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96화 (296/501)

# 296

로지스틱스 토지 매각 (1)

(296)

목요일이 되었다.

구건호가 직산에 있는 지에이치 모빌로 출근을 했다. 송사장이 새로운 가전업체를 뚫었다고 보고했다.

“거기는 어떻게 알아서 뚫었습니까?”

“우리 회사 홈페이지를 보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6개월 전에 내열성 프로텍타 부품을 만들 수 있느냐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그럼 이제 개발이 된 겁니까?”

“자기들이 자체적으로 만들다가 실패하니까 다른 업체에 맡긴 모양입니다. 재질 자체가 우레탄 계열로 너무 부드럽다 보니까 아열대 지역의 수출품엔 문제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흠.”

“수출과정에서 배 안에서 녹아내리기도 하고 변색이 되기도 했던 모양입니다.”“그래요?”

“그걸 우리 연구소에서 오준수 박사 이하 여러 사람들이 달라붙어 6개월 만에 만들어 낸 겁니다. 연구소장 오박사에게 칭찬 한 말씀 해주십시오.”

“하하, 알겠습니다. 그동안 고생들 많이 했네요.”

“연구소 직원들이 노는 것 같아도 밥값은 한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군요.”

송사장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사카다 이쿠조씨의 목각 전시회는 우리 임원들은 다 가보았습니다.”

“예, 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쿠조씨가 금형만 잘 깎는 줄 알았는데 목각 깎는 기술도 세계 제일이었습니다. 우리 임원들이 보고서 다들 놀랬습니다. 저도 놀랐고요.”

“재주가 무궁무진한 사람입니다.”

“유카타만 걸치고 마루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작품 하나하나 만들 때 마다 목숨을 거는 장인 정신은 진짜 높이 사줄만 합니다.”

“그걸 일본말로 잇쇼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잇쇼겐메이(一生懸命)라고 합니다.”

‘맞아요. 잇쇼겐메이! 저는 들었어도 잊었네요.“

“그런 사람이 우리 주위에 많아야 하는데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키워줄 환경이 못돼서 그런 모양입니다.”

“기능 올림픽 대회에 나가서 금메달 받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 통닭집 차린다면 기술의 맥은 끊어지겠지요.”

“안타깝네요.”

“우리나라 기술 잡지들을 보면 대개 대학교수들의 논문이 많습니다. 학술 연구한다면 나라에서 지원도 해주지요. 일본 기술 잡지들 보세요. 현장 기술자들의 글이 많습니다. 현장이 살아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장기술자들이 뭘 연구한다면 지원제도가 거의 없습니다.”

“흠.”

“박종석 이사 보세요. 오히려 대학교수들보다 용접기술이나 기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지만 박이사가 뭘 연구한다면 우리나라는 학교 어디 나왔냐 부터 물을 겁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우리 회사의 제안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 상금도 대폭 늘리고 일 년에 한 두명을 선진 기술습득을 위해 해외에라도 보낼 계획입니다.”

“좋으신 말씀입니다.”

송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비서 박희정씨가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토미 화장품회사 사장님이란 분이 오셨는데요?”

“토미?”

송사장이 구건호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토미 화장품의 방상옥 사장님이라면 유명하신 분인데 우릴 왜 찾아 왔을 가요?”

“아, 아. 아마 나를 찾아왔을 겁니다. 성환에 있는 로지스틱스 땅 때문에 그럴 겁니다.”

“아, 그러십니까? 그러면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송사장이 나가고 60대의 건장한 사내가 들어왔다. 앞이마가 훤하고 짙은 눈썹에 눈도 날카롭게 생겨 포스가 남달랐다.

“구건호 사장님입니까?”

“그렇습니다.”

구건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내는 덩치도 우람하고 키도 커 구건호보다 목 하나는 더 큰 것 같았다.

“나, 토미 화장품 사장이요.”

“아, 그러십니까? 앉으시지요.”

구건호가 자리를 권했다. 구건호는 산 도적처럼 생긴 이 사람이 여성용 화장품을 만든다는 것이 신기했다.

토미 화장품 사장이 구건호에게 명함을 주었다. 구건호도 명함을 주었다. 같이 온 사람에게도 주었다. 같이 온 사람이 명함을 주어 받았다.

“아, 토미 화장품 이사님이군요.”

