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83화 (283/501)

# 283

터미널 사업 (1)

(283)

구건호는 문재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중국의 안당시에서 전화가 왔네.”

“터미널 합작회사 하자는데 말인가?”

“맞아. 다음 주에 오라는데 같이 갈까?”

“다음주? 그럼 가서 협상 같은 것 하는 건가?”

“너 해외 합자사 할 때 먼저 의향서 체결하고 나중에 본 계약 체결하고 하는 거 모르지?”

“몰라.”

“먼저 의향서 체결하고 다른 사람 못 덤벼들게 하고, 나중에 본 계약 체결하는 순서로 진행이 돼.”

“그럼 본 계약 체결 전에는 법적 효력이 없는 건가?”

“그렇지.”

“흠, 그럼 업무도 배울 겸 해서 가볼까?”

“다음 주 화요일 가는 걸로 하자. 준비해라.”

“알겠어. 여기 남자직원하고 여직원 있으니까 내가 없더라도 일상적인 업무는 돌아가.”

“농지전용허가는 아직 소식 없지?”

“아, 그거 참 말하려다 깜박 잊었네. 배출시설을 보완하라고 해서 서류 다시 들어갔어.”

“배출시설?”‘

“농지를 공장용지로 바꾸는 거잖아. 지금은 지목이 답(畓)으로 되어있는데 공장용지인 장(場)으로 바꾸는 거란 말이야.”

“그렇지.”

“그래서 폐수나 소음, 대기, 진동, 같은 배출시설물 처리 계획 신고도 해야 돼.”

“흠, 그렇구나. 너 전문가 다 되었다.”

“나도 이거 하면서 많이 배워.”

“그런데 참, 용역 맡은 회사에서 농지전용부담금 준비를 해야 될 것 같다고 하네.”

“얼마나 나올까?”

“꽤 많아. 공시지가의 30%가 세금이니까 한 4억 나올 것 같다고 하네.”

“4억!”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980평 기존 공장 외에 논을 산 게 처음엔 1500평을 9억 주고 샀고, 뒤에 있는 논 2600평을 맹지라고 해서 10억 주고 샀단 말이야.”

“그랬지.”

“두 필지 논 산건 모두 19억인데 공시지가를 70%잡으면 13억 3천이란 말이야. 여기서 30%면 4억 안 나오겠어?”

“그러긴 하네.”

“거기다가 공사비예치금, 지역개발공채, 면허세 같은 것도 솔찬히 들어간다고 했어.”

“공사예치금은 나중에 환급받는 것 아닌가?“

“공사예치금은 그러겠지. 용역 맡긴 설비공사에서는 그래도 허가증 떨어지면 땅 모양이 예뻐서 대박이라고 하네.”

“중국 갔다 오면 결판은 나겠구나.”

“그러겠지. 용역 맡은 데서도 자기들이 기를 쓰고 하겠지. 그래야 자기들도 돈을 버니까.”

“알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중국이나 갔다 오자.”

“아, 참. 나 와이프한테 중국 가겠냐고 하니까 솔깃하던데?”

“그래?”

“지역이 어디냐고 자꾸 물어보던데?”

“왜 그럴까?”

“지금 북카페는 민망해서 못하겠데.”

“왜?”

“혹시 엘리베이터에서 구사장이라도 만나면 몰둘 바를 모르겠데. 친구 남편 회사에서 카페에서 일을 하니까 쑥스러운 모양이야.”

“원, 별걸 다 쑥스러워 여기네.”

“북카페 일한 경험이 있으니까 정말 중국 가서 진짜 자기 카페나 한번 차려보고 싶다고 했어.”

“그래?”

구건호는 주말에 김영은과 함께 타워팰리스에서 가까운 청계산 등산을 갔다. 사람을 피해 옛골 쪽으로 올라갔다.

구건호와 김영은은 헉헉대고 이수봉까지 올라갔다.

“힘들어?”

“힘들어. 그만 갈까?”

“조금만 가면 돼. 푯말에 500미터 남았다고 되어 있는데?”

“500미터가 왜 이리 힘들어.”

“등산 힘들면 골프 배워라. 골프장 레슨비는 내가 보테 줄게.”

“명륜동에서는 배울 데도 없어. 시간도 없고.”

“그래도 등산 와서 땀 흘리면 확실히 주중에 몸이 가볍더라.”

“그건, 그래.”

둘은 느릿느릿 올라갔다. 마침내 이수봉까지 올라왔다.

