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95화 (295/501)

# 295

온비드 공매 낙찰 (2)

(295)

구건호는 매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온비드에 나온 시흥시 임대 토지는 낙찰 받았습니다.”

“어? 그런가? 그런데 얼마에 받았나? 지난번에 내가 숫자를 잘못 읽어 600만원을 6천만원으로 잘못 읽었던 것 같은데.”

“615만원에 낙찰 받았습니다.”

“잘됐네. 그럼 온비드 최저 입찰가는 1년 임대료니까 월로 따지면 50만원 꼴이 되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거기 사무실은 컨테이너 갖다놓을 건가요?”

“그래야겠지.”

“전기는요?”

“전봇대가 근방에 있으니까 한전에 신청하면 될 거야. 한번 알아볼게.”

“수도는요?”

“수도는...”

“화장실이라든가 하수도 같은 것도 고려를 했어야지요.”

“미안하네.”

“그래서 지금 낙찰 받은 토지는 트럭들 주차하는 장소로만 사용하세요. 사무실은 문사장이 옆에 빈 어린이집을 임대하기로 했어요.”

“어린이집 빈 게 있었나?”

“어린이집 청소하고 사무실 집기 들여놓으면 될 거예요. 전기와 수도, 하수도, 수세식 화장실, 주방까지 다 있어요.”

“그런가? 문사장이 아주 고맙네.”

“지입차 양도 하셨으면 입찰 받은 토지에 있는 잡초 제거나 해 주세요.”

“알겠네.”

구건호는 누나에게도 전화를 해주었다.

“시흥의 토지는 낙찰 받았어.”

“어, 그래? 잘 됐다.”

“거긴 사무실 기능이 없어서 옆에 빈 어린이 집을 임대했어.”

“어린이 집을?”

“사무실로 쓰려면 전기, 수도, 화장실이 다 있어야 할 것 아니야?”

“그렇지.”

“달랑 땅만 있으면 안 되잖아? 그래서 오늘 문사장이 임대 계약 맺으러 가니까 그런 줄 알아.”

“어린이 집이라면 거기 로지스틱스 사무실 겸 어린이 집을 내가 운영하면 안 될까? 복지사 자격증도 있는데.”

구건호는 소리를 버럭 지르고 싶었지만 참았다.

“한 가지만 해. 운송회사 하면서 그럴 시간도 없어. 지금 보유차량이 27대지만 50대 100대 늘려야지. 거기 시골 동네에서 아이들 몇 십 명 돌보는 어린이집 해서 뭘 하겠다는 거야. 그럼 두 가지 다 안 돼.”

“흠, 그건 네 말이 맞다.”

생각 같아선 매형이 실수한 걸 이야기 할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문사장이 계약 끝나면 어린이집 청소나 해놔.”

“알았다.”

사카다 이쿠조 선생의 목각 전시회는 신문에 일제히 보도가 되었다. 신정숙 사장이 기자들을 불러 칵테일 파티라도 열어준 것이 주효했던 모양이었다. 작품의 사진까지 보도되었다. 신문보도가 나가자 인터넷에도 뜨기 시작했다.

[실물과 구분이 안가는 목각의 마술 전시회가 강남 신사동의 지에이치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에 전시되는 목각 예술품은 세계적 금형 기술자로 알려진 일본의 사카다 이쿠조(坂田幾三: 65)씨의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이미 선풍적인 인기를 보여주었던 작품들이다.]

구건호는 신문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신사장이 이런 일은 정말 잘하네.”

그런데 사카다 이쿠조씨의 목각 전시회는 엉뚱한 결과를 가져왔다. 모빌의 송장환 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쿠조씨 목각 전시회가 이번 주까지죠?”

“예, 그렇습니다.”

“S기업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왜요?”

“우리가 개발해서 현재 S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AM083어셈블리 제품 때문입니다.”

“그게 왜요?”

“그 금형을 사카다 이쿠조씨가 깎은 거라고 해서 그렇습니다.”

“그래요?”

S기업 회장 아들이 S기업 전 종업원들은 사카다 이쿠조씨 작품을 구경하고 오라고 했답니다.“

“오, 그래요?”

“세계 각국의 완성차 회사에 들어가는 S기업 제품은 세계적 명장 사카다 이쿠조씨의 작품이라고 홍보도 한답니다.”

“허허, 그래요? 그거 잘됐네요.”

