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0
상하이 드라마 제작사 (2)
(320)
BM엔터테인먼트 이현만 회장은 다리를 꼬고 앉으며 찻잔을 오른 손에 든 채 말했다.
“오늘 상의할 내용은 무엇입니까?”
BM엔터테인먼트는 코스닥 상장회사다. 상장 주식의 시가총액만 해도 3천억이 넘어가는 회사다. 이현만 회장은 또 유명인이기도 했다. 구건호에게 상해에서 신세 좀 지긴 했어도 구건호는 상장도 안 된 제조회사 몇 개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인 정도로만 보았다. 또 나이도 50대라 구건호를 아래로 보았다. 아직은 구건호의 잠재적 실력을 모르는 듯 했다.
구건호도 다리를 꼬며 차를 들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에 대하여 잘 아시는 분이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우리 같은 가수 메니지먼트나 음악제작업을 하는 기업과 드라마 제작은 분야가 다릅니다.”
“저는 그동안 제조업만 했지 연예 분야는 통 모릅니다. 마침 상해에서 드라마 제작에 투자를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여길 찾아 왔습니다.”
이현만 회장은 꼰 다리를 다시 바꾸어 꼬면서 옆에 있는 이사에게 말했다.
“야, 심운학이 요즘 뭐하냐?”
“글쎄요. 걔 부도나서 한참 어렵다는 소문은 있는데요. 뭐하는지 모르겠네요.”
“걔 구사장님 소개해 드리면 어떻겠냐?”
“걔 정도면 괜찮죠. 이 바닥에서 오랫동안 있었던 친구니까요.”
이현만 회장은 꼰 다리를 풀면서 말했다.
“구사장님. 방송국 PD출신으로 드라마 제작 진행감독을 오랫동안 한 사람이 있습니다. 무턱대고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여 지금 활동을 안 하고 있지만 실력 있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을 제가 소개해 드리죠.”
“왜 망했습니까?”
“작품은 잘 만드는데 너무 톱스타를 썼어요. 스타 출연료와 작가 원고료 주다보니 들어간 돈을 못 뽑은 겁니다. 구사장님 처럼 재력 있으신 분이야 상관없지만 빚 얻어 드라마 제작했다면 망하는 건 순식간입니다. 자살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흠, 그래요? 그럼 소개해 주세요. 한번 면담이나 해보죠.”
“알겠습니다. 그럼 사무실에 가 계시면 저희가 수배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허허, 이거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구건호가 청담동에 있는 BM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 갔다 와서 지에이치 갤러리에 들렸다. 젊은 작가 3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전시장 입구에서 팜프렛을 나누어 주던 미디어의 직원이 구건호를 알아보고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인기작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아직은 전시회장이 한산했다. 구건호는 작품이라도 하나 사줄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마음에 드는 작품도 없었고 보관하는 것도 거추장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구건호는 건물 18층에 있는 사장실로 올라왔다.
구건호가 소파에 앉으려고 하는데 중국에 나가있는 문재식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내가 부서 설치하고 각부서의 부장들 명단을 이메일로 보냈는데 봤지?”
“응, 봤어.”
“그리고 터미널 사업이기 때문에 객운 공사의 직원을 받아야할 것 같아. 관리직이 아니고 현장직들 말이야.”
“화물이나 개찰, 매표, 그런 직원들 말인가?”
“맞아. 중방에서 일괄적으로 넘긴다고 했어.”
“터미널 사업을 하려면 그런 요원들이 필요하겠지.”
“그리고 사무실 배정 받았어. 현재에 운영하고 있는 동부터미널 기존 건물 안에다 설치했어.“
“거긴 공사 현장이라 먼지 날리고 시끄럽지 않겠어?”
“여기다 해야 돼. 직접 영업을 하는 현장하고 가까우니까 여기다 해야 돼. 터미널을 새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장소를 그대로 이용하는 거잖아.”
“흠, 그러긴 하지.”
“사무실은 현재 약간의 인테리어를 하고 있어. 장소는 넓으니까 사무실은 널널해. 내 방도 따로 만들고 중방(中方:중국측) 부총경리 방도 따로 만든다고 했어.”
“흠, 그래? 조은화는 판공실 소속으로 채용하나?”
“판공실 직원으로 채용한다고 했어. 급여가 작아서 내가 4백 위안 보조해 주고 있어.”
“흠, 그렇구나.”