구건호와 김영은은 이수봉에서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연산군 때 유학자 정여창 선생이 이곳에 숨어 무오사화를 피했다고 적혀있네.”

“그래서 이수봉인가?”

구건호와 김영은은 하산하여 옛골 토성이란 곳에서 식사를 하였다.

“오늘 토요일 등산했으니까 집에 가면 샤워하고 일요일은 낮잠이나 자자.”

“나는 발표 자료 정리할 것이 있어.”

“그래? 그럼 정리 해. 난 낮잠 잘 테니까.”

“밤에도 자고 또 자?”

“나, 그리고 화요일 중국 간다.”

“또 가?”

“사업하는 사람이 육대주 오대양 어디는 못가냐? 대우 김우중 회장이 그랬잖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그래도 감옥에 만 갔잖아.”

“난, 빚 많이 안질 테니 염려 마.”

“중국 갔다가 언제 오는데?”

“금요일 돌아와. 돌아와서 당신 얼굴은 봐야지.”

김영은이 빙그레 웃었다.

“이번에 가는데도 지난번 갔다 온 귀주성 안당시야. 버스 터미널사업 합자계약 의향서 체결하기로 했어.”

“의향서?”

“본 계약 전에 합자를 하자는 일종의 약속이지. 투자액이 250억이야.”

“250억?”

“한국과 중국이 각각 250억이면 500억짜리 프로젝트지.”

김영은이 눈을 크게 뜨고 구건호를 한참 쳐다보았다.

“뭘 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혹시... 은행 빚 많이 지는 것 아니야?”

“사업하는 사람이 은행돈도 끌어 쓸데가 있는 거지. 뭘 그거가지고 그래.”

“세상에! 선배들 의사 개업 때 10억이 없어서, 아니 5억이 없어서 여기저기서 대출 받는데 250억이라니 미쳤군!”

“사업은 미쳐야 하는 거야.”

김영은 계속 구건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걱정 마. 내가 다 알아서 하는 거니까!”

구건호가 하하 웃으며 김영은의 잔에 맥주잔을 부딪쳤다.“오빠를 믿지만... 250억이라니 무서워.“

“한꺼번에 들어가는 건 아니야. 걱정 마.”

구건호는 문재식과 함께 인천 공항에서 만났다.

“상해를 들렸다 가나?”

“아니, 귀양까지 바로 가.”

“중국 내륙지역이니까 시간도 꽤 걸리겠는데?”

“3시간 30분 정도 걸려.”

“항공료도 비싸겠는데?”

“둘이 합쳐서 돈 100만원 들어가.”

“귀주성은 한국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 아니잖아?”

“너 마오타이 중국 술 이름 들어봤지?”

“마오타이는 들어봤지.”

“그게 귀주에서 나온 거야. 마오타이 술병 잘 봐라 귀주 모태주라고 써 있지? 중국어로 하면 그게 구이저우 마오타이지우 아니냐?”

“그런가?”

구건호는 혼자 가는 여행이 아니고 문재식과 함께 가기 때문에 항공권은 비즈니스석을 끊지 않고 이코노미석을 끊었다.

“이거 하나 가져라.”

“이게 뭐야? 주간지 아니야?”

“아까 매점에서 샀다. 혹시 갈 때 시간 지루하면 보면서 가라.”

“헤헤, 고맙다.“

“귀주성의 성도인 귀양 공항이 시내에서 멀어. 내가 중국 애들하고 통화했는데 차는 넉넉하게 오전 11시에 와 달라고 했어. 안당시까지 또 3시간 달려가야 돼.”

“굉장히 오지인 모양이다.”

“하하, 시내는 고층빌딩도 많고 자동차도 많아. 경기도 안양시나 우리 공장이 있는 천안시 규모 정도는 돼.“

“그래?”

구건호와 문재식이 탄 비행기는 새벽녘에 귀양공항에 도착하였다. 호텔에 가서 아침 식사 후 대충 씻고 호텔에서 잠간 잠을 붙였다. 오전 11시경 구건호는 젊은 여자의 전화를 받았다.

“쥐쫑? 워쓰 안탕쓰 커윈꽁스 빤꽁스 쭈런(구사장님? 저는 안당시 시외버스회사 판공실 주임입니다.).”

“오, 반갑습니다.”

구건호와 문재식이 짐을 가지고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검정색 아우디 승용차 문을 열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안당시에서 왔지요?”

“구사장님이시죠?”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상당히 미인이었다. 구건호와 문재식이 뒷좌석에 올라탔다.

