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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 이야기-288화 (28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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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이 흰 가운으로 옷을 갈아입고 청진기도 든 채 의자에 앉았다. 소독약과 연고와 반창고, 소독약 등도 준비했다.

구건호는 지도교사가 준 명단을 들고 옆자리에 앉았다.

“오빠는 아이들 이름이 맞나 확인하고요. 내가 달라는 것만 주면 되요.”

“알았어.”

아이들이 줄을 서서 김영은 앞으로 왔다.

“이름 얘기해요.”

구건호가 명단과 볼펜을 들고 말했다.

“오병갑이요.”

아이들은 부잡스럽게 웃으며 장난기 있는 어투로 말했다.

“어디 아픈데 없지?”

“없어요.”

“어휴, 이 손등 봐. 상처 있잖아!”

김영은이 상처를 소독해주고 연고를 발라주었다. 아이들은 한창 장난이 심할 때라 작은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청진기로 가슴과 배를 검사를 하기도 했다.

“청진기는 뭘 검사하는 거야?”

“폐렴 증상이 있나 보는 거야.”

김영은은 아이들의 입안을 살폈다. 충치가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치아가 썩으면 맛있는 것 못 먹어요.”

구건호는 명단을 들고 있다가 치아가 이상 있다고 김영은이 말하면 메모를 하였다. 검사는 12시가 거의 다 되어 끝났다.

지도교사가 와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다.

“수고하셨어요.”

“검사 결과는 식사 후 말씀드릴게요.”

“점심 식사는 어떻게 하실 건지? 그냥 우리 식사하는데서 하실 건지?”

“여기서 먹지요. 아이들하고 같이요.”

“그런데 두 분은 혹시 부부 아니신지요?”

“예, 맞아요.”

“나는 아까 남자 간호원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여기 혼자 계세요? 중증 장애인도 있는 것 같던데.”

“복지관에서 복지사도 하루 한 번씩 들리고 야간에는 자원봉사자들도 옵니다.”

“그래도 혼자 힘드시겠어요.”

“혹시 오늘 검사한 아이들 중에서 병원에 가야할 아이들은 알려주세요. 복지관에서 차를 가져오니까 올 때 말씀드리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구건호와 김영은은 소독약을 풀어놓은 세면대에 손을 씻고 지도교사가 안내하는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는 50대 아줌마 한분이 계셨다.

지도 교사가 주방아줌마에게 구건호와 김영은을 소개했다.

“오늘 봉사 나온 의사 선생님에요.”

“오? 그러세요? 잘됐네. 이따 나 혈압 좀 재 주세요.”

구건호는 김영은이 혈압체크기를 가져오지 않은 것 같아서 김영은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이따 오세요.”

주방 아줌마는 구건호와 감영은의 배식판에 고기 한 덩어리씩을 더 올려주었다. 구건호가 보기에 구내식당은 밥과 국만 여기서 요리하고 나머지 반찬들은 사가지고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식당 안은 떠들썩했고 중중 장애인인은 식사도 불편해 지도교사가 도와줄 때도 있었다. 식사가 아니라 전쟁터 같았다.

“여기서 근무하는 지도교사나 복지사들은 사명감 없으면 근무 못하겠네.”

“잘 봤어요. 훌륭한 사람들에요.”

구건호와 김영은은 천천히 식사 후 배식판의 짬밥을 음식물 통에 넣고 사무실로 올라왔다. 지도 교사가 종이컵에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커피 맛 좋은데?”

“자판기 커피라 맛은 일정한데 오빠가 오늘 보람 있는 일을 해서 그런 거야.”

“그런가?”

구건호와 김영은은 아이들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밖으로 나왔다. 연못가로 나와 고기들이 헤엄쳐 다니는 걸 구경하니 집에 가고픈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아, 참. 식당 아줌마 온다고 했어요.”

구건호와 김영은은 다시 아이들을 검사했던 활동실로 들어갔다.

구건호의 체크리스트를 받은 김영은이 지도교사한테 설명했다.

“충치가 있는 아이들이 3명이 나왔네요. 복지관에서 오시는 분들 있으면 가까운 치과병원 치료를 받도록 해주세요. 한명은 폐렴증상이 있어서 제가 약을 주었습니다. 이삼일 후에도 기침을 하면 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그리고 한명은 눈꺼플 짓무름 현상이 있어서 약국에서 결막염 약 사다가 넣어보세요. 며칠 후에도 짓무름 현상이 계속되면 안과병원에 데려가서 보여주세요.”

