리가 조립 후 어쎔블리 형태로 납품하게 하는 방안을 연구해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흠, 그래요?”

“이를테면 만동전장이나 이지노팩 부품을 우리가 납품받아서 우리가 만든 부품을 조립후 통째로 클라이슬러에 납품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만동전장이나 이지노팩은 수출 잡힌 게 줄어들고 우리는 오히려 수출이 늘어나는 셈이네요.”

“그렇습니다.”

“만동전장이나 이지노팩이 반발 안 할가요?”

“클라이슬러에 들어가는 량은 많지 않아서 큰 저항은 없을 겁니다. 박종석 이사가 아쎄이 반을 편성한건 잘했다고 보여 집니다.”

“흠, 그래요?”

“잘만하면 A전자의 제품도 어쎔블리 형태로 납품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매출증대에 많은 공헌을 할 것입니다.”

“흠, 그럴 수도 있겠네요.”

“A전자 제품은 량이 많으니 클라이슬러보다는 훨씬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흠.”

구건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건호는 디욘코리아에 가서 임원회의를 소집하였다.

애덤캐슬러 부사장, 김동찬전무, 고희석 상임감사, 윤형식 상무등이 참석했다. 현장을 총괄하는 임원이 있었으면 좋았겠는데 지금은 유희열 부장이 임원이 아니라서 참석을 할 수 없었다.

구건호가 모두 발언을 하였다.

“우리 회사가 발족 된지 1년이 넘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의 노력으로 이제 디욘코리아도 어느 정도 괘도에 올라섰다고 생각됩니다.”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만 들렸다.

“그래서 일부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디욘코리아도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서 더욱 기술혁신의 기업으로 가기위해서는 사회적 인증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노비즈 인증을 적극 추진해볼까 합니다.”

김전무가 바로 답변을 했다.

“이노비즈 인증은 저도 물파산업 시절부터 직접 참여도 해 보았습니다. 이노비즈 인증은 혜택도 있지만 우리가 준수해야할 사항도 따릅니다. 이노비즈는 말 그대로 기술혁신기업 구축이므로 우선은 기술연구소 설립과 R&D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 인력이 필요합니다.”

상임감사가 헛기침을 하고나서 발언하였다.

“기술 연구 조직을 우리가 갖추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 배합실이 바로 기술연구 조직입니다. 저는 배합실을 기술연구소로 명칭을 바꾸고 기술연구소 요원들에 대한 인건비나 실험 장비나 배합 화공재료는 모두 R&D비용으로 바꾸어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전무가 말을 받았다.

“이노비즈 신청은 기업등록도 해야 되지만 기술개발의 환경조성도 중요합니다. 내부 권한위임규정이나 제안제도, OJT교육 훈련에 대한 제도도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구건호가 발언했다.

“방금 전무님께서 하신 말씀은 우리가 이노비즈를 하던 안하던 우리가 실시해야 될 사항들입니다. 따라서 저는 우리 회사에 이노비즈 추진팀을 구성하고자 합니다. 이노비즈 추진팀은 전무이사 직속으로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전부 자기가 가져온 다이어리만 쳐다보고 말이 없었다. 하긴 해야 될 것 같은데 귀찮은 일이 많아질 것 같으니 그런 모양이었다.

구건호의 발언이 이어졌다.

“두 번째는 오늘 날짜로 배합실을 연구소로 하며 연구소장은 촉탁으로 계신 방길훈 전임 지에이치 모빌의 연구소장님을 다시 기용하고 유희열 부장을 부소장으로 하겠습니다.”

김전무가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이노비즈 추진팀 팀장을 영업의 성일기 과장을 배치하였으면 합니다. 회사 전반에 대하여 움직이는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입니다.”

“좋습니다. 영업의 성일기 과장을 이노비즈 TFT의 팀장으로 하고 인증협회의 현장 실사시 대응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의 있으신 분들은 말씀해 보세요.”

김전무가 말햇다.

“사실 전임 연구소장님은 연세가 많아 아무리 촉탁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홀대를 했습니다. 직책 수당도 드리고 자기 집무실과 책상도 배치해 주면 노하우가 많은 분이라 회사에 기여를 하는 바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그분을 부를 테니 사장님께서 면담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흠, 그게 좋겠네요.”

“그리고 아까 이노비즈 추진팀을 전무이사 직속으로 하신다고 했는데 제 생각은 부사장 직속으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추진팀장 위에 추진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애덤 캐슬러 부사장이, 부 위원장에 제가 하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어차피 실무는 저와 팀장이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윤상무도 계속 침묵하기가 미안했던지 한마디 했다.

“배합실을 연구소로 하고 전임 연구소장님을 다시 모시는 일은 현재 공장장 역할을 하고 있는 유희열 부장에게도 사장님이 사전에 이야기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추진팀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특별수당 같은 것 말입니다.”

“흠, 그건 전무님이 나중에 안을 한번 내보세요.”

“알겠습니다.”

싱임 감사가 손을 들었다.

“다 끝나신 것 같은데 제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겠습니다.”

“하세요.”

“우리 회사 관리직들은 지에이치 모빌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에이치 모빌은 지난번 노사 협의 후 임금이 7%가 올랐는데 우리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직원들 급여 인상의 필요성을 애덤캐슬러 부사장이나 김전무님께 말씀드린바 잇습니다. 사장님도 참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구건호가 애덤캐슬러를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 상임감사가 관리직 직원들 급여 인상을 말했습니다. 올려줘도 괜찮겠지요? 애덤캐슬러 부사장님 덕분에 중국과 인도의 수출도 늘고 있는데 괜찮겠지요?”

애덤 캐슬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구건호는 이번엔 김전무를 쳐다보며 말햇다.

“직원들 급여를 올리면 전무님이 영업하느라 또 고달프겠습니다. 직원들 올려도 괜찮겠지요?”

“어휴, 직원들 급여는 진작 올려줬어야 했습니다. 생산직은 년초에 올렸을 때 관리직은 없었습니다. 관리직 올려줘도 생산직 저항도 없을 겁니다. 저는 올려주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알겠습니다. 급여인상은 회의 끝내고 내가 총무과장에게 직접 지시해 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임원들은 자기들 급여가 인상된다니까 모두 좋아하며 회의장을 나갔다.

구건호가 유희열 부장을 불렀다.

“찾으셨습니까?”

“방금 임원회의가 끝났는데 몇 가지 알려줄 사항이 있어서 유부장님을 불렀습니다.”

유부장은 궁금한 얼굴로 구건호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우리 회사도 배합기술이라는 기술력에 의존하는 회사입니다. 이것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이노비즈 인증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관리 문제가 따르지만 한번 받아놓으면 각종 혜택도 많습니다. 이노비즈는 들어보았지요?”

“들어보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연구소 설립이 필수사항이라 현재의 배합실을 연구소로 명칭을 바꾸도록 했습니다.”

“저도 대외적으론 그런 명칭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연구소장을 모셔야겠는데 외부에서 모셔오긴 그렇고, 모빌에 계셨던 전임 소장님이 촉탁으로 있는데 와서 상근하라고 하고 책상을 내줄까 합니다. 유희열 부장은 부소장으로 하고 말입니다.”

“그분 같으면 제가 전에 모시던 분이라 좋습니다. 그러면 지금 공장장 역할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겸임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겸임으로 하면 유부장님이 일이 벅차시겠지만 마땅히 데려올 사람도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유희열 부장은 공장장 겸 연구소 부소장이란 직책에 만족 해 하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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