“상해에 중방 부총경리(부사장)와 영운부장이 귀주시 운수국을 갔다 왔어. 선로패 협의가 잘 안되네.”
“왜?”
“우리는 고속버스 3대가 들어가야 된다고 하니까 자기들은 2대면 된다고 고집하고 있어. 뚜이카이(對開: 양쪽 동시운행) 정책이라 주장이 다르면 안 되게 되어있는 모양이야.”
“노선은 귀양시 하고만 하고 있나?”
“아니야, 여기서 사천성 의빈시, 노주시도 추진하고 있어. 그런데 여긴 고속버스가 아니야. 도로가 나빠서 고속버스 투입이 불가능해. 성(省) 자체가 다르니까 협의가 이쪽도 까다로운 모양이야.”
“그런 놈들이 여객 운송 사업 20대는 문제없다고 큰소리를 쳤었지.”
‘원래 중국애들 그러잖아. 누가 그러더라고. 뚫긴 뚫어지는데 시일은 좀 걸릴 거라고 했어.“
“그래? 그럼 너도 너무 스트레스는 받지 마라.”
“선로패 협의 한다고 하니까 지금 자동차 제작회사에서 많이들 와. 자기들 버스 사라고 하고 있어.”
“중국 고속버스는 가격이 얼마나 하냐?”
“한국 돈으로 2억 내지 3억씩 해. 대개는 외국 자동차 회사와 합작회사들이 만들고 있어. 나는 지금 대우 고속버스를 살까 생각중이야.”
“대우 고속버스? 한국서 수입한다는 거냐?”
“아니, 중국 대우. 여기 귀주성 옆에 있는 광시족 자치구가 있는 계림(桂林)시에 가면 계림대우 객차 유한공사가 있어. 대우자동차가 중국 객차회사와 합작한 버스 제작 합자사가 있어.”
“그래? 거기에 그런 것이 있었나? 대우가 별군데 다 들어가 있었네. 그런데 대우는 망해서 없어졌잖아?”
“이야기 들어보니까 한국에 영안모자 라는 회사가 인수했데.”
“영안모자? 이름 들어본 회산데? 너 그런 정보 어디서 알았니?“
“지난번에 영사관에서 주선해서 귀주성에 있는 한인들 모임이 있었어. 내가 버스 사업하러 들어왔다고 하니까 알려주던데?”
“그래?”
“이야기 들으니까 중국의 큰 도시에는 한인회가 다 있는 모양이야. 소문엔 여기 각 도시마다 한국의 00 향우회도 있고, 00 전우회도 있고, 00대 동문회도 있다고 그랬어.”
“하하, 그래? 우리나라 3대 모임인 00 향우회, 00 전우회, 00대 동문회는 어디 가나 다 있는 모양이구나. 하하.”
“객지에선 외로우니까 서로 잘 뭉치나봐. 또 정보도 교환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회원들 도와주기도 하니까 좋은 기능도 있는 모양이야.”
“그렇긴 하겠구나.”
“지금 밖에 시 교통국장이 왔다고 그러네. 나 나가볼게. 선로패 협의되면 다시 연락할게.”
“알았다. 수고해라.”
1시간 정도 있다가 문재식으로 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교통국장이 왔다갔어.”
“교통국장이 왜 온 거야?”
“구사장 한번 왔다 갔으면 좋겠다고 했어.”
“나를? 왜?”
“전에 의향서만 체결하고 본 계약서는 체결하지 않았다고 와서 서명하라고 그러는데?”
“그건 문사장이 해도 되잖아?”
“글쎄. 계약서 서명식 하고 합자사 설립 신문 발표회도 한다고 그러네.”
“신문 발표회?”
“우리나라의 기자회견 같은 건가봐.”
“그래?“
“조금 전에 석간신문 나왔는데 한국과 합자한 회사가 귀양시까지 준 고속도로 개통과 동시에 고급버스를 운행한다고 나왔어. 안당시 인민들이 귀양시까지 일 보러 가는데 편리해졌다고 나왔네.”
“허허, 그래?”
“잠깐 기다려봐. 중방 부총경리가 뭐라고 그러네. 끊지 말고 기다려봐.”
잠시 후 전화가 다시 이어졌다.
“뭐, 급한 일 있어?”
“다음 주 목요일 본 계약식 하면 어떻겠냐고 하네?”
“아니, 합자사가 이미 시작되고 가동되고 있는데 새삼 무슨 계약식이야?”
