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7
모빌과 디욘코리아 생산 확대 (1)
(327)
월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엄찬호와 함께 직산의 지에이치 모빌로 출근을 했다. 지에이치 모빌은 생산동을 짓기 위하여 H빔 기둥이 올라가고 있었다. 아직 벽면을 입히지 않은 채 H빔 기둥들이 하늘을 향해 서 있었다.
구건호가 현장을 돌자 공장장 역할을 하고 있는 박종석 이사가 뛰어왔다.
“어느새 터파기도 다하고 H빔 기둥들이 올라갔네.”
“터파기는 형이 중국 간 사이에 다했고 시멘트 마르자 거푸집 떼어내고 H빔 박았어. 소리가 나는 작업들은 토요일, 일요일 다했어.”
“네가 수고가 많았구나.”
“나만 수고한건 아니야. 디욘코리아의 윤상무도 나왔고 송사장도 토요일, 일요일 다 나왔었어.”
“그래?”
“송사장은 새로 발주한 기계 장비들은 이곳으로 다 배치한다고 했어.”
“유압 프레스기들은 다 현대 캐피탈을 통해 리스로 가져오나?”
“그건 송사장이 주관해서 하는 일이라 난 잘 모르겠어. 하지만 리스로 가져온다는 소린 내가 들었어.”
“여기 생산동 설치해도 전기 용량은 괜찮냐?”
“아직은 괜찮아. 한전하고 협의할 정도는 아니야.”
“그래?”
“형 포천에서 나랑 가구 공장에 다닐 때 기억 나?”
“무슨 기억?”
“그때 가구공장 사장이 전기세를 못내 한전에서 전기 끊으러 왔잖아.”
“흠, 기억난다. 460만원 전기세 못내 한전이 작업차를 동원해서 전봇대 올라가 전기선을 싹둑 잘랐지.”
“우리 급여도 그때 두 달치 못 받았잖아?”
“월 180만원 받을 때니까 360만원 못 받았지. 우리가 그때 노동청에 가서 체당금으로 받았지. 아마?”
“체당금으로 받고 그 공장은 결국 넘어갔지.”
“사장이 문제였어. 여자들 들어오기만 하면 엉덩이 만질 생각만하니 그게 문제지. 엉덩이 만지고 싶으면 술집여자나 만지지 왜 일하러 온 근로자들 엉덩이를 만져?”
“미친놈이야. 나이 살이나 먹은 사람이.”
구건호와 박종석은 천천히 공장 공사현장을 돌았다.
“형, 중국서 재식이 형은 잘 있지?”
“잘 있어. 기자회견 때 수십 명의 기자들이 달려들어 문재식이 한테 사진도 찍고 마이크도 들이대고 하니까 유명인사가 된 것 같아.”
“킥킥, 거기선 유명인사가 된 모양이네.”
“문재식이가 자리 잡으면 너도 휴가 때 부부 동반하여 거기나 놀러갔다 와라.”
“거긴 소수민족이 사는 마을도 있고 그렇다며?”
“맞아. 묘족도 있고 장족도 있고 그래.”
“형, 나는 형들이 있어 행복한 놈이야. 한국에선 건호 형이 있어서 뒤를 봐주지. 상해가면 민혁이 형이 와서 술 사주지. 또 중국 서부지역 귀주성에 가면 재식이 형이 차가지고 나와서 술 사주지, 정말 나는 행복한 놈이야.”
“미친 놈! 나는 오히려 네가 있어 행복하다.”
구건호가 사장실에 올라와 차를 마시고 있는데 송사장이 들어왔다.
“시카고 모터쇼에서 만났던 미국 클라이슬러 임원이 우리 회사를 방문하겠답니다.”
‘우리 회사를요?“
“클라이슬러 한국내 판매 대리점도 둘러보고 겸사겸사해서 우리 공장을 방문하겠답니다. 어쩌면 오더를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오면 대응 잘 하세요. 접대도 잘 하시고요.”
“알겠습니다.”
“A전자는 꾸준히 잘 나가고 있죠?”
“잘 나가고 있습니다. A전자 수원연구소의 신제품 물량도 거의 당진공장 기존제품 수준까지 올라간 상태입니다.”
“월 매출액 50억 정도 증가는 문제없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불량만 잘 잡아주면 롱런 할 수 잇습니다. 당진공장 공장장도 불량에 대해서 신신당부 했습니다. 어차피 우리 불량이 들어가면 거기 라인도 서게 됩니다.”
“흠, 그러겠지요.“
“A전자가 우리한테 준 금형도 불량업체에서 회수해 논 금형을 우리에게 준겁니다.”
