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19화 (319/501)

# 319

상하이 드라마 제작사 (1)

(319)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한 구건호는 상해시 국장으로 있는 리스캉의 전화를 받았다.

“귀주성 안당시에 합자사가 설립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축하하네.”

“잘한 건지, 못한 건지 모르겠어. 사실 거기다 쏟아 부을 돈이면 한국에서도 좋은 사업은 많이 있는데 말이야.”

“잘 했어. 터미널과 같은 사업은 인민 밀착형이라 손해 안 봐. 떼돈 버는 건 아니지만 손해 안나니 그게 어디야? 요즘 기업도 손해나는 곳이 얼마나 많아. 중국에 나와 있는 한국기업들이 하루 밤 자고나면 하나 둘씩 없어지는 게 많이 있잖아? 중국은 기회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곳곳에 위험도 있는 나라야.”

“너는 그래도 올바른 소리한다.”

“중국의 중앙당에서도 동부지역과 서부지역의 경제적 격차가 심해지니까 서부지역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 그러니까 중앙에서 놀아야할 장리시엔(張立憲) 같은 유능한 인재를 지방도시인 안당시 부시장으로 꽂아놨지.”

“어때? 재미 좀 볼 것 같아?”

“걱정 마. 기본은 할 거야. 그리고 그쪽에 건설 쪽에 관심을 가져봐.”

“건설?”

“중앙당에서 서부개발을 한다니까 서부지역 농민공들이 상해나 북경으로 오지 않고 서부지역 도시로 몰리고 있어. 안당시도 비록 작은 도시지만 집값의 상승률은 이쪽보다 높을 거야.”

“거기의 최고 부촌은 어디인가? 항주시의 서호주변이나 한국 서울의 강남 같은데 말이야. 이런 곳은 불패의 신화가 있어. 이런 곳은 정부가 규제해도 올라가고 정부가 규제 안 해도 올라가고 그러지.”

“그러겠지. 인간은 부촌에서 살기를 원하니까. 동질화 현상의 심리도 있어서 그래. 그래야 자기의 위상도 올라가니까. 왕지엔 교수도 시 정부의 경제개혁 위원회 위원이지만 요즘 가끔 나한테 신세 한탄도 하고 그래.”

“왜?”

“중국의 경제 성장에 그늘이 너무 많다는 거지.”

“흠.”

“난 왕지엔 같은 친구도 북경 같은데 올라가 정치국 위원이나 했으면 좋겠어. 그런 인재가 지방에서 있으니 아까워. 하바드 대학에서 교수를 했던 실력자 아닌가?”

“흠.”

그건 그렇고 지난번에 말한 드라마 제작사에 투자하는 건 어렵겠지?“

“글쎄. 리국장이 추천하는 거라 해보고는 싶은데 안당시 터미널사업에 돈이 많이 들어가게 생겼으니 그게 문제야.”

“그렇겠네.”

“또 터미널 사업은 잘 안 망하지만 드라마는 대박 아니면 쪽박이잖아.”

“휴, 그렇기는 해.”

“왜 한숨을 쉬어? 무슨 문제 있어?”

“방송국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 드라마 제작사를 하나 차렸어. 35부작을 찍고 있어.”

“그 소리는 전에 내가 한번 들었던 것 같아.”

“중국도 요즘 드라마 제작비용이 편당 150만 위안이 넘어. 제작 중 돈줄이 막히니까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방송국도 타격이 심해.”

“150만 위안이면 얼마야? 한국 돈 2억 5천만 원이 넘어가네. 그렇게 비싸게 먹히나?”

“한국은 말 듣기론 드라마 한 편당 5억씩 들어간다는 소문도 들었어. 여기도 인기 있는 배우는 출연료가 장난이 아니야. 또 일류배우를 쓰지 않으면 드라마가 인기가 없어.”

“그런데 드라마 제작사야 망하는데도 있고 흥하는데도 있는데 공무원이 한숨 쉴 필요는 없잖아? 안되긴 했어도 말이야.”

“총 제작 예상 비용이 5,250만 위안인데 방송국에서 이미 방영된 회차는 돈을 주기도 했어. 나머지는 자기들이 광고수입이나 해외 판권, VOD수입 등으로 충당하면 돈이 떨어지긴 하지.”

“이미 방영되었다니 시청율은 어떤가?”

“검열 삭제가 많아 재미가 덜하니까 아무래도 시청율이 좋다고 볼 수는 없어.”

“시청율도 나쁜데 손대기도 어렵겠다. 국장 입장에서 안타깝긴 해도 어쩌겠냐? 직접 투자한 것 없으면 너무 신경 쓰지 마라.”

