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93화 (293/501)

# 293

로지스틱스 이전 (3)

(293)

금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금요일엔 김영은이 집에 오니 좋았다. 일주일 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금요일 저녁에 만나면 서로 마주 보기만 해도 좋았다. 의사라는 직업 때문에 가끔 당직이 걸리긴 하지만 선배나 동료들이 신혼이라고 많이 배려를 해주고 있었다.

이날도 구건호는 지에이치 빌딩 18층 사장실에 앉아서 신문도 보고 음악도 들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김영은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은 당신 얼굴 보는 즐거운 날. 내일 청계산 갈까?]

김영은에게 답장이 왔다.

[그래요. 나도 살 좀 빼야겠어요.]

등산 갔다가 내려와서 무슨 음식을 먹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주례를 맡아주었던 이진우 장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학교 가는 날도 아닌데 무슨 전화지? 뭘 또 시켜 먹으려고 그런가?”

이런 생각을 하며 전화를 받았다.

“아, 총무요? 나, 회장이요.”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장관님.”

“내가 내일 세종시 정부종합 청사에서 있는 회의에 참석했다가 에머슨 컨트리에 들립니다.”“아, 그러십니까?“

“그런데 같이 운동하기로 한 사람 중에서 한명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나오게 되었네요.”

“아, 그러십니까?”

“어때요? 총무가 근무하는 공장이 거기서 멀지 않다니 같이 한번 칩시다.”

구건호는 난감했다. 지금 천안에 있지도 않고 서울에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김영은이 집에 오는 날 이러니 김이 팍 세었다.

“저는 사실 배운지도 얼마 안 되고 그래서 장관님들 경기하는데 방해만 될 것 같습니다.”

“아니오, 아니오. 거기 참석한 사람들 다 못 쳐요. 핸디는 나 혼자뿐이요.”

“그래도 연세도 많으신 점잖은 분들일 것 같은데....”

“젊은 사람도 있어요. 총무는 너무 겸손해서 탈이요. 내기 경기도 아니고 스트로크 메달플레이로 하고 진 사람이 밥이나 사면 돼요. 요즘 날도 더우니 오전에 운동하는 걸로 합시다. 9시에 만납시다.”

“아, 저,저.”

[상대방 의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네. 씨팔, 내가 자기 부하도 아닌데 이러네. 고위 공무원들은 관료주의가 몸에 배어있어. 귀중한 시간 내어 주례까지 서 준분한테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고 거 참.]

[그러나 저러나 9시면 여기서 7시에는 출발해야 될 것 아닌가?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세종시 거의 다가서 있는 골프장인데 여기서 7시에는 출발해야 될 거야. 가만있자 티업시간 맞추려면 더 일찍 가야겠는데? 일찍 가야 프론트에서 락카번호도 배정받고 캐디 백 배치도 받을 거 아닌가? 그럼 6시? 미치겠네. 난 아침잠도 많은 사람인데.]

저녁때 김영은이 집에 왔다. 늘 하던 대로 마트에 들렸다 오는지 채소 같은 것을 잔뜩 사왔다. 좀 피곤해 보이기도 했다.

“오늘은 좀 피곤해 보이네?”

“응, 오늘은 방문객들이 많았어.”

“밥은 내가 해놨어. 반찬만 만들어 먹으면 돼. 힘들면 반찬 내가 할까?”

”아니, 내가 하지요.“

밥을 먹는 자리에서 구건호는 김영은에게 미안하다고 하였다.

“내일 청계산에 못 가게 되었어. 미안하다.”

“왜?”

“우리 주례 섰던 이진우 장관 알지?”

“이진우 장관이 무슨 일 있데?”

“내일 같이 골프치자고 그러네. 그것도 세종시에 있는 골프장이야.”

“그래?”

“내 공장이 거기서 가까운 줄 아는 모양이야. 주례를 서준 분한테 거절하기도 힘들고 난감했어.”

“다녀와요.”

“미안해.”

“미안해 할 것 없어요. 그런 분들하고 가끔 어울리는 것도 괜찮겠지. 그래야 인간관계도 넓어지고 그러지 않겠어?”

“지난주에는 당신 당직이라 못 갔는데 이번 주에는 엉뚱한 걸로 못 가게 생겼네.”

“덕분에 난 양재천변 좀 걷다가 낮잠이나 자지. 갔다 와요.”

“네일 새벽 6시에 일어나야 되니 혹시 당신 일찍 일어나면 깨워줘.”

