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5
A그룹의 비밀 제의 (3)
(305)
구건호는 좀 일찍 퇴근을 하였다.
저녁을 먹고 집에서 가까운 양재천변을 걸었다.
“학여울역까지만 갔다 올까?”
구건호는 양재천변을 걸으며 낮에 A그룹의 박사장이 한 이야기를 되새겨 보았다.
[지에이 모빌은 올해 900억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엔 1천을 돌파한다. 코스닥 상장과 관계없이 1천억의 매출이 늘어난다면 매출이 2천억이 된다. 작년에 영업이익이 7%였고 세후 순익이 2.9%였지?.]
[매출이 늘어나면 영업이익은 10%쯤 될 것 같다. 부채가 많아 순이익이 적었는데 부채도 상환한다면 순익 6%는 될 거야. 그럼 순이익이 120억이 되겠지. 120억의 15%면 18억쯤 된다.]
[정치자금으로 18억이 흘러들어간다면 괜찮은 건가? 난 정치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가뭄에 단비는 되겠지. 그런데 돈 써가면서 정치는 왜 하는 건가? 그만한 반대급부가 있는 건가?]
[만약에 매출이 5천억으로 늘어난다면 순익 6%면 300억. 여기서 15%면 45억.... 7억 5천 투자해서 매년 40억, 50억씩 가져간다면 대박인데? 그럼 나는 얼마를 가져가? 82% 주식 보유자니까 246억! 코스닥 상장할 필요도 없네? 에이, 그래도 해야 되겠지. 내 주식 값이 오르는데.“
구건호는 생각에 너무 열중하여 하마터면 넘어질 뻔도 하였다. 결론을 보지 못하고 집엘 들어갔다. 집에 불이 켜져 있었다.
“내가 나갈 때 불을 안 끄고 나갔었나?”
“오빠!”
“익! 이게 누구야? 당신? 웬일이야? 평일 날!”
놀랍게도 김영은이 식탁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나, 병원에 갔다 왔어.”
“병원?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병원에 가지 어디가?”“진찰 받고 왔어.”
“진찰? 어디 아파?”
김영은이 갑자기 구건호의 목을 껴안고 대롱대롱 매달렸다.
“어? 이거 왜이래?”
“나, 임신했어!”
“뭐라고?”
“오늘 혈액검사하고 초음파 검사했어. 임신이래.”
“그으래?”
구건호가 좋아서 김영은의 몸을 번쩍 들었다.
“흠, 좀 무거워졌구나.”
“호호, 임신 때문이 아니라 살쪄서 그래.”
“어떻게 알았지?”
“생리도 없고 오줌이 자주 마려웠어. 감기 기운이 있어서 혹시나 했지.”
“그래서 진찰 받으러 간 거야?”
“원포 테스터기 사다가 혼자 검사해 봤더니 두 줄이 희미하게 보여 얼른 산부인과에 가서 진찰을 받았지. 2개월 정도 된 것 같데.”
“얼마나 클까?”
“지금은 애기 집만 있어.”
“수고했어.”
구건호는 김영은의 뺨에 수없이 뽀뽀를 해주었다.
구건호는 김영은이 임신도 했다고 하여 각 방을 썼다. 더구나 김영은은 주말이 아니라서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된다고 하였다.
구건호는 누워서 A전자 박사장의 말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좋은 일이 있으려는 모양이다. 영은이가 임신 소식이 들리니 뭔가 잘 풀려나가려는 모양이다. 그래, 박사장의 말은 조건 없이 수용해 주기로 하자.]
아침이 되었다. 구건호는 일어날까 하다가 조금만 더 자려고 했다. 인기척이 있어서 눈을 떠보니 김영은이 정장차림으로 방엘 들어왔다. 김영은은 구건호의 뺨에 뽀뽀를 하고나서 말했다.
“시간 없어 나 먼저 나갈게요. 찌개 끓여 놓았으니 식사 하고 가요.”
“응, 잘 갔다 와. 나, 졸려. 조금만 있다가 일어날게. 몸조심하고!”
김영은은 늦었는지 후다닥거리고 집을 나갔다.
구건호는 엄찬호가 일찍 오는 바람에 김영은이 끓여 놓고 간 찌개도 먹지 못하고 출근을 했다.
“오늘은 직산으로 가지요?”
“흠, 시흥으로 가자. 오늘은 문사장이 그쪽으로 나왔을 거다.
시흥에 도착하니 문사장이 서류를 갖다놓고 매형에게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누나도 옆에서 문사장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업무 인계를 했지만 빠진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인계 덜한 것이 있었나?”
“아니, 다 했는데 질문이 있다고 해서 다시 설명해 주었어.”