“앞에 여자가 우리하고 합자할 시외버스회사 판공실 주임이란다. 우리로 치면 총무팀장 정도 된다.”

“그래? 미인인데?”

“너 조심해라. 여기 있다가 잘못하면 큰일 나겠다.”

“결혼한 여자 같은데 뭐.”

두 사람의 대화는 한국말로 하므로 앞의 여자나 기사는 알아듣지 못했다.

구건호는 차 안에서 김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문재식이하고 귀양에서 안당시로 가고 있는 중이야. 거기 합작할 상대회사에서 차를 보내줘서 같이 타고 있어.”

“차는 무슨 차니?”

“아우디야.”

“중국은 아우디 보급이 많이 되었어.”

“만약에 합자 서명을 하면 거기 있는 조선족 조은화를 이곳에 보낼 수 있을까?”

“내륙지역이라 안 가려고 할 거야. 이쪽에 있어야 친구도 만나고 남자친구도 만나는데 안 갈 거야.”

“돈을 더 준다 해도 안 올가?”

“어려울 것 같은데. 돈 몇 푼 더 받고 귀양사리 하러 가겠어?”

“그럼 회사 소속은 너 있는 회사로 하고 여기 파견형식으로 하면 어떨까? 물론 월급은 더 주지.”

“알았어. 내가 이야기 해 볼게.”

구건호와 문재식은 점심을 가다가 중간의 어떤 마을에 들어가서 먹었다. 우리로 치면 면소재지 정도 되는 마을 같았다. 거기서 제일 크고 깨끗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만두와 닭튀김, 고구마 튀김 같은 것이 나왔다.

“먹을 만 해?”

“괜찮은데?”

“앞으로 여기서 만일 근무하게 된다면 자주 먹게 될 거다.”

“아까 김민혁하고 이야기 한 것 보니까 조선족 누굴 이야기 하는 것 같던데?“

“거기 통역으로 들어온 조선족 여자가 있어. 지금 김민혁인 중국말을 잘해 통역 역할이 필요 없어져서 지금은 통역을 안 해. 총무 일을 봐. 그 여자를 이리로 보내달라고 했지.”

“온데?”

“이쪽은 젊은 조선족들이 잘 안 올라고 한데. 친구들 만나기도 어렵고하니 그런 모양이야.”

“그럼 큰일인데.”

“월급을 더 주기로 하고 꼬셔보라고 했어.”

“얼마를 더 줘야 하나.”

“여기에 있는 회사가 공식적으로 주는 급여는 많지 않을 거야. 여기 운수회사는 버스만 하는 게 아니고 터미널도 같이하는 모양이야. 국유기업이야. 중국은 터미널이 우리하고 달라 국유기업이야. 그러니까 규정 같은 것이 있어서 통역이라도 급여를 많이 못줘.”

“그럼 어쩌지?”

“우리가 몰래 쥐어주는 것이 있어야 할 거야. 너 급여에서 월 5만원에서 10만 원 정도 빼서 주면 될 거야.”

“흠.”

“네 급여도 많지 않아. 여기 규정이 있으니까. 그래서 김민혁이도 합자할 때 지에이치 개발에서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해 주었어.”

“그랬나?“

‘아마 여기서 하게 된다면 네 급여를 지에이치 로지스틱스에서 보전해 줘야 할 거야.“

“흠, 그렇게 되는가.”

안당시 동참(東站:똥짠, 동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터미널 사장 겸 안당시 시외버스 사장인 엔룬셩(嚴潤生)과 기획실장 창춘(常春)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 구사장!”

“엔사장, 그리고 창실장!”

구건호가 반갑게 악수를 하였다.

“오! 원쫑(문사장)!”

터미널 사장과 기획실장이 문사장에게도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어휴 건물이 낡았지만 무슨 무협지에 나오는 객잔 같네. 사무실 창문이 둥근 창문이야.”

“광장이 넓지? 1만평 정도 돼. 여기 있는 건물을 다 헐어버리고 현대식 건물을 짓는 거야. 합자해서 말이야. 그리고 터미널 사업을 하는 거지. 터미널 사업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버스회사 노선권도 준다고 했어.”

“여기 건물을 헐어? 좀 아까운데?”

구건호가 터미널 사장에게 문재식의 안내를 요청을 하였다.

“나는 지난번에 왔을 때 터미널을 한 바귀 돌아보았는데 여기 문사장은 구경 못했으니 안내해 줘요.”

“당연히 해야죠.”

터미널 사장은 자기가 앞장서서 문재식에게 터미널의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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