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0
노선권 허가 (2)
(330)
퇴근 무렵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300만 달러 송금 다 했어.”
“은행에서 다른 말없이 순순히 잘 보내준 모양이네.”
“웬걸, 합자 투자계약서 하고 합자사 영업집조하고 우리 회사 세금 완납 증명서 가지고 오라고 해서 은행까지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했네. 거액 송금이라 그런 모양이야.”
“수고하셨네요. 송금확인증은 문재식이 있는 곳에 팩스로 보내줘. 거기서 당장은 돈 못 찾을 거야.”
“알았어. 팩스도 넣어주고 전화도 해 놓을게.”
“선로패가 나와서 내일 고속버스 구매 계약하러 간다니까 돈 보낸 송금증 사본이라도 보내주면 든든하겠지.”
“고속버스는 돈 다 지불해야 끌어올 수 있나?”
“그렇진 않을 거야. 계약금과 인도금이 따로 있겠지. 지난번 45만 달러 보낸 것 있으니까 차 계약금이나 인도금은 문제없을 거야.”
구건호는 퇴근 후 집에서 TV를 보다가 이 생각 저 생각을 하였다.
[김영은이 출산을 하게 되면 서울대병원에 출근하려고 할까? 육아 때문에 당분간은 어렵겠지?]
“그러고 보니 어제 양평 이모가 보낸 택배 이야기를 안 해 줬네.“
구건호는 김영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어제 양평 이모님이 보낸 택배 물건이 왔었음. 내가 깜박 잊고 이야기 못했음]
잠시후 답신이 왔다.
[화장대 위에 올려놓으세요. 출산용품일거예요.]
구건호는 침대에 들어 누워서 자기가 투자한 회사들을 하나씩 점검해 보았다. 먼저 모빌과 디욘코리아를 점검해 보았다.
[모빌은 A전자 때문에 매출이 팍팍 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진우 장관 부친에게는 배당해줄 필요가 없겠지? 주식 취득한지가 1년도 안되었는데 그건 자기들도 인정할거야. 그럼 올 연말의 당기 순이익은 전액 배당 않고 부채를 상환하는 것으로 하지. 나도 배당을 안 받아 갈 테니까.]
[디욘코리아도 매출이 모빌과 연동되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여기는 디욘 본사에서 배당을 요구할 수도 있고. 배당 받은 것만큼 회사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증자를 요구할 수도 있다.]
[디욘코리아는 현재 유보금이 꽤 되니까 배당을 하자고 하면 못 이기는 채 하고 동의하자. 그리면 디욘코리아의 출자는 모빌에서 한 것으로 되어 있으니까 모빌로 배당금이 흘러들어오면 그것도 부채 상환하는 것으로 하자. 그러면 모빌의 부채는 팍 떨어지고 신용도 A의 기업이 될수 있다.]
다음에 구건호는 지에이치 개발을 점검해 보았다.
[신사동 빌딩 하나 덜렁 가지고 있는 지에이치 개발은 이익도 안 나고 겨우 인건비 충당만 하고 있단 말이야. 감가상각 적립도 제대로 못해 놓았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처음 살 때의 2,100억원 짜리 빌딩은 아니다. 아마도 2,500억은 되어 있을 것이다. 강남 아파트값 봐라. 지금 다락같이 올라가고 있지 않은가?]
[지방 아파트는 지금 분양도 안 되고 매매도 잘 안 되고 있다. 하지만 강남 아파트는 어제의 20억짜리가 지금 30억이 되고 있다.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흐흐흐, 국민들이 부동산 정책이 잘못되고 집 없는 사람 집 장만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지만 힘없는 국민이 어쩔 건가? 그렇게 떠들다 말 것이 아닌가? 내가 강남 한 복판에 빌딩을 잡은 건 신의 한 수다.]
구건호는 중국의 김민혁이 운영하는 소주 기차배건 유한공사와 신사장이 운영하는 지에이치 미디어도 점검했다.
[소주 기차배건 유한공사와 지에이치 미디어는 이미 작년에 배당을 통해 투자액은 다 뽑아 먹었다. 김민혁과 신정숙 사장이 모두 유능한 사람들이니까 알아서들 하겠지. 10원을 벌든, 100억 원을 벌던 이젠 그들이 알아서 하고 나한테 배당만 해주면 된다.]
