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4
온비드 공매 낙찰 (1)
(294)
구건호는 문재식과 전화통화를 끝냈다. 하지만 온비드 임대물건이 또 궁금해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야, 그런데 시흥의 그 토지가 우리 매형이 말한 곳 맞냐?”
“맞아. 내가 혹시 몰라서 구사장 매형에게 물건 관리번호도 알려달라고 했었어. 관리번호도 맞던데? 또 시흥에서 나온 임대물건은 그거 하나야.”
“그런데 1천 평 임대 물건에 6천만 원이면 비싼 것 아니냐?”
“6천? 웬 6천은? 600만 원이던데!”
“그으래? 우리 매형이 6천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하하, 최저 입찰가가 6천이 아니고 600이야. 숫자를 잘 안 다루어 본 사람들은 600만원을 6천만 원으로 잘못 읽는 경우가 있어. 나도 처음에 그랬으니까.”
“흠, 그런가?”
“생각해봐. 6천만원이면 월 임대료가 500만원이라는 소리인데 말이 돼?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1천평 나대지 잡종지인데. 600만원이면 딱 맞아. 그래서 내가 615만원에 입찰했어. 지금 온비드 사이트에 남은시간 2일 5시간이라고 뜨니까 이틀 후에 결과 나와.”
“야, 그런데 600만원짜리면 거기 전기, 수도도 안 들어오는데 아니야?”
“매형이 다 보고 왔다며?”
“안되겠다. 네가 한번 답사해봐라. 사무실에 전기도 안 들어오고 수도나 하수도도 없으면 화장실 설치도 못하는 것 아니냐? 그냥 차만 세워두는 장소라면 모를까 사무실 기능이 없으면 안 되잖아?”
“그래, 좀 이상하다. 내가 가보고 올게.”
오후에 문재식이 시흥을 같다온 결과를 말해주었다.
“시멘트 도로 옆에 있는 그냥 잡종지야. 풀만 엄청 자라있네. 사무실 기능은 불가능해.”
“그런데 왜 거길 하자고 그랬을까?”
“건테이너 박스 2개 갖다놓고 하면 할 수도 있겠지. 간이 화장실 하나 설치하고 말이야.”
“전기는?”
“전기는 따와야지. 전봇대는 있는 것 보니까 딸 수는 있겠던데?”
“수도는?””수도도 따야겠지. 아니면 지하수 파던가.“
“거, 참.”
“그래서 말이야 내가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았어.”
“어떻게?”
“첫째는 입찰보증금 10% 들어간 것 날리고 다른 공장을 임대하던가, 아니면.”
“아니면?”
“온비드에 나온 땅 옆에 어린이집 하던 건물이 있는데 지금 비어있어. 여기 온비드 임대 땅이 대형차 출입은 가능하니까 주차 마당으로 그대로 쓰고 사무실은 어린이집을 임대하는 거지.”
“어린이집 크기가 얼마나 되는데? 2층인가?”
“아니야. 단층이야. 주인한테 물어보니까 60평이라고 하고 월 임대료 60만원 주면 세 놓겠다고 했어.”
“거긴 전기도 들어오고 화장실도 다 있을 것 아니야?”
“그럼, 다 있지. 주방도 있던데. 뭘.”
“그럼, 그거 계약해라. 잡종지 맨땅에 전기나 수도 끌어들이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그러지 말고 구 사장도 한번 보고 와. 어차피 온비드 결과보고 해야 되잖아?”
“온비드는 금액 조금 올려서 조정하면 안 될까? 그래야 우리가 낙찰 받을 확률이 더 많잖아?”
“그건 안 돼. 온비드는 한번 써낸 건 못 고쳐. 그래서 인터넷 보니까 온비드는 ‘낙장불입’이라는 소리가 있어.”
“낙장불입? 허허. 온비드가 고스톱 화투판인가?”
다음날 구건호는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하는 날이지만 바로 시흥엘 왔다. 온비드에 공매 나온 땅을 보기 위해서였다.
온비드 공매 땅은 정말 잡초가 많이 자라있었다.
“비닐하우스라도 하면 좋은 땅인데 아깝군. 그런데 매형은 전기나 수도도 없는 이 허허벌판의 땅을 무슨 맘먹고 응찰하자고 했을까? 참 딱한 양반이네.”