“알람 맞춰놔요.”

구건호는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허겁지겁 양치질을 하고 세수와 면도를 했다. 아침밥도 안 먹고 나갔다.

“나, 갈게.”

‘잘 다녀와요.“

한참 있다가 구건호가 다시 집엘 들어왔다.

“에이, 씨. 핸드폰을 두고 갔었네.”

이번엔 랜드로버 앞에 어떤 차가 주차되어서 밀어내야 했다.

그래도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기분은 좋았다.

에머슨 컨트리클럽에 도착하니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이진우 장관을 만났다. 처음에는 모자를 쓰고 있어서 잘 못 알아 보았었다. 양복을 입었을 땐 잘 몰랐는데 이 장관은 상당히 뚱뚱해 보였다. 50대의 여성과 같이 왔다.

“총무 나왔어요? 근무지가 이 근처라 오라고 했어요. 인사해요 내 와이프.”

“아! 사모님이십니까?”

구건호는 여자 앞으로가서 90도 각도로 인사했다.

[아, 이 여자가 A그룹 회장 따님이구나!]

여자는 목주름이 있는 것을 보니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 사람이 지난번 결혼한 우리 반의 총무야. 이 근처에서 공장을 하는 사람이야.”

여자는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 재벌의 딸이지만 요란한 보석으로 치장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오늘 셋이 운동합니까?”

“아니야. 한사람 더 있어요. 저기 오네.”

50대의 균형 잡힌 몸매의 사람이 왔다. 금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인사해요 .A전자의 박사장이요.”

[A전자? 그 유명한 A전자 사장이구나. 수십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기업의 CEO구나.!]

구건호는 박사장이란 사람한테도 90도 각도로 인사를 했다.

“골프장 풍경이 아주 좋습니다.”

“구 사장은 여기 처음이요?”

“예, 저는 천안 상록으로 다녔습니다.”

“아, 연금공단에서 운영한다는 골프장!”

“예, 그렇습니다.”

“내가 왜 이곳을 오는지 아시오?”

“세종시와 가까워서 그렇겠지요.‘

“그것도 있지만 이곳은 주변 온도보다 낮아 여름에 시원해요. 그린 설계도 잘 되어있고.”

골프는 역시 구건호가 제일 못했다.

“총무는 골프장 자주 다녀야 할 것 같네.”

“하하, 죄송합니다.”

사모님은 구건호에게 호감을 가졌다. 모두 50대지만 구건호만 30대라 그런 것 같았다.

“그래도 젊은 분하고 같이 운동하니 나도 덩달아 젊어진 것 같네요.”

일행들은 50대지만 기운들이 넘쳐났다. 구건호가 오히려 따라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산삼뿌리만 먹었나? 27홀 다 돌고도 씽씽하네.]

역시 경기 결과는 구건호가 꼴찌를 했다.

“총무가 꼴찌 했으니 밥 사요.”

“알겠습니다. 제 바운다리로 가시죠.”

“바운다리가 어디요?”

“천안으로 가시죠.”

“그런데 총무는 오늘 차가 바뀌었네. 기사가 안온걸 보니 집에 놔둔 차인모양이네.”

“그렇습니다. 세차도 못했습니다. 제차 따라오시면 됩니다.”

구건호는 장관 차 기사에게 천안 승지원 가는 길을 대충 알려주었다. 박사장은 승지원을 안다고 하였다.

식사가 나오기 전에 물수건으로 손을 닦을 때 구건호가 명함을 장관 부인과 A전자 박사장에게 주었다. A그룹 회장 딸인 장관 부인은 구건호의 명함을 받자마자 바로 자기 빽 속에 넣었지만 박사장은 구건호의 명함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이진우 장관이 말했다.

“총무가 운영하는 공장이 그럼 이 근처요?”

“그렇습니다. 여기서 15분 정도 가면 있습니다. 공장은 크지 않습니다.”

박사장이 물었다.

“부지가 몇 평이나 되요?”

“5천평 정도 됩니다.”

이번엔 장관이 맥주를 조금 마시고나서 말했다.

“5천 평이면 적지는 않네.”

“장관님은 에머슨 컨트리클럽에 자주 들리십니까?”

“자주는 못 들리고 선산에 갈 때나 세종시에서 회의가 있을 때 가끔 들려요.”

“이집 음식이 깔끔하고 좋네요.”

