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6
매형과 누나 (1)
(286)
구건호는 다소 지친 상태로 도곡동 아파트 현관 문을 들어섰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영은이가 왔겠는데?”
구건호가 들어서자 거실 소파에 들어 누워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김영은이 벌떡 일어났다.
“왔어요?”
“잘 있었어?”
“얼굴이 피곤해 보이네. 식사했어요?”
“생각 없어. 그런데 이상하게 수제비가 먹고 싶네.”
“수제비? 그럼 샤워하고 있어요. 끓여줄게.”
구건호가 자기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호호호, 강남에서 부자로 살아도 수제비가 생각나는 모양이네요.”
“중국 가서 기름기 있는 것 많이 먹어서 그런 모양이야.”
“수제비는 요즘 마트에 가면 만들어 놓은 것 많이 팔아요. 끓이기만 하면 돼요.”
“그럼, 내 샤워하고 같이 먹자. 당신도 안 먹었지?”
구건호가 샤워를 하고 나오니 김영은이 수제비를 끓여 내왔다. 수제비는 집에서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마트에서 사온 것으로 끓인 것 같았다. 열무김치와 함께 내왔다.
“당신, 내가 수제비 먹자고 그래서 억지로 먹는 것 아니야?”
“그러진 않아. 난 아무거나 잘 먹어. 아프리카에서 수제비 많이 만들어 먹었었어.”
“흠, 그래?”
“그런데 난 오늘 실은 삼겹살이 먹고 싶었어.”
‘그래? 그럼, 수제비 조금만 먹고 이따가 같이 나가서 삼겹살 먹자.“
“그럼, 나가지 말고 내가 삼겹살 한 근만 사올 테니 집에서 먹어요. 이따가 10시쯤 배가 꺼질 무렵 먹어요.”
“그러자.”
구건호는 수제비를 먹고 깜박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잠결에 어디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났다.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다보니 김영은이 주방에서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일어났어요?”
“고기 굽는 냄새에 깼어.”
“식탁 의자에 앉아요.”
“이크, 상추도 사왔네.”
구건호가 의자에 앉았다.
김영은의 자리 앞에는 콜라가 놓여있고 구건호의 자리에는 맥주가 한 병 놓여있었다.
서로 식탁에 마주 앉았다.
“중국에서 맛있는 것 대접 못 받았어요?”
“받았지. 너무 잘 받았지. 하지만 중국 음식은 이삼일 계속 연장으로 먹긴 어려워. 느끼해. 난 느끼한 것 많이 먹고 와서 느끼한 남자가 됐어.”
”느끼한 남자?“
김영은이 깔깔대고 웃었다.
“그래, 거긴 투자하기로 한 거예요?”
“의향서 서명했어. 중국 귀주성 안당시의 객운 유한공사와 의향서를 체결했어. 부시장하고 시청 교통국장이 나와서 입회했어. 객운 공사지만 국영기업이야.”
“그럼, 터미널을 짓는 건가?”
“터미널 사업하고 고속버스 사업이야. 돈은 단계적으로 출자하기로 했어.”
“같이 간 친구가 사장으로 가기로 했어요?”
“했어. 그 친구가 거기 가서 사장하고 나중에 그 부인도 들어가기로 했어.”
“부인은 직장 다니는 사람 아닌가?”
“나, 있는 빌딩 옥상에 가면 북 카페가 있어. 거기서 일해.”
“북카페? 그럼 북카페는 다른 사람한테 팔겠네.”
“아니야, 북카페는 신사장이 하는 회사 소속이야. 월급 받고 일해.”
김영은은 삼겹살을 아주 잘 먹었다.
“꼭 굶은 사람처럼 먹네.”
“신랑이 강남 큰손이라는데 굶으면 되겠어? 오빠도 많이 먹어.”
김영은이 구건호의 빈 잔에 술을 한잔 따라 주었다.
“오빠, 나 부탁이 하나 있어.”
“뭔데?”
“오빠네 빌딩에 한 10평정도 사무실 얻을 수 없어?”
“10평? 알아봐야 돼. 그런데 10평은 있을지 모르겠다. 보통 30평 정도로 쪼개서 임대하는 것 같던데.”
“10평이면 좋겠는데.”
구건호는 궁금했다.
“뭐하려고? 연구실 하려고?”
“호호호, 연구실은 실험 장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10평가지고 안 돼.”
“그럼 뭐하려고?”
