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16화 (316/501)

# 316

45만 달러 송금 (2)

(316)

구건호는 옆에 서있는 누나를 향해 말했다.

“외화 송금 신청서 ( foreign currency transfer form )보낼 땐 중국 측 수취인 인적사항이 필요하니까 여기 명함 복사해서 가져가. 여기에 주소가 다 나와 있어. 수취은행 지점명과 계좌번호, 국가별 은행코드 같은 건 전에 5만 달러 보낼 때 서류가 있으니까 참고해.”

“알겠다.”

“이번에 보내는 돈은 액수가 많으니까 해외 직접투자 신고한 서류도 참고로 가져가. 저기 책장에 꽂혀있는 노란색 파일 철이 중국관계 서류철이니까 참고해 봐.”

“알겠다.”

“그런 저는 갑니다. 두 분 수고하세요.”

“점심 먹고 가지 그래?“

“아니요, 밖에 손님들이 온 것 같으니 갈게요.”

매형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더니 돌아서서 말했다.

“손님은 아니고 전에 같이 근무했던 기사들이 왔네. 어제도 소문 듣고 많이 다녀갔는데 또 오네. 자리 하나 달라고 저러네.“

“그래요? 사람 채용할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요. 하하.”

구건호와 엄찬호는 직산으로 가다다 안산에서 식사를 했다. 구건호는 최근에 일식이 맞는 것 같았는데 엄찬호는 고기 종류를 좋아해 안산의 ‘유니스의 정원’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엄찬호는 입이 벌어져 엄청나게 먹었다.

“태영이 사업은 어떠냐?”

“그럭저럭 하나 봐요. 요즘 사장님 한남동 통 안 오신다고 태영이 형이 물어봤어요.”

“내가 그쪽에 갈 시간이 없구나.”

“제가 태영이 형한테 말했어요. 사장님 요즘 너무 바쁘다고 말해주었어요.”

“잘했다.”

식사 후 구건호는 벤트리 승용차 뒷좌석에서 꾸벅꾸벅 졸며 직산의 모빌 공장으로 왔다.

“사장님!”

“어, 왜?”

“다 왔습니다.”

“벌써?”

공장 마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아?”

구건호가 탄 벤트리 승용차가 현관 앞에 서자 경비가 뛰어와 문을 열어주며 거수경례를 붙였다. 마당에 있는 사람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구건호는 차에서 계속 졸면서 와서 입안이 탑탑했다. 비서 박희정을 불러 녹차를 주문했다. 비서가 녹차를 가져왔다.

“밖에 웬 사람들이요?”

“오늘 생산직 최종 면접이 있는 날이에요. 마당에도 사람들이 있지만 지금 강당에 사람들로 꽉 찼어요.”

“흠, 그래요?”

지금 송사장님이 심사위원장이고 총무이사님과 생산부 박종석 이사님이 심사위원으로 들어가 계세요.“

“흠, 그래요?”

“총무이사님 말로는 이번에 많이 뽑을 거라고 하네요. A전자 물량 때문에 그런 모양이에요.”

“아까 오면서 보니까 여자들도 많이 왔네요.”

“박이사님이 아쎄이 조립반을 만들었어요. 거기서 근무할 사람들입니다.”

“아셈블리 조립반을 운영하겠다는 이야기로군. 잘 알았습니다.”

비서 박희정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고 나갔다.

구건호는 회사가 면접시험으로 소란스러운 것 같아 다시 나왔다. 엄찬호가 물었다.

“사장님, 디욘코리아로 가면 되지요?”

“야, 오늘은 시흥까지 갔다 오니까 피곤하다. 시간도 많이 되었으니 오늘은 그냥 서울 올라가자.”

“알겠습니다.”

구건를 태운 차는 공장을 빠져나와 북천안 IC에서 경부 고속도로를 탔다.

“서울 가시면 신사동 빌딩에 들리실 겁니까?”

“시간 좀 있으니까 양재동 교육문회회관이나 들려라. 거기 사우나나 들렸다 가자.”

“그럼, 아예 여기 아산 온천으로 모실가요?”

“고속도로 이미 탔는데 어딜 가냐. 그냥 올라가자.”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탄 차가 양재 IC에서 빠져나와 교육문화회관으로 갔다. 평소에 예식장 손님도 많았지만 지금은 늦은 시각이라 예식장 손님은 없었다.

“찬호야, 너도 가자. 같이 사우나 하러 가자.”

“저, 여기서 그냥 대기하겠습니다.”

‘같이 가. 사람이 목욕도 하고 그래야지.“

“저는...”

“왜?”

“문신이 좀 있어서요.”

“문신 좀 있으면 어떠냐? 누가 잡아먹나? 가자!”

