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77화 (277/501)

# 277

코스프레 대회 (1)

(277)

구건호는 아산의 디욘코리아에 도착하여 애덤캐슬러가 준 서류들을 검토해 보았다. 김민혁은 중국어로 된 문서뿐만이 아니라 공증된 영어 번역본까지 함께 보냈다.

“어디 서류 한번 봅시다.”

“서류는 표면상으로는 이상이 없어 보입니다.”

“납입 자본금 입금증, 창고 토지 감정 평가서, 거래처별 명세서와 이를 입증하는 세금계산서.... 다 맞는 것 같네요. 법인 양도 양수 계약서도 가져왔네요.”

“저, 사장님과 함께 서명을 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실사 후 서명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실사 전에 양도 양수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하면 제가 디욘 본사의 감사에 걸립니다.”

“그건 좋을 대로 하세요.”

“비행기 표는 내일 것 예약을 했습니다. 제가 중국어를 모르니 딩딩 보고 쑤저우 비행장에 와 달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딩딩은 영어를 할 줄 아니 안내를 잘해 줄 겁니다.”

“쑤저우 출장은 2박 3일로 했습니다.”

“좋을 대로 하세요. 중국 관광을 더 하고 싶으면 더 해도 됩니다.”

“중국 관광은 나중에 정식으로 년차 휴가를 받아서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그럼.”

애덤 캐슬러가 사장 방을 나가자 구건호는 김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디욘코리아의 애덤 캐슬러가 쑤저우에 간다고 하네.”

“응, 이야기 들었어.”

“네가 보내준 서류들 하고 실제가 맞는가 현지답사를 하는 모양이야.”

“공증까지 다 한 서류를 못 믿으면 어떡해?”

“그냥 형식적인거지 뭐. 오면 대접이나 잘 해줘라. 술도 코가 삐뚤도록 사주고.”

“하하, 알았다.”

“시장 개척하느라 김민혁 사장과 구건호 사장의 개인 돈도 많이 썼다고 이야기해라.”

“알았다.“

“창고 사놓은 토지도 장래는 많이 올라갈 전망이 있는 땅이라고 바람 좀 잡아라.”

“알았어. 그렇게 할게.”

토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김영은에게 아침밥을 먹으면서 코스프레 대회 이야기를 하였다.

“오늘 산책도 할겸 학여울역에 가서 코스프레 대회 구경 가자.”

“신정숙 사장님이 주관한다는 행사 말인가요?”

“응, 아이들이 만화 주인공 옷을 입고 나오는 모양이야.”

“난, 그거 이야기만 들었지 한 번도 구경은 못했어.”

“나도 이야기만 들었지 구경은 못했어.“

“아이들이 관심이 많다며요?”

“많겠지. 나도 학교 다닐 때 일본만화 많이 보고 자랐는데.”

“하긴 나도 그랬으니까. 어느 땐 밤새도록 만화 보다가 아빠한테 야단맞은 적도 있었어.”

“우리 옛날로 돌아가 보자.”

“그런데 어디서 한다고 그랬지요?”

“학여울역이야. 여기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만 가면 돼. 대치역 다음 정거장이니까.”

“그럼, 차 안 가져가도 되겠네.”

“거기 들렸다가 다른데 안 간다면 차 안 가져가도 되겠지.”

“그럼 아침밥 먹고 커피마시고 나서 청소하고 낮잠도 잤다가 오후에 가요.”

“그러자.”

“학여울역 갔다가 구경하고 양재천변을 걸어서 여기까지 오면 좋겠지요?”

“걸어서 여기까지?”

“두 정거장이면 운동하기 딱 좋은 거리네.”

“점심은 어디서 먹고?”

“여기 와서 먹지. 우리가 사는 아파트 주변도 맛 집 천지인데. 도곡역 사거리도 그렇고.”

“어째 이 동네 지리는 나보다도 더 잘 아는 것 같다.”

“대학 때 많이 왔어.”

“대학 때?”

“대학 동창들이 이 동네 사는 애들이 많았어. 타워팰리스에도 두 명 있었고 요 옆에 우성아파트에 사는 애도 있었고, 저 아래 선경아파트에 사는 애도 있었어.”

“요즘 개들 안 만나?”

“안 만나. 남자 애들인데 뭐.”

“개들은 다 뭐해?”

“몰라. 나도. 분당 서울대 병원에서 근무하는 애들도 있고 이 근처 개인 병원에서 부원장 하는 애들도 있어.”

“그래?”