[지에이치 로지스틱스는 규모도 작고 빚도 없는 회사니까 그런대로 현상유지만 하고 굴러가도 되겠지. 문재식의 중국 합자사는 오늘 300만 달러를 보냈는데 이제부터는 터미널 사업은 합자사 명의로 토지등기 안 해주면 다음 출자액은 못 보낸다고 버티자. 고속버스 사업은 투자액의 이자는 나오니까 문재식에게 맡겨놓고 과실송금이나 챙기면 된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터미널 토지를 합자사 명의로 등기 이전을 해준다면? 그럼 중국내에서 내가 파이넨스를 일으킬 수 있겠지. 그럼 그 돈으로 터미널 건설하면 된다. 중국 애들이 그건 원하지 않겠지. 토지등기도 안 해주면서 3차, 4차 출자금 가져오라고 공갈이나 치겠지?]
[역시 지에이치 산하의 현재 주력 기업은 지에이치 모빌과 디욘코리아야. 다른 데는 보잘 것 없고 그냥 구색 맞추는 정도야. 지에이치 모빌이 어느 정도 클까?]
구건호는 이런 생각을 하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실내등도 끄지 않은 채 잠이 들어버렸다.
목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주력 기업이라고 생각되는 지에이치 모빌을 방문했다. 새로운 생산기계 설치를 위해 공사하고 있는 생산 B동은 벌써 벽면이 만들어져 있었다. H빔이 올라가고 나서 벽면은 이미 만들어진 판넬을 조각조각 붙이기만 하면 되었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구건호가 쳐다보니 뜻밖에도 디욘코리아의 윤상무였다.
“여기 나와서 지원근무 하는 겁니까?”
“예, 오전에만 잠깐 나와서 봅니다. 송사장님의 요청으로 완공시 까지만 그렇게 하기로 하였습니다.”
“거의 다 된 것 같네요.”
“예, 이제 전기시설 하고 냉각시설만 하면 됩니다.”
“혼자 수고가 많습니다.”
“아닙니다. 여긴 기술자들이 많아 일 하기도 편합니다. 저는 그저 용역회사에서 온 사람들 감독만 하는 정도입니다.”
“기계 설치는 언제나 되겠습니까?”
“다음 주 말이면 가능합니다.”
박종석 이사가 왔다.
“여기 생산B동 완공되면 사람들 또 뽑아야겠지?.”
“그렇지 않아도 워크넷 모집 광고를 총무에서 올려놓았어. 이번에 생산직 직원들 들어오면 우리 회사 종업원이 이제 400명을 돌파해.”
“400명? 많기도 하다.”
“송사장 이야기 들으면 내년에는 더 늘어날 전망이 있다고 했어. 오늘 클라이슬러 임원이 온다고 현장관리 잘해 놓으라고 했어.”
“흠, 그래?”
“형, 나 그리고 요즘 토익 공부 하고 있어.“
“토익?”
“여기 천안에는 한국 기술교육대학이 있어. 3학년 편입시험 보려고 그래.”
“한국 기술교육대학이 여기에 있었나?”
“나도 몰랐는데 송사장이 알려줬어. S기업 있을 때 거기 기술 관리직 직원들이 한국 기술교육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고 그랬어. 거긴 석박사과정도 있다고 하네?”
“그래? 그런데 기술직인데 영어를 보나?”
“전적대학 성적이 25% 들어가고, 영어가 25% 들어간데.”
“나머지는?”
“나머지는 면접과 구술이래.”
“종업원이 올해 벌써 400명이 넘어간다니 하긴 해야겠구나.”
“영어를 하긴 해야겠어. 오늘 같은 날 클라이슬러 임원이 왔을 때 공장장이란 사람이 나와서 영어로 좔좔거리며 안내해봐 얼마나 멋있겠어.”
“하하, 그건 그렇구나. 영어공부 하느라고 집에 가면 애볼 시간도 없겠구나.”
“와이프가 오히려 더 극성이야. 공부하라고 애 얼굴도 못 보게 해.”
“하하, 제수씨가 그래? 그런데 한국 기술교육대학엔 뭘 전공할 거냐?”
“내가 아는 게 생산밖에 더 있겠어?. 메카트로닉스 공학부라고 있어. 거길 가볼까 해.”
“메카트로닉스 공학?”
“거기 가면 생산시스템 전공이나 제어시스템 전공 같은 것이 있는데 난 생산시스템 전공하려고 그래.”
“흠, 그래?”
“송사장은 거기서 4년제 졸업하면 바로 대학원은 산업 경영학부 진학하라고 했어. 형한테 이야기해서 등록금은 회사경비로 대준다고 했어.”
