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5
터미널 사업 (3)
(285)
구건호는 부시장에게 말했다.
“오늘 의향서 서명했으니 두 달 이내에 본 계약 체결하겠습니다.”
“두 달이 아니더라도 초기 출자금 넣으면 운송업 면허는 바로 내 드립니다. 안당시에서도 귀양까지 준 고속도로가 개통되었으니 고급 고속버스 투입해야 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흠.”
“총경리 할 사람을 빨리 파견해서 합자사 운영부터 해요. 본 계약은 그때 같이해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 되는대로 총경리 할 사람 보내고 초기 출자금 보내겠습니다. 합자사가 성립되면 터미널 부지는 합자사 명의가 되어야 합니다.”
“그, 그건...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인천공항에 엄찬호가 마중을 나왔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구건호가 문재식에게 물었다.
“아마 가게 되면 합자사는 터미널에 사무실을 마련해 줄 거다, 터미널 사업과 여객 운송사업을 해야 되니까 현장하고 가깝게 해 줄 거다.”
“좀 걱정이 앞서긴 한데, 도시는 맘에 들어.”“그래?”
“너무 복잡한 큰 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시골도 아니고 아주 적당해. 아까 오면서 보니까 안당시에 고급 아파트들도 많이 있었어. 생활하기엔 큰 불편은 없을 것 같아.”
‘참, 너 재래시장에도 갔다 왔지?“
“있을 건 다 있었어. 무, 배추도 팔고 고추도 팔고 콩나물, 두부도 우리나라하고 똑 같았어. 쌀도 똑 같았어.”
“슈퍼도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김민혁에게 전화가 왔다.
“여기 안 들리고 바로 갔네?”
“응, 그렇게 됐어.”
“조은화는 안당시에 가겠느냐고 하니까 안가겠데.”
“그래?”
“1년간 파견형식으로 하고 급여를 1.2배 준다고 하니까 방 잡아주고 상여금을 200% 준다면 가겠다고 하네.”
“1,2배면 얼마야?”
“2400위안.”
“알았다. 보내라.”
구건호가 김민혁과 전화하는 내용을 옆에서 듣고 있던 문재식이 물었다.
“김민혁인가? 뭐래?”
“통역이 못 온데.”
“그래?”
문재식의 얼굴이 대번에 굳어졌다.
“방 잡아주고 2400위안주면 오겠데.”
“그래? 내 급여에서 조금 보태지.”
문재식도 다급한 모양이었다.
“합자사의 규정이 있으면 많이는 못줄거야. 중국 애들이 하는 대로 내 버려두고 차이가 나는 것만 네가 조용히 보전해주면 될 거다. 이를테면 합자사에서 급여를 2천 위안으로 책정했으면 네가 400위안을 별도로 주면 되겠지.”
“방도 잡아줘야지?”
“당연하지.”
“그래도 온다니 다행이다.”
차는 인천대교를 건너 강변로 쪽으로 들어왔다.
“너는 망원동에서 내리면 되지?”
“응, 그러면 돼.”
“네 와이프도 망원동에서 신사동 빌딩까지 왔다 갔다 하느라고 힘들겠다.”
“나갈 데가 있는 것만으로도 좋지.”
“힘들다고는 안 해?”
“가끔 그러기도하지만 뭐, 어쩌겠나. 그래도 난 와이프한테 고맙게 생각해. 가난한 나한테 와서 살아주니 말이야. 나도 이제껏 와이프한테 잘해 준건 없었어. 뭐 있어야 잘해주던지 말던지 하지.”
“만약에 중국을 가게 되면 부부가 같이 들어가지 마라.”
“그건, 왜?”
“네가 자리 잡은 다음에 불러. 3개월 정도 지나서 부르면 되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문재식을 구건호가 다시 불렀다.
“지에이치 로지스틱스와 안당시 객운공사가 합자하는 형태니까 너 회사에 가면 사업자 등록증하고 법인 등기부등본 떼어 놓아라.”
“알았어.”
“그리고 떼어 논 서류 영문번역해서 공증해 놓아라.”
“중국 측에 주려고 그러나?”
“응, 그래. 그리고 신설법인이므로 아직 재무제표는 안 나오니까 그건 우리가 중국 측에 제시할 필요는 없어. 지에이치 산하의 회사가 여러 개니까 중국 측에서 집단공사로 인식하고 있어. 그러니 개별회사 재무제표는 강력하게 달라고는 하지 않을 거야.”
“만약에 강력하게 달라면 어쩌지?”