사우나탕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구건호가 엄찬호의 벗은 모습을 보았다. 운동을 해서 가슴 근육이 잘 발달했지만 상체의 문신이 너무 많아 징그러웠다.

“죄송합니다.”

“야, 그거 지울 수는 없는 거냐?”

“잘 안돼요. 그리고 멋있잖아요? 평택에 있는 미군부대 캠프 험프리에 가면 미군 애들 대부분 문신했어요. 걔들 문신 장난이 아닙니다.”

“그래? 너 거기에도 문신했냐?”

“예? 에이, 거기에는 안했죠.”

“난, 거기에도 한줄 알았다.”

“사장님도 팔뚝에 하나 있네요.”

“응? 이거?”

구건호도 왼쪽 팔뚝에 HOPE라는 문신이 작게 있었다.

“이게 무슨 문신이냐? 그냥 글씨 써놓은 거지. 군바리 시절 장난으로 한 거다.”

두 사람을 불알을 털렁거리며 탕 속으로 들어갔다.

“너, 가슴 근육은 참 좋다. 역시 운동을 많이 한 놈이라 몸매 하나는 좋다.”

“사장님도 좋네요. 갑빠가 많이 나왔는데요? 알통도 크고요.”

“이거? 운동 살은 아니야. 다 노동 살이야. 옛날에 공돌이 생활할 때 무거운 것 많이 들어서 그래.”

“불에 덴 자국 같은 것도 많은데요?”

“공돌이 처음 할 때 서툴러서 그랬어. 너는 미끈하고 좋다.”

구건호는 탕 안에서 혼자 텀벙 거렸다. 모리에이꼬와 함께 동경 게이오 플라자 호텔 수영장에서 텀벙거릴 때가 생각났다.

토요일이 되었다. 김영은이 도곡동 타워팰리스로 왔다.

김영은은 임신 4개월째를 맞이하고 있었다. 김영은은 이제 배가 불러오는 듯 하며 입덧도 많이 없어진 것 같았다.

“병원에서 아이 성별 알려주었어.”

“그래? 뭐래?”

“사내아이래!”

“그래? 으하하하. 작은 구건호가 태어나겠구나!”

“여자 아이면 어쩔 뻔 했어?”

“여자 아이도 좋지! 난 남녀 구별 없이 아이와 산모가 건강하면 다 좋아.”

구건호는 김영은의 배를 슬슬 만져보았다.

“이제 그만 만져!”

“알았어. 알았어.”

김영은은 입덧이 없어지자 식욕도 왕성해졌다.

“너무 먹는 것 아니야?”

“입이 땡기는 걸 어떡해? 오빠 나 도마토 좀 사다줄래? 방울 도마도 먹고 싶어.”

구건호는 마트에 가서 도마도도 사오고 쥬스도 사오고 다른 과일도 사왔다. 구건호는 김영은의 다리가 부은 것 같다고 하면서 맛사지도 해 주었다.

월요일이 되어 신사동 사옥으로 출근했다.

구건호는 혼자서 3호선 지하철을 타고 고속버스 터미널 지하에 있는 영풍 문고에 가서 태교에 관련된 서적을 여러 권 샀다. 태교 탈무드 동화집과 태교음식, 태교를 위한 클래식 CD도 샀다.

“이제 나도 아빠가 되는 건가?”

구건호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구건호는 자신도 나쁜 행동이나 나쁜 생각은 하지 말아야 되겠다고 다짐했다.

구건호는 사장실에 혼자 앉아 태교 동화집 같은 것을 보았다. 김영은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 오늘 기형아 검사했어.”

“기형아 검사? 그게 무슨 소리야?”

“응, 임신 4개월 정도 되면 받는 검사 있어. 이상 없데.”

“나는 기형아 검사라고 해서 깜짝 놀랐네. 내가 오늘 영풍 문고에 가서 태교에 관한 책 여러 권 샀어.”

“그래?”

“너무 힘든 일 하지 말고 야근 당직 같은 것도 이제 좀 줄여달라고 해.”

“알았어.“

“여보, 사랑해.“

“그럼, 일 봐요.”

17층에 있는 신정숙 사장이 구건호가 있는 18층 사장실로 왔다.

“웬 책을 그렇게 들고 오십니까?”

“이번에 미디어에서 발행한 경영서적들입니다. 경영서적은 구사장님 한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가져왔습니다. 아직 시판되지 않은 방금 제본소에서 나온 따끈따끈한 책들입니다.”

“그래요? 꽤 두껍네요.”

구건호가 신사장이 준 책을 떠들어 보았다.

“고맙습니다. 시간 있을 때 읽어보지요.”

