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06화 (306/501)

# 306

A그룹의 비밀 제의 (4)

(306회)

구건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사장, 그럼 월요일 중국에 잘 가거라. 나는 배웅을 못하고 여기서 악수해야 되겠다.”

“그래. 중국 가서 열심히 할게. 내가 일일보고는 이메일로 보내줄게.”

“일일보고? 보내지 마. 그냥 위클리 리포트나 보내줘.”

“하하, 알았다. 하지만 특별한 일이 있으면 일일보고 보내줄게.”

“도착하면 바로 중국 합자사 계좌번호 이메일로 보내줘라.”

“알았다.”

구건호는 누나와 매형에게도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럼 전 갑니다. 여기에 자주 못 옵니다. 이제 차를 늘리고 회사를 키우는 것은 매형과 누님의 몫입니다. 열심히들 하십시오.”

“알겠네. 열심히 하겠네.”

“다시 말씀드리지만 직원을 새로 채용하는 것, 차를 새로 사는 것, 거래은행이나 거래 세무사를 바꾸는 것 등은 모두 알아서 하십시오. 저는 간여 안합니다.”

“알겠네.”

“경영성적에 따라 급여 조정하는 것도 알아서 하십쇼.”

“알겠네.”

구건호는 손을 흔들고 마당에 세워둔 벤트리 승용차에 올라탔다.

시흥시를 빠져 나오면서 엄찬호가 말했다.

“어디로 모실까요? 사장님.”

“야, 우선 배가 고파 죽겠다. 아침도 못 먹어 배가 고프다.”

엄찬호가 갑자기 ‘하하하’ 하고 웃었다.

“너 왜 웃냐?”

“회사를 몇 개씩 갖고 계신 사장님이 배가 고프다고 하니 우스워서요.”

“배가 고프면 고픈 거지 뭐가 우습냐?”

“우스워요.”

“어디 해장국집이라도 있으면 가자. 지금 몇 시냐?”

“지금 11시 좀 넘었는데요? 선지해장국집 갈까요? 저도 배가 고파요.”

“너는 왜 또 배가 고프냐.”

“저도 오늘 아침 늦어서 밥을 못 먹고 나왔어요.”

“그래? 그럼 같이 먹자. 너하고 나하고는 어째 비슷한 점이 많다.“

구건호와 엄찬호는 도로변에 있는 해장국집에서 선지해장국을 먹었다.

밥을 먹고 승용차 뒤에서 몸을 흔들거리며 가다보니 졸음이 왔다.

“찬호야, 졸지마라.”

“예, 안 졸아요.”

“나는 졸아도 너는 졸지마라. 졸리면 가다가 차 세워놓고 가라. 너도 밥 먹은 지 얼마 안 되어 졸릴 거다.”

“졸리기는 하네요. 이따가 적당한데 있으면 쉬었다 가지요.”

구건호가 벤트리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흔들거리며 졸았다 깼다를 반복하며 갔다. 차가 봉담 부근을 지날 무렵 스마트폰 전화가 울렸다.

“구사장? 나 문재식이네.”

“어, 문사장. 아직도 시흥에 있지?”

“아직 있어. 아까는 누님과 매형이 있어서 이야기 못했는데 듣고만 있어.”

“말 해봐.”

“내 결혼식을 위해서 뒤에서 많이 도와줘 고맙다.”

“별소리 다한다.”

“와이프도 평생 웨딩드레스 입어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입어 보았다고 펑펑 울었어.”

“그래?”

“그리고 부모님을 위해서 주공아파트를 살 수 있도록 도와줘 고맙다.”

“고맙긴. 명의 빌린 값에 대한 보상인데 그런 소리 마라.”

“더구나 여기의 급여를 180만원 맞추어 준다니 정말 고맙다.”

“그건. 매형과 누나가 그렇게 하자고 했어.”

“그래도 구사장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을 것 아닌가. 집안 문제도 내가 걱정 없이 가니 좋다.”

“문사장이 걱정 없이 간다니 나도 기분이 좋다.”

“중국 가서 내가 먼저 자리 잡으면 와이프도 정리하고 중국 곧 올 거야. 아이도 중국에서 출산할 예정이야.”

“합자사에서 아파트 배정 받으면 그때부터는 안정이 될 거야. 나중에 출산하면 가정부라도 둬. 거기는 가정부 인건비도 싸니까 가정부 두어도 돼.”