구건호는 비서 박희정씨를 불러 차를 주문했다.

“큰 공장 사장님이라 우리 연배쯤 되는 분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젊은 분이군요. 성환의 땅을 내 놓으셨다고요?”

“그렇습니다.”

구건호는 전화로 문재식을 불렀다.

“여기 토미 화장품 사장님이 오셨는데 이리로 와야겠다.”

“그렇지 않아도 서류 다 가지고 여기 와있어. 박종석 이사실에 와 있어. 올라갈까?”

“응, 이리와라.”

토미 화장품 사장은 차를 마시며 다리를 꼬았다. 그의 손에 보석이 박힌 반지가 유난히 빛났다. 몸에 향수를 뿌렸는지 향수 냄새도 났다. 구건호는 토미 화장품 사장의 아래 위를 찬찬히 훑어보며 말했다.

[색께나 밝히게 생겼네. 웬 60대가 이렇게 혈색이 좋아.]

“거기 계신 문사장이란 사람하고 이야기는 나누었는데 평당 130만원 이하로는 안 되는 겁니까?”

“저는 문사장에게 다 위임을 했습니다. 거기 땅이 법인 땅이고 법인대표가 문사장으로 되어 있어 계약 주체는 문사장이 아닙니까?”

“그래도 그렇게 큰 땅의 매매는 이사회 결의록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대주주인 구건호 사장님의 의사를 듣고 싶었습니다.”

“매매는 하기로 했습니다. 매매에 대한 모든 권한도 다 위임했습니다. 가격에 대한 흥정도 저는 잘 모릅니다.”

“흠. CEO들에 대한 전폭적 신뢰는 좋습니다.”

“저는 지금 이 공장도 공동대표이사로 되어있습니다. 아까 사장님 오실 때 나간 사람이 여기 사장입니다. 저는 여기도 회사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습니다.“

때 마침 문재식이 올라왔다.

“문사장은 제 친구입니다. 그래서 서로 반말하는 사이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문사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평당 125만원으로 합시다. 여기 대주주인 구건호 사장님도 계시니까 바로 이 자리에서 서명합시다.”

문재식이 구건호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사장님. 거기 다 시세가 있지 않습니까? 사장님도 거기에 있는 땅을 매입하시려면 이미 다 조사를 했을 것 아닙니까? 이사님도 조사하셨지요?”

“예. 토지에 따라서는 125만원짜리도 있습니다.”

“아이고, 이사님 그건 도로에서 벗어난 땅이지요. 우리 땅은 바로 6미터 아스팔트 도로변에 붙어있는 땅 아닙니까? 그렇게 예쁜 땅 구하기도 힘듭니다. 원래는 우리가 150에 내놓았던 땅입니다.”

화장품 사장은 꼬은 다리를 다시 바꾸어 꼬면서 말했다.

“구사장님이 한 말씀 하시죠.”

“글쎄요. 시세가 있는 것인데 제가 시세 이하로 계약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흠, 평당130만원이라.... 그러면 5천평이니까 65억이라는 소리인데....”

“거기가 정확히는 5,080평입니다. 정확히는 66억 400만원입니다.”

“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구건호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사실 거기 논은 우리가 사고 싶어 산 것도 아닙니다. 공장에서 있지도 않은 기름이 흘러들어온다고 논가진 지주들과 숱하게 싸움도 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을 설득해 그 땅을 매입하고 여기 문사장이 직접 뛰어다니며 농지 전용후 성토하고 지목변경하고 그랬습니다. 솔직히 그 토지를 지금처럼 만들기 위해서 길바닥에 뿌린 돈도 참 많습니다.

“흠”

“그래서 저는 이렇게 하고 싶습니다.”

“뭘, 어떻게 한단 말씀입니까?”

“사장님도 제조업 하시는 분이고 저도 제조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원래 공장은 자기에게 맞아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거긴 화장품 공장으로 아주 좋은 자리입니다. 톡 까놓고 이야기하지요. 아까 정확히는 5,080평이라 66억 400만원이라고 했는데 1억 400만원 깎아서 65억에 하지요. 나중에 문사장한테 제가 원망을 들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점잖으신 분들한테 저희가 계속 흥정하기도 어려우니 이 선에서 결정을 하지요.“

“65억이라....”