사카다 이쿠조씨의 목각 전시회는 날마다 입장객들로 붐볐다.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입장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미술품과 달리 전시 작품을 사가는 것도 아니라서 수익 전망은 불투명 하였다.

일본의 요꼬하마 전시회나 나고야 전시회는 공공미술관의 보여주기 전시회라 수익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지에이치 갤러리처럼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 갤러리에선 전시 작품이 팔리지 않는다면 그것도 문제였다.

문재식이 땅 문제 때문에 연락을 해왔다.

“화장품 회사에서 이사가 아니라 직접 오너 사장이 왔다갔어.”

“관심은 있는 모양이네.”

“위치와 땅 모양은 좋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자꾸 그러네.”

“그때 평당 150만원에 내놨지?”

“그랬지. 그런데 깎아 달라고 하면 구사장은 얼마까지 양보할 수 있나?”

“부동산에선 평당 120이나 130이라고 했지?”

“그 자식들은 현장 답사도 안하고 대략 지도만 보고 그러더군. 지나가면서 보긴 봤다고 하면서 그런 말을 했어.”

“평당 120이면 60억인데. 양도소득세 빼면 얼마나 남을까?”

“양도 소득세 한번 알아볼까? 거래하는 세무사한테?“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130까지 흥정해 봐라. 최후 마지노선은 120이다.”

“알았어. 한번 해볼게.”

“그럼, 수고해라.”

“아 참, 시흥시 어린이 집은 계약했어.”

“그래? 잘했다.”

“건숙이 누님이 계약할 때 오겠다고 해서 같이 했어.”

“그랬나?”

“주인한테 키를 받았는데 청소를 해야 되기 때문에 키는 누님한테 주었어. 누님이 어린이 집이 마음에 든다고 아주 좋아하던데?”

“하하, 그래?”

“사무실 집기는 사지 말라고 했어. 이쪽에 땅이 팔리면 그쪽으로 가야되니까 나중에 이사하고 필요한 것만 사라고 했어.”

“잘했다.”

구건호가 시계를 보았다.

“12시가 넘었네. 식사 시간이네. 밥 먹으러 어디로 갈까?”

전화 벨리 울려 받았더니 박종석이었다.

“형, 점심이나 같이 하지.”

“뭐? 너 지금 어디에 있냐.”

“점심시간 이용해서 갤러리 목각 전시회 구경하려고 지금 가고 있어. 거의 다 왔어. 구경하고 1시쯤 만나면 어떨까?”

“그래? 그걸 구경하러 왔나?”

“형한테 보고 안 해서 그렇지, 우리 임원들 다 왔다 갔어.”

“오면 나랑 점심이나 같이하지 그냥들 갔어?”

“얼른 보고 내려와야지. 근무지 장시간 이탈한다는 소리 들을까봐 그런 모양이야.”

“별소리 다한다. 그래, 그럼 내가 1시 15분쯤 내려갈 테니 천천히 구경해라.”

구건호는 아직 전시회를 구경하지 못했다. 어제 구경하려다가 너무 사람이 많아서 포기했었다. 요꼬하마에서 한번 보았기 때문에 기를 쓰고 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구건호가 1시 20분쯤 아래층을 내려갔다. 갤러리 현관 앞에 박종석이 서 있었다. 혼자 서 있는 것이 아니고 아이를 앉고 있는 여자와 함께 서 있었다.

“형!”

“오, 왔냐? 어? 제수씨도 오셨네.”

“안녕하세요?”

박종석의 처가 인사를 하였다.

“오, 아이가 많이 컸구나. 머리털도 났네?‘

“큰 아버지다!”

아이는 너무 어려 말은 못했다. 구건호의 얼굴만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내가, 큰 아버지다. 이놈아!”

아이는 반응 없이 계속 구건호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가자. 건너편 일식집으로 가자. 나도 아직 밥 못 먹었다.”

구건호는 초밥을 시켰다.

“형이 지난번에 선물로 갖다 준 이쿠조씨의 목각 나비는 집에 잘 모셔놨어. 애 엄마가 우리 집 가보니까 잘 모셔놓으라고 했어.”

“하하, 그래?”

“실은 그래서 애 엄마가 더 전시회를 오자고 했어. 아이한테 출산 기념으로 준 나비의 제작자가 한국서 전시회를 한다니까 인터넷에서 본 그분이냐고 하면서 보러가지고 했어.”

“하하, 그랬나?“

“아까 형이 오기 전에 전시회장 앞에서 우리 부부가 아이 안고 기념사진도 찍었어.”

