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22화 (322/501)

# 322

버스 터미널 건설 (1)

(322)

수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신사동 빌딩에 잠깐 들렸다가 중국으로 가기 위해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구건호는 가는 도중 차 안에서 김영은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일 목요일 중국 귀주성 안당시에서 합자사 설립 본 계약이 있어 출장을 가게 됐어. 금요일 저녁에 돌아와. 몸 관리 잘 하고 있어.]

김영은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잘 다녀오세요.]

구건호는 중간에 마트에 잠깐 들러 김과 명란젓, 고추장 같은 것을 샀다. 문재식에게는 이런 선물이 반가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자기도 처음에 항주시에서 호텔 식당을 인수하여 사업 시작할 때 얼마나 한국 음식이 그리웠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귀주시 귀양 공항에는 문재식이 직접 나와서 구건호를 영접했다.

“어? 총경리가 직접 나왔네.”

“구사장, 반갑다. 여기서는 한국 사람만 보면 반갑다.”

“하긴, 여긴 한국 사람들이 없는 지역이라 더 그럴 거다.”

“그래서 그런 모양이야. 오래간만에 한국말 하니 좋다.”

“내일 본 계약식에 서명만 하면 되나?”

“일이 좀 거꾸로 된 것 같지만 중방 측에서 본 계약 서명을 받아 놓으려고 그러는 모양이야. 중요한 것은 건설자금 들어오는 것에 대한 계약서를 비치해 두려는데 있지.”

“그렇겠지. 중방 측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건 버스 운송사업보다는 터미널 건설에 있으니까.”

“그 말은 맞아.”

“사무실을 배정 받았다고?”

“응, 구터미널 건물에 있는데 도배도 하고 등도 달아놓았는어. 중국 애들이 사무실 등을 무슨 술집에 있는 등 같은걸 달아 놓았어. 킥킥.”

“사무실은 타미널이 완공되면 헐리겠구나.”

“헐리겠지. 터미널 공사기간이 2년이니까 2년 동안은 그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될 거야.”

“그럼, 지금 터미널로 가겠구나.”

“터미널 사무실에 가면 중방 측 대표인 창춘 부사장(부총경리)이 상근하고 있어. 이 친구 얼굴이나 보면 돼. 왔다는 인증이니까.”

“그러면 창춘 부사장은 자기들 본사하고 시 교통국에 보고하겠구나.”

“그러겠지. 계약 서명식은 내일 오전 10시라고 하니까 그 안에 나오면 돼. 내일 서명할 서류는 한부 넘겨받았어. 조은화에게 번역을 맡겼으니 도착하면 검토해봐.”

“알겠어.”

구건호는 창밖의 넓은 들판을 바라보았다. 농시를 짓지 않는 빈 땅들도 많았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구건호를 향하여 문재식이 물었다.

“중국에서 제일 부러운건 땅이야. 봐봐. 좀 넓어?”

구건호도 돌아서며 웃으며 말했다.

“너도 나하고 똑 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나도 4년 전 중국에 처음 들어올 때 중국의 끝도 없이 펼쳐진 대지를 보고 부러운 생각이 들었었지. 우리나라도 저렇게 드넓은 땅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했지.”

“호텔은 잡아 놓았지?”

“잡았어. 시내 중심가에 있는 샹그릴라 호텔이야.”

“왜? 너 있는 호텔에 잡지 그랬어?”

“샹그릴라는 4성급이고 나 있는 곳은 3성급이야. 그게 구사장 체면에 좋아. 중국 애들도 체면 많이 따지잖아.”

“이 차, 아우디인 것 같은데 네 차 아니지?”

“아니야. 아직 차 안 나왔어. 이 차는 중방 동사장 차야.”

“너 집도 아직 안 얻었지?”

“본 계약하고 바로 얻기로 했어. 120평방미터 이하로 하면 동의한다고 했어.”

“36평 이하로 하라는 말이네. 임대로 할 건가? 살 건가?”

“산다고 하는 것 같은데?”

“아파트는 좋은데 얻어라. 회사와 멀지 않고 환경 좋은데 얻어야 해. 안전문제도 있으니까.”

“하나 봐 둔 데가 있긴 있는데 아직 내부 구경은 못해보았어.”

“여기가 서부지역의 지방의 작은 도시라고 해도 시내인구는 꽤 되니까 비싼 지역은 비쌀 거다. 30평이라고 해도 1억 5천만 원은 넘어갈걸?”