“고맙다.”

“합자사에서 처음에 차를 사주지 않고 렌트카를 주지만 여기서 돈이 들어가면 좋은 차 사 줄 거야.”

“알겠다. 그래도 내가 무작정 중국 가는 것 보다 지에이치 로지스틱스에서 일하다 가는 게 나한테는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좋은 경험했어.”

“그래, 문사장, 화이팅이다.”

“화이팅!”

구건호는 직산의 지에이치 모빌로 왔다. 마침 송장환 사장이 자리에 있어 불렀다.

“차 한잔하시죠.”

구건호는 비서 박희정씨에게 녹차 두 잔을 부탁했다.

“영업하시느라 많이 힘들죠?”

“괄목할만한 성과가 없어 스트레스입니다.”

“우리가 금년도에 900억을 돌파하면 그래도 10%이상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저는 금년이 아니라 그 이후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왜요?”

“한계가 있어서 그럽니다. 자동차 부품 분야는 현대모비스나 현대 다이모스같은 현대 계열사들이 잡고 있으며 이들 회사 납품하기도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기존의 거래처를 제키고 들어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자동차보다는 가전이나 전자분야는 어떻습니까?”

“전자분야 역시 인맥이 작용합니다. 하지만 두드리다보면 문은 열리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합니다. 단, 내부에서 새는 것은 방지해야 되겠지요. 그래서 어느 때는 내부 단속을 위해서 타이트하게 조일 때도 있습니다.”

“만약에 말입니다. 우리가 전자분야에 대량으로 일감이 터진다면 우리 회사가 생산캐파(production capacity)의 능력은 있겠습니까?”

“우선 기계장비를 주야로 돌리면 되겠지요. 아니면 뒷마당에 공간이 있으니 생산동 하나는 건축할 수가 있겠지요.”

“공간적 능력보다도 인적 능력 말입니다. 연구소에서 감당을 할지요. 기술자들 하고요.”

“제품의 난이도가 문제이지만 현재에 이미 나와 있는 제품이라면 못할 것은 없다고 보여 집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A전자 아시죠?”

“알지요. A그룹의 주력기업인 A전자를 모를 사람이 있겠습니까?”

“이쪽에 대량거래가 터질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발설할 때는 아닙니다만 송사장님한테만 조용히 말씀드립니다.”

“오, 그러고 보니 사장님 결혼 때 주례를 섰던 이진우 장관님이 A그룹의 사위가 아닙니까?”

송사장이 긴장한 모습으로 구건호를 쳐다보았다.

“아직은 극비이지만 주식 이동이 약간 있을 것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송사장이 눈을 크게 뜬 채 구건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구체적인 움직임은 추후 말씀드리겠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송사장이 구건호에게 목례를 하고 나갔다.

구건호는 A전자의 박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증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먼저 물품공급 계약서 체결을 원합니다.”

“알겠습니다. 훌륭한 결단을 하셨습니다. 수원에 있는 A전자의 연구소장과 당진공장의 구매담당 임원에게 연락을 해 놓겠습니다. 내일 모빌의 임원과 연구소장이 함께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조금 전에 나간 송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쩌면 내일 중으로 A전자의 수원 연구소장과 A전자 당진 공장의 구매담당 임원을 만나실수 있을 겁니다. 연락이 오면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연구소장 오준수 상무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앉으십시오.”

“A전자 연구소 알지요?”

“압니다. 거기 연구실 책임자 몇 사람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쪽의 일감을 우리가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내일 중으로 연락이 오기로 했습니다. 만약에 연락이 오면 송사장님과 함께 들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거기의 시험 장비들이 우리나라에서 제일이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한번 들어가게 되면 장비들도 보고 오겠습니다.

을지로 본사에 있는 A전자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원 연구소는 10시까지 가시면 됩니다. 거기에 있는 연구소장에게 지시를 해 놓았습니다. 당진에 있는 구매담당 전무이사에게는 내일 오후 2시까지 들어가시면 되겠습니다. 구매담당 전무이사가 거기 공장장 겸직입니다.”

“알겠습니다.”

“연구소장은 신규 개발품에 대한 도면을 줄 겁니다. 그리고 당진공장 공장장은 금형을 몇 개 줄 겁니다. 물품공급 계약서 작성 직전에 지에이치 모빌에 실사는 나갈 겁니다.”