“이쿠조 선생의 전시회가 너희 부부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구나.”

식사가 나왔다.

구건호는 먼저 나온 음식을 박종석의 처에게 밀어주었다.

“먼저 드세요.”

“아닙니다. 사장님 먼저 드세요.”

박종석이 처는 음식을 구건호 앞으로 밀어주었다. 마침 종업원이 나머지 식사를 가져와 박종석의 처 앞에 세팅했다.

“제수씨, 박이사와 이쿠조씨는 아주 친했습니다. 내가 일본에 출장 가기만 하면 이쿠조씨가 제일 먼저 안부를 묻는 사람이 박이사입니다.”

“호호, 그렇습니까?”

밖종석의 처는 구건호의 말을 듣고 아주 좋아하는 눈치였다.

“자, 듭시다.”

식사가 시작되자 구건호와 박종석은 배가 고팠던 참이라 막 먹었다. 박종석의 처는 구건호 앞이라 그런지 조심스럽게 입을 오물거리며 식사를 했다.

“형, 여기 전시회 보러왔던 임원들이 뭐라고 그러는 줄 알아?”

“뭐라는데?”

“강남 한복판에 지에이치 빌딩이 있었다는 걸 몰랐었데. 갤러리 이름이 지에이치인걸 보고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했어.”

“그래?”

“그건 저도 그랬어요.”

박종석의 처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총무이사와 경리이사는 사장님이 강남 큰손이란 별명이 있었는데 정말 실감한다고까지 했어.“

“하하, 큰손은 무슨 큰손.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구건호는 박종석의 이런 소리가 싫지만은 않았다.

구건호는 박종석 부부를 보내놓고 사무실로 올라오자 문재식에게서 연락이 왔다.

“화장품 회사에서 다시 왔다 갔고, 부동산에서 보낸 사람들도 몇 사람 왔다 갔어.“

“대드는 놈 있어?”

“화장품 회사가 제일 적극적이더군. 현재 평당 130만원까지 흥정하고 있어. 자기들도 이 근처에서 부동산 시세를 알아보았다고 하면서 130에 하자고 하네.”

“그렇게 해라.”

“내가 일단 대답을 안했어. 우리도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했어.”

“그랬나?”

“그런데 거기 오너 사장이란 사람이 구사장을 직접 보자고 하네.”

“왜?”

“월급쟁이 사장은 믿음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겠지.”

“대리인은 그럼 일도 못하겠네. 별스런 사람이네.”

“화장품 회사 사장이 우리가 지에치 모빌과 관련이 있다는 걸 잘 알던데? 구사장 이름까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어.”

“그래?”

“그러면서 계약은 꼭 구사장을 보고 하겠다네.”

“건방진 자식이네.”

“화장품 업계에선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진 사람이야. 나도 언젠가 잡지에서 본적이 있는 사람이야.”

“나이는 몇 살쯤 됐어?”

“60대야. 이사는 50대 초반이고.”

“흠, 나이는 많은 사람들이네.”

“우리나라 화장품 유명브랜드 몇 가지를 만든 사람이란 소리를 내가 어디서 들은 것 같아.”

“그럼 내가 내일 직산으로 출근하니까 모빌 사무실로 오던가 해라.”

“알았어. 내가 그렇게 이야기 해볼게.”

신정숙 사장이 구건호가 있는 사장실로 왔다.

“어서 오십시오. 차 한잔 하시죠.”

구건호는 비서 오연수를 불러 커피 두 잔을 부탁했다.

‘구사장님 전시회 보셨어요?“

“어제 보려다가 사람이 많아서 그만 두었습니다.”

“제가 기획을 좀 잘못한 것 같습니다.”

“왜요?“

“작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면 입장료라도 받을 걸 그랬어요.”

“조그만 화랑에서 입장료 받는 것도 좀 그렇지 않은가요?“

“아니면 이쿠조 선생 작품 밑에 판매가격 스티카라도 붙여 놓을 걸 그랬어요.”

“작품이 팔리지가 않아서 그렇습니까?”

“미술품 같으면 대략 가격도 정해지곤 하는데 이건 그렇게 할 수도 없고 남들 눈요기만 시켜주네요. 작품이 신기하고 좋다고는 하지만 수장하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흠, 신사장님 걱정이 많으시겠네요.“

“생고생만 하고 영영가 없는 행사가 된 것 같아 요즘 입술도 부르트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여러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으니 성공한 거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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