“갈수만 있다면 회사 경비로 얼마든지 대 주지. 열심히 해 봐라. 기특하다.”
“헤헤, 고마워.”
“그리고 호서대학의 원어민 교사는 요즘 여기 안 오니?”
“오다가 수강자가 줄어들어서 없애 버렸어. 여기 생산B동 완공되고 생산직들 더 들어오면 다시 한 번 하자고 총무이사한테 건의 해 봐야겠어.”
“아냐, 내가 총무이사한테 강력하게 시행하라고 지시해 놓을게.”
“내가 이야기했다고 그러지 마. 총무이사가 싫어할 수 있어.”
“하하, 알았다.”
구건호는 사장실에 올라가서 비서 박희정을 불렀다.
“총무이사 좀 불러 봐요.”
총무이사가 다이어리를 들고 사장실에 들어왔다.
“생산B동 완공에 따라서 생산직 추가 모집 공고는 냈지요?”
“네, 워크넷에 모집 공고 중입니다.”
“오늘 클라이슬러 임원이 온다는 이야기는 들었지요?”
“들었습니다.”
“디욘코리아는 지금 매일 아침 호서대학교 원어민 교사를 불러다가 교육 중에 있는데 여긴 요즘 안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기도 다시 실시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출석율 체크해서 인사고과나 호봉심사에 참고한다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송사장은 클라이슬러 임원 때문에 서울에 갔는가요?”
“예, 여의도에 있는 호텔에서 픽업하여 이리로 온다고 하였습니다.”
“알겠습니다. 경리이사 좀 들어오라고 하세요.”
총무이사가 구건호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나갔다.
김민화 경리이사가 자료를 들고 사장실로 들어왔다.
“지금 거래처 수금 들어오면 부채 상환부터 하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오늘 현재 금융권 장단기 차입금, 외상매입금, 미지급금 현황표 좀 뽑아서 가져와 봐요.”
“알겠습니다.”
“요새 B2B할인은 잘 안하지요?”
“특별히 나갈 데가 없으면 안합니다.”
“알겠습니다. 방금 말한 것들 자료나 뽑아 봐요.”
구건호는 경리이사가 뽑아온 서류를 검토하고 디욘코리아로 넘어갔다.
엄찬호가 운전하는 벤틀리 승용차가 천안 음봉면을 지나 아산시 영인면으로 들어왔다.
“야, 아산 방조제 있는데 가서 조개탕이나 먹고 가자.”
“조개탕요?”
“너, 조개탕 싫으냐?”
“아뇨, 좋아해요.”
구건호와 엄찬호는 평택 국민관광단지 안에 있는 횟집 촌으로 가서 조개탕을 시켰다. 조개탕엔 조개만 있지 않고 여러 가지 해산물이 들어있었다. 둘은 횟집 촌에서 해삼과 멍게까지 먹고 디욘코리아 사무실로 왔다.
엄찬호는 디욘코리아 현관 앞에 차를 주차 하자 마자 경비실로 달려갔다.
“저 녀석이 어지간히 졸린 모양이군. 계속 오면서 눈을 비볐어. 경비실에 숙직 방이 있으니 한숨 자겠구먼. 저놈이 낮잠 좋아하는 것은 나를 닮았나? 그런 건 닮지 말아야 하는데.”
구건호가 사장실에 들어가자 비서 이선혜가 차를 가지고 왔다.
“나, 커피 좀 줄래요?”
비서가 커피와 신문을 가져왔다.
“경리 조명숙 차장 좀 들어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경리 조명숙 차장이 다이어리를 들고 들어왔다.
“오늘 날짜 현재로 사내 유보금이 얼마나 되지요?”
“81억 원입니다.”
“흠, 3월 31일 시제가 42억이었는데 늘긴 좀 늘었군. 조차장도 알다시피 여긴 부채가 없으니 늘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법인세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네요.”
“거래하는 세무사 사무실에 알아볼까요?”
“조세 특례 제한법을 개정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저도 들었습니다. 외국인 투자 감면 혜택을 줄인다고 해서 저도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에이 씨, 정부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공장을 말레이시아로 옮겨버리던가 해야지! 못해먹겠네!”
구건호가 화를 내며 하는 소리를 듣고 경리차장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건호를 쳐다보았다.“
“법인세 감면 혜택이 있을 겁니다. 자세한건 제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한번 조차장이 알아보도록 하세요. 시간 있을 때 세무사 사무실에 한번 가보세요.”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