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31화 (331/501)

# 331

이노비즈 인증 (1)

(331)

구건호는 법인세에 대하여 잠깐 생각해 보았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지에이치 개발 같은 데는 법인세 낼 것도 없지만, 이익을 제법 내고 있는 디욘코리아가 문제란 말이야.]

[디욘코리아는 이대로 가면 연말 유보금이 100억을 넘긴다. 법인세가 22%가 된다고하니까 22억을 뜯긴다는 이야기다. 더욱 장사가 잘되어 1,000억의 이익이 남는다면 220억원을 뜯긴다. 여기에 종업원들이 노조라도 결성해 많이 벌었으니 파이를 나누어 달라고 한다면 또 뜯긴다.]

[앞으로 법인세는 2억 이하를 벌면 10%를 내야하지만 200억 초과 3천억까지 벌면 22%를 내야한다. 3천억 넘게 벌면 25%를 내야한다. 이 사회가 돈을 벌어주었으니 사회에 환원하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이냐고? 그걸 뜯긴다고? 구건호는 악덕 기업인이라고?]

구건호는 뒷짐을 지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마당을 가로질러 상임감사가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구건호는 비서 이선혜를 불렀다.

“찾으셨습니까? 사장님.”

“상임감사님 좀 오시라고 하고 차 두잔 가져와요.”

“알겠습니다.”

상임감사가 기침 소리를 내고 구건호 방엘 들어왔다.

“앉으시죠, 감사님.”

마침 이선혜가 차를 가지고 왔다.

“차 한 잔 하고 싶어 뵙자고 했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상임감사가 먼저 말했다.

“디욘코리아는 순항을 하고 있습니다. 창업 초기에 이만한 성적을 거두는 기업이 흔하지는 않습니다.”

“법인세를 많이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저도 그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요즘 외국과 합작기업이라고 특별히 봐주는 것은 없습니다. 제대로 낸다면 20%에서 22%로 올린다니 고스란히 내야겠지요.”

“감세 방안을 연구해야 되겠네요.”

“이곳 아산은 다행히 수도권 과밀지역이 아닙니다.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에 대하여 알아보고 있습니다.”

“수도권 과밀지역이 아닌 곳에 공장을 세운사람에게는 특별한 혜택이 있는가요?”

“저도 더 알아봐야겠지만 몇 가지 조건이 더 붙을 겁니다.”

“그렇겠지요. 모두 수도권이 아니란 이유로 감면해주면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리겠지요. 공무원 수도 해마다 늘고 복지예산도 해마다 늘어가는 데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노비즈 인증이라도 먼저 받아볼까 합니다.”

“이노비즈요?”

“기술혁신기업을 육성하는 취지의 제도지요. 이노비즈 인증을 받으면 벤처기업 인증에도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흠, 그런가요?”

“이노비즈 인증 자체로는 법인세 감면이 안 되겠지만 벤처기업 인증을 받으면 법인세 감면 혜택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이노비즈란 무슨 뜻입니까?”

“Innovation과 Business의 합성어입니다. 이노비즈 인증은 코스닥 상장요건에도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예비심사 청구시 참고합니다.”

“그래요? 그럼 당장 하시죠!”

“이노비즈 인증은 세무조사도 유예해주고 기술보증기금 혜택 같은 것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더구나 우리가 지금 인도와 중국에 수출까지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노비즈 인증을 받으면 무역 보증보험료를 20% 할인 받을 수도 있습니다.”

“흠, 그래요?”

“더구나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도 있으니 우리도 배합실을 기술연구소로 명칭을 바꾸어 운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도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떨지요?”

“기술연구소로 한다?”

“어차피 지금 모빌에 있다가 이곳에 촉탁으로 오신 전임 모빌 연구소장님이 계십니다. 그 분이 있을 자리도 마땅치 않아 회사를 나오다 안 나오다 하는데 연구소장시켜주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빌은 왜 이노비즈 인증을 안 받는가요?”

“모빌은 받았습니다. 오래된 기업이라 벤처기업은 안 되지만 이노비즈 인증은 받았습니다. 하지만 혜택도 있지만 무슨 보고서나 서류 같은 것을 구색 맞추어 준비해야 되기 때문에 번거로움은 있습니다.”

“흠, 그런가요?”