구건호가 비어있는 어린이 집을 보았다. 어린이 집은 다행히 공매 부동산과 붙어 있었다. 어린이 집은 아직도 원생을 모집한다는 프랑카드가 붙어 있었다. 어린이 집을 그만 둔지는 오래되었는지 프랑카드는 많이 낡아 있었다.
“이 동네에 사람도 별로 살지 않는데 어린이 집이 될까? 건물을 보니 정말 어린이집을 위해서 지은 건물 같네.”
구건호는 누나에게 어린이집을 사무실 용도로 얻어야겠다고 전화로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온비드 결과 보고 나서 말 하지.”
구건호는 시흥에 있는 물왕 저수지 근방의 식당에서 엄찬호와 함께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구건호가 강남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을 했다.
“강이사님 좀 뵐 가요?”
“네.”
강이사가 다이어리를 들고 구건호가 있는 사장실엘 들어왔다.
“지금 지에이치 미디어가 있는 17층과 우리가 있는 18층, 그리고 19층은 사무실이 비게 되면 저한테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계약이 만료되면 새로운 입주자를 들이지 마세요.”
“무슨 용도로 쓰실 계획이 잇습니까?”
“앞으로 지에이치 모빌이나 디욘코리아가 상장되면 서울 연락사무소로 쓸지도 모르니 그렇게 하세요.”
“알겠습니다. 혹시 그렇게 되면 임대료는 지에이치 모빌이나 디욘코리아에서 받으면 되겠네요.”
“그렇게 되겠지요. 그렇다고 지금 입주해 있는 회사를 억지로 내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19층은 물탱크가 있어서 한쪽만 임대해 있지요? 거긴 비어있습니까?”
“아닙니다. 19층은 사무실 임대가 아니고 6층에 있는 보험회사가 강당으로 쓰고 있습니다. 보험 아줌마들 교육할 때 거기서 합니다. 교육을 안 할 땐 쥐죽은 듯 조용한데 교육이 있을 땐 아주 시끄럽습니다.”
“흠, 그런가요?”
“아래층에 갤러리가 생기고 옥상에 북카페가 생긴 뒤로는 임대료 납부율이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3% 임대료 올렸는데 큰 저항 없이 잘들 내고 있습니다.”
“흠, 그래요?”
“그동안 2년 동안 임대료 조정을 한 번도 안 해서 그렇기도 합니다.”
“다음 달부터 직원들 급여 3%씩 올려주세요. 청소 아줌마들까지 그렇게 하세요.”
“헉! 감사합니다.”
“청소원들이나 경비원들이 임대료는 올리면서 자기들 급여 안 올려준다고 컴플레인 할 수도 있으니까요.”
“잘, 알겠습니다.”
아래층에 있는 신정숙 사장이 올라왔다.
“코스플레이 잡지는 현재 2천부 정도 나갔습니다. 다음 달 나오는 잡지 때 까지 이 속도라면 3천부는 무난하리라고 봅니다.”
“그럼 손익분기점은 넘습니까?”
“2천부가 손익분기점인데 지금 순항하고 있습니다.”
“혹시 개업빨은 아닌가요?”
“개업빨요? 호호. 구사장님도 그런 표현 쓸 줄 아시네요.”
“제가 옛날에 노량진서 베트남 쌀국수 집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개업빨 반짝하다가 망한 적이 있는데 코스플레 잡지는 그런 일 없겠지요?”
“베트남 쌀국수집도 했었어요?”
“했지요. 노량진 주유소 뒷골목에서 했지요. 10평짜리 얻어서 하는데 주방이 좁아서 주방아줌마하고 몸 부딪쳐가며 국수도 삶고 그랬는데요.”
“대단하시네요. 그런 경험을 하셨으니 내공이 안 싸이겠어요?”
“내공까지야 모르겠지만 좋은 경험은 했었습니다.”
“코스프레 잡지는 개업빨은 안 될 겁니다. 오히려 입소문이 나면 다음 달엔 발행부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흠, 그렇게 되면 좋겠네요. 그런데 다음 달 나갈 잡지는 컨텐츠 내용을 확보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지난번 학여울역 SETEC 전시회에서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이 찍은 사진이 100장도 넘습니다. 요시타카 선생은 사진 한 장 가지고 스토리 텔링을 엮는 솜씨가 대단합니다. A4용지 서너 장은 써 냅니다. 역시 20년 이상 언론인 생활한 관록이 있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흠, 그래요?”