“신혼여행은 어제 돌아 왔나?”
“그저께 밤에 왔어. 어제는 망원동 집에서 쉬었어.”
“망원동 집은 아직 내놓지 않았지?”
“와이프가 2개월 후에 정식으로 내놓기로 했어. 내가 중국에 먼저 들어가서 자리를 잡아야 하니까.”
“그럼 당분간은 신사동 북카페에 나갈 건가?”
“그런 모양이야. 신사장에게 그만 둔다고 했는데 사람 구할 때까지 있기로 했어.”
“중국가면 합작 파트너인 객운공사에서 호텔을 잡아줄 거다. 당분간은 호텔생활을 하게 돨거야.”
“바로 집을 안 얻어주나?”
“여기서 정식으로 돈이 들어가야 얻어준다. 자기들 돈으론 먼저 안 얻어주지.”
“흠, 그런가?”
“우선은 나갈 때 3개월 정도 생활비는 여기서 출장비 형식으로 주겠다. 500만원 정도 환전해 가지고 가라. 그리고 합자 규정에 따라 여기서 일주일 이내에 5천만 원을 송금해 주마. 도착하면 바로 합자사 계좌번호를 이쪽으로 알려줘라.”
“5천만원이 들어오면 집을 얻어주나?”
“그건 모르겠어. 합자사 추진하면서 자기들도 지불해야 될 데가 많으면 얼른 얻어주진 못할 수도 있겠지. 그쪽 사정에 따라 할 거다. 하지만 너는 돈이 들어오면 집을 얻어달라고는 주장은 해라. 너무 딱딱거리지는 않도록 조심해라.”
“알았다.”
“다음 두 달 이내에 4억 5천만 원이 들어간다.”
“음, 그건 나도 합자계약서를 읽어보아서 알아.”
“그때가 되어야 사장실 방도 꾸며주고, 집도 얻어주고, 차도사고, 여객 운송사업이 시작될 거다. 사업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 하지만 전에 내가 소주시 옆에 있는 곤산시와 합작할 때는 그랬었어.”
“대략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겠다.”
“사흘 후에 출발한다고 그랬나?”
“월요일 출발하기로 했어.”
“상해에서 민혁이 만나기로 했지?”
“민혁이가 상해로 통역 조은화를 데리고 나온다고 했어. 상해에서 만나서 조은화랑 같이 귀주성 귀양시까지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어.”
“귀양시까지 가는 비행기표는 민혁이가 예약했겠지?”
“응, 두 장 티케팅 해 놓는다고 했어. 민혁이 항공표 값은 내가 가면 줘야지.”
“당연히 그래야 되겠지. 그럼 내가 중국에 네가 월요일 간다고 이야기 해주마.“
“그러면 좋지.”
구건호는 안당시 객운참 옌룬셩 총경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옌쫑마?(엄사장이지요?) 워쓰 한꿔더 쥐쫑(한국의 구사장입니다).”
“오우, 니하오! 니하오!”
“월요일 여기서 원쫑(문사장)이 부임하기 위해서 출발합니다. 상해에 들려 통역과 함께 귀양시 공항으로 갈 겁니다.”
“아, 그래요? 드디어 오는 겁니까? 그러면 귀양시까지 차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문사장이 통역이 있지만 아직은 중국말을 몰라서 불편한 점이 많이 있을 겁니다. 많이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염려 마십시오. 우린 이제 친구 아닙니까?”
매형과 누나는 구건호의 유창한 중국어 실력에 놀랐다.
[저러니 중국과 합작도 하고 그런 모양이네.]
매형과 누나는 구건호가 돈만 많은 게 아니라 업무에 달통하고 중국어도 유창하여 구건호가 보면 볼수록 신기하게 보였다.
문재식이 통장과 OTP카드를 꺼냈다.
“땅판 돈이 들어간 52억 8천만원이네. 땅 판돈은 65억 받았는데 성환의 은행에서 사업 시작할 때 융자받은 것 7억 2천 갚았고 법인통장에서 빌렸던 3억도 빼냈네. 인천 주공아파트 사는 것 2억도 여기서 빼냈네. 그래서 잔액 52억 8천이네. 이 돈은 거의 구사장 개인의 가수금이니 빼내도 될 걸세.”
“52억 8천에서 양도소득세를 내야겠지. 중국 투자도 여기서 나가야 하고. 아직은 법인 명의로 그대로 둬야 할 것 같군,”
구건호는 옆에서 구경하던 누나와 매형을 향해 말했다.
“이 통장은 중국투자를 해야 되니 내가 보관합니다.”
“알겠네. 그게 좋겠네.”
문재식이 기업은행 통장을 꺼냈다. 통장이 두 개였다.
