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17화 (317/501)

# 317

지에이치 모빌 매출 확대 (1)

(317)

극심한 더위도 슬슬 물러가고 9월이 되었다.

지에이치 모빌은 이제 종업원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 350명 정도가 되었다. 경비도 좀 젊은 사람으로 대치되고 나이 든 경비는 야간 경비로 돌려졌다.

아침엔 지에이치 모빌의 생산제품을 싣고 나가는 차량과 원재료를 싣고 오는 납품 차량들로 붐볐다. 항상 트럭 수십 대가 열 지어 서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비는 바리케이트를 치고 나가는 차량은 반출증을 확인하고 보내주었다. 납품 차량은 납품증이나 거래명세서, 혹은 송장 등을 확인하였다.

구건호가 탄 벤트리 승용차가 들어오자 정문의 바리케이트가 들어 올려 지며 경비원이 부동자세로 거수경례를 붙였다.

구건호가 탄 차량은 언제나 현관 옆 외빈용 주차 공간 중에서 제일 좋은 자리에 주차했다.

이날도 구건호는 2층 사장실로 천천히 올라갔다. 사장실은 사무실을 통과해서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구건호를 보면 허리 굽혀 인사했다.

비서 박희정이 녹차와 조간신문을 가져왔다. 옆방에 있던 송사장이 구건호가 있는 방으로 건너왔다.

“A전자 수원공장으로 가져간 신규 개발품은 모두 합격 통지가 왔습니다.”

“다행이네요. 5종류라고 했던가요?”

“5종류 맞습니다. A전자 수원연구소장이 우리 연구소 소장 오준수 상무에게 금요일 골프를 같이 치자고 하는 모양입니다.”“오, 그래요?”

“수원에서 가까운 기흥에 있는 남부 컨트리클럽에서 라운딩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그런 일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석하라고 하세요. 혹시 경비 들어가는 것 있으면 송사장님이 배려를 해주시고요.”

“그런데 오상무가 걱정을 하네요.”

“왜요? 골프를 잘 못 쳐요?“

“독일 뮌헨에서 BMW연구소에 있을 때 쳐보았는데 한국에선 못해보았다고 합니다. 뮌헨에 있을 때 골프채도 누구한테 쓰던 걸 선물 받은 거라 낡았다고 합니다.”

“골프채 하나 사 주세요. 세트로 새것으로 사 주세요. 골프화도 하나 사주고요.”

“알겠습니다. 제가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아까 오다보니 종업원 늘어난 것이 실감나네요.”

“현재 350명이지만 년 말까지는 400명이 넘어설 것 같습니다. 박종석 이사의 주장대로 아쎄이반의 인원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아쎄이(어셈블리) 조립은 하청줄 걸 그랬나요?”

“아닙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박이사의 주장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이지만 전자나 가전도 예민한 부분이 많습니다. 영세업자들에게 하청을 주어 불량이 발생하는 것 보다는 아쎄이 조립은 우리가 하는 것이 품질관리 면에서는 더 낫습니다.”

“흠, 그래요?”

“이번에 아세이반에 새로 들어온 여성들은 전원 20대, 30대입니다. 손들이 엄청 빠릅니다. 급여를 좀 넉넉하게 책정해 주었더니 일들 잘합니다. 기존 생산직 직원들이 느끼는 바가 많을 겁니다.”

“좋은 일이네요.”

“아쎄이(A’ssey)반은 인원이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A전자 납품대금은 들어오기 시작하는가요?”

“지난달 납품대금은 B2B로 들어왔습니다.”

“3개월짜리인가요?”

“아닙니다. 1개월짜리입니다.”

“그럼 구태여 할인할 필요는 없겠네요.”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그러시죠, 그럼.”

“1개월 후 현금화되면 악성 부채부터 갚겠습니다. 자본금도 증가하고 부채도 갚아서 업계 평균 부채비율을 향해서 가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코스닥 상장에 걸림돌은 없을 것 같습니다.”

“흠, 좋은 징조네요.”

“작년에 지에이치 모빌의 매출은 816억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와서 금년도 목표를 12% 늘어난 914억으로 년 초에 사장님께 보고 드린바 있습니다.”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A전자 매출 증가로 1,050억으로 정정해야 될 것 같습니다.”

“흠, 그래요?”