“당연하겠지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송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A전자 수원 연구소장은 내일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당진공장 공장장은 내일 오후 2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구매담당 전무이사가 공장장 겸직이랍니다.

“알겠습니다.”

“우리 연구소 소장 오준수 상무님과 함께 가십시오.”

“알겠습니다. 헌데 당진공장은 박종석 이사도 함께 가겠습니다.”

“왜요? 영업담당 서창훈 차장이 있지 않습니까?”

“테크니칼 백그라운드는 박종석 이사가 월등해서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아 아빠에게 차를 사줘 고맙다.”

“차 계약했나?”

“내일 하기로 했어.”

“차종은 정했어?”

“정했어 K7 산다고 했어.”

“잘했네.”

“정아 아빠는 처남 덕에 출세했어. 고마워.”

“로지스틱스가 돈 많이 벌면 그게 나한테도 좋은 거지 뭐. 또 매형과 누나가 하니까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 좋잖아?”

“정아 아빠하고 이야기 했는데 출퇴근 때는 차 한 대로 하기로 했어. 소나타는 여기 세워놓았다가 정아아빠 외근 나갔을 때 내가 업무용으로 쓰기로 했어.”

“그러면 되겠지.”

“문사장은 갔지?”

“갔어. 이제 여기 안온다고 했어.”

“어려운 점은 없어?“

”문사장이 자세히 가르쳐줘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옛날에 내가 문사장한테는 숙제같은 것 물어보면 그런 것도 모르냐고 하면서 자 막대기로 톡톡 때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거꾸로 됐어. 내가 도로 배우고 있어 호호.“

“매형은 같이 계신가?”

“이 근처의 정비공장 사장이 와서 옆방에서 이야기 하고 있어.”

“정비공장 사장이?”

“정아 아빠가 정기검사에 대해서 물으니까 사장이 직접 왔네. 새로 이사 온 운수법인이라고 하니까 온 모양이야.”

“그래?”

“정아 아빠 말로는 화물차는 새차 산지가 2년이 넘으면 사업용은 무조건 1년마다 한 번씩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어. 5년이 지나면 6개월에 한 번씩 받는데.”

“매형이 운수회사 오래 근무해서 그런 건 잘 알겠네. 그런데 자동차 검사는 용역 들어간 회사 근방에서 받아도 되잖아?”

“그래도 좋은데 회사에서 차량을 자체 점검 해볼 필요가 있어서 일 없는 날 부르기도 하나봐.”

“4대 보험 같은 건 다 할줄 알지?”

“응, 4대보험도 4대보험 정보 연계센터가 있어서 자격 취득과 상실은 한군데서 다 해.”

“그래?”

“입사와 퇴사가 많지 않아 아직까지는 자주 사용하지는 않아.”

“그래?”

“전표는 지금 비용 쓴 것 영수증 전부 풀로 붙여 일자별로 묶어 놓았어. 나중에 세무사 사무실 갖다 줘야하는데 세무사 사무실은 이 근처로 바꿔도 되지?”

“응, 그건 알아서 해. 투자와 관련된 업무 이외에 난 관여 안 해.”

“부부가 날마다 함께 있으니 좋겠네?”

“좋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어. 여기 소속 몇몇 기사들은 전부터 정아 아빠를 알고 있던 사람들도 있던데?”

“그래?”

“아까 낮에 의료보험 피부양자 서류 때문에 음성에서 온 기사는 대뜸 정아 아빠보고 ‘형님 여긴 웬일이십니까?’ 그러던데?”

“하하, 그래?”

“사장으로 새로 왔다니까 좋아서 소주 한잔하자고 그러던데?”

“운수회사 오래 근무해서 기사들 아는 사람이 더러 많을 거야. 거기 딱 적임자네.”

“온비드에서 공매 낙찰 받은 땅이 넓으니까 거기다가 비치 파라솔 갖다 놔야겠어. 편의점 앞에 있는 플라스틱 테이블 말이야. 기사들 오면 거기에서 삼겹살 구워줄까?”

“하하, 그건 누나 알아서 해.”

“집에 가서 정아한테 아빠 사장되었다니까 뭐라는지 알아?”

“뭐라는데? 좋아해?”

“요년이 글쎄 이런 말을 하더라고. ‘외삼촌이 도와줬겠지’ 그러더라고.”

“흠, 그래? 아이들 앞에서 무슨 말 함부로 하면 안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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