“한 가지만 더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시죠.”

“관리직들 중에는 모빌에 있다가 넘어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모빌은 지난번 노사협의에 의해서 임금이 일제히 7%정도 올랐습니다. 생산직들은 최저임금 인상율 적용을 받지만 관리직은 그렇지 않습니다. 임금 조정을 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유보금 많이 남겨 세금으로 뜯길 필요는 없습니다.”

“마땅히 올려줘야지요. 이 문제는 감사님과 저와 둘이서 밀실에서 정하는 것 보다 다음번 임원회의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하지요. 감사님이 건의하고 제가 추인하는 형식으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금요일이 되어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한 구건호는 정지영 대리를 불렀다.

“심운학이란 사람 여권 찾아갔어요?”

“예, 찾아갔습니다. 중국 비자 나와서 드렸습니다.”

“흠, 그래요?”

구건호는 리스캉에게 전화를 했다.

“오, 구건호. 안당시는 노선패 나왔다며?”

“계림에 있는 대우버스 가져다 운행시킬 예정이야.”

“상해는 한번 안 올 거야?”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다음 주 초에 갈까? 안당시 문제도 해결 되었으니까 말이야.”

“화요일은 내가 북경에서 회의가 있으니까 안 되고 수요일 날 와라. 술 한 잔 하자.”

“그럴까? 왕지엔도 요즘은 자주 못 만나지?”

“걔 요즘 책 쓰느라고 바빠. 장기 집필에 들어갔어.”

“그래? 학자니까 그러겠네. 그럼 수요일 날 보자.”

구건호는 심운학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에이치의 구건호입니다.”

“아, 예. 사장님!”

“수요일 상해를 방문할까 하는데 괜찮죠?”

“좋습니다.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시간밖에 더 있겠습니까? 사장님 모시고 가겠습니다.”

구건호는 나이도 어린 자기를 모시고 가겠다는 말에 약간 거부감이 들었으나 심감독 입장에서는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 같아 이해를 했다.

“채권자들 고발로 출국 금지신청을 당했거나 그런 사실은 없습니다.”

“형사 사건이 아니니까 그럴 테지요. 상해에 가면 오래 있지는 않고 2박 3일 정도 있다가 올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항공권 구입하면 시간을 문자로 알려 드리죠.”

“알겠습니다. 사장님!”

심운학 감독은 뭔가 살길이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지 바로 친구인 BM엔터테인먼트 이사에게 전화를 했다.

“나, 다음 주 수요일 중국 가기로 했어. 지에이치의 구사장하고 같이 상해에 가기로 했어.”

“그래? 잘됐다. 구사장 그 사람 불알 꽉 잡고 늘어져라. 보아하니 상당한 재력가 같은데 잡은 손 놓치지 마라.”

“부자들이 더 구두쇠라고 하던데.”

“그래도 큰 나무 밑이 더 시원한 법이야. 잘 해봐라.”

BM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자기네 회사의 이현만 회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구사장이란 사람하고 심감독이 같이 상해를 가기로 했답니다.”

“그래? 잘됐네.”

“그런데 구사장의 직산 공장을 지난번에 심감독하고 같이 가봤는데 굉장하더군요.”

“뭐가 굉장해.”

“공장규모도 엄청 크고 종업원도 4백명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기계장비 늘어선 것 보고 심감독도 놀랐었습니다. 심감독은 공장 안을 사진 찍으려다 거기에 있는 공장장이란 사람한테 야단만 맞고 나왔습니다.”

“제조공장은 함부로 공장 내부 사진을 찍으면 안 되지.”

“그런데 젊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큰 공장을 운영하는지 알 수가 없네요. 신사동 빌딩만 해도 2천억이 넘어갈 텐데 말입니다.”

“흠, 아무튼 보통 인물은 아닌 것 같아. 잘 주시해 봐라.”

“알겠습니다.”

문재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고속버스 계약했어.”

“그래? 차 값이 비싸지?”

“따빠(큰 버스)는 한국 돈 2억 5천만 원 정도 해. 그런데 옛날에 대우회장 김우중씨가 어떻게 그런데 까지 가서 버스 제조공장을 차렸는지 모르겠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한 사람 아니냐?”