“땅값은 싸다고 해도 건축비가 있으니까 그렇게는 하겠지.”

“다음에 돈 보내는 것은 건설자금이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300만 달러를 내가 보내야 돼. 300만 달러 들어오면 고속버스 몇 대 사고 건설 토목공사비용은 충당이 되겠다.”

“흠, 너는 건설에 대해서도 잘 알겠다. 지에이치 모빌 공장과 디욘 코리아 공장 건물을 직접 지어보았잖아?”

“대략 윤곽만 알고 자세한건 몰라. 내가 건축과 출신도 아니잖아? 인천 주안에서 낡은 연립 17평짜리에 살면서 너랑 나랑 만화책만 빌려보았잖아.”

“하하하.”

차는 계속 달렸다. 귀양에서 3시간 정도를 달려야 안당시 이므로 차는 계속 달렸다. 멀리서 물소를 끌고 가는 농부가 보였다.

“여기도 물소가 있네.”

“물소고기는 맛없다며? 소고기는 우리나라 한우가 최고라며?”

“한우가 좋지. 그러고 보니 한우 등심구이에다가 소주 한잔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하, 기회 닿으면 한번 그렇게 하자.”

한참을 말없이 달리다가 구건호가 물었다.

“그럼 건설은 아직 움직임이 없겠네.”

“아무 움직임 없어. 아직은 허허벌판 그대로야. 참, 지질검사를 한다는 소릴 들었어.”

“지질검사? 그건 해야겠지.”

“꼭 해야 되는 건가?”

“해야지. 그래야 파일을 박는 깊이가 결정이 되지.”

“흠, 그런가?”

“지질검사를 통해서 지반이 단단한가, 무른가를 보겠지. 터미널 같이 큰 건물은 파일도 깊게 박을 거야. 파일을 깊게 박고 그 위에 건물을 앉혀야 튼튼하겠지. 지진에도 견디고 하려면 얘들도 조사는 철저히 할 거야. 그래야 공사 허가도 떨어지지.”

“그런가?”

“이 기회에 건물 공사하는 거나 잘 배워둬라. 다 귀중한 경험이 될 거다. 우리가 토목쟁이나 건축쟁이는 아니더라도 하는 절차나 방법이라도 알아두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식이 될 거야.”

“건설 일지라도 써야겠구나.”

“건설회사는 정했나?”

“아직 안 정한 것 같아. 말 들으니 공개 입찰한다고 하는 것 같던데?”

“말은 그렇지. 공개입찰은 형식이고 내부적으론 건설회사가 정해졌을지도 몰라. 나중에 우리 합자사와 건설 계약하는 건설회사 사장을 잘 봐둬라. 틀림없이 여기 시 정부 고위층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도 그런가?”

“그야 모르지. 하지만 우리나라는 건설공사도 국가 발주공사는 온비드를 통하니까 중국보다는 덜 하겠지.”

“넌, 참 아는 게 많다. 신기해.”

“많이 알긴! 다 들은 풍월이지.”

구건호를 태운 아우디 승용차는 마침내 안당시 구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터미널엔 낡은 버스 10여대가 서 있었고 대합실에는 차를 기다리는 시골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었다. 문재식은 자기가 쓰고 있는 사장실로 구건호를 안내했다. 단층짜리 건물이라 나가면 바로 마당이 나왔다. 조은화가 반갑게 뛰어왔다.

“쥐쫑(구사장)!”

“오, 조은화씨! 잘 있었어요? 고생이 많지요?”

“아녜요. 원쫑(문사장)이 잘해줘 편하게 있어요.”

“우리 원쫑 잘 좀 부탁해요.”

“염려 놓으시라요. 원쫑 지금 잘하고 있는 거야요.”

“하하, 그래요?”

구건호가 왔다는 소리를 듣고 중방 부사장 창춘이 달려왔다.

“여, 구사장!”

“오, 창춘 부사장!”

둘은 서로 악수를 하였다.

“내일 오전 10시에 본 계약 서명식이 있습니다. 구사장님은 오늘 저녁은 쉬셨다가 내일 아침 9시 30분까지 여기로 출근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본 계약은 한국 지에이치 로지스틱스 동사장(이사회장)인 구건호 선생과 중국 귀주성 안당시 객차유한공사 사장이며 합자사 동사장인 옌룬셩 선생이 체결할 것입니다.”

