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21화 (321/501)

# 321

상하이 드라마 제작사 (3)

(321)

화요일이 되어 구건호가 직산의 지에이치 모빌로 출근을 했다.

송사장이 도면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A전자 수원연구소에서 또 도면 하나 왔습니까?”

“아닙니다. 생산동 뒤편의 공간에 새로 가건물 지을 도면입니다. 우리 품질팀 직원이 캐드로 그려보았습니다.”

“가건물을 지어요?”

“A전자에 들어가는 신제품까지 찍으려면 아무래도 건물을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300평짜리 생산동 두동을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흠, 그래요?”

“우선 조립식 가건물을 지어 추가로 들어오는 기계장비는 이곳에 설치할까 합니다.”

“조립식 말고 철근 H빔으로 제대로 하세요. 호이스트 크레인도 달아야 할 것 아닙니까?”

“물론 그러면 좋지요. 헌데 아무래도 공사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A전자 당진공장 기존 납품 외에 수원연구소 개발품도 들어가기 시작 했잖아요? 그러면 월 매출 50억이 넘어가는데 첫 달 납품 액은 돈 안 번 셈 치세요. 튼튼하게 지으세요.“

“알겠습니다.”

“판넬도 난연 판넬로 하고 바닥도 에폭시로 마감하세요.”

“그럼, 평당 건축비가 250만원 내지 350만원은 들어가겠는데요.”

“몇 군데 비교 견적 내보라고 하세요. 견적서는 디욘코리아에 있는 윤상무보고 검토하라고 하시고요.”

‘참, 이런 건 건설회사 출신인 윤상무한테 물어보면 잘 알겠네요.“

“우리 모빌의 공장 건물과 디욘코리아 공장 건물은 다 그 사람이 지었으니 잘 알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럼 생산동 B동 건축은 승인해 주신 것으로 알고 일을 시작하겠습니다.“

송사장이 가고 나서 얼마 있다가 전화가 왔다. BM엔터테인먼트의 이사였다.

“안녕하십니까? BM엔터테인먼트의 변이사입니다.”

“아 예, 이사님 안녕하십니까?”

“지난번에 말씀하신 드라마 제작 전문가 한분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아, 그 진행감독이었다는 분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진행 감독도 오래했고 W엔테테인먼트의 대표도 지내셨던 분입니다.“

“BM엔터테인먼트 이현만 회장님을 만났을 때 이야기 나온 심운학이란 분입니까?”

“예, 맞습니다. 지금 같이 있는데 사장님 사무실로 가려고 합니다.”

“오, 저런. 지금 내가 서울에 있지 않고 직산 공장에 와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변이사는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듯했다.

“직산은 여기서 한 시간 밖에 안 걸리니 직산 공장으로 가면 어떻겠냐고 하네요?”

“여기까지요? 차 잘 빠지면 모르는데 막히면 한 시간 더 걸릴 텐데.... 알겠습니다. 북천안 IC로 들어오면 얼마 안 걸리니 오세요.”

구건호가 신문 3가지를 모두 보고 월간 잡지를 보고 있는데 경비실에서 연락이 왔다. 경비실에선 직접 구건호에게 연락을 하지 않고 비서 박희정에게 연락을 했다. 박희정이 사장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왔다.

“사장님, 경비실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엔터테인먼트 이사라는 분이 왔답니다. 사장님과 약속을 하셨다고 하네요.”

“들어오라고 해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 BM엔터테인먼트의 변이사와 얼굴이 좀 수척해 보이는 40대 후반의 남자가 들어왔다. 둘 다 경비실에서 준 방문이라고 쓴 명찰을 달고 들어왔다.

“이 먼 곳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어휴, 공장이 엄청 크고 좋습니다. 이렇게 큰 공장인줄 몰랐습니다.”

BM엔터테인먼트 이사가 눈웃음치며 옆에 있는 남자를 소개했다.

“일전에 이현만 회장님이 말씀하신 심운학 감독님입니다.”