“인도금은 30% 주기로 했어. 객운공사 본사에서 벌써 베테랑 운전기사 5명을 뽑아서 합자사로 보냈어.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월요일이나 화요일쯤 기사들 인솔해서 차 수령하러 가야돼.”

“멀겠는데? 중국의 거리는 장난이 아닌데.”

“지도상으로 보니까 거리는 멀지 않은데 이쪽 지역 인근에는 산과 강이 많아 계림에서 유주시(柳州市)까지 내려갔다가 하지시(河池市)로 빙빙 돌아간다는데 수 천키로는 될 것 같아.”

“수 천키로? 고속버스 안에서 잠자고 와야 되겠구나.”

“괜찮아, 이쪽 지역은 경치는 끝내주니까 감상이나 하면서 오지. 그런데 진짜 이곳의 산은 괴상하게 생겼데. 계림산수가 정말 희한해.”

“좋은 구경은 많이 하겠구나.”

“유주 같은 대도시는 상관이 없지만 그 이후가 문제야. 길이 나빠 버스 다 긁히지 않을까 걱정도 돼.”

“시간 늦더라고 낮에 운행하고 밤엔 가급적 모텔에서 쉬고 가도록 해라. 차도 차지만 사람 다치면 안 되니까.”

“일단은 인수하러갈 때 중방의 부사장하고 객차사업부장이 같이 가기로 했어.”

“조은화는 안 가나?”

“통역은 안 가기로 했어. 여자가 끼면 잠자리도 불편하고 사실 필담으로 하니까 웬만한 의사소통은 잘돼. 내가 한자급수 2급 자격이 있어서 한문 소통하는 덴 지장 없어.”

“한자 2급? 너 조금만 노력하면 HSK 시험 봐도 되겠다.”

“에이, 아직 그 정도는 안 돼. 듣기는 아직 멀었어.“

“그래?”

“그리고 나 차 샀어. 중방 애들이 자기네 객운공사 사장이 타고 다니는 아우디를 추천해서 좋다고 했어.”

“아우디도 좋아. 그 정도는 타고 다녀야 문사장 체면이 서지.”

“아이고 과분하지. 내가 2, 3년 전만 하더라도 언제 계림 산수를 구경하고 아우디 승용차를 탈줄 알았겠냐? 다 구사장 덕택이지.”

“쓸데없는 소리! 집은 아직 안 샀냐?‘

“응, 계림에 가서 고속버스 인수 후 계약하려고 해. 화계화원 계약할게. 그런데 내가 과분하게 그런데 살아도 되는지 모르겠어.”

“또, 쓸데없는 소리. 36평 이하짜리 아파트 사는데 뭐가 과분하냐? 그것도 회사 명의인데.”

“확실히 돈이 들어오니까 중국 애들 태도가 달라졌어. 나한테 더 잘 하는 것 같아.”

“돈은 수령했다고 하냐?”

“어제 한 모양이야. 그러니까 대번에 아우디 카다로그 들고 와서 차부터 계약하라고 하지.”

“하하, 알겠다.”

“민원인들 문제는 다 해결 되었나?”

“건설 본부장이 어제 보니까 민원인들한테 달래느라고 식용유 한통씩 사다주던데?”

“민원인들이 얼마나 돼?”

“20명 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열댓 명 되는 것 같아.”

“보상은 다 안 해 주었나?”

“왜, 진입로 넓히면서 보상은 다 해주었지. 그런데 진입로가 굴곡이 심해 흙을 까는 과정에서 도로가 높아졌어.”

“흠.”

“그렇게 되니까 비가 오면 지대가 낮은 자기들 집에 침수가 된다고 난리인거야.”

“방수벽을 쌓아 주면 되잖아?”

“높게 쌓아달라고 하니까 분쟁이 생긴 거야. 높게 하면 이쪽의 돈이 더 들잖아. 내가 보기엔 민원인들 억지도 좀 있어. 그래야 돈이 좀 더 나오니까 그런 모양이야.”

“민원인 문제는 한국이나 중국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구나.”

“맞아. 주택이 있는 곳엔 그런 문제가 꼭 있어. 우리가 성환에서 논을 사고 형질 변경할 때는 그 근처에 민가가 없어서 그런 문제는 없었지.”

“그래, 맞다. 아무튼 민원인 문제 잘 해결해라.”

“차 인수하고 나서 또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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