구건호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젠장, 내가 살았던 인천 주안이나 학교를 다녔던 부천에서는 서울 의대 출신을 눈 씻고 보려고 해도 없더니만 이 동네는 많은 모양이네. 인도의 천민 계급처럼 대한민국도 흙수저 쿼터가 있어야 하는데 이 나라는 그게 없어 지랄이야.]

“저번에 슈퍼 가다가 동창 애 하나 만났어.”

“이 아파트에 사나?“

“아니, 길 건너 레미안 아파트에 살더군. 나보고 어디 사냐고 해서 타워팰리스에 산다고 하니까 결혼 했냐고 묻더군.”

“당당하게 이야기 하지. 구건호란 믿음직스런 신랑 만나 잘 산다고 말이야.”

“결혼했다고 하니까 뭐라는지 알아?”

“뭐라고 했는데.”

“아프리카에 가서 아프리카 원주민하고 결혼 한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하더군.”

“미친 자식!”

“다 먹었으면 설거지나 해줘. 반찬은 내가 만들었으니까.”

구건호는 할 수없이 일어나서 궁시렁 거리며 설거지를 했다.

구건호는 낮잠까지 자고 일어나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10분이었다.

“야, 일어나!”

구건호가 발로 김영은의 허벅지를 두어 번 찼다.

“아, 졸려. 10분만.”

구건호가 또 발로 찼다.

“가자니까!”

‘그럼 5분만!“

5분만 더 자겠다는 김영은은 20분이나 더 자고 일어났다.

김영은의 핸드폰에서 소리가 울렸다.

“오, 이모!”

폰에서 최 화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학여울역 전시장에 나와서 애들 코스프레 하는 것 구경하고 있어. 신사장도 만났어. 너 여기 안 오니? 사람도 많고 굉장하다 얘.”

“예, 지금 가고 있어요.”

구건호가 코웃음을 쳤다.

‘헤, 웃기네. 지금 일어나고선!“

김영은은 양치질하고 세수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오빠도 빨리 세수해요.”

구건호는 양복은 입었지만 넥타이는 메지 않았다. 브랜드 있는 티셔츠만 입었다. 김영은도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왔다. 별스럽게 옅은 화장까지 하고 나왔다. 무늬 있는 옷을 입어서 그런지 평상시 보다는 화사하게 보였다.

구건호와 김영은은 학여울역에서 내려 세텍(SETEC) 전시장으로 갔다. 학생들이 엄청 많았다.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은 화장을 한 아이들도 많았다.

“힉! 이렇게 사람이 많아?”

광장에는 백말마녀 옷을 입은 참가자도 있었고 요괴 옷을 입은 참가자도 있었다. 단체로 독일병사 옷을 입은 여학생들은 서로 사진 찍기 바빴다.

“세상에! 이런 문화가 있었네!”

김영은도 감탄을 한 모양이었다. 십자군 복장을 한 남학생의 모습을 사진 찍기도 하였다. 제1전시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의 열기는 더했다. 행사 본부라고 쓰여 있는 곳에 들어갔다. 그 안에는 신사장과 최화가가 앉아 있었다.

“왔구나!”

“어휴, 열기가 대단하네요.”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은 큰 가방에 엄청 큰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녔다. 마츠이 요시타카라고 이름을 쓴 명찰을 목에 걸고 다녔다.

“수고하십니다.“

요시타카가 김영은을 자꾸 쳐다보았다.

“제 처입니다.”

“오, 그러십니까? 우아한 부인을 두셨군요. 두 분 함께 서세요.. 사진 한 장 찍어드리죠.”

구건호와 김영은은 팔짱을 끼고 행사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구건호와 김영은이 천천히 행사장을 돌았다. 책상을 갖다놓고 진행요원들이 앉아 있었다. 모두 목에 진행이라고 쓴 명찰을 목에 걸고 있었다. 지에이치 미디어의 직원들이었다. 구건호가 나타나자 진행요원들이 일어나 인사를 하였다. 이들은 같이 온 김영은을 흘깃흘깃 쳐다보았다.

“우리 직원들이야. 인사해.”

“안녕하세요.”

김영은이 웃으며 공손히 인사했다.

“사모님 처음 뵙네요.”

지원 나온 정지영과 오연수도 와서 인사를 하였다.

“사모님이시죠?”

김영은은 인사만 하고 말없이 잔잔한 미소만 날렸다.

“사람들이 사모님이라고 부르니 어째 이상해.”

구건호와 김영은은 코스프레 행사장에 약 한 시간가량 머물렀다.