“허허, 그런가? 아무튼 잘 알겠네.”

구건호는 리스캉이 자기 일도 아닌데 자꾸 한숨을 쉬는 게 이상했다.

“이 친구가 말 못할 사연이라도 있나?”

구건호는 절강대학의 왕지엔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엔자이 정짜이 카이후이 (지금은 회의 중입니다).”

“제기럴, 회의 중이란 소리만 나오네. 역시 중국인들은 회의가 많아.”

한참 후에 왕지엔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구사장, 미안하다. 전화를 못 받아서. 총장님 모시고 회의가 있어서 못 받았다.”

“다른 게 아니고 리스캉이 드라마 제작사에 투자하라고 자꾸 그러는데 괜찮을까?”

“꼭 돈 때문만은 아닐 거야. 중국의 미디어그룹은 돈 많아. 거대한 자본이 움직이고 있어. 잘은 모르지만 반대편 정치그룹과 자본이 얽혀있다면 리스캉으로는 새로운 자본주를 찾으려고 하겠지. 그것도 제작에 필요한 연출이나 기술에 우수한 한국의 제작사와 힘을 잡고 싶겠지.”

“기술?”

“영상 녹화나 조명, 음향, 편집 기술 같은걸 말하지. 또 한국과 손을 잡으면 한류에 유명세를 탔던 배우도 기용할 수 있으니 그럴 거야.”

“흠, 그런가?”

“그리고 지금 밀어주고 싶은 드라마 제작사에 어떤 특별한 관계가 있거나 하는 거겠지. 이를 테면 인척관계가 있거나 아니면 이런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이 시청율이 저조해 돌파구를 시도해보거나 그런 거겠지.”

“그런데 중국도 드라마 제작비용이 장난이 아니던데.”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어. 중국도 일류 배우들의 출연료가 엄청 나. 판빙빙이나 첸쿤같은 배우들의 년간 드라마 수입은 이미 1억 위안을 넘고 있어.”

“1억 위안(170억)! 대단하네!”

“너, 귀주성 안당시 터미널 사업은 어떻게 됐니?”

“돈 들어갔어. 벌써 50만 달러 들어갔고 사람도 파견했어.”

“터미널과 객운 사업은 대박은 아니지만 망할 염려는 없어. 전에 우리가 곤산시에 만들었던 금계 산업단지 같은 케이스지. 말하자면 이것도 캐쉬카우(Cash Cow)사업이야. 한국의 버스 터미널이 망하는 경우가 드물잖아? 이런 분야는 민생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서 잘 안 되면 하다못해 정부 보조금이라도 나오잖아? 드라마 제작은 캐쉬카우가 아니고 고위험에 노출된 사업이니 신중을 기하는 건 맞아.”

“네 말 잘 알았다. 좋은 말 고맙다.”

“언제 항주에 와라. 술 한잔하자.”

“하하, 그래 알았다.”

구건호는 상해의 드라마 제작사에 대하여 생각했다.

[리스캉이 드라마 하나 띄우고 싶은데 돈 많은 상해의 미디어 그룹은 자기와 경쟁관계에 있는 고위관료들과 연결이 된 모양이군. 그래서 한국과 손잡고 뭘 한번 보여주고 싶다 이건가?]

[드라마 한 회당 150만 위안이면 35부작에 5,250만 위안이 들어간다고 했지. 한국 돈으로 약 90억 들어간다는 이야기인데 한번 해봐? 지금 증권사에서 굴려주고 있는 내 돈이 1,700억이나 있는데 90억이야 강남큰손인 나에겐 아무것도 아니겠지.]

[내가 이 방면에 잘 모르니 BM엔터테인먼트의 이사라는 기생오라비 같은 친구를 만나볼까? 아니야 기왕이면 연예계의 대부라는 BM엔터테인먼트의 이현만 회장을 만나볼까?]

구건호는 전에 상해의 리스캉 국장실에서 이현만 회장의 명함을 받은 적이 있었다. 명함에는 핸드폰 전화는 없고 회사 전화만 있었다.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BM엔터테인먼트입니까?“

“그렇습니다. 실례지만 어디십니까?”

젊은 여성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현만 회장님 계십니까?‘

“어디시죠?”

“지에이치 모빌의 구건호 사장입니다.”

“예? 어디시라고요?”

“강남 신사동 지에치 갤러리 빌딩 사장입니다.”

“아, 지에이치 갤러리 빌딩.”

[이 여자는 지에이치 갤러리 라고 하니까 금방 알아듣네. 전시회 때 한번 와본 모양이지?]