“알겠습니다.”

김영은은 가방 속에서 라면박스만한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또 물컵보다 약간 넓은 검정색 플라스틱 통을 꺼냈다. 이름을 쓰는 스티카도 붙어있었다. 분변검사용 전용 용구였다.

김영은이 검사용 전용 용구를 지도 교사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 용기에 아이들 변을 받아야 합니다. 아이들한테 이 상자를 하나씩 나누어 주고 금요일쯤 변을 약간씩 받으라고 하세요. 사탕알 정도 크기면 됩니다. 분변검사는 제가 다음 주 토요일 와서 해드리죠.”

지도교사는 변 이야기가 나오자 인상을 찌푸렸다.

“오물이 묻을지 모르니 고무장갑 끼고 하시고 아이들이 용기를 가져오면 그 위에 이름 쓰는 칸에 이름만 적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라면 상자만한 큰 상자에 보관하셨다가 저를 주면 됩니다.”

“회충 검사 때문인가요?”

“예, 모든 기생충 검사입니다.”

식당 아줌마가 창문을 열고 말했다.

“말씀 끝나셨어요?”

“예, 끝났습니다.”

김영은이 가방 안에서 혈압측정기를 꺼냈다. 구건호가 물었다.

“이건 언제 실었어?”

“집에서 올 때부터 있었어.”

구건호는 혈압측정기는 보지 못했는데 김영은의 가방 속에 있었다.

김영은이 아줌마의 혈압을 재주었다.

“좀, 높네요? 평소 혈압약 드세요?”

“먹다 안 먹다 그래요.”

“위험할 정도는 아니지만 160까지 올라오네요. 짠 음식 주의하세요.”

“알겠어요. 호호호.”

식당 아줌마는 만족한 표정으로 활동실 방을 나갔다.

포천의 이회장 별장에서 돌아오면서 구건호가 말했다.

“다음 주에는 여기서 직접 분변검사를 하나?”

“여기서 해야 되요. 분변검사는 12시간 이내에 하는 게 좋아요.”

“나, 다음 주에도 와야 하나?”

“간호원이 도와주어야 하지요. 혼자 힘들어요.”

“내가 괜한 소리 해가지고 이 고생이네.”

“보람 있잖아요?”

“하긴 야간에 자원봉사자들이 온다는 걸 보니 아직도 우리 사회가 메마르진 않은 것 같네.”

“저도 의료봉사 활동 많이 해 보았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직장인들도 많았어. 보수도 없이 자기 시간 투자해가며 하는걸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긴 하겠어.”

7월로 접어들었다. 무더위가 계속되었다. 구건호는 월요일이라 직산공장으로 출근하다가 스마트폰의 인터넷에서 모레부터 폭우가 쏟아진다는 일기예보를 보았다. 즉시 문재식에게 전화를 하였다.

“야, 내일 모레부터 비 온다는데 성토공사 다 끝났냐?”

“어, 지금 공사 끝나고 콤비 로라 들어와 있어.”

“콤비 로라?”

“땅 다지는 기계 말이야.”

아닌 게 아니라 전화기 너머로 굉음 소리가 들렸다.

“지금 이 소리가 땅 다지는 소리냐?”

“음, 다지고 있어. 오늘 모빌과 디욘코리아에 출근하는 날이지? 이따가 올라가다가 성토 작업한 것 보러 와라.”

“그래, 알았다. 올라가다 볼게.”

모빌에 도착하여 임원회의에 참석했다. 이 날은 김민화 경리이사가 월간 손익보고를 하였다. 이제는 박종석이도 회사 돌아가는 일이 궁금한지 손익계산서상의 용어 같은걸 질문하기도 하였다.

이 날은 지난 6월달 손익뿐만 아니라 반기 결산에 대한 보고도 하였다. 이익도 나오고 부채도 줄어가고 있었다.

김민화 이사의 보고가 끝나자 구건호는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었다.

“송사장님 오시고 나서 매출이 신장되고 있어 저도 기쁩니다. 불량률이 제로에 가깝도록 노력해주시고 모레부터 폭우가 온다고 하니까 시설점검에 각별히 신경 써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폭우가 온다고 하니까 원재료는 10톤만 미리 주문토록해서 내일 입고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원재료가 바닥 난 것은 아니지요?”

