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303화 (303/501)

# 303

A그룹의 비밀 제의 (1)

(303)

구건호는 시흥의 로지스틱스 사무실을 나오면서 누나와 매형에게 말했다.

“법인 인감은 인수 받았지요?”

“받았어.”

“법인과 사업자 등록증 주소이전 신고하세요. 법인은 법원 등기과에 가셔서 하면 되고 사업자 등록증은 세무서에 가시면 됩니다. 대표자 변경도 하시고요.”

“알겠네.”

“문사장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통장과 OTP카드를 넘겨 줄 겁니다. 중국의 출자는 로지스틱스가 출자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 외환신고도하고 그래야 할 겁니다. 형태는 어찌되었던 중국 출자의 모회사가 되는 셈이니까요.”

“흠, 그렇게 되나?”

“문재식이 중국서 성공하면 과실송금 또한 이리로 들어옵니다.”

“흠, 그렇게 되는구나.”

“여긴 지금 보유차량이 27대지만 차량은 계속 늘어납니다. 디욘코리아도 물량이 늘어나고 있고 홈페이지를 보고 의뢰가 오는 수도 있으니까요.”

“알겠네.”

“저한테 일상적 업무는 이야기해줄 필요 없습니다. 매월 초순에 지난달의 손익현황만 이메일로 보내주면 됩니다. 그건 제가 사업 방향의 판단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알겠네. 그렇게 하지.”

“혹시 나중에라도 업무량이 늘어나 새로 사원을 뽑으려면 뽑아도 됩니다. 그건 제가 관여 안합니다. 매월 손익현황을 보고 뽑을만하면 뽑아도 됩니다.”

“알겠네.”

“그럼, 저는 내일 모레 다시 들리겠습니다. 문재식 사장도 그때 다 같이 만나면 됩니다.”

“점심이라도 먹고 가지 그러는가?”

“아닙니다. 그럼 열심히 하십시오. 이익이 늘어나면 급여도 올라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세요.”

“하하, 알겠네. 그럼 조심히 가게.”

구건호는 시흥에서 아산으로 출발했다. 디욘코리아 공장을 들리기 위해서였다.

디욘 공장엔 직원들이 많이 늘어 제법 복작거렸다. 새로운 경비가 구건호의 얼굴을 몰라보고 쫓아왔다. 경비는 고급승용차가 현관 앞에 서자 어디서 온 VIP인가 해서 쫓아왔다.

“저, 어디서 오신 분인지요?”

엄찬호가 자동차 유리 문을 열고 소리를 빽 질렀다.

“당신 새로 왔어? 사장님도 몰라?”

“아! 사장님, 죄송합니다.”

차에서 내리던 구건호가 웃으며 손을 내밀어주었다.

“새로 오신 모양이네요. 잘 부탁합시다.”

경비는 황송해서 허리를 깊게 숙이고 두 손으로 악수를 하였다.

애덤 캐슬러가 젊은 통역 채명준을 데리고 사장실로 들어왔다.

“사장님, 요즘 얼굴보기 힘듭니다.”

“내가 여러 회사 사장을 맡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별고 없지요?”

“예, 별고 없습니다.”

“여긴 애덤 캐슬러 부사장이 있고, 김전무도 있어서 내가 걱정을 안 합니다.”

“중국법인과 인도법인은 영문으로 된 위클리 리포트가 올라와 제가 일하기 아주 편합니다. 인도에서 온 영문리포트는 제 옆에 있는 채명준씨가 한국어로 번역해 김전무님에게 보고 드리고 있습니다.”

“흠, 그래요?”

“그리고 인도에서는 파견 나가있는 이부장이 영문과 한글을 동시에 써서 보내주니까 따로 번역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행이네요.”

“인도는 현재 매월 50톤이 나가고 있고 중국은 70톤 정도가 나가고 있습니다.”

“국내는 어떤가요?”

“국내는 현재 600톤을 조금 넘고 있습니다.”

“흠, 국내 매출이 아직 월간 30억을 넘기지 못할 것 같네요.”

“김전무가 열심히 뛰니까 더 늘어날 것입니다.”

“애덤 캐슬러 부사장은 조만간 인도가 자리 잡히면 출장 한번 다녀오세요. 가서 유명한 타지마할도 구경하고요.”