“그런 거 비치해 놔야 하는 모양이야. 공무원들이라 형식을 중하게 여기잖아.”
“알았어. 목요일 바람 쐬러 갈 테니까 귀양시까지 차나 보내달라고 그래.”
“알았다. 고맙다.”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아 아빠가 지에이치 모빌 과장을 만났어.”
“그랬나?”
“A전자에 들어가는 물량 용역 맡기로 했어. 직산에서 당진까지 하루 두 번 왔다 갔다 하는 거야.”
“그래? 잘 됐네.”
“마이티 2.5톤 슈퍼캡 고상차량 2대 들어가기로 했어.”
“그래? 차를 사야 되겠네.“
“정아 아빠가 중고차 사도 되냐고 물어보라고 하네.”
“차 사는 건 나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 알아서 하면 돼.”
“정아 아빠 말로는 새 차 사면 탑 제작하는데 시간 걸리니까 중고차가 좋데. 5만키로 이내면 좋데. 벌써 기사도 2명 확보해 놓았어.”
“흠, 그래? 알아서 해.”
“그리고 홈페이지 보고 연락온데가 있어. 4톤 트럭 2년간 들어갈 데가 있는 모양이야.”
“흠, 그래?”
“그 4톤 트럭도 정아 아빠가 어디서 가져왔더라고. 6만키로 뛴 차인데 폐업하는데서 싸게 가져온 모양이야.”
“흠, 그래?”
“이제 보유대수가 30대가 됐어. 정아아빠가 직산에 가고 없을 때 내가 은행엘 가야되는데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서 못 갔어. 아무래도 사원 한사람 둬야 될 것 같아. 일이 많은 것 보다는 꼼짝을 할 수가 없어서 그래.”
“필요하면 채용해야지. 알아서 해. 그것도 내가 간여할 문제는 아니니까.”
“그래서 말인데. 전에 내가 컵 공장에 다닐 때 있던 경리 아가씬데 요즘 놀고 있어서 데려올까 해.”
“컵 공장은 월급이 적어서 그만 두었나?”
“월급도 가끔 밀리고 또 거기 상무라는 사람이 자꾸 몸을 만져서 그만 둔 모양이야.”
“몸을 만져?”
“듣기 거북한 성적 발언도 하고 그래. 나도 그 인간 알아. 우리 같은 아줌마들한테는 안 그러지만 미혼 처녀 중에서 만만한 애만 있으면 꼭 이상한 행동을 하는 또라이 같은 놈이 있었어.‘
“경리 보는 그 사람이 예쁜 모양이지?”
“예쁘긴! 그냥 보통이야. 상무란 놈은 여자가 예쁘건 말건 치마만 둘렀으면 그 짓을 해. 성 도착증 환자야! 그러니까 50이 다 되도록 장가도 못 갔지!”
“알았어. 직원은 알아서 채용해.”
저녁때 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처 지금 배가 불러오지?”
“예, 좀 그런 것 같아요.”
“이맘 때 쯤이면 성별 구별도 되는데. 혹시 초음파 검사에서 총알 같은 것이 안보였다고 그러냐?”
“총알 같은 건 모르겠는데 사내아이래요.”
“사내아이? 하하하, 너의 아빠가 무척 좋아하겠다. 대를 잇게 되었다고 하겠다.”
“에이,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 걸 따져요. 남자 아이나 여자 아이나 건강하면 되지요.”
“그래도 대를 잇는 사내아이가 있어야 든든한 거다. 너 몰라서 그렇지 너같이 큰 기업 하려면 사내아이가 좋다.”
“요즘 기업도 여자들이 많이 해요. 아, 대통령도 여자가 있고 기업회장도 여자가 있어요.”
“네 처한테 잘해줘라.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사주고 그래라. 그래도 여자한테는 남편밖에 없어.”
“알겠어요.”
“고모아들 재웅이는 딸 낳았다고 그러더라.”
“그래요? 축하한다고 그러세요.”
“네 고모는 그것도 불만인 모양이다. 아들도 못 낳는 주제에 시어미 알기를 우습게 여긴다고 불만이 많아.”
“참, 고모님도. 그러니까 고부 사이가 나쁘죠. 예쁜 딸 낳아줘서 고맙다고 해야지 그런 소리하면 좋아하는 며느리가 어디 있어요. 더군다나 요즈음은 자식 잘 안 낳으려고 하는데 얼마나 좋은 며느리에요.”
“그러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