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87화 (287/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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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형과 누나 (2)

(287)

구건호는 식사 후 누나 내외가 쓰는 건너 방으로 갔다. 가운데 작은 상을 놓고 차를 마시며 누나와 매형에게 이야기 했다.

“지입차 보다는 사업을 해볼 의향 없어요?”

매형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업이야 해보고 싶지. 하지만 밑천도 없고 특별한 경험도 없으니 이러고 사는 거지. 내가 처갓집에서 얹혀사는 것 같아 처남보기도 미안하네.”

“운이 안 닿으면 할 수 없지요. 하지만 운송경험은 많으니까 운송 쪽 일은 할 수 있을 것 아녜요?”

“운송 쪽에 뭐 할 만한 일이 있나?”

“성환읍에 화물회사가 있어요. 한번 맡아서 해 볼래요?”

“화물회사?”

이번엔 누나가 더 관심이 있는지 바짝 다가와 앉는다.

“지입차는 직접 운전을 하고 다니는 거라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잖아요. 핸들 잡는 건 그만하고 화물차 한번 맡아서 해봐요. 큰 회사는 아닙니다.”

“화물은 화물 자동차 운수사업,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화물자동차 운송 주선사업, 화물자동차 운송 가맹사업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어떤 건가?”

“역시 화물계통에 일해서 잘 아시네요. 저희는 토탈 운송사업입니다.”

“그럼 화물운수사업이겠네. 규모가 제법 있겠는데.?”

“현재 보유대수 27대입니다.”

“27대? 많네!”

27대라는 소리에 누나와 매형이 동시에 놀랐다.

“다, 화물차인가?”

“아닙니다. 중장비도 있고, 25톤 담프도 있고 추레라도 있습니다.”

“그럼, 사장도 있고 직원도 있겠는데?”

“사장 한사람에 남자직원 1명, 경리 여사원 1명 있습니다. 직원들은 많이 없습니다. 다 운전기사들이죠.”

“그런데, 그게.....”

매형은 한숨을 쉬었다.

이번엔 누나가 한숨 쉬는 매형이 이상해서 물었다.

“왜 그래요? 당신!”

“화물업 이란게 다 일감을 따야 되는 거란 말이야.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아. 잘못하면 차 세워놓고 기사들 월급 줘야 해.”

구건호가 빙그레 웃었다.

“그 말은 맞습니다만 고정 거래선이 있습니다.”

“고정거래선?”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회사들 물류 용역을 맡고 있습니다. 지금 거래하는 다른 곳도 다 6개월 이상씩 계약된 곳도 있고 중장비는 도로공사에 3년간 계약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흠, 그런가?”

구건호는 메모지에 지에이치 로지스틱스 홈페이지 주소를 써서 알려주었다.

“여기가 그 회사니까 시간 있을 때 한번 들어가 보세요.”

“흠, 알겠네. 그런데 거기 사장은 딴 곳으로 가나? 처남이 거기 사장인가?”

“거기 사장은 중국으로 갑니다.”

“중국?”

누나와 매형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중국 귀주성에 있는 어떤 도시의 터미널 사장 겸 고속버스 사장으로 갑니다.“

“터미널과 고속버스?”

매형과 누나가 동시에 놀랐다.

“그, 그런 것은 엄청난 돈이 들 텐데 어디서 투자하는 건가?”

“그렇게만 알고 계십시오.”

“알겠네. 오늘 충격적인 이야기만 나와서 내가 멍하네.”

“그런데 매형이 운송업에 오래 종사한 경력이 있는 건 알지만 행정업무는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컴퓨터 잘 다루죠?”

“그, 그건 배우면서 일해야겠지.”

누나가 목을 내밀고 끼어들었다.

“그건 내가 도와주면 안 될까? 내가 요양병원 복지사 하면서 행정업무도 많이 해. 워드나 엑셀은 할 줄 알아. 스프레이드 쉬트도 사용할 줄 알아.”

“복지사 일하면서 어떻게 도와줘? 시간도 없을 텐데.”

“음, 밤에 가서 도와줄 수도 있고 쉬는 날 가서 도와줄 수도 있지.”

“흠, 그래?”

구건호는 누나가 차라리 로지스틱스에 와서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기사를 다루고, 차량을 관리하는 일은 매형이 낫겠지만 서류를 작성하는 행정업무나 영여업쪽은 누나가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는 지금 요양병원에서 얼마 받아요?”