“그러겠지요.”

“본 계약에 대한 정부부문 확인을 위하여 시 교통국 국장이 계약식에 입회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모레 오전 11시에 시내에 있는 프라자 호텔에서 중한 합자사 설립 신문발표회를 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행사 준비하느라고 부사장이 바쁘시겠습니다.”

“하하, 당연히 해야지요.”

사실 중방측 부사장은 행사 준비로 고달팠다. 사람들 초청이며 행사장 현수막이며, 장소 임대며 모든 것이 신경 쓸 것 천지였다. 문재식은 외국인기이기 때문에 팔짱만 끼고 있으면 되지만 중방 측 부사장은 자기가 모든 걸 신경 써야만 했다.

“부사장님은 행사준비로 스트레스를 받는지 입술까지 부르텄네요?”

“하하, 이거요? 괜찮습니다. 각 부서도 설치했으니 한번 돌아보십시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구건호는 합자사 부사장인 창춘과 사장 문재식, 그리고 통역 조은화를 데리고 각 부서를 돌았다. 먼저 영운(영업)부부터 들렸다.

“영운부장입니다.”

40대 초반의 야물게 생긴 남자가 구건호에게 인사를 했다.

“남창시에 있는 운수학교를 나와 객운공사에서 12년째 일하다가 합자사로 넘어 왔습니다.”

구건호는 이런 식으로 객차사업부, 회계부, 화물부 직원들과 인사를 했다. 터미널 파출소도 들렸다. 조폭같이 생긴 터미널 파출소 소장이 인사했다. 파출소에는 공안 복장을 한 공안원들이 대여섯 명 근무하고 있었다.

“여기 파출소 소장은 앞으로 합자사 소속이 되어 문재식사장의 밑에서 일하게 될 것입니다.”

“아니, 파출소 소장이 왜 터미널 사장 아래로 들어와요?"

"파출소 직원들의 급여는 전액 합자사에서 지급합니다.”

“그래요? 공안국에서 안주나요?”

“중국은 그렇습니다. 중국의 터미널은 국영입니다. 한국과 체제가 다릅니다.”

“그럼 문사장이 파출소 직원들 인사권도 갖는 겁니까?”

“그건... 공안국에 건의할 수는 있습니다.”

구건호는 한국과 중국이 이런 점은 체재가 많이 다른 점을 느꼈다. 구건호가 문재식을 돌아보며 말했다.

“야, 너 출세했다. 파출소의 공안원들이 전부 네 밑으로 들어온단다.”

“에이, 좋을 것도 없어. 인건비 나가잖아.”

구건호와 문재식, 창춘 부사장, 조은화, 이렇게 넷은 터미널 광장으로 나왔다. 제복을 입은 사납게 생긴 아줌마가 호르라기를 불며 낡은 버스의 후진을 도와주고 있었다.

창춘 부사장이 사무실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사무실 뒤쪽으로 터미널 본 건물이 들어섭니다. 바로 그 옆이 터미널 호텔이 들어섭니다. 호텔은 12층으로 안당시에서 동북쪽으로 가는 승객들 수요에 맞추도록 하였습니다.”

“흠.”

“건설공사는 공개 입찰하여 건설회사를 선정하고 감리는 우리 스스로가 선정할 것입니다.”

“흠.”

“건설 본부장 또한 합자사 소속이 될 것이며 문재식 사장 밑으로 편제가 되어있습니다.”

“여기 토지는 분명히 합자사 명의로 넘어와야 합니다.”

“현재 중방측 대표인 옌룬셩 총경리께서 어제도 시 건설국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또 토지문제는 시 토지국에서 관장하므로 토지국장도 만나고 왔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가 잘 해결되리라고 봅니다.”

“부시장님은 잘 계시죠?”

“최초에 이 사업을 추진했던 장리시엔 부사장님은 내일 계약식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단 신문발표회와 만찬회장에는 나오셔서 구사장님의 방문을 열렬히 환영할 겁입니다.”

“터미널은 지질검사는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터미널은 인민들을 위한 공공시설입니다. 튼튼히 짓기 위해서 구이저우 대학교 공과대학에 지질검사를 의뢰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귀양시에 있는 구이저우 대학은 중국 서남부에서 제일 큰 대학입니다. 학생 수만 해도 3만 명이 넘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나온 검사자료를 토대로 토목공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구건호는 터미널의 넓은 광장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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