“알겠습니다. 중국처럼 월 70톤 이상 나가면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인도는 톤당 440만원에 나가니까 70톤 팔게 된다면 3억 조금 넘네요.”

“그렇습니다. 지금 이부장이 인도에 나와 있는 유럽계 회사들을 공략하고 있으니 좋은 성과가 있을 겁니다.”

“캐슬러 선생, 한국이 지낼 만 하지요?”

“예, 좋습니다. 중국과 인도에 현지법인 설립을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좋습니다. 본사의 브랜든 버크 부사장에게 칭찬도 들었습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지금 합자사가 설립된 지 1년인데 많은 성장이 있었지요?”

“그렇습니다. 그건 본사에서도 인정합니다.”

“내가 2년 후에는 합자사 규정에 따라 여기 사장에서 물러나고 이사회 회장이 됩니다. 그때 사장은 애덤 캐슬러 부사장이 하시죠? 다른데 가지 말고 말입니다.”

“그건 구사장님께서 기회 있을 때 디욘 본사의 브랜든 버크 부사장에게 말씀을 잘 드려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리고 미스터 채.”

“예, 사장님.”

통역 채명준씨가 필기도구를 준비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애덤 캐슬러씨 잘 모셔주세요. 객지에 나와서 외로을 테니까 말벗도 되어주시고 친하게 지내주세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애덤 캐슬러는 구건호와 통역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쫑긋 세웠다.

“지금 구사장이 무슨 말을 한 겁니까?”

“애덤 캐슬러 부사장님을 잘 모셔주라고 부탁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애덤 캐슬러가 그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며 손을 내밀었다.

“오, 땡큐 베리마치, 보스!”

구건호도 웃으면서 잡은 손을 흔들어 주었다.

모빌에서 디욘코리아로 넘어온 상임감사가 들어왔다.

“월간 손익보고를 할 가요?”

“방금 애덤 캐슬러에게 매출은 간단히 들었습니다. 비용도 특별한 지출은 없었지요?”

“예, 없었습니다.”

“그럼 경리담당 조명숙 차장에게 시제표나 가져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구건호가 시제표를 보고 있는데 A그룹의 A전자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 A전자 박사장이요.”

“아, 예 안녕하십니까?”

“지금 서울에 계십니까? 아니면 천안입니까?”

“아산에 있습니다.”

“아, 참 아산에도 회사가 하나 있다고 했지. 그럼 당분간 서울엔 안 옵니까?“

“아닙니다. 이쪽엔 월요일과 목요일만 있습니다.”

“그럼, 내일은 서울에 계시겠군.”

“예, 그렇습니다.”

“그럼 내일 점심이나 같이 합시다.”

“예, 좋습니다. 헌데 무슨 용건이 있는지요?”

“아니, 그냥 점심이나 하면서 뭐 좀 물어보려고 그럽니다.”

구건호는 전날 천안 승지원에서 골프 치고 나서 점심을 얻어먹은 적이 있어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어디서 뵐까요?”

“흠. 내가 있는 A전자 사옥이 을지로 입구에 있는데.... 남산 동보성이 어떻겠습니까? 구사장님 신사동 사옥에서도 멀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럼 내일 12시까지 동보성 중국 음식점으로 오세요. 저 만나는 건 일체 비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A전자 사장이 이상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 사람은 지난번에 지에이치 모빌 직산 공장을 들리면서 조용히 보고 갈 테니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하더니 중국집에 가서 밥 먹는 것 까지도 비밀로 해달라네. 뭐가 그렇게 비밀이 많지? 뭔가 비밀스런 구석이 있는 사람 같네.“

구건호는 인터넷에서 남산의 동보성을 찾았다.

“중국집 맞네. 한강다리 건너서 남산도서관 앞으로 가면 되겠군. 멀지는 않네.”

구건호는 A전자의 을지로 사옥도 검색해 보았다. 이 사옥은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이었다. 언젠가 구건호도 청계천을 구경하다가 이 사옥을 보았었다. 당시 시청앞 광장의 무슨 행사가 있어 참여했다가 가던 길이었다. 일행이었던 공장 동료가 말했었다.

“야, 여기가 A전자 사옥이구나.”

흰 와이셔츠를 입고 사원증을 목에 건 남녀들이 들락거리는걸 보고 같이 온 공돌이가 말했다.

“야, 여긴 여자들도 다 예쁘네.”