“연구소에서 합격 받은 신제품 물량이 터진다면 방금 말씀드린 1050억 원의 매출계획도 수정할 수 있습니다.”

“흠.”

“이번 하기휴가 때는 우리가 사논 콘도를 종업원들이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그 많은 종업원들이 혜택을 못 받았을 텐데요?”

“콘도는 3구좌 밖에 없지만 3박 4일씩 일자별로 나누고 년 중 아무 때 사용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단, 하절기에만 수요가 집중적으로 몰리기 때문에 하기 휴가철 사용자는 제비뽑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불만은 없습니다.”

“좋아하던가요?”

“물론이지요. 혜택 받은 사람들은 아주 좋아했습니다. 가족을 동반한 이용이니까 회사의 이미지도 좋아졌습니다. 더구나 대리급 이상 확대간부회의에서 제가 하절기에는 임원들은 콘도 사용을 금지한다고 하니까 아주 좋아했습니다.”

“허허, 그래요? A전자 돈 들어오면 콘도 몇 구좌 더 사세요.”

“고맙습니다.”

구건호가 현장을 내려가 보았다.

반장들에게 작업지시를 하던 생산과장이 구건호를 보고 깜짝 놀라 인사를 하였다.

“박이사 어디 갔소?“

“예, 계십니다. 저기 오시네요.”

박이사가 구건호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박이사는 생산과장이 옆에 있어서 형 왔냐는 소리를 못하고 고개 숙여 인사만 했다. 구건호가 웃으면서 생산과장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생산과장님은 일 보세요. 무슨 작업지시를 하는 것 같았는데.”

“알겠습니다. 저는 가보겠습니다.”

생산과장이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반장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구건호는 박이사와 함께 현장을 걸으며 말했다.

“아쎄이 반을 새로 만들었다며?”

“전자 쪽 분야라 하청 주었다가 불량 나오면 안될 것 같아서 만들었어. 하나라도 불량이 나오면 전부 라인이 서버리게 되잖아. 불량 나오면 반품시키고 다시 가져오고 그러다 보면 라인이 선채 시간이 다 가버려 회사가 큰 손실을 보게 되잖아.”

“송사장도 박이사가 아쎄이 반을 만든 건 잘한 것 같다고 하더라.”

“그 까칠한 양반이 그런 소릴 해?”

“그 사람이 그렇게 까칠하냐?”

“말 마. 간부들 혼낼 때 보면 정나미가 팍팍 떨어져.”

“너 한테도 그러냐?”

“나한텐 덜해. 아무래도 공장장이니까 체면을 세워주는 것 같기는 해.”

“그러면 됐다.”

아쎄이 반은 젊은 여성들이 줄지어 앉아 전기인두기를 들고 납땜을 하고 있었다. 손놀림이 보통이 아니었다. 이들은 구건호가 들어오자 고개를 들고 힐끔 쳐다보고는 계속 작업을 하였다. 구건호가 누군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군지 안다 해도 이들은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자세로 앉아서 열심히 일했다.

“전부 젊은 여성들이네.”

“35세 미만은 없어. 워크넷 광고 낼 때 통근차 운행, 급여 200이라고 하니까 엄청 사람들이 몰려 왔었어. 더군다나 용역회사가 아니고 입사원서 제출처가 지에이치 모빌 직산공장 총무과라고 하니까 더 몰려든 것 같아.”

“그랬어?”

“요즘 우리 공장 앞에 있는 24시간 편의점이 매출이 많이 오른데. 거기 사장이 요즘 입이 찢어졌어.”

“하하, 그래?”

“형! 형하고 나하고 포천하고 양주에서 공돌이 할 때 생각 안나? 그땐 우린 이런 공장은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왔지? 고작 해봤자 종업원 20명, 30명 정도의 마찌꼬바 공장이었잖아?”

“그랬었지.”

“또 종업원 20, 30명 있는 공장의 중간 관리자들은 왜 그렇게 갈구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놈들이야.”

“다 못 배워서 그래.”

“누군 배웠나? 나도 못 배웠지만 참 치사하고 더러운 놈들이 많아.”

“너 여기서 공장장 한다고 밑에 있는 애들 안 갈구냐?”

