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8
지에이치 모빌 매출 확대 (2)
(317)
구건호가 화제를 돌렸다.
“중국에 가신 공장장님은 활기 있게 근무하고 계십니다. 촉탁이 금년 말까지인데 거기에 있는 김민혁 사장이 연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기계에 대한 정비를 잘해 주시니까 중국인 종업원들도 잘 따르고 그런 모양입니다.”
“다행이네요.”
“참, 디욘코리아로 가신 방길훈 전임 연구소장님은 어떻게 되셨나요?”
“방소장님은 나오다 안 나오다 하시는 모양인데 금년 말에 촉탁해지가 됩니다. 본인도 그만하시겠다는 의사 표현을 하신바 있습니다.”
“아쉽네요. 그 분은 물파산업 시절에 중간에 들어오시긴 했어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신분입니다.”
“중국으로 간 공장장님은 드라이버 하나만 들고 다녀도 기계 수리가 가능한데 연구소장님은 환경이 그렇지 못합니다. 연구소 공간은 물론 실험 장비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본인 자신도 계속 있기가 거북하신 모양입니다.”
옆에 있던 송사장이 말했다.
“그래도 연세 드시고 퇴임하는 분들에게 구사장님이 다만 1, 2년이라도 연장근무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건 잘한 일입니다. 제가 개별적으로 그 분들을 만나보았는데 다들 고마워하십니다.”
“환갑이 넘으신 분들이니까 건강들이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여기 앉은 박종석 이사처럼 젊은 사람들의 시대입니다. 안 그런가? 박이사?”
“예? 아 예.”
그러면서 송사장은 박종석 이사의 술잔에 잔을 부딪쳤다.
구건호가 모두 함께 잔을 부딪치고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했다.
“지에이치 모빌은 송사장님이 오셔서 AM083어셈블리라는 신제품을 개발했고 S기업에 5가지 품목의 제품이 들어가도록 힘을 써주었습니다. 그래서 금년 말 매출 목표는 900억을 넘길 예정으로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최근에 A전자 물량이 터지게 되어 1천억을 넘길 전망입니다. 전보다 여기계신 분들이 더 바빠지고 더 책임도 무거워졌지만 우리 열심히 해봅시다.”
구건호가 다시 잔을 부딪치자 다들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식대는 법인카드로 총무이사가 계산했다. 임원 복리후생비로 정리할 모양이었다.
구건호는 임원들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먼저 나온 경리이사는 또 정원에 있는 꽃에다 코를 들이대고 냄새를 맡고 있었다. 검은 승용차 두 대가 나란히 들어왔다. 밥을 먹으로 온 손님들인 것 같았다. 건장한 50대 남자들이 내렸다. 경찰 간부인지 제복을 입은 경찰들도 있었다. 검은 양복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건장한 신사가 구건호에게 다가왔다.
“오, 구사장님 아니십니까?”
“오, 서장님 아니십니까? 식사하러 오셨습니까?”
“식사하고 가시는 모양이지요?”
“예, 우리는 먼저 먹고 갑니다.”
서장 일행이 홀 안으로 사라지자 임원들이 물었다.
“저 분이 서장님입니까? 사장님을 잘 아시는 모양이네요.”
“디욘코리아 준공식 때도 오고 그랬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구건호가 오후가 되어 디욘코리아로 넘어갔다.
비서 이선혜가 대추차를 가져오며 말했다.
“전무님은 A전자 납품 회사들을 공략하러간다고 하셨습니다.”
“A전자 납품 회사들을 공략해?“
“예, 분명히 그렇게 들었습니다.”
“A전자 납품 회사들은 어떻게 알았지?“
구건호는 김전무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거래 업체에 들어가서 상담중이면 자기 전화가 득이 될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판매에 대해선 누가 잘 알까? 옳지! 영업부 성일기 과장 좀 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성일기 과장이 들어왔다.
“찾으셨습니까?”
“앞에 앉아요.”
성일기 과장은 지에이치 모빌의 연구소에 대리로 있었던 사람이었다. 미국에 기술연수를 보낼 때 뽑혀서 갔던 사람이었다. 디욘코리아에 넘어오면서 과장으로 승진하여 배합실에 근무했었다. 김전무가 영업을 하려면 기술도 알아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영업으로 온 사람이었다.