한참 후에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현만입니다.”

“지에이치 모빌의 구건호입니다.”

“아, 상해에서 뵈었든 분이군요.”

“그렇습니다. 잘 계시죠? 내가 있는 신사동하고는 지척에 있는데 뵙지를 못했군요. 뭘 하나 물어볼 것이 잇는데 방문해도 되겠습니까?”

“오후에는 제가 일이 있습니다. 오전에 오시면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가지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청담동에 있는 BM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갔다.

사무실을 호화스럽게 꾸몄고 간혹 연예인 같은 사람의 얼굴이 보였으나 대부분은 직장인 스타일의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회장님 계십니까?”

아주 예쁘게 생긴 비서가 벌떡 일어났다. 구건호는 아랫배도 조금 나오고 이제는 사장 틀이 나므로 여비서는 구건호를 공손히 대했다.

“어디서 오신분이라고 전해드릴가요?”

“지에이치 모빌의 구사장이라고 전해줘요.”

구건호가 회장실을 들어갔다. 카페트가 깔린 넓은 방에 혼자 앉아있던 이현만 회장이 일어났다. 덩치도 크고 손도 커 역시 포즈가 남달랐다.

“상해에서 뵙고 오래간만입니다.”

“상해에서 신세를 졌는데 식사한번 대접 못했습니다. 앉으시죠.”

이현만 회장은 비서에게 차를 주문하고 전화로 누군가를 불렀다.

“요즈음도 중국 자주 가십니까?”

“요즘은 자주 못 갔습니다. 미국 쪽에 자주 갔었습니다. 구사장님은 중국 자주 가시죠?”

“저도 자주는 못가지만 다음 주는 중국 귀주성을 가야할 것 같습니다.”

“귀주성요?”

“귀주성 안당시의 버스터미널 사업에 투자를 좀 합니다.”

“터미널 사업요? 실레지만 그런 사업은 투자를 얼마나 해야 됩니까?”

“얼마 안 됩니다. 5천만 달러짜리 프로젝트입니다.”

“오, 5천만 달러면 꽤 되네요. 컨소시엄입니까?”

“콘소시엄은 아닙니다.”

비서가 차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BM엔터테인먼트의 이사가 들어왔다.

이현만 회장이 이사에게 말했다.

“당신 구사장님 알지?”

이사가 구건호의 얼굴을 보았다.

‘아, 구사장님 아니십니까? 여긴 어쩐 일로!“

구건호가 웃으며 악수를 해 주었다.

“차, 드시죠.”

“예, 제가 찾아온 것은 다름이 아니고 상해의 드라마 제작사사가 펀딩을 해달라고 하는데 자문 좀 받으려고 합니다.”

“구사장님에게 요청했다면 크라우드 펀딩은 아니겠네요.“

“크라우드 펀딩은 아닙니다.”

이현만 회장이 차를 한잔 마시면서 질문을 했다.

“중국도 드라마 제작비가 많이 들어갈 텐데요?”

“회당 150만 위안 들어간답니다. 35부작 다 찍으면 한국 돈으로 90억 정도 들어갑니다.”

“90억이요? 어휴.”

옆에 있던 이사가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놀라는 표정이 좀 오버 액션을 취하는 것 같았다. 회장 앞이라 그런 모양이었다.

“중국도 드라마 찍을 때 유명 주연배우의 몸값이 장난이 아닌 모양입니다. 그런데 BM엔터테인먼트는 유명 걸그룹도 몇 개 있고 빌보드 챠트에 올리는 남자 가수들도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아휴, 걔들 길러내는데 투자가 말도 못하게 들어갑니다.”

“B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더군요.”

“주식 올라가면 뭐합니까? 주식만 올라갔지 제가 당장 손에 쥐는 건 없지 않습니까? 남들은 이런 사정도 모르고 주가 올라갔으니 술 사라고 합니다. 하하.”

“그래도 올라가니 좋지요.”

“이번에 경기도에 공연장 짓는데 돈이 없어 금융권 신세 좀 졌습니다. 구사장님도 우리 사업에 투자 좀 하시겠습니까?”

“어휴, 저 여유 없습니다.”

“아, 참. 이번에 중국 터미널 투자하신다고 했지요?”

옆에 있는 이사가 놀라서 구건호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중국에 터미널 사업하십니까?”

옆에서 이현만 회장이 웃으면서 말했다.

“5천만 달러짜리 프로젝트라네.”

“헉! 5천만 달러!”

이사가 눈을 크게 뜨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구건호는 이 녀석이 또 오버액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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