장관 부인이 아주 만족해하는 것 같아 구건호도 기분이 좋았다. 식사후 구건호가 계산을 하려고하자 박사장이 말렸다.

“계산 다 했습니다.”

“예? 제가 내기로 했는데?”

뒤에서 이진우 장관이 껄껄 웃었다.

“총무님은 다음에 내요.”

“올라가시면서 저희 공장 보시겠습니까?‘

“그것도 다음에 합시다.”

결국 일행들은 천안 백석동에 있는 승지원에서 헤어졌다.

가면서 A전자의 박사장이 자기 명함을 주면서 말했다.

“인연 있으면 만납시다.”

7월도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때 아닌 더위가 벌써 찾아들고 있었다.

구건호가 직산의 지에이치 모빌에서 임원들에게 업무 보고를 받고 쉬고 있는데 문재식 사장이 왔다.

“어? 문사장 웬일이냐?”

“총무이사 만나고 가는 길이야.”

“총무이사?”

“우리 직원들 써줄 자리가 있나 해서 상의했어.”

“써 준데?”

“이력서보더니 경리직원은 생산부 서무 시키면 좋을 것 같다고 하네.”

“생산부 서무?”

“생산품 입출고 현황 기록하고 재고 파악하고 일지 같은 것 작성하고 그런 일 하는 모양이야.”

“지금까지 그런 사람 없었나?”

“있는데 다른 부서로 가는 모양이야.”

“흠, 그래? 잘 됐네.”

“헤헤, 오히려 더 잘된 것 같아.”

“그 과장이라는 남자사원은?”

“자격증 많으니까 바로 반장 발령 낸다고 하네.”

“자동차 정비사 말고 다른 자격증이 있나?”

“폐기물 자격증 있으니까 바로 채용하겠다고 하던데?”

“그래? 다들 잘 됐네. 급여도 맞춰졌나?“

‘오히려 여기가 10만원씩 더 많던데?“

“그럼 직원들 불만 없이 다 이곳으로 오겠다.”

“내가 지난주에 회식하면서 말했어. 로지스틱스가 땅 팔고 시흥으로 가면 모빌에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했더니 바로 심어달라고 하던데.”

“심어?”

“음. 모빌에 자기들을 심어달라고 하더군.”

“허허. 취업시켜 달라는걸 심어달라는 표현을 쓰네.”

“땅은 부동산에 내 놓았나?”

“내 놓았어.”

“아직 반응은 없지?”

“아직 없었는데 내가 어제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런 부동산을 구한다는 게시판에 들어갔더니 5천 평 이상 공장부지 구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그래?”

“세군데 전화했는데 두 군데는 부동산업자고 한군데는 어디 공장의 관리이사라고 해서 실수요자인 것 같아서 오라고 했어.”“그래?”

“오늘 11시에 온다고 했어., 화성에 있는 회사인데 공장을 확장하는 모양이야.”

“뭐하는 공장인데.”

“화장품이라고 하더군.“

“화장품? 화장품은 그 장소 괜찮을 것 같은데? 건물만 예쁘게 지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만나보고 결과 알려줄게.”

“알았다. 그리고 성토한곳 지난주 폭우에 무너진데 없었지?”

“없었어. 로러로 몇 번이나 다져서 괜찮았어.”

“그 땅 얼마나 받으면 될까?”

“우리 성토작업해준 성환 기술공사에선 평당 150만원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던데?”

“150? 그러면 75억이네.”

“일단 내놓기는 그렇게 해 볼라고 그래.”

“글쎄, 그렇게까지 받을 수 있을까?”

“우리가 처음에 샀던 정비공장 터가 평당 200이었잖아. 그러니 그 정도는 받아야겠지.”

“글쎄, 그 땅은 길죽하게 도로에 붙어있지만 이건 안쪽까지 길게 붙어있어 그렇게 받을까?”

“땅 보러 오는 사람들 있으면 바람 잡고 약 좀 팔아야지.”

“부동산 애들이 시세는 잘 알고 있으니 그 근처 부동산에 물어봐. 그리고 잘 팔아주면 소주 값 주겠다고 해봐.”

“알았어. 그렇게 해볼게.”

“그리고 온비드 입찰하는 거 신경 좀 써 줘라.”

“알겠어. 요즘 날마다 화면 쳐다보고 있어. 다른 놈 응찰자가 있나 해서 말이야. 현재는 없는 것 같았어. 거긴 우리처럼 사업하는 사람들이 응찰해야지, 농사짓는 것으론 너무 비싸서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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