“아닙니다. 재고는 있습니다. 만일을 위해서 추가 주문하는 것입니다.”

구건호는 디욘코리아에 가서 임원회의를 주재했다.

“중국 물량이 늘었다고 했지요?”

“예, 늘고 있습니다. 현재 매월 60톤 이상 나가고 있습니다.”

“60톤이라...”

구건호는 속으로 계산해 보았다.

[톤당 450만원에 60톤이면 월 2억7천만원이네. 1년이면 32억 4천만원이 되는군.]

애덤캐슬러가 말했다. 애덤 캐슬러는 임원회의지만 무역담당 직원 채명준을 데리고 들어왔다.

“인도 법인장으로 나간 이종근 부장은 델리지역에 사무실을 얻었답니다. 그리고 인도 직원도 한명 채용했다고 했습니다. 인도 직원은 영어가 유창하다고 합니다.”

“그래요?”

“아직은 호텔 생활하고 있고 금주 중에 계약한 방이 빠지기 때문에 금주 중에 이사는 가능할 것이라 했습니다.”

“법인설립은 아직 못 했겠지요?”

“법인설립 신청은 들어갔고 요즘 임대할 창고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3군데 알아보고 있는데 조만간 계약이 되면 다시 보고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흠 알겠습니다.”

김전무가 한마디 했다.

“제가 인도 출장 가는 것은 이부장이 창고 얻고 법인 설립되면 가겠습니다. 이부장 명함이 나오면 함께 인도에 나가있는 우리 거래처를 한 바퀴 돌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자리가 어느 정도 잡히면 송장환 사장도 인도에 출장 가서 우리 회사 힘을 좀 실어달라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송사장은 아직도 업계에 파워가 있으니까 써 먹는 것이 좋습니다.”

애덤 캐슬러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돌아다닌 지역 중에서 코리아가 제일 엑티비티합니다. 더구나 유능한 임원들이 있어서 저는 뒷짐만 지고 있어도 됩니다. 어느 지역은 내가 직접 세일하러 돌아다니느라 피곤했습니다.”

“하하, 그래요?”

구건호는 윤상무를 쳐다보며 말했다.

“지난번 옹벽 공사한 것은 다 됐지요?”

“다 됐습니다.”

“모레부터 비 온다는데 괜찮겠지요?”

“괜찮습니다.”

‘더 할 말 없습니까?“

“사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금 디욘코리아의 직원이 100명이 넘다보니 슬슬 통근차 배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흠.“

“통근버스를 지입형태로 쓰면 어떨까요?”

“차량이 없는 직원이 얼마인가 조사해 보시고 버스 한 대 지입차 쓸데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나 알아보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퇴근길에 문재식이 잇는 로지스틱스 사무실을 들렸다. 과연 논이 없어지고 넓은 운동장이 보였다.

“와, 진짜 논이 없어졌네!“

차를 주차시키고 나온 엄찬호도 크게 놀란 모양이었다.

“우와, 운동장이 생겼네!”

문재식이 뛰어 나왔다.

“다지기 공사한 콤비 로라는 방금 들어갔어.”

“네가 고생 많았다.”

“고생은 뭘.”

“땅은 잘 다져진 것 같은데 내일 모래 폭우에 괜찮을까?”

“공사하고 간 사람들이 염려하지 말라고 하는데 모르겠어.”

“그런데 바닥이 정비공장 바닥보다 약간 놀은 것 같다.”

“응, 기술공사에서 일부러 그렇게 했어. 시간이 가면 땅이 약간 가라앉는다고는 했어.”

“흠, 그래?”

“이제 지목변경만 남았어.”

“공장용지로 바꾸는것 말이지?”

“공장용지로 바꾸면 그 다음에 지에이치 로지스틱스 법인에서 인수하는 걸로 해야지.”

“일단 지금은 문재식의 명의로 되어있으니까 넌 땅 부자가 됐다.”

“그러게 말이야. 나 출세했어. 지하실 살던 놈이 4100평 넓은 땅 대지주가 되었으니 말이야. 하하.”

“이게 4100평이니 지금 사무실이 있는 정비공장까지 합치면 5080평이 되네.”

“잘 봐봐. 저쪽 끝에서 저기까지 아니야? 얼마나 넓어. 거기다가 6미터 도로변에 말이야. 내가 보기엔 내 놓기만 하면 누구든지 침을 흘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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