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98화 (298/501)

# 298

문재식의 가정사 (1)

(298)

인도로 출장을 갔다온 김전무가 결과 보고를 하였다.

“인도는 법인설립 완료하였습니다. 등기이사는 현지에 나가있는 이종근 부장, 인도 현지인 아니르반 칸 선생,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사람으로 했습니다. 아니르반 칸은 이종근 부장이 현지에서 채용한 사람으로 영어를 곧잘 했습니다.”

“믿을 만은 합니까?”

“외양으로 보아서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비지니스 라이선스도 다 되어있지요?”

“출자는 100% 디욘코리아로 했고 여기 비즈니스 라이선스 사본을 가지고 왔습니다.”

“흠.”

“지사가 아니고 현지법인이기 때문에 나중에 제조공장을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차고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마당이 있고 건물이 있는데 제가 보기엔 100톤은 충분히 보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창고 경비원도 채용했습니다.”

“거래처도 한번 돌았습니까?”

“만동전장, 이지노팩, S기업은 다 돌았습니다. 현지 법인장들이 우리가 들어온다니까 아주 좋아했습니다. 다행히 현지 법인장들이 그동안 애덤 캐슬러 통역으로 있었던 이종근 부장과 나이들도 비슷해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다행이네요.”

“이부장도 설립 자본금 10만달러가 들어오니 상당히 안심하는 눈치였습니다. 내 돈이 되었던, 회사 돈이 되었던 객지에서는 일단 돈이 없으면 불안하거든요.”

“불안하다 못해 돈이 없으면 객지에선 공포 그 자체이지요.”

“우선은 초도 물량으로 50톤 실어 보냈습니다. 인도 역시 톤당 450만원이지만 운임비가 더 들어갈 것 같아 수출가격은 톤당 440만원으로 했습니다.”

“수출 가격은 애덤 캐슬러도 다 동의했지요?”

“그럼요, 다 했습니다. 만동전장, S기업, 이지노팩 이외의 영업활동은 이제 이부장이 얼마나 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흠”

“이부장은 영어가 되니까 유럽지역 회사들과도 접촉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의 수출품이 있어도 우리가 아직 야간작업을 하거나 그런 일은 없지요?”

“예, 아직 야간작업은 없습니다.”“고생하셨습니다. 먼 길 출장 갔다 오셨는데 푹 쉬십시오.”

“고맙습니다.”

7월말이 되자 날씨는 점점 더워져 갔다.

구건호가 지에이치 모빌로 출근한 어느 날이었다. 구건호는 전화 한통을 받았다. 이진우 장관과 함께 골프를 친 적이 있었던 A전자의 박사장이었다.

“아이고, 안녕하셨습니까?”

구건호는 A전자의 사장이 자기를 찾아준 것에 고맙기도 했지만 또 골프를 치자고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골프는 친구들과 치면 좋은데 높은 사람들하고 치면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제가 천안 단국대 병원 쪽에 볼일이 있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사장님 공장을 한번 들리지요. 조용히 들리는 것이니까 일체 다른 분들에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그럼 1시간 후에 뵙겠습니다.

[조용히 들려? 무슨 꿍꿍이 속이지?]

구건호는 어쨌든 대한민국에서 취준생들이 선호하는 1, 2위를 다투는 회사 사장이 온다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용히 박종석 이사만 불렀다.

“박이사, 1시간 후에 어떤 손님이 잠깐 우리 공장을 들리는데 공장 정리 좀 잘해놓아라. 종업원들에게는 일체 알리지 말고 흩어진 반제품들이나 정리를 잘해놔라.”

“알았어. 그런데 온다는 분이 누군데?”

“응, 그냥 내가 아는 사람이야. 그런 줄만 알아.”

박사장은 혼자 왔다. 운전기사도 없이 혼자 왔다. 경비실 방명록에는 대학 선배라고 하였다. .

박희정씨가 구건호가 있는 사장실로 들어와 보고를 하였다.

“경비실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선배 되시는 박사장님이 오셨답니다.”

“선배? 아아, 들어오시라고 해요.”

잠시 후 박사장이 들어왔다.

“지나가는 길에 한번 들렸습니다. 구사장님 공장 구경하고 차나 한잔 얻어 마시려고 들렸습니다.”

박희정씨가 차를 가지고 왔다.

“제가 여기 온다는 말씀 다른 분들에게는 안했지요?”

“안했습니다. 지금 임원들도 외근중인 사람이 많습니다.”