“별 걱정 다한다. 합자 안한다고 하면 되지. 그러면 중국 애들이 아이고 형님, 가지 마세요. 그럴 걸?”
“도시 규모 보니까 지역 유지들 끌어 모아 터미널 지을 만도 한데 굳이 합자 하려고 그럴까? 복잡하게?”
“시 예산이 복지 쪽으로 가다보면 터미널 예산이 몇 년간 디레이 될 수는 있겠지. 지역 유지들 끌어들이면 터미널 사업에 대하여 참견을 많이 하고 의견충돌이 많게 되어있어. 좋은 자리 상가 분양에서부터 서로 싸움박질 하겠지.”
“그건 그럴 수도 있겠네.”
“그래서 외자를 끌어들여 터미널을 앞당겨 짓게 되면 시 예산 건드리지 않고 인민들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좋은 일을 했다는 평판을 받겠지. 부시장은 당 중앙으로부터 크게 점수를 딸 거야. 아마 그렇게 되면 이삼년 후에는 보다 큰 도시의 부시장으로 영전해 갈걸?.”
“구건호는 참 아는 게 많아. 내가 많이 배운다.”
“뭘, 다 상식선에서 말하는 것뿐이야.”
“재식아, 너는 회사 돌아가면 논 사놓은 것 지목변경에 온 신경을 써라. 일생일대의 기회로 생각해라. 내가 농지전용부담금 예상액 4억원은 네 개인 통장에 입금 시켜주마.”
“흠, 알겠어.”
“세금 다 완납하고 지목변경이 완료되면 네 개인 땅을 지에이치 로지스틱스 법인이 인수하는 것으로 해라.”
“서류만 왔다 갔다 하면 되나?”
“그 논 살 때 들어간 돈이 처음 도로변 1,500평은 9억 주고 샀고, 뒤에 있는 논은 맹지라고 해서 2600평을 10억에 샀단 말이야.”
“그랬지.”
“그럼 모두 19억이 들어갔는데 농지전용부담금 4억이 발생하면 23억이 들어간 게 되겠지.”
“그렇지.”
“거기다가 각종 공채나 기술공사 용역 수수료 등이 들어가면 모두 24억 들어갔다고 치자.”
“그렇게 되겠지.”
“이걸 30억 정도에 지에이치 로지스틱스에 넘기는 거지.”
“흠. 그럼 로지스틱스는 증자해야 되겠네.”
“그럴 필요는 없어. 내가 30억을 로지스틱스에 가수금으로 넣지. 그러면 매매계약서 체결하고 30억이 네 통장으로 입금되겠지. 그러면 너는 30억을 인출해서 다시 내 통장으로 보내주면 돼.”
“흠”
“그리고 로지스틱스의 부지는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 거야. 지금 정비공장 부지 980평을 합친 총 5,080평으로 내놓는 거야.”
“그렇지. 처음 정비공장이 980평이고 논 산게 1,500평이고 또 나중에 뒤에 있는 논 산게 2,600평이니까 전부합치면 5,080평이 되는 건 맞네.”
“5,080평이 모두 공장으로 지목변경이 된 한필지라면 적어도 60억은 받는다.”
“헉! 60억!”
문재식은 구건호가 들어간 돈을 조용히 속으로 계산해 보았다.
[980평 정비공장은 20억주고 샀지. 대로변이라 그 정도 들어갔지. 그 다음에 옆에 논 1500평을 9억주고 사고 뒤에 맹지인 논을 10억주고 샀으니 총 39억 들어간 셈이지. 거기다가 농지부담금 4억과 잡다한 수수료 들어간 1억을 치면 구건호의 투자액은 총 44억인데 60억을 받아?]
[만일 60억에 판다면 구건호는 앉아서 16억이나 떨어진다는 이야기네. 양도 소득세가 얼마나 나오는지도 몰라도 10억 이상은 떨어진다는 이야기네. 야, 구건호가 이런 식으로 돈을 번 모양이구나. 머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돌아가네. 난 학교 다닐 때 전교에서 일 등한 황병철이가 제일 머리가 좋은 줄 알았는데 구건호에 비하면 쨉도 안되네.“
문재식은 잠시 침묵을 하다가 구건호에게 질문을 했다.
“로지스틱스를 없엘 건가?”
“현상유지를 한다면 굳이 없앨 필요는 없겠지.”
“지금 있는 토지를 다 판다며?”
“다른 곳으로 이전해서 임대용 토지를 물색하고 현상유지 한다면 놔둬도 되겠지.”
“어디로 갈 건데?”