“이제 갈까? 양재천 쪽으로?”

“아까 보니까 전시장 뒤쪽에 양재천으로 빠지는 통로가 있던데 거기로 가자.”

김영은이 무엇을 보았는지 입을 막고 갈깔 대고 있었다. 구건호가 보니 일제 때 일본군 순사 복장을 한 참가자가 있었는데 둥근 옛날 안경에 코밑에 얌체 같은 수염도 붙이고 나왔다. 말할 때 마다 콧수염이 움직여 코믹하게 보여 구건호도 웃고 말았다.

“열기를 보니까 잡지를 만든다면 되긴 되겠는데요.”

“글세, 그럴 것 같기는 한데 모르겠네.”

양재천변에는 근처에 사는 아파트 주민들이 많이 나와서 걷기 운동을 하였다. 구건호와 김영은은 손을 잡고 학여울역에서 도곡역이 있는 양재천까지 걸었다.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가를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대치역을 지나 어느 틈에 도곡역까지 왔다. 타워팰리스가 코앞에 있는 것 같았다.

“가깝네. 금방 왔네.”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다.”

“비빔밥 먹을까? 돌솥 비빔밥.”

“아냐, 어디 가서 고기구이에 소주나 한잔 해야겠다.”

“낮인데?”

“낮이면 어때? 쉬는 날인데.”

“돈 아껴야지.”

“아끼는 건 아끼는 거고 먹을 건 먹자. 저기 설성목장이란 간판 있다.”

구건호는 김영은의 손을 잡아끌고 설성못장이란 한우 등심구이 집으로 갔다. 구건호와 김영은은 등심구이에 소주까지 마셨다. 쉬는 날이라 그런지 김영은도 소주를 곧잘 마셨다. 이날은 둘이 취한 상태로 집에 들어가 또다시 깊은 낮잠에 빠졌다.

구건호가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하여 경제신문을 보고 있는데 중국 귀주성 안당시 교통국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웨이, 니하오!(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니스 나웨이야(누구시죠?)”

“워쓰 안탕쓰 지아오통쥐 쥐장(안당시 교통국장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한국 들어오셨습니까?”

“지금 버스조합 안내로 동서울 터미널에 들렸다가 강남고속버스 터미널로 오는 중입니다.”

“뭐 배울 점이 잇습니까?”

“글쎄요. 우리 중국하고 비슷합니다.”

“내일은 스케줄이 어떻게 됩니까?”

“지방의 터미널을 한군데 보려고 합니다. 대전터미널을 한번 보고 서울로 올라올까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지난번 주신 명함 보니까 공장 주소가 천안시로 되어있는데 대전서 올라가면서 한번 들릴까 합니다.”

“아, 그럼 천안KTX역으로 오시면 우리가 마중을 나가겠습니다.”

“아닙니다. KTX보다는 천안 버스터미널도 한번 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온 목적이 그거니까요.”

“그러세요. 그럼 우리가 천안역으로 나가지요.”

“너무 미안한데요.”

“내가 중국에 있을 때 대접을 잘 받아 너무 미안했습니다. 이리 오셔서 점심을 같이 하지요. 그런데 내가 있는 이곳은 제조공장입니다. 우리 운수회사는 더 북쪽으로 한참 올라가야됩니다. 여객버스가 아니고 화물운송이라 볼 것도 없습니다.”

“터미널은 충분히 보고 가니까 사장님 얼굴한번 보고 가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구건호는 중국 안당시 터미널 회사에서 보낸 사업계획서를 다시 훑어보았다.

[총 투자액 5천만 달러, 토지 50무(畝: 1만평), 건축면적 1만 2천 평방미터, 완공 후 일일 교통량 1만 2천명, 주차대수 150대.....]

“지난번 내가 갔을 때 보다는 계획이 축소되기는 했는데 그래도 거창해. 크지도 않은 지방도시에서 일일 교통량 1만 2천명이 나올까?”

구건호는 다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보았다.

[투자액 5천만 달러면 절반인 2천5백만 달러를 투자해야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러면 한국 돈 250억이 넘네. 어차피 금융소득은 세금 폭탄을 맞으니 증권사에 넣은 250억을 인출해?]

구건호는 무릎을 탁 쳤다.

[흠, 그거다! 안당시 터미널은 지금은 금융권 융자를 못 일으키지만 공사가 시작되면 기성고만 가지고 파이넨스를 일으킬 수 있을 거다! 그러면 조건을 붙여 우리를 나가라고 할 수도 있을 거다. 금계 산업단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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