“그런데 같은 금형인데 먼저 회사는 불량이 나오고 우리 회사는 불량이 안 나옵니까?”
“박종석 이사와 우리 연구소 오상무가 분석을 했습니다. 원재료가 재생품을 섞은 것 같고 제품 나올 때 온도가 너무 높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흠, 그래요?”
“박종석 이사와 오상무가 서로 따로 분석을 했는데 같은 말이 나온걸 보니 그럴 가능성이 많습니다.”
“흠, 재생품을 섞는다?”
“업계의 공공연한 관행입니다. 재생품을 써야 원가를 낮추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흠, 그래도 재생품을 쓰면 되나요? 집에서 쓰는 플라스틱 바가지를 만드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 온도는 왜 또 그렇게 높였답니까?”
“속도 때문이겠지요.”
“속도요?”
“온도를 높이면 제품이 압출기에서 나오는 속도가 빠른 건 사실입니다.”
“흠, 그럼 하루 1천개 생산할 걸 1,500개 생산할 수 있다 이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래도 A전자 연구소의 검사에서 합격해서 받아 주었을 것 아닙니까?”
“물론 합격을 했지요. 하지만 수출과정에서 태평양이나 인도양을 건너다보니까 제품이 변질되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돌린 거지요. 금형을 회수당한 구미의 공장은 엄청난 클레임 때문에 지금 법정관리에 들어가 문을 닫게 생겼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흠, 우리도 조심해야 되겠네요.”
“다행히 우리 회사는 연구소 소장이 뮌헨공대를 나온 실력 있는 공학박사이고 공장장 박종석 이사 또한 현장 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입니다. 박종석이사의 쇠를 다루는 솜씨는 일찍이 세계적 기술자인 사카다 이쿠조씨도 인정한바 있습니다.”
“흠, 그래요?”
구건호는 박종석 이사가 대견스럽기도 하였다.
“그럼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송사장이 인사를 하고 나갔다.
구건호는 소파에 기대어 박종석 이사를 생각해 보았다.
[짜식, 설렁탕집 아들로 태어나 만날 공부 안하고 만화책이나 보던 놈이 그런 재주가 있었네. 하긴 그놈이 어렸을 때부터 뭐 만들기를 좋아는 했어. 딱총도 만들고 팽이도 파는 것 하고 똑같이 만들기도 했지.]
[자기가 만든 팽이를 이웃동네 사는 애들한테 뺏겨서 내가 찾아다 준 기억도 나네. 손재주가 있는 그놈이 여러 회사 공장을 거치면서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덕분에 맥가이버 박이란 별명을 들은 거야.]
[그놈이 중학교 때 총을 만든 것도 기억나네. 장난감 딱총에 망가진 우산대를 이용해 초를 집어넣고 터트리는 총을 만들었었지. 병도 깨트리는 위력적인 총이었어. 그걸 이석호가 팔라고 하도 졸라 만원 주고 판 것이 기억나네. 이석호는 그럴 들고 다니며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쐈다가 경찰한테 걸렸었지. 이석호가 경찰한테 총도 뺏기고 따귀도 얻어맞고 했던 장면이 기억이 나네.]
구건호는 지에이치 모빌에 대하여 생각을 해보았다.
[지에이치 모빌의 주 거래처인 A전자, S기업, 만동전장, 이지노팩, 클라이슬러.... 모두 대기업들이다. 대부분 조 단위가 넘어가는 대기업 들이야. 지에이치 모빌도 금년말 1천억은 무사히 넘길 것 같다. 내년엔 2천억을 넘기고 코스닥 상장하면 내 지분은 5배 이상 튄다.]
[상장의 혜택으로 올라간 내 주식은 금융기관이나 국민연금, 군인공제회, 사학연금 같은 기관에 일부를 3자 매각도 할 수도 있겠지. 그러면 막대한 현금이 들어온다.]
구건호는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
구건호는 2층 사장실에서 공장의 광장을 쳐다보았다. 욍욍거리며 광장을 왔다 갔다 하던 지게차들이 보이지 않고 작업 근로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음? 점심시간인 모양이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구건호는 엄찬호에게 전화를 했다.
“찬호냐? 12시 15분쯤 현관 앞에 차 대기시켜라. 밥은 밖에 나가서 먹자.”
“알겠습니다. 사장님.”
12시 15분쯤 되니 회사 종업원들은 대부분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라 구건호와 엄찬호는 조용히 회사를 빠져 나왔다. 엄찬호가 룸미러를 보며 말했다.
“사장님, 어디로 모실까요?”