“그건 아직 안 정했어.”
“내가 가면 사장은 누굴 시키고?”
“글쎄. 운송 업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면 좋겠지.”
“디욘코리아의 김전무 같은 사람 오면 좋을 거야. 말솜씨도 청산유수고 비위짱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 아닌가?“
“하하, 그러면 좋은데 디욘코리아 영업은 누가하나.”
“헤헤, 그냥 해본 소리야.”
“지금 로지스틱스가 보유대수 27대라고 했나?”
“응, 맞아.”
“월 매출 1억 오르나?”
“거기서 왔다 갔다 해.”
“에효, 한 달 매출이 지에이치 개발의 하루 매출 절반도 안 되네.”
“하하, 거기하고야 비교할 수 있나?”
문재식은 이러면서도 땅을 팔게 되면 명의를 빌려준 값으로 구건호가 얼마를 줄까 가늠해 보았다.
[전에 구건호가 명의 빌려준 값을 주겠다고 했는데 얼마를 줄까? 몇백? 몇천? 내가 돈을 달라고 하면 배은망덕하다고하겠지? 그냥 사양할까? 하지만 주변에서 명의 빌려주면 조금 주긴 했잖아. 그때 우리 아빠도 명의 빌려주고 주공아파트 받아서 주인한테 도로 줄 때 몇백 받았었지 아마?]
[그런데 이건 아파트도 아니고 덩어리가 큰 토지이니까 좀 더 주지 않겠어?]
문재식이 이런 생각을 하며 가고 있는데 구건호가 다시 말을 걸었다.
“너 지에이치 로지스틱스에 추천할 만한 사람 있냐?”
“글쎄. 없어. 현재 있는 남자직원이 경험도 있고 정비도 잘 하지만 관리나 영업은 미지수고 나이도 어려. 너무 나이가 어리면 운전기사들이 우습게 봐.”
“지에이치 모빌이나 디욘코리아에선 차출할 사람이 없어.”
“그야, 그러겠지. 큰 회사에서 잘 다니는 사람들이 이쪽에 왜 오겠어.”
“너 우리 누나 알지?”
“알지. 고등학교 다닐 때 꽤나 도도했잖아. 우리들 보고 공부 안한다고 우습게 여기기도 했고.”
“하하, 그랬던가?”
“내가 네 집에 갔을 때 너희 누나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몰라.”
“너한테 졸다 깬 것 같은 놈이 왔다고 했어. 내가 몰래 들었지.”
“하하, 그랬나? 하긴 그때 너는 졸다 깬 놈 같기는 했지.”
“내가 진짜 그런가?”
“그 누나는 공부도 좀 한 편이었는데 집안 형편상 대학을 못 갔어. 아무래도 남자인 나를 밀어줘야 한다며 누나가 포기했지. 그땐 아빠도 놀 때였어.”
“흠, 그건 내가 들은 것 같아.”
“공장에 다니다가 물류팀에 있는 사람하고 연애를 해서 결혼했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살아.”
“내가 너 결혼식장에서 너희 누나 봤어. 너희 누나 잘 사는 것 같더라. 얼굴도 환하던데? 딸도 아주 귀엽게 생겼던 것으로 기억 나. 내가 인사하니까 잘 못 알아보더라.”
“그랬나? 졸다 깬 놈 모르느냐고 하지 그랬어.”
“하하, 그럴 걸 잘못했다.”
“그 누나가 지금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
“그럼 같이 있겠구나.“
“지금 매형이 지입차 차주로 있어. 소주나 맥주 같은 것 실고 다니는 트럭 운전해.”
“그래? 소주나 맥주 실고 다니는 윙바디 새 차들은 1억 정도 하던데. 그 사람들 자기돈 가지고 하면 밥은 먹어. 나도 한때 돈을 벌면 그걸 한번 해 봐야겠다고 했으니까. 아, 참! 너희 매형보고 로지스틱스 맡으라고 하면 좋겠다!”
“글쎄.”
“나이도 이제 40대일 것 아니야? 딱 좋다. 더구나 물류팀 경력 있고 지금 지입차 한다면 운송 업무는 환할 것 아니야? 아는 기사들도 많겠는데?”
“집안 식구들이 내 회사 근처에서 일하는 게 난 싫어서 그동안 이야기도 안했어.”
“강남 큰손인 구건호 사장 매형이 트럭 운전한다는 것 보다는 백배 체면이 더 설 텐데 그러네. 얼른 모셔 와라. 그래야 나도 마음 가볍게 중국 갈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