“나? 190만원.”

구건호가 매형 얼굴을 쳐다보았다. 매형은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뭔가 생각하는 눈치였다.

구건호는 매형의 옆모습을 보고 인물은 참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짙은 눈썹, 오똑한 코 등이 나무랄 데 없는데 사람이 좋아서 그런지 기(氣)는 좀 약해 보였다. 그래서 딸 정아도 인물이 좋은 모양이라고 생각되었다.

매형은 전라도 정읍 사람이다. 인천의 어느 공장에서 물류팀에서 일했다. 여기서 재단반에서 일하던 누나와 연애가 되어 결혼을 하였다. 대학을 졸업하진 않았어도 사람은 성실한 사람이었다. 누나도 매형의 성실성에 점수를 주어 결혼을 했다고 하였다. 성실은 했지만 진취성은 부족했다.

[누나가 뒷받침해 준다면 작은 회사는 꾸려 나가겠지. 오히려 성실성이 회사를 지키는 데는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

“매형! 뭘 그렇게 생각해요?”

“음? 아니, 아니야.”

“지금 성환에 있는 공장은 중국 투자 때문에 땅을 내놓았어요. 아마 이 공장을 운영하신다면 싼 땅을 얻어 임대하셔야 할 겁니다.”

“그런 화물차 운송회사는 하천부지나 고가도로 밑 같은데서 해야 돼. 비싼 땅 깔고 앉아 영업하면 이익이 안 나와.”

“그건 맞습니다.”

“보유대수 27대를 모두 세워둘 장소가 필요한건 아니잖아? 실차율이 70%라면 8대만 세워 놓아도 되잖아?”

구건호는 화물운송 쪽은 매형과 누나가 하는 것이 문재식보단 나을 것 같았다. 문재식에게는 노선버스 사장이 더 맞을 것 같았다.

구건호는 일어서면서 누나와 매형에게 말했다.

“지금 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은 성환의 부지가 팔려야 되니까 땅이 팔리면 연락드리죠. 그럼 현재의 사장은 땅 판 돈 가지고 중국 들어갑니다. 그럼 매형은 그때 화물회사 인수하면 됩니다. 그동안 마음에 준비도 좀 하시고 옮겨갈 화물차 회사의 임대 부지나 슬슬 알아보세요.”

“알겠네.”

구건호는 오래간만에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했다.

문재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농지전용부담금 고지서가 나왔네.”

“그래? 얼마나 나왔나?”

“4억 정도 예상했는데 3억 조금 넘게 나왔어.”

“지로통지서로 나왔나?”

“맞아. 그런데 시청에서 나온 고지서가 아니고 한국 농어촌공사 명의로 나왔네.”

“아마, 그럴 거다.”

“가상계좌 나와 있으니 납부 할까?”

“납부해라.”

“참, 우리 일을 맡고 있는 성환 기술공사에서 허가증 나오면 성토작업은 자기들한테 맡겨달라고 하네.”

“그래? 성토는 얼마나 걸리나?”

“주택의 경우 하루 이틀이면 되는데 여긴 넓어서 몇 일 걸릴 거야. 하지만 논이 깊지가 않아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고 했어.”

“흙 값도 들어가겠지?”

“아니야. 자기들이 흙을 깎는 공사 현장을 맡은 곳이 있어서 흙 값은 많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했어. 그리고 성토해도 건물은 바로 못 짓는다고 했어. 땅이 좀 다져져야 하거든. 잘못하면 비오면 침하가 될 우려도 있데. 성토는 빨리 할수록 좋다고 했어.”

“성토해라.”

“알았어. 그럼 오늘 농지전용 부담금 돈 내고 성토작업도 기술공사와 협의할게.”

“농지전용 허가증은 언제 나오는 건가?”

“돈 내면 하루 이틀이면 나온다고 했어.”

“알았다.”

“이 일하면서 나 참 많이 배운다.”

“네가 배우는 건 이석호나 황병철이나 조원철이 같은 애들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야. 잘 배워둬라. 실은 나도 덩달아 많이 배운다.”

구건호는 문재식과 통화를 끝내고 기지개를 폈다.

“하나씩 하나씩 일이 되어가는군.”

구건호는 지목 변경 후 문재식 개인 명의로 된 땅을 지에이치 로지스틱스에 인수시키고 땅을 팔기로 했었다.