“한우 갈비나 먹으러 가자.”
“갈비요? 좋지요.”
엄찬호의 입이 벌어졌다. 엄찬호는 고기를 무척 좋아했다. 일식집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구건호와 엄찬호는 아산에 있는 유명 갈비집에 들어가 갈비를 뜯었다.
“많이 먹어라.”
“예.”
“태영이는 잘 있지?”
“예. 지난주 토요일 우리 가족들을 소집했었습니다.”
“왜?”
“일본에서 오는 VIP경호를 맡았어요. 이번주 금요일날 오는데 저는 사장님을 모시기 때문에 뺐습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할 수 있잖아?”
“태영이 형이 제 스케줄은 금요일 저녁에 알려달라고 했어요. 회사 차는 회사에서 토요일 일요일도 긴급하면 쓸 수 있는 거니까요.”
“흠, 그러기는 하겠지. 그런데 온다는 VIP가 누구냐? 정치인이냐?”
“아닙니다. 유명 배우랍니다.”
“배우?”
“펜을 가장한 이상한 또라이들이나 잡지사 기레기들을 쫓아내는 일을 할 겁니다. 저희 식구 대여섯 명만 뜨면 이런 건 다 해결됩니다.”
“그런가?“
“기레기들이 달려들면 목을 낚아채 팔을 꺾기도 합니다. 그런 건 태영이 형이 순식간에 합니다.”
“그러다가 진짜 다쳐서 깜빵 가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니까 태영이 형이죠. 안 다치게 혼만 내는 겁니다.”
“그래? 그래도 조심해야지. 야, 근데 갈비 다 먹었다. 1인분 더 시킬까?”
“헤헤, 고맙습니다.”
구건호는 갈비를 뜯으며 맥주도 한잔 마셨다. 엄찬호는 운전을 하기 때문에 콜라만 마셨다.
“야, 가다가 아산 스파에 들리자. 온천물에 사우나나 하고 가야겠다. 너도 같이 들어가자.”
“저는...”
“지금 주중에 이 시간엔 사람도 없어. 같이 가.”
“알겠습니다. 사장님.”
구건호와 엄찬호는 온천물에 사우나까지 하고 디욘코리아로 넘어갔다.
현관 앞에 차를 세우는데 김전무 차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어디 다녀오십니까?“
“A전자 납품회사 두둔데들 들리고 오는 길입니다.”
“반응은 있습니까?”
“A전자 해외 수출품은 대부분 우리 회사 제품을 쓴다고 하니까 성적서를 보내달라고 하네요.”
“흠, 그렇습니까?”
“재생품 써서 법정관리로 넘어간 구미의 공장을 보라고 했더니 다들 디욘코리아 것을 구매하겠다고는 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왜요?”
“단가가 안 맞는 다고 합니다. 우리 제품 톤당 480만원은 비싸다는 겁니다.”
“흠, 그렇다고 단가를 내릴 수는 없지요.”
“그럼요. 단가는 한번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더구나 한군데 깎아주면 다른데 전부 다 가격 다운시켜줘야 합니다. 그 회사에 못 팔더라도 가격에 손대면 안 됩니다.”
“우리가 중국이나 인도에 나가는 수출품은 460과 450에 나가지요?”
“수출품은 원래 좀 적게 나갑니다. 하지만 국내 판매 단가는 조정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판매가 부진하겠네요. 그렇다고 A전자에서 납품단가를 올려줄건 아니잖습니까?”
“두고 보십시오. 우리 제품 찾을 겁니다. 구미공장 클레임 이후론 A전자도 비상이 걸려 자체 검사를 강화하고 있으니까요. 재생품 !%만 섞여 들어가도 바로 납품 중지시키고 있습니다.”
“재생업체도 서리를 맞겠네요.”
“원래 플라스틱이나 인조고무는 재생이 가능한 것과 재생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재생을 집어 넣어야 단가를 떨어트리니까 A전자 감사팀에서 수시로 납품업체 현장 순회도 하고 있습니다.”
“올라가서 차 한 잔 하시죠.”
“알겠습니다. 얼른 손 좀 닦고 사장님 실에 들리겠습니다.”
구건호가 사장실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김전무가 애덤캐슬러와 함께 들어왔다. 애덤 캐슬러는 통역 채명준을 데리고 들어왔다. 애덤 캐슬러는 계속 벙긋거리며 들어왔다.
“캐슬러 부사장은 무슨 좋은 일이 있나 계속 벙긋거리네요. 앉아요. 의자에.”
구건호의 말이 떨어지자 모두 의자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