“KOFA 의료봉사 센터 사무실로 쓰려고.”
“지금 사무실이 없나?”
“마포에 있는데 임대료가 너무 많이 나가. 상근인원 급여도 많이 나가고.”
“상근인원이 몇 명인데?”
“두 사람이야. 사무국장하고 여직원 한명.”
“그러니까 회비 받아가지고 사무실 임대료하고 두 사람 급여 나가면 정작 의료 지원할 돈이 부족하단 이야기군.”
“그래요.”
“참, 지난번에 내가 CMS로 월 10만원 보내는 것 신청했어.”
“아, 그게 오빠였구나. 사무국장이 월 10만원 보내주는 분이 나타났다고 했었어.”
“사무국장은 의사인가?”
“아니야, 의료지원 활동 NGO출신이야. 회장, 부회장이 의사지만 비상근이야.”
“당신이 거기 이사라고 했나?”
“이사 겸 부회장이야.”
“회장은 선배 의사나 되겠군.”
“오빠 있는 빌딩은 임대료가 얼마야?”
“거기 관리하는 강이사라는 사람이 있는데 평균적으로 평당 12만원이란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아. 위치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는 모양이야.”
“그럼 10평이면 월 임대료가 120만원이네. 그럼 안 되겠다.”
“나보고 사무실 지원해 달라는 소리는 아니었어?”
“그렇게까지 부담주고 싶진 않아요.”
“필요하면 해 주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 부탁인데.”
“됐어요.”
“언제든지 필요하면 이야기해.”
삼겹살도 먹고 케이블 TV의 영화도 한편 때린 후에 구건호와 김영은은 한 이불속에 들어누었다.
“오빠.”
“왜?”
“오빠가 지난번에 나보고 골프 배우라고 했지?”
“그랬지.”
“레슨비 지원해 준다고 했지?”
“그랬지.”
“그거 나 줄 수 없어? 오빠 누님 내외와 부모님 이름으로 KOFA 회원 등록하게.”
“그래라.”
“고마워요.”
김영은은 모리에이꼬처럼 구건호의 목을 양팔로 감싸 앉더니 구건호의 뺨에 쉴 새 없이 뽀뽀를 해주었다.
월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지에이치 모빌로 출근을 하였다. 구건호는 송사장을 불렀다.
“차나 한잔 하시죠.”
“중국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네, 잘 다녀왔습니다.”
비서 박희정씨가 녹차 두 잔을 가져왔다.
송사장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말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중국은 운송 쪽 합자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중국 귀주성 안당시에서 터미널 사업과 고속버스 사업을 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이번에 가서 의향서 서명을 하고 왔습니다.”
“터미널 쪽이면 투자액이 상당할 텐데요?”
“5천만 달러입니다. 내가 2,500만 달러입니다.”
“어이쿠, 액수가 상당하네요. 그 돈이면 지에이치 모빌 같은 회사를 하나 더 M&A할걸 그랬습니다.”
“그런가요?”
“그런데 자금 조달은 가능한가요?”
“어떻게 만들어봐야지요.”
‘실력이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 많은 자금이 조달 가능한지 저 같은 짧은 식견으로는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혹시 이거 하나 물어보지요. 기성고만 가지고도 대출이 가능하지요?”
“건물 준공 전에 시공된 부분만가지고 대출하는 것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거라면 은행 지점장 출신인 상임감사님한테 물어 보는 게 빠르겠네요.”
“참, 거기에 물어보면 되겠네요. 알겠습니다. 디욘코리아로 간 상임감사님께 물어보지요.”
구건호는 바로 상임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구건호입니다.”
“예, 사장님. 중국 잘 다녀오셨습니까?”
“기성고 대출에 대해서 한번 물어 보겠습니다.”
“준공 전에 시공한 건물 대출 말입니까?”
“완공전이라도 대출 가능하지요?”
“가능합니다만 공정율이 70% 이상이어야 합니다.”
‘흠, 그런가요?“
“미준공 건물은 보존등기를 할 수 없으므로 준공 후 담보한다는 조건하에서 이루어지겠지요.”
“그러겠지요.”
“그리고 다른 대출이 없고 공사비의 30%이상 자기 자본이 있어야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토지와 공사비의 합계가 20%이상 이어야합니다.”
“그렇군요. 중국에서 짓는 건물도 우리와 비슷하겠지요?”
“중국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비슷하지 않을 가요?”
“흠.”