성과장은 구건호가 오너 사장이라 눈치를 보며 앉았다.
“영업에 온지 두어 달 됐지요? 어때요? 할만 해요?”
“예, 배합실에 있을 때 보단 재미도 있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흠,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일은 첫째 재미가 있어야합니다. 급여가 많고 적고를 떠나 재미가 있어야 되겠지요. 요즘 매출 현황이 어때요?”
“지에이치 모빌의 매출이 갑자기 늘었습니다. 지에치 모빌의 영업부 서창환 차장의 말로는 A전자 매출이 늘어서 원재료는 우리 것으로 쓴다고 했습니다.”
“그럼 모빌 쪽은 얼마나 늘었나요?”
“현재 150톤 이상 늘었습니다.”
“그럼 월간 매출이 금액으로 얼마나 늘었나요?”
“성일기 과장이 메모지를 꺼내 계산을 하려고 하였다.
“톤당 480만원이니까 7억 2천만 원이네요. 일 년이면 86억 4천만 원이고요.”
“그, 그런 것 같습니다.”
“숫자는 정확해야 합니다. 그런 것 같다고 하시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성일기 과장은 구건호의 암산실력에 놀랐다. 전에 김전무나 경리담당 조민숙 차장이 사장님 앞에서 숫자 이야기를 할 때는 똑똑히 대답해야 된다는 말이 생각났다.
구건호가 웃으며 말했다.
“지난달에 내가 김전무님한테 보고받기론 월간 600톤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럼 750톤 나간다는 이야기네요.”
“그렇습니다.”
“김전무님이 A전자에 들어가는 협력업체를 공략한다는데 거긴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그건 제가 알려드렸습니다. A전자 품질관리부 과장이 제 대학 동창이 있었습니다.”
“오, 그래요?”
“A전자에 들어가는 모든 업체를 다 안건 아니고요 몇 군데 큰 업체만 알려주었어요.”
“오, 그래요? 성과장이 이번에 큰일을 했네요.”
성과장이 구건호의 칭찬에 신이 나서 말했다.
“그 업체들 주소와 담당자 성함을 모두 제가 전무님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성과장은 김전무님을 왜 안 따라 갔는가요?”
“처음엔 같이 가다가 설사도 나고 머리가 아파 중간에 저는 돌아왔습니다. 아산병원에 갔다가 조금 전에 돌아왔습니다.”
“저런, 그럼 집에 가서 쉬시지 않고 왜 회사로 왔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병원에서 총무과장님께 말씀드리고 쉰다고 했는데 갑자기 거래처에서 온다고 해서 대기 중입니다. 몸도 병원 갔다 오니 조금 낫기도 해서 왔습니다.”
“거래처 사람 오면 만나고 바로 집으로 들어가서 쉬어요. 성과장은 미국에 갈 때도 전임 연구소장님이 추천을 했었고 영업으로 갈 때도 김전무님이 특별히 끌어간 사람이에요. 그래서 내가 성과장을 관심 있게 보고 있으니까 몸 관리부터 잘 해요.”
“고, 고맙습니다.”
성과장은 구건호가 관심 있게 본다는 말에 감격을 한 모양이었다.
중국 귀주성 안당시에서 동부 터미널 건설 준비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문재식은 준비위원회 주임(회장) 자격으로 중앙에 앉고 옆으로 합자사의 부사장 내정자인 창춘이 준비위원회 부주임 자격으로 앉았다. 부주임이 발언했다.
“45만 달러도 들어왔고 안당시 운수국에서 운송사업 면허도 나왔습니다. 따라서 준비위원회는 정식으로 합자사로 흡수됩니다.”
창춘이 한마디가 끝나면 조은화가 통역을 했다. 중방측 통역인 안당시 사회과학원에 있는 조선족 최선생은 요즘 나오다 안 나오다 하였다.
“먼저 합자사 부서부터 설치합니다. 합자사는 버스 운송사업의 영업을 위한 영운부(營運部)를 설치하며 판공실과 회계부를 설치하겠습니다. 아울러 객차사업부를 설치하며 동부 터미널 건설을 위한 건설본부를 설치하겠습니다. 건설 본부에서는 따로 건설소조(建設小組)를 운영토록 하겠습니다.”