“들어올 때 보니 공장이 참 깨끗하군요. 신축 건물인 것 같습니다.”

“예, 준공식 한지가 일 년 반 정도 되었습니다.”

“종업원은 많습니까?”

“300명 정도 됩니다.”

“제가 생산라인 잠깐 보고 갈수 있겠습니까?”

구건호는 ‘이 양반이 오더라도 주려고 그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시죠. 지금 가시겠습니까?”

A전자 사장은 가져온 녹차도 다 마시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용히 보고만 가겠습니다. 현장 관리자들을 부르실 필요 없습니다. 괜히 일하는데 방해만 되니까요.”

구건호는 박사장을 현장으로 안내하였다. 박종석 이사가 뛰어왔으나 그냥 가라고 손짓을 하였다. A전자 사장은 빠른 걸음으로 공장을 한 바퀴 돌았다.

“중소기업치고 규율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우선 공장이 깨끗하고 규율이 있어야 불량이 적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공장은 합격점입니다.”

“감사합니다.”

“매출은 얼마나 오릅니까?”

“작년에 816억 했습니다. 올해는 900억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흠, 그래요.”

“내, 후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부채비율만 줄이면 될 것 같습니다.”

“부채비율이 얼마나 됩니까?”

구건호가 웃으며 말했다.

“현재는 꽤 높습니다만 코스닥 직전까지 150%이하로 떨어트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배당을 받지 않고 부채 상환을 하겠다는 의지이군요.”

“하하,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박사장은 공장 마당에서 손을 내밀었다.

“벌써 가시려고요? 식사라도 하고 기시죠?”

“아닙니다. 선약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구사장님은 여기에 계속 상주하십니까? 회사가 여러 곳이란 이야기를 들었는데.”

“월요일과 목요일만 여기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일 보십시오.”

박사장은 부리나케 가버렸다. 구건호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 왔지? 오더를 주려고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내가 좋아서 온 것도 아닐 텐데 이상하군.]

구건호는 다시 사장실에 올라갔다. 송사장은 새로 뚫은 가전업계에서 실시한 협력업체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러 갔고 경리이사는 회계사 사무실에 가고 없었다.

혼자 사장실에 앉아 있는데 비서 박희정씨가 들어왔다.

“지에이치 로지스틱스 직원들이 왔는데요?”

“로지스틱스?”

두 사람이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며 사장실로 들어왔다. 로지스틱스의 과장이라는 사람과 경리 여직원이었다. 구건호도 최근 자주 로지스틱스를 방문하기 때문에 얼굴이 익은 사람들이었다.

“어, 웬일이요?”

“오늘 총무이사님 면담을 했습니다.”

“그래, 일하기로 된 거요?”

“예, 총무이사님이 오케이 하셨습니다. 입사 서류를 미리 준비하여 오라고 해서 이렇게 메모하였습니다.”

“흠, 잘됐군요.”

“문사장님은 토지대금 잔금이 완납되면 바로 이쪽으로 보내주시겠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무슨 일을 맡게 된 거요?”

“저는 생산1부 반장을 맡았습니다.”

‘저는 생산2부 서무를 맡았습니다.“

“그래, 그럼 열심히들 일해요.”

구건호가 손을 내밀어 주었다.

“와서 보니까 공장도 크고 사람도 많습니다. 사장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일 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고 나갔다.

로지스틱스 직원들이 오다보니까 중국이 생각났다. 구건호는 안당시 객운공사 사장 옌룬셩에게 전화를 했다.

“웨이 니하오, 옌쫑마?(옌사장님이시죠)?”

“구사장님? 오래간만입니다. 이 달도 다 가서 그렇지 않아도 전화를 드리려던 참입니다.”

“이쪽 일 정리가 덜 끝나서 파견자는 다음 달 중순경으로 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쇼. 그런데 오실 분은 문사장님 맞죠?”

“예, 맞습니다.”

“얼굴 아는 분이 온다니 반갑습니다.”

달이 바뀌어 8월이 되었다.

김영은에게는 결혼한 지 5개월째를 접어드는데 아직 임신 소식이 없었다. 구건호는 일에 쫓겨 정작 아무 일도 없었는데 엄마와 아빠는 조바심이 나는 모양이었다.

“아직 소식 없냐?”

“없어요. 생길 때 되면 생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서울대학교 정책대학원에서도 사람들이 물어보았다.

“구 총무. 아직 소식 없어?”

“예, 곧 생기겠죠.”