“쨔샤! 죽었다 깨도 넌 저런 여자 못 만나!”

A전자는 취준생들이 들어가고 싶은 직장이지만 인적성 검사에서 많이 떨어지는 곳으로 유명했다. A전자 인적성 시험은 인지역량, 실행역량, 심층역량으로 나누어 보는데 시험이 어려워 인적성 고시라고 불렀다. 구건호같은 지잡대 출신은 서류심사에서 탈락될 것이 뻔해서 아예 원서도 넣지 못했다.

아마 구건호가 스카이 대학을 나와 이 회사에 취업했더라면 지금 나이에 조원철이 처럼 과장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A전자의 본사 사장과 골프도 함께 치고 점심이나 먹자고 약속하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다음 날이 되었다. 구건호가 11시쯤 신사동 빌딩을 나와 남산의 동보성으로 갔다.

“의외로 고급 중식당이네.”

동보성 중식당은 방도 있었다. 홀의 한쪽 구석에 앉아 있던 박사장이 손을 번쩍 들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 오신 모양이네요.”

“아니, 나도 방금 왔소. 차는 안 밀렸지요?”

“여기 다 와서 좀 밀리네요.”

종업원이 다가왔다.

“식사 주문하시겠습니까?”

“구사장은 뭘로 하시겠습니까?”

“저는 아무거나 좋습니다.”

“그럼, 나는 간짜장이나 하나 주시오.”

“저도 그걸로 하겠습니다.”

구건호는 고급 중식당에 와서 간짜장이나 시켜 먹는 게 종업원 보기가 민망했지만 오늘은 자기가 사는 입장이 아니라 가만히 있었다.

[젠장, 짜장면이나 얻어먹으려고 내가 이곳까지 왔나?“]

박사장은 후루룩거리며 짜장면을 잘도 먹었다. 맛은 괜찮은 것 같아서 구건호도 후루룩 거리며 먹었다. 홀 끝에서 엄찬호도 후루룩거리며 짜장면을 먹었다.

“이 집이 맛은 괜찮습니다.”

“여기 자주 오시는 모양이지요?”

“가끔 옵니다.”

둘은 말없이 짜장면만 먹었다.

종업원이 왔다.

“박사장님. 빈 그릇은 치워도 되지요?”

“네, 치우세요.”

종업원이 박사장이라고 부르는걸 보니 자주오기는 오는 모양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박사장은 네프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자, 먹었으니 커피를 한잔 또 마셔야지요?”

“좋지요. 여기서 커피마시겠습니까? 나가서 드시겠습니까?”

“나가서 들지요. 여기가 남산 바로 밑 아닙니까? 이 위로 올라가면 울창한 나무도 있습니다. 그러니 올라가서 마시죠. 차를 일단 남산도서관앞에 주차시키세요. 내가 오늘 구사장님과 같이 이야기 좀 할 것이 있어서 비서도 데려오지 않고 기사도 함께 오지 않았습니다. 구사장님 차 좀 실례하겠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그럼 제 차 타세요.”

구건호는 박사장을 태우고 남산도서관 앞으로 왔다.

엄찬호가 물었다.

“차를 그냥 여기다 주차시키면 됩니까?”

“여기서 커피 한잔하고 갈 거다.”

“여긴 커피 파는 데가 없는 것 같은데요?”

박사장이 말했다.

“저기 버스정류장 앞에 간이매점에서 캔커피 사면됩니다.”

“찬호야 네가 뛰어가서 켄커피 3개만 사가지고 와라.”

“알겠습니다.”

엄찬호가 사온 캔 커피를 받아든 박사장이 위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 안중근선생 기념관 쪽으로 가실까요? 그쪽에 벤치도 있고 바람도 시원하니 그쪽으로 가지요.”

둘은 캔 커피를 들고 슬슬 안중근 선생 기념관 쪽으로 올라갔다.

“여긴 숲이 있고 새소리도 들리니 좋습니다. 저는 점심을 먹고 가끔 이곳을 한 바퀴 돌고 내려갑니다. 어때요? 좋죠?”

구건호는 박사장의 말을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기는 개뿔!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올라가니 힘만 들어 죽겠네.!]

하지만 구건호는 내색을 할 수 없었다. 얼굴 가득 미소를 띠운 채 말했다.

“네, 좋네요. 바람도 솔솔 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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