“흠.”
“여기 준비위원회 위원들은 모두 안당시 객운공사의 중층간부(중간간부)들입니다. 객운공사의 영운(영업)과장이었던 왕동지는 합자사의 영운부장으로 하고 객운공사의 씽리부(화물부)에 있던 쨔오동지는 객차사업부장으로 하고.....”
문재식은 듣고만 있었다. 또 자기는 달리 할 이야기도 없었다. 중국은 공사 설립을 이렇게 하는구나 하는 것만 감을 잡았다.
“끝으로 합자사의 총경리(사장)는 한방 측에서 대표로 오신 문재식 선생께서 맡아주시고 부총경리는 제가 할 것입니다. 이의가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침을 삼키는 소리만 들렸다.
“그럼 합자사 조직은 이렇게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동의하시면 열렬한 박수로 화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앉은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문재식도 박수를 쳤다.
“그럼 조직안은 통과된 것으로 하겠습니다. 회계부의 리쯔화(李志華) 동지만 운남성의 쿤밍(昆明)으로 공산당 회의에 갔기 때문에 결원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위원들은 모두 참석하고 모두 동의하셔서 합자사는 오늘 정식 출범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또 박수를 쳤다. 문재식이 앞에서 박수를 치는 사람을 보니 그중 한 놈은 정말 북한의 김정은이 처럼 박수를 치는 놈도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차를 마시고 있는데 중방측 대표인 부사장 창춘이 웃으며 왔다.
“원쫑(문사장)! 원쫑이 이제는 호텔에서 나와 집을 얻어도 된다는 객운공사 총부의 회시가 있었습니다.”
“흠, 그래요?“
“집은 원쫑이 원하시는 아무 곳이나 얻어도 됩니다. 단지 객운공사 총부에서는 원쫑이 얻는 아파트는 120평방미터를 넘지 못하도록 공제(控制)하고 있습니다.”
문재식은 속으로 생각했다.
[짜식들. 구건호가 45만달러 보내니까 이제 뭔가 움직이는군. 그런데 120평방미터를 넘지 못하면 얼마야? 한국식으로 하면 36평을 넘지 말라는 소리네. 그거야 상관없지. 내가 식구도 없는데 여기서 40평, 50평짜리 살면 뭐하나.]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아파트를 얻는 것은 지역만 말씀해 주시면 계약 같은 것은 우리 판공실 주임이 가서 하겠습니다. 외국인이 잘못 얻으면 바가지를 쓸 수도 있습니다.”
“그건, 그렇게 합시다.”
“자동차도 배기량 2.2를 넘지 못합니다. 이것은 시 운수국의 표준이 있습니다. 합자사의 총경리는 국장급 아래인 처장(處長)급으로 봅니다.”
“그렇게 합시다.”
“그 대신 차종은 원쫑이 아무거나 선택하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부사장이 나가려고 하자 문재식은 중방의 부사장을 다시 불렀다.
“창쫑(창씨 성을 가진 부사장)! 운송업 면허가 나오면 바로 버스를 사야 되는 것 아니요?”
“아닙니다. 귀양시에 가서 선로패 협의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많이 뛰기를 원하고 귀양시 애들은 많이 뛰지 않기를 원합니다.”
“왜 그런가요?”
“자기들 도시에 작은 도시의 차들이 자꾸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로패 회의하자면 그쪽 운수국에서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습니다.”
“가서 술도 좀 사주고 그러세요.”
“그렇지 않아도 영운부장하고 나하고 내일 귀양시 운수국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다음 합자사 회의는 모레하지요.”
“모레요?”
“모레 회의 때 합자사 사무실 설치하는 것 하고 귀양시와 선로패 협의한 것 보고회가 있을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합자사가 순항하는 것 같습니다. 원쫑께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 저녁에 준비위원회 위원이었던 사람들과 저녁식사라도 하시죠. 준비위원회가 해산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럼, 내 명함도 바꿔 주시겠네요. 준비위원회도 아니고 주비위원회라고 쓴 명함 말입니다.”
“당연히 바꾸어드립니다. 사무실 옮기고 전화 가설되면 바로 바꾸어드립니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