“여기에 운영자금 3억이 들어있네. 법인카드 두 개는 다 기업은행 것인데 카드는 누님과 매형에게 각각 드렸네.”
“3억이 들어있는 기업은행 통장과 OTP카드는 매형 드려라.”
매형이 기업은행 통장과 OTP카드를 받았다.
“회사의 모든 운영자금은 거기서 쓰시면 됩니다. 새로 거래처를 뚫어 새로운 트럭을 사거나 하는 것은 거기서 뽑아서 사면됩니다. 거래처 입금도 대부분 거기로 들어옵니다. 관리 잘 하세요.”
“흠, 이것은 정아 엄마가 관리하는 게 좋을 것 같네.”
매형은 기업은행 통장과 OTP카드를 누나에게 주었다.
문재식이 또 다른 통장 하나를 꺼내어 매형에게 말했다.
“이 통장은 자유 적립식 통장인데 현재 4천만원이 들어있습니다.. 매월 차량감가상각비는 계산해서 여기에 적립하시면 됩니다.”
구건호가 말했다.
“그 통장도 매형 드려라.”
문재식이 감가상각 적립 통장을 매형에게 주었다.
“이 통장은 무슨 용도인줄 아시죠?”
“보유 대수 중에서 내구 년한이 다된 차는 이 돈에서 새차를 사는 것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기존 차를 바꿀 땐 이 통장의 돈을 뽑아서 쓰시면 됩니다.“
매형은 통장 잔액을 확인하더니 누나에게 주었다.
문재식이 대봉투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럼 통장은 모두 4개입니다. 땅판 돈이 들어간 우리은행 통장은 구건호 사장에게 인계했고, 주거래 통장인 기업은행통장 두 개는 매형에게 드렸고 여기서 가까운 신한은행 통장에 2천만원이 든 것은 누님에게 드렸습니다. 여기 인수자란에 서명 부탁합니다.“
문재식은 통장 인수 인계서를 미리 타이핑해서 가지고 왔다. 은행명, 통장번호, 잔액이 표시된 인수 인계서였다.
“명확히 하는 게 좋긴 좋겠지.”
모여 있던 네 사람이 모두 해당되는 칸에 서명을 하였다. 구건호는 누나의 얼굴을 쳐다보고 말했다.
“문사장 한국 급여는 얼마로 책정했었지요?”
“월 180만원 아니었나?‘
구건호는 문사장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문사장이 한국에서 받는 급여는 150만원이라고 하니까 누나와 매형이 너무 적다고해서 180만원으로 올렸네. 중국 가있는 동안 180만원은 또박또박 문사장 통장으로 들어갈 거네.”
“180만원? 매형과 누님 고맙습니다.”
문재식의 큰 절에 매형과 누님은 당황했다.
“아니, 이 이것은!”
구건호가 누나에게 말했다.
“여기서 신한은행이 가깝다고 했지요? 500만원만 현금으로 찾아오세요. 문사장 주고 나중에 장기 출장여비로 정리하세요. 정리하는 방법은 거래하는 세무사에 문의하세요.”
“음, 알았다.‘
문재식이 구건호에게 물었다.
“아 참. 내차는 어떻게 할까?”
“무슨 차?”
“내가 타고 다니는 SM5 승용차 말이야.”
“그건 신정숙 사장에게 받은 거 아니야? 법인 명의로 안 되어 있지?”
“응, 내 개인 명의야.”
“그럼 네가 팔던지, 다른 사람 주던지 알아서 해.”
“흠, 그래?”
“매형은 지금 차 없지요? 하나 사세요.”
“정아 엄마 차 소나타 같이 타고 다니면 돼.”
“영업하러 다니시려면 차가 있어야 되잖아요? 누나는 누나대로 여기서 할 일이 있을 텐데. 누나 차 쓰면 서로 불편하니 한 대 사세요.”
옆에서 듣고 있던 문재식이 말했다.
“구사장, 차는 영업하려면 그랜저나 K7 정도가 좋을 것 같아. 여기 기사들도 고급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
“그렇게 하세요. 그랜저나 K7 사세요.”
“처남, 그러지 말고 내가 지입차 윙바디 트럭 판 돈으로 사면 어떨까? 로지스틱스엔 오자마자 부임한지도 얼마 안 되어 차부터 사면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그러네. 영업 실적도 없는데 회사 돈으로 차 사기가 어쩐지 뒤통수 부끄러워.”
“그러세요, 그럼. 개인 명의로 그 돈에서 차 사시고 휘발유와 차량 소모품비나 보험료는 법인에서 지불하는 것으로 하세요.”
“알겠네. 고맙네.”
매형보다도 누나가 더 좋아서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