“사실 양도소득세 빼면 저희들한테 떨어지는 돈도 별로 없습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토미 화장품 사장이 솥뚜껑 같은 손을 구건호에게 내밀었다.

문재식이 누런 대봉투에서 서류를 꺼냈다.

“그럼, 매매계약서를 여기서 쓰시겠습니까?”

“아니요. 우리 관리이사를 내일 오전 중으로 성환에 있는 문사장 사무실로 보내지요.”

“알겠습니다.”

문재식은 꺼냈던 서류를 다시 대봉투에 담았다.

화장품 회사 사장이 거구를 일으키며 말했다.

“사실 이 공장 앞을 지날 때 마다 공장을 예쁘게 지어놔서 한번 들어와 보고 싶었습니다. 기왕 온 김에 구경 좀 할까요?“

“그러시죠. 제가 안내를 해 드리겠습니다.”

구건호는 화장품회사 사장을 먼저 옥상으로 안내했다.

“변압기는 여기에 설치되어 있고요 물탱크는 아래층에 있습니다.”

“흠. 마주보이는 저곳이 생산동입니까? 한 동인 것 같은데....”

“아닙니다. 두 동인데 연결되어 한 동으로 보입니다.”

“설계는 한국에서 했습니까?”

“예, 한국에서 했습니다.”

“평당 얼마나 들어갔습니까?”

“200만원 정도 들어갔습니다. 연건평 2천평입니다.”

“흠, 환기 시설도 많이 했네요. 저기 보이는 곳은 무엇입니까?”

“폐수가 마지막으로 흘러나오는 곳입니다.”

구건호는 화장품 회사 사장을 사무실, 회의실, 식당, 압출 생산부, 사출 생산부, 유압 프레스실, 품질관리부, 연구실, 강당, 공무실, 크린룸. 제품 출하실 등을 차례로 구경시켜 주었다.

“의약품이나 화장품 공장도 아닌데 깨끗하게 잘 해놓으셨네요.”

“아휴, 그래도 어찌 화장품회사나 의약품 회사의 환경을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화장품 회사 사장이 돌아갔다. 문재식 사장도 성환으로 올라갔다.구건호는 사장실에 혼자 앉아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로지스틱스 땅은 처음에 정비공장을 20억에 샀고, 논 1,500평은 9억에, 맹지인 논 2,600평은 10억에 샀으니 땅값만 39억 들었지. 취득세 까지 합하여 40억 잡아보자.]

[그 다음에 농지전용부담금 3억 냈고, 지목 변경하면서 등록세 6천 냈고, 성토 작업비나 각종 세금과 수수료 들어간 것 합쳐서 모두 4천 잡으면 땅값 포함해 들어간 돈이 총 44억인 셈이야. 여기에 65억에 팔면 21억 떨어지네. 양도 소득세로 얼마나 뜯길까?]

[양도 소득세는 절반은 뜯길 거야. 보유기간도 짧아 장기보유 특별공제도 못 받겠지? 법인간 거래니까 과표를 낮출 수도 없고 진짜 10억을 뜯기고 나면 11억 남는데 여기서 그동안 중장비나 트럭 사느라고 7억2천 융자 받은 것이 있으니까 공제하면 3억 밖에 안 떨어지네? 젠장 팥고물이 떨어지긴 해도 그렇게 많지는 않네.]

[아니야. 3억이 현금으로 떨어졌으니 그게 얼마야? 그리고 차량 보유대수 27대인 로직스틱스라는 화물 운송회사 공짜로 하나 떨어졌으니 괜찮은 장사 아닌가? 헤헤. 너무 큰 욕심은 갖지 말자.]

[로지스틱스는 중장비도 여러 대고 고가의 25톤 담프 트럭도 5대가 넘어. 거기다가 트레일러도 있어. 한 달에 1억 매출 올린다고 했으니 인건비 6천 잡고 보험료 5백 잡고 임대료와 경비 5백 잡으면 3천 떨어지네. 여기서 매형과 누나 월급 잡고 차량 감가상각 충당금 1,500만원 정도 잡으면 1천만원 정도 떨어지겠다. 내 월급 500만원 정도는 책정해도 되겠다.]

[가만있자. 문재식의 급여가 중국서는 적게 받을 테니까 여기서 150만원 내지 200만원은 책정해야 될 것 같은데? 그러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없겠다. 내 월급 500만원 나오는 걸로 만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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