“아, 그래요? 구건호입니다.”

구건호가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명함을 꺼내 주었다. 심운학이란 사람은 내심 놀랐다. 구건호가 제조업체 사장이라 나이가 많은 줄 알았는데 자기보다 10년 정도 아래인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이현만 회장 또래는 된 줄 알았는데 30대 중후반 정도의 젊은 사람이 이렇게 큰 공장을 한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앉으시죠.”

구건호가 비서 박희정을 불러 녹차 3잔을 부탁했다.

“공장이 상당히 넓은 것 같은데 부지가 몇 평 정도 됩니까?”

“토지가 5천 평이고 건물은 연건평 2천 평 정도 됩니다.”

“5천 평요? 대단합니다. 아까 오면서 보니까 직원들도 규율이 대단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차량도 무슨 증명서 같은걸 보여야 경비가 차단기를 올려줍니다.”

“반출증입니다. 아무래도 생산제품을 출하하는 공장이다 보니 그렇습니다.”

변이사가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럼, 서울 신사동 빌딩엔 일주일에 몇 번 계십니까?”

“여긴 월요일하고 목요일만 옵니다. 아산에 이만한 정도의 공장을 또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디욘코리아라는 미국 시애틀에 있는 라이먼델 디욘사와의 합작공장입니다.”

“아, 예 그러시군요.”

비서 박희정이 녹차를 가져왔다.

차를 마시며 심운학 감독이 말했다.

“이렇게 큰 제조업체를 운영하시면서 어떻게 드라마 제작에 관심을 갖게 되셨습니까?”

“상해시에 광파영시국이라는 언론과 미디어를 관장하는 부서가 있습니다. 여기 이사님은 잘 아시겠지만 거기 담당국장하고 제가 친구입니다. 거기서 적극 권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사실 내가 지금 중국 귀주성의 안당시에 터미널 사업을 합니다. 중국과 합자로 터미널을 짓기 때문에 여기에 시간을 쓸 여유는 없는데 드라마도 매력 있는 사업이라고 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제작사는 사실 크진 않습니다. 군소업체도 많고 제일 크다는 삼화네트웍스와 펜엔터테인먼트도 매출이 그다지 높지는 않습니다. ‘제빵왕 김탁구’라는 드라마를 만든 삼화네트웍스가 매출이 200억이 약간 넘고 ‘겨울연가’를 만든 팬엔터테인먼트도 400억이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내가 알기론 두 회사가 다 코스닥 상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 상장은 되어있습니다.”

“상장은 되었으니 회사가 작더라도 자금조달엔 유리 하겠네요.”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제작기술 하나 믿고 저같이 덤볐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이야기 듣기로는 감독님도 드라마 제작 사업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잠간 들은 것 같습니다.”

“W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가 드라마 한편 찍고 망했습니다.”

“손해 많이 보셨겠네요.”

“20억 정도 손실 보았습니다.”

“저런, 액수가 많네요. 마음고생이 크셨겠습니다.”

“마음고생이 문제가 아니라 죽고 싶었습니다. 지금 회생 신청 중에 있습니다.”

“20억이면 개인회생이 아니라 일반회생이겠네요.”

“그렇습니다. 회생채권 5억원 이상, 담보채권 10억원 이상이면 개인회생은 안받아주고 일반회생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어째 이 업무를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기업 회생업무를 다루어 보았습니다. 회생기업 물파산업의 전무이사로 일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어쩐지.”

구건호가 고개를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혹시 제조업 하는 사람이 드라마 제작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습니까?”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관심보인 업체가 몇 있었지만 극소수입니다. 제조업 하시는 분들은 모르는 분야는 잘 손을 안 대시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그렇습니까?”

“실례지만 중국 드라마 제작업체에 투자하신다면 투자만 하시는 건지, 제작에 참여하는 건지, 아니면 합자사를 설립하는 건지 물어보아도 되겠습니까?”