“잡지가 나가자 코스프레 소품을 하는 샵에서 광고 문의도 들어옵니다. 요시타카 선생은 일본의 코스프레 샵과 직구입하는 방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광고 수입은 좀 들어오겠네요.”
“앞으로 광고 수입만 가지고도 잡지 제작비가 빠진다면 좋겠지요.”
“신사장님은 일을 아주 즐겨가며 하시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그건 좋은데 그러다보니 결혼도 못했네요. 하지만 저는 지금 생활에 아주 만족합니다. 나중에 병들면 영은이가 와서 좀 봐줄 거 아녜요? 호호.”
“하하, 병들지 말아야지요.“
“참, 이달에 사카다 이쿠조 선생의 목각 전시회가 있는 것 아시죠?”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요즘 우리 회사의 요시타카 선생하고 요꼬하마의 사카다 이쿠조 선생은 자주 통화를 합니다.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 있으니 그거 하나는 좋습니다. 이쿠조 선생과 할 이야기가 있으면 직접 전화를 하니 말입니다.”
“흠, 그건 그렇겠네요.”
“벌써 전시 물건이 들어와 지금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서 갤러리에 문이 닫혀있었군요.”
“전시회는 다음 주에 열리는데 기자 초청회를 모레 하기로 했습니다.”
“기자 초청회요?”
“이쿠조 선생은 예술가가 아니잖아요? 문화계 인사들은 이쿠조씨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전시회 전에 기자들을 불러 전시 작품을 보여주고 칵테일 파티라도 하려고 해요.”
“기자들이 오나요?”
“문화부 기자들은 와요. 오면 팜프렛도 주고 중식도 제공해 줍니다.”
“흠, 그렇군요.”
오후에 로지스틱스 문재식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시흥 임대부동산 낙찰됐어.”
“어, 그래? 잘 됐다.”
“거기, 가보고 왔지?”
“가 봤어.”
“매각 대금 납부해도 되겠어?”
“납부 해.”
“자산관리공사 개자식들 매각대금을 1주일 이내로 납부하라고 하네.”
“나도 들은 것 같아. 법원 경매는 1개월 이내지만 온비드의 공매는 1주일 이내 납부하게 되 있을 거야.”
“사무실로 쓸 어린이집도 임대계약도 해야겠지?”
“해야지.”
“매형이 대표이사가 될 거니까 매형보고 임대계약 하라고 할까?”
“음... 그건 네가 해라. 아직은 법인 대표는 너니까 말이야.”
“알았다. 그럼 어린이 집은 내가 내일 가서 계약할게. 매형은 지입차 팔았나?”
“후배한테 양도했다는 소린 들었어.”
“그럼 거기 잡종지 풀 베는 것은 매형보고 시키면 되겠네.”
“내가 연락할게. 그리고 거기 내 논 땅은 보러 왔었나? 화장품 회산가 어딘가 보러 왔었나?”
“왔었어. 보고 갔어. 사진도 찍어갔어.”
“가격도 이야기 했나?”
“했어. 평당 150만원 달라고 하니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갔어.”
“좀 센거 아냐?”
“세긴 센 모양이야. 내가 여기에 있는 부동산 사장한테 얼마에 내놓으면 좋겠냐고 하니까 한군데는 평당 120만원이고 또 한군데는 130만원이었어.”
“흠, 거기가 모두 5천평이니까 120만원이면 60억이고, 130만원 받으면 65억이구나.”
“누구 말마따나 부동산은 팔려면 임자를 만나야 되는 모양이야. 비싸다고 안 팔리고 싸다고 금방 팔리는 건 아닌 것 같아.”
“너 많이 늘었다.”
“히히. 이젠 라면은 끓일 실력은 돼?”
“라면뿐이냐? 밥도 짓겠다.”
“그러고 보니 쭝국 놈들도 나쁜 놈들이야. 지방 터미널 토지 1만평 내놀고 250억 출자 평가해 달라는 이야기 아니야?”
“그래서 시외버스 사업 면허를 따로 내주겠다는 거겠지.”
“그래도 그렇지. 짱개 놈의 새끼들 너무해. 내가 가게 되면 이건 한번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되겠어.”
“하하, 알았다. 수고해라.”
구건호는 전화를 끊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문재식이 중국가면 둘리지는 않겠는데. 그동안 부동산 다루어 본 경험이 좋은 밑천이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