“전부 합친 5천평의 사각형 땅을 얼마나 받을까? 60억 이상 받는다면 문재식에게 명의 빌린 값으로 인천에 연립주택 한 채는 사줄 수 있을 것 같네.”

구건호는 흐믓한 생각이 들었다.

비서 오연수를 불러 녹차를 주문했다.

구건호는 녹차를 마시다가 돈 버는 것도 좋지만 보람 있는 일도 해보고 싶었다.

“참, 이회장님 별장에 장애인들 의료봉사를 영은이가 해준다고 했지? 이번 일요일은 거기나 같이 갈까?”

구건호는 청담동 이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서가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계시죠? 나, 지에이치의 구건호 사장이요.”

“아 예, 구사장님. 안녕하셨어요? 잠시 기다리세요.”

잠시 후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구사장이신가? 나요.”

“요즘 건강하시죠?”

“구사장이 나날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니 나도 즐겁소.”

“요즘도 포천 낚시터 자주 가시죠?”

“자주는 못가더라도 가끔은 가지.”

“별장도 그대로죠?”

“그대로요. 시설 수용인원도 줄지 않고 그대로요.”

“저, 다른 게 아니고 제 처가 일요일 회장님 별장에 가서 의료봉사를 하고 싶답니다.”

“의료봉사를? 아, 참. 자네 처가 의사라고 했지? 그러면 나야 좋지.”

“그럼 이번 일요일에 가서 의료봉사를 하겠습니다.”

“의료봉사를 한다면 아이들 회충이 있는가 하고, 충치가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봐주면 좋겠네. 거기 지도 교사가 그런데 아이들이 가끔 배가 아프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는 모양이야.”

“알겠습니다. 처와 상의해 보겠습니다.”

“일요일 보다는 토요일에 와도 좋아요. 일요일엔 지도교사가 안 나올 때도 있으니까 토요일에 와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김영은에게 문자를 보냈다.

[청담동 이회장님하고 통화했음. 이회장님 별장에 이번 토요일 가기로 했음. 의료봉사를 하겠다고 하니까 회장님 좋아하셨음.]

목요일이 되었다.

문재식에게서 전화가 왔다.

“농지 전용허가서 나왔고 지금 성토 작업 중이야.”

“어, 그래? 수고했다.”

“여기 오려면 몇 일 후에 와. 흙 나르는 덤프트럭 왔다 갔다 하니까 복잡해.”

“알겠다.”

“성토 높이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정비공장에 맞출게.”

“그래라.”

토요일이 되었다.

김영은은 자기 차에서 커다란 가방을 꺼내 구건호 차에 옮겨 실었다.

“그게 뭐야?”

“상자하고 청진기 같은 것 들어있어.”

“상자? 무슨 상자?”

“아이들 분변검사 받아낼 상자야.”

“분변검사? 아이들이 오늘 변이 나올지 안 나올지 어떻게 알아?”

“오늘 나누어주고 검사는 다음 주에 해야 돼.”

“그래? 냄새께나 나겠는데?”

“오늘은 괜찮지만 다음 주엔 마스크 쓰고 와야 돼.”

“그래?”

“의료봉사 할 때는 나는 의사고 오빠는 간호원이 되는 거야. 내 말 잘 들어야 해.”

“허, 이거 졸지에 남자 간호원 하게 생겼네.”

“간호원뿐이야? 오늘은 운전기사 역할도 잘 해야 돼.”

“내가 결혼은 잘 못했네.”

‘호호호, 그래서 내가 오빠를 택한 거야. 말 잘 듣고 돈도 잘 쓸 것 같아서.“

“시끄러워! 빨리 차에 올라타.”

둘은 동부 간선도로를 달렸다.

구건호는 기분이 좋아 자꾸 앞자리에 탄 김영은을 바라보았다.

“앞 보고 운전해!”

포천의 별장에 도착하였다.

“어머! 별장이 정말 좋네. 오우! 이런데서 살고 싶다!”

이회장의 별장엔 현관 앞에 멋있는 적송 한구루가 심어져 있었다. 그 앞에는 연못이 있었고 연못에는 창포와 같은 풀이 자라고 있었다.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고 지도교사도 나왔다. 지도교사는 20대 후반의 여성이었다.

“의사 선생님이시죠?”

지도교사는 구건호가 의사인줄 알고 구건호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의사는 옆에 분이고 저는 남자 간호사 겸 운전기사로 따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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