“아직 거기까지는 이야기가 안 되어있습니다. 리국장 이야기로는 실력 있는 젊은이들이 드라마 제작사를 차려서 지금 드라마를 찍고 있는데 제작비의 어려움이 많으니 도와달란 소리를 했었습니다.”

“상해는 드라마 제작사가 요즘 들어 난립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돈 문제라면 상해도 돈 많은 메이저급 미디어사가 많습니다. 혹시 한국과 연출이나 제작기술 같은걸 제휴하고 싶다면 이해가 가지만 말입니다. 상해의 돈 많은 미디어사는 한국의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하려고 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오, 그래요?”

“상해는 한국과 기술제휴를 원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대만 드라마는 일본 것을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고 홍콩은 유럽을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해는 지리적으로 우리와 가까워 한국 드라마를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중국 작가의 작품은 아무래도 사회주의 환경 속에서 자란 사람들이라 내용이 단조롭습니다. 또 중국은 검열이 다른 나라에 비해 쎕니다.”

“그럼 하나 묻겠습니다. 상해시의 리국장이 말한 것처럼 지금 찍고 있다는 드라마 제작비를 지원하는 것은 괜찮은 겁니까? 시청율은 좀 낮다고 하던데.”

“큰일 날 소리입니다. 혹시라도 투자하신다면 시나리오를 보고 하셔야 됩니다. 원래 연출자들은 드라마를 1년 전부터 기획합니다. 최소한 시나리오의 시놉시스는 보아야 합니다.”

“흠, 시놉시스라.”

“작품의 시놉시스라도 보아야 우리가 작품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구건호는 무엇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심감독님이 전문가이십니다. 오늘 많은걸 배웁니다.”

“별 말씀 다 하십니다.”

“그러면 내가 리국장을 만난다면 기존 제작중인 작품은 투자를 못하고 새로운 시나리오를 보고하겠다고 해야겠습니다. 그것도 한국의 연출자나 감독이 투입되는 것으로 말입니다.”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실례지만 심 감독님은 집이 어디십니까?”

심감독은 한숨을 쉬었다.

“마포 공덕동에 살았습니다. 살던 아파트도 날라 가고 지금은 고시원 생활하고 있습니다.”

구건호는 가족사항을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아픈 곳을 자꾸 질문하는 것 같아서였다. 구건호가 웃으면서 말했다.

“재기 하셔야겠네요.”

심감독은 시니컬한 웃음을 지었다.“

“글쎄요. 그런 기회가 올려나 모르겠습니다.”

구건호가 벽에 걸린 카렌다를 보며 말했다.

“이번 주 목요일은 내가 중국의 귀주성 안당시를 갑니다. 다음 주 중으로 제가 한번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서랍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같이 식사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내가 아산쪽으로 건너가야 됩니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이거 올라가시면서 자동차 기름 값이라도 하세요.”

봉투를 보자 심감독이 황급히 두 손을 저었다.

“자동차 기름은 넣어야 될 것 아닙니까?”

“심감독은 두 번 사양하다가 웃으면서 봉투를 안 포켓에 넣었다. 두 사람이 일어서며 구건호에게 정중히 인사를 했다. 구건호가 사장실에서 가까이 있는 총무이사를 불렀다.

“이 분들 내가 아시는 분들인데 현장 잠깐 보여드리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기왕 오셨으니 생산현장 한번 구경하시고 천천히 올라가십시오. 저는 여기서 배웅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더 정중히 인사하고 총무이사를 따라 나갔다.

총무이사는 압출기와 사출기, 그리고 유압프레스가 열 지어 서있는 생산동 내부를 안내하여 주었다.

“화, 굉장하네요.”

심감독이 스마트폰을 꺼내 로봇 팔이 움직이는 장면을 사진 찍으려고 하였다. 총무이사가 급히 제지하였다.

“공장 내부 사진촬영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그러십니까? 죄송합니다.”

BM엔터테인먼트 변이사와 전 W엔터테인먼트의 대표였던 심운학 감독은 거대한 공장의 내부를 보고 자본가 구건호라는 사람의 저력을 피부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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