“난, 그런 것 없어. 나보다 나이 먹은 사람들은 다 형 대우 해주고, 나보다 나이 적은 사람들은 다 동생처럼 대해주니까 부딪칠 일도 없어.”

“그러고 보니 너 요즘 배 나오는 것 같다.“

“킥킥, 남 말하고 있네. 형도 배 나왔어. 참, 형수씨는 지금 어떻게 됐어?”

“뭘? 임신 말이냐? 이제 4개월째야.”

“오, 그래? 축하! 축하! 그래서 형이 이렇게 배가 나왔구나. 부부가 같이 나오겠는데?”

“너, 까불래?”

“헤헤.”

“12시 다 되어간다. 너 밥이나 사라.”

“형하고 나하고 둘이서만 밥 먹으러 가면 다른 임원들이 싫어할 수 있어. 차라리 임원들 다 불러. 여기 매실농원 사장이 간장게장 새로 들어온 것 있다고 오라고 하니까 거기로 가지.”

“알았다. 내가 올라가서 총무이사에게 말하지.”

구건호가 총무이사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임원들 다 같이 식사나 하지요. 12시까지 매실 농원으로 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12시 정각되면 종업원들이 구내식당을 가기위해 마당으로 쏟아져 나오니까 11시 50분에 출발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차에 송사장과 경리이사를 태우고 매실 농원으로 갔다. 총무이사는 자기 차에 연구소장과 박종석 이사를 태우고 매실 농원으로 갔다. 농원 속에 있는 고급 식당은 정원에 많은 화초를 심어 아름다웠다. 여성인 경리이사는 꽃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어마! 예쁘네!”

경리이사는 꽃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구건호는 임원들과 함께 마주 앉았다.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간장게장과 황태찜 같은 것이 나왔다. 여러 가지 나물과 이 집에서 직접 담갔다는 맛깔스런 김치종류도 나왔다. 음식은 정갈했다.

식사를 하면서 구건호가 연구소장에게 말했다.

“금요일날 A전자 연구소장과 만난다고요?”

여러 임원들이 있어서 골프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그런 분들이 만나자고 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세요. 만나다 보면 좋은 정보가 오고갈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연구소장 역시 골프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송사장이 얼른 화재를 돌렸다.

“경리이사님 한잔 하시죠? 딱 한잔씩만 하고 가시죠.”

“호호, 고맙습니다.”

“이번에 여성 사원들이 많이 들어와 내가 뭐라고 했는 줄 아십니까?”

“뭐라고 했는데요?”

“우리 회사는 여성임원도 있다. 사원에서부터 올라간 사람이다. 여러분들도 장래엔 이 안에서 여성 임원이 나올 수도 있다 라고 하니까 모두 좋아하던데요?”

“호호, 그랬어요?”

구건호도 웃으면서 김민화 경리이사를 보고 말했다.

“경리이사님은 몇 년 만에 이사가 되신 겁니까?”

“올해가 그러니까... 22년 만에 된 것 같네요.”

“허허, 그런가요?”

“제가 22년 전에 물파산업에 입사하니까 그때 디욘코리아로 간 김전무님이 영업부 대리였어요. 전무님은 그때도 말을 잘해 별명이 김구라였어요.”

“김구라? 으하하하.”

모인 사람들이 전부 웃었다.

“앞에 계신 총무이사님은 저보다 1년 입사 선배이셨던 것 같고요.”

“허허, 그런가요?”

“중국에 가신 공장장님이 그때 생산과장이셨어요. 공장장님은 그때만 해도 젊으셨는데 중국 간다고 인사하러 오셨을 땐 많이 늙으셨더라고요.“

구건호는 경리이사가 입사를 했다는 22년 전을 생각해 보았다.

[22년 전이면 내가 15살 중학교 2학년 때이네. 이석호한테 우산이나 뺏기고 얻어맞고 다닐 때였네. 그러고 보니 세월이 참 빠른 것 같네. 22년 전이면 앞에 있는 경리이사도 지금처럼 눈가에 잔주름이나 목주름이 없었겠지.]

구건호가 박종석 이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박이사는 22년 전이면 초등학교 6학년 때이네. 중학교 갈 놈이 공부 안하고 만날 만화책만 본다고 설렁탕집을 하는 엄마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기억이 나네. 차식, 여기선 짬밥이 안 되는지 아무소리 안하고 밥만 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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