“새벽에 해, 새벽에.”

“예? 뭐를 요?”

“동침을 새벽에 하란 말이요.”

이 말에 원생들이 모두 와하하 하고 웃었다.

구건호는 정말 새벽에 시도해 보았다.

김영은이 졸려 죽겠다는데 새벽에 깨워 몸을 더듬었다.

“새벽에 해야 된데!”

“”그거 다 낭설이에요. 저리 가요. 졸려 죽겠어요.“

“아니야 새벽에 해야 된다고 했어.”

“의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헛소리에요. 의사인 내가 잘 알지, 그 사람들이 뭐를 안다고 그래.”

“아니야, 새벽이야. 새벽!”

“읍읍, 숨 막혀!”

문재식이 중도금을 받았다고 했다.

“얼마 받았니?”

“20억 받았어.”

그럼 잔금이 43억 남았네.‘

“그렇지. 계약금 2억 받았으니까.”

“그럼 우리가 건설 장비 살 때 성환 지점에서 융자받은 7억 2천만 원 있지?”

“있지.”

“그것부터 우선 갚아라. 이자 나가니까 갚아라.”

“알았다. 오늘 당장 갚을게.”

“그리고 오늘이나 내일 너랑 소주나 한잔 하자.”

“갑자기 웬 소주는?”

“너 중국 간다고 하니 옛날로 돌아가 삼겸살이나 먹자.”

“좋지. 그럼 오늘 만나자. 어디서 만날까?”

“나도 차를 안가지고 지하철 타고 갈게. 단 둘이 만나는 거니까 중간지점인 수원역 어때?”

“수원역? 내가 잇는 성환에서 수원역은 멀지 않지만 구사장은 멀어. 분당 정자역에서 만나자. 거기선 너 있는 타워팰리스 도곡역까지 30분이면 갈수 있을 거야.”

“그럼 그럴까? 나도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가지.”

‘내가 여기서 4시 30분에 출발할게. 직원들 아직 있으니까 내가 4시 30분에 나가도 돼. 그럼 거기서 6시쯤 만나자.“

“알았다. 이따 보자.“

구건호와 문재식은 정자역에서 만났다.

“너, 중국가면 당분간 삼겹살에 소주 생각 날거다. 오늘 벨트 풀고 마셔보자.”

“좋지!”

“둘은 허름한 삼겹살집에서 상추에 삼겹살을 얹어 먹으며 소주를 마셨다.”

“좋네. 오늘 소주 잘 받네.”

“캬, 좋다. 쭝국가서 이 기분 못 내겠다. 술은 역시 빨간딱지 이 소주가 최고야.”

둘은 소주를 한 병을 다 마시고 두 병째에 들어갔다.

“야, 그런데. 너 뭐 하나 물어보자. 지금 너 아버지 지금 어디 계시냐?”

“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도 참 슬픈 인생이지. 내가 무능한 아빠라고 학생시절에 많이 몰아 부쳤지만 지금 나도 나이 들어 생각하니 우리 아빠도 참 힘 드셨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버지가 시골에 계신가?”

“홍천에 양돈 농가에서 일해. 이런 이야기 어디 가서 잘 안하는데 하게 됐네.”

“연세도 많으실 텐데 이제 쉬실 때가 안됐나?”

“됐지. 한데 아빠도 신용불량자라 법원에 내는 매월 변제액이 있어.”

“그게 얼만데?”

“한 40만원 돼. 매월 내는 게.”

“한꺼번에 갚으면 얼마나 되나?“

“지난달에 인천에 오셨기에 만났더니 1,600만원 정도 남았다고 하더군.”

문재식은 쓸쓸히 웃으며 소주를 단숨에 입으로 털어 넣었다.

“1600이라면 얼마 안 되는구나. 갚아드리자.”

“그건 안 되는 모양이야. 제도적으로 매월 갚는 것으로 되어있는 모양이야.”

‘흠, 그건 그럴 수도 있겠다. 한꺼번에 갚으면 돈이 있다는 증명이니까 탕감해준 돈을 갚으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난, 우리 아버지 이야기 거의 안하는데 술기운에 이야기 하게 되었구나.”

“엄마는 인천 주안에 계신가?”

“아니, 거기에 있는 연립주택 지하실도 못 지켜 동인천역 쪽으로 옮겼어. 화평동 재개발지구는 수리 안하고 사는 집들이 있어서 거기서 허름한 지하실 하나 얻어서 혼자 사셔. 미안하다. 이런 이야기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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