“코스프레 잡지는 이번호도 3천부 정도 나갔습니다. 대박은 아니라도 성공입니다. 기사도 여러 사람이 아닌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이 혼자 다 쓰다시피 합니다. 기사의 절반을 일본 것을 베끼니 크게 힘들건 없습니다.”

“흠. 그래요?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서점에서 사왔어요. 태교 동화집이에요. 영은이 갖다 주세요.”

“태교 동화집이요? 저도 아까 영풍 문고에서 사왔습니다. 다행히 제가 산 것하고 같은 책은 아니네요.”

“구사장님도 태교 책을 샀어요? 어머나! 책상 위에 있는걸 보니 정말이네요. 호호호, 구사장님도 틀림없이 좋은 아빠가 될 것 같네요.”

“요시타카 선생에게 대우는 잘 해드리고 있지요?”

“월 350만원 책정해 드렸어요. 일본 돈으로 30만엔은 넘습니다. 그래서 요시타카 선생은 매월 20만엔 정도는 집으로 부쳐주는 것 같습니다.”

“가족이 많습니까?”

“가족 이야기는 잘 안 해요. 딸이 하나 있는 건 확실한데 부인에 대한 이야기는 안하네요. 딸은 동경에서 대학을 다니는 것 같습니다.”

“흠, 그렇습니까?”

“요즘 일본 쪽 베스트셀러 물을 소개해주어 하는 일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주택수당을 더 달아줄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요시타카 선생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습니까?”

“홍대앞에 원룸에 삽니다.”

“흠, 그래요? 외로우실 텐데 잘 해드리세요.”

“언제 시간 나시면 구사장님이 요시타카 선생한테 술 한잔 사 주세요. 남자끼리는 통하는 데가 있을 것 아닙니까?”

“하하, 그래요? 알겠습니다.”

신사장이 사장실을 나가고 나서 얼마 있다가 중국의 문재식에게서 전화가 왔다.

“중방에서 45만달러 들어온 것 확인했다고 연락이 왔어.”

“그래?”

“오후에 안당시 동참(동부 터미널) 건설 준비위원회 회의가 열릴 예정이야.”

“아, 그 주비(籌備)위원회 라는 것 말이냐?”

“응,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도 준비가 아닌 주비위원회라는 명칭을 썼던 모양이야. 국민회의 주비위원회라는 것도 있었고 그런 모양이야.”

“흠, 그래?”

“돈 들어왔으니 이제 터미널 부지를 합자사에 넘기고, 운송사업 면허도 빨리 내 달라고 독촉해야겠어.”

“그래야 되겠지.”

“조금 전에 합자사 부총경리(부사장)인 창춘(常春)이 나한테 살짝 와서 말하는데 운송사업 면허는 교통국장이 틀어주고 있는데 곧 나올 것 같다고 하네.”

“돈 들어갔으니 그건 주겠지.”

“그런데 선로패는 두 세대 나올 것 같다고 그러네.”

“그것 밖에 안 나오나?”

“뚜이카이(對開) 정책 때문에 그렇다고 그러네.”

“뚜이카이 정책? 그게 뭔데?”

“이쪽에서 3대가 투입되면 저쪽에서도 3대가 들어오는 정책이래. 말하자면 안당시에서 귀주시까지 노선이 뚫린다면 안당시 에서 3대가 노선에 투입되고 귀주시에서도 3대가 들어오는 거지.”

“흠, 그래? 그럼 우리가 살던 인천에서 대전까지 버스 노선이 생긴다면 인천시의 버스회사가 3대가 들어가고 대전시의 버스회사가 3대가 들어온다는 말이겠네.”

“맞아. 그게 뚜이카이 정책이야. 그런데 한국은 나라가 작아서 서울에 있는 버스회사들이 노선에 들어가고 지방에 있는 회사들은 잘 못 들어오잖아? 그래서 재벌이 생기지만 중국은 지방분권이라 골고루 해야 된데. 나라가 넓으니까 그런 모양이야.”

‘흠, 뚜이카이 정책이라.“

“이 뚜이카이 정책은 고속버스뿐만이 아니라 항공에도 적용이 돼. 우리나라는 대한항공이 부산에 취항하면 그걸로 끝나지만 뚜이카이 정책이라면 절반은 부산항공이 들어와야 된다는 이야기지.”

“지방의 회사들은 영세하니까 서비스 측면에서 약하니깐 우리나라에선 그게 잘 안되겠지. 하여튼 나쁜 제도는 아니겠다. 그렇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노선패는 절반만 나온다는 이야기네.”

“그래서 귀주시뿐만이 아니고 다른 도시를 내가 뚫어보려고 그래.”

“흠, 그래? 그럼 노선 답사라도 다녀와야겠구나.”

“회의 끝나면 내가 결과보고 해줄게.”

“알았다. 수고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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