구건호는 아래턱을 쓰다듬었다. 잠시 뜸을 들이자 상임감사가 물었다.
“이번에 중국 다녀오신 프로젝트 때문에 그렇습니까?“
“아닙니다. 참고로 물어보았습니다.”
앞에 앉아있던 송사장이 물었다.
“뭐라고 그럽니까?”
“기성고로도 대출은 가능한데 공정율이 70% 이상 이어야한다고 합니다.”
“흠, 그런가요? 저도 많이 배웁니다.”
“공정율 증명하기 위해선 건축허가서류나 사진 촬영한 것도 들어가고 그러겠네요.”
“그러겠지요. 차 잘 마셨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구건호는 송사장이 나가고 난후 중국터미널에 대하여 조용히 분석을 해보았다.
[건물이 완공되면 터미널 수입의 절반을 합자사가 가져갈 수 있도록 해줄까? 아니면 건물이 어느 정도 올라가면 기성고 대출받고 한국 측은 쫒아내려고 하지 않을까? 상가분양에 한국 측이 간섭하는 건 원치 않겠지. 몫 좋은 상가 자리는 자기들과 이해관계 있는 사람들에게 수의계약 형태로 주려고 하겠지. 아니면 당 간부나 권력 있는 사람들이 가져가려고 하겠지.]
[그러면 터미널 쪽은 나중에 우릴 쫓아내면 운송 쪽은 증차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은 회사로 남게 하겠지. 합자사가 이익금을 과실 송금한다고 해도 터미널 짓느라고 잠깐 빌렸던 이자 수준 정도로만 생각해서 이익이 나게 해주겠지. 20대 정도로만 말이야. 정부부문 합자의 체면은 지켜 주겠지. 그것도 안 되면 외교 분쟁이 있을 테니 말이야. ]
[이번 합자사에서 우리가 먹을 것이 별로 없다면 부시장은 다른 것으로 보상해주려고 애는 쓰겠지. 리스캉이 그러는 것처럼은 하겠지.]
구건호는 로지스틱스의 토지가 지목 변경 후 팔리게 되면 바로 문재식을 중국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구건호는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아빠는 잘 계시지?”
“엄마, 아빠야 요즘 늦 팔자 폈지. 아들 덕분에.”
“누나는 요즘 뭐해?”
“요양병원에 복시사로 근무해. 말이 복지사지 잡일해.”
“매형은 지입차 잘 하지?”
“잘 하지. 지금 정아가 어려서 그런대로 굴러가지만 나중에 입시학원 보내고 그렬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모아야 되는데 쉽게 안 모아지네.”
“매형이 얼마 번다고 했지?”
“월 500만원 받아.”
“500만원?”
“500만원에서 기름 값하고 보험료하고 자동차 소모품비, 세금 제하면 크게 남는 건 없어. 한 300 떨어져.”
“차량 감가상각비는 어떻게 하고?”
“감가상각 반영하면 월 200번다고 보면 돼.”
“흠.”
“왜? 좋은 일 있어?”
“내일 내가 인천엘 갈 테니 식사나 같이 할까?”
“집으로 안 오고?”
“집도 좋아.”
“그럼 집으로 와라. 내가 맛있는 거 해놓을게.”
“매형도 좀 같이 만나지.”
“그래, 좋아. 그런데 무슨 일인데?”
“가서 말할게.”
구건호가 오래간만에 구월동 힐스테이트 아파트를 들렸다. 귀한 아들이 온다고 엄마와 아빠는 시장도 특별히 봐가지고 왔다. 매운탕을 끓이고 생선을 굽고 고기를 구웠다.
“맛있는 냄새가 나네.”
구건호가 오자 엄마, 아빠가 반겼다.
“네 처하고 같이 오지 그랬냐?”
“야간 당직근무한데요.”
“참, 의사들은 그런 게 있지?”
엄마 아빠는 맛있는 건 전부 아들 앞으로 밀어주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누나와 매형은 구건호의 눈치를 살폈다. 구건호가 무슨 일로 왔는 가 궁금해서였다.
엄마가 생선살을 발라주며 말했다.
‘네 처는 아직 소식 없냐?“
“네, 없어요.”
“나이가 있으니 부지런히 만들어라. 에효, 그래도 우리 부부가 요즈음은 그랜저 타고 다니고 의사 며느리 보았다고 온 동네가 다 부러워한다. 이제 손주만 하나 생기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