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75화 (275/501)

# 275

요꼬하마 목각 전시회 (1)

(275)

구건호가 서장에게 말했다.

“저희 합자사 준공식 때도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많이 와서 황망 중에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아닙니다. 관내에서 합작기업이 설립되면 다 기쁜 일 아닙니까? 첫째로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지요.”

“제 옆에 있는 미국인 애덤 캐슬러씨가 오늘 기분이 좋을 겁니다. 관내 치안 책임자인 서장님께서 관심을 주시니 말입니다.”

서장이 캐슬러에게 말했다.

“혹시 한국에 계신동안 신변 안전문제에 불편은 없으셨습니까?”

“예, 없었습니다.”

서장은 캐슬러와 구건호 및 김전무와 이선생에게도 명함을 주었다. 구건호와 캐슬러, 김전무 등도 서장과 외사계장에게 자기들 명함을 주었다.

“지난번에 치안감 상가에서 뵈었는데 치안감과는 어떤 관계이십니까?”

“서울대학교 정책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랬군요. 저는 치안감님이 서장시절에 그 밑에서 수사계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분이죠.”

“맥주 한잔 하시겠습니까? 반주로 말입니다.”

“아닙니다. 공무중입니다. 저희는 사양하겠습니다. 구사장님이랑 여기 계신 미국인 부사장님은 편하게 드십시오.”

“이 집 식사가 깔끔하고 좋네요.”

‘예, 가끔 우리도 옵니다.“

서장은 구건호의 빈잔에 맥주를 따라주며 말했다.

“혹시라도 공장 내에서 종업원들의 과격한 행동이나 외국인 사장의 대한 치안상 문제가 있으면 즉시 알려주십시오. 그런 것에 대한 처리가 우리들 할 일이니까요.”

이선생이 서장이 한 말을 애덤 캐슬러에게 통역을 해주었다. 애덤 캐슬러는 기분이 좋은지 서장에게 다시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였다.

서장과 식사 후 사무실로 돌아온 구건호는 맥주를 약간 마셔서 그런지 졸음이 몹시 왔다. 꾸벅 꾸벅 졸고 있는데 중국의 김민혁에게서 전화가 왔다.

“딩딩회사 창고는 감정평가가 4억 5천은 안되고 최대로 해서 한국 돈 3억 8천만 원이 나왔어.”

“흠, 그래?”

“그래서 내가 다시 4억으로라도 만들어 달라고 졸랐어. 어차피 내년에는 과표가 올라가니까 4억이라도 맞추어 달라고 해서 억지로 4억을 맞추었네.”

“그래? 수고했다. 그럼 메모 준비 좀 해봐라.”

“응, 준비했어.”

“중국 감정평가사사가 평가한 4억짜리 감정평가서 원본, 중국 소주시 촌 인민위원회가 발부한 토지 사용 승낙서, 영업집조 사본, 설립당시 내가 보내준 자본금 10만 달러에 대한 중국 공상은행 입금 확인증, 최근 3개월 거래처 명세서. 이렇게 준비해서 우편으로 애덤 캐슬러에게 보내줘라.”

“알았다.”

“거래처 명세서는 세금계산서 발행 사본도 증빙서류로 같이 첨부해서 보내주고 거래처는 엑셀에다 회사별 매출비율도 계산해서 보내줘라.”

“알았다.”

“그리고 회계사 사무실에 가서 법인 양도계약서 양식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해. 영문으로 된 것이 있으면 더욱 좋아.”

“알았다.”

애덤 캐슬러는 본사에 보내는 위클리 리포트에 세 가지 사항을 보고했다.

[ 디욘코리아의 주간업무 보고입니다.

1. 중국의 판매회사는 구건호 이사장이 개인적 출자로 설립했으나 디욘코리아의 법인이 인수하기로 확정했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서류를 요구했습니다. 1). 중국의 세무 당국이 발행한 비즈니스 라이선스 사본, 2). 주거래 은행의 설립자본금 입금증, 3). 웨어하우스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서, 4). 거래처별 명세서 및 최근 3개월간 매출처 원장 등을 요구하였습니다.

2. 인도에 판매법인 설립을 한미 양측이 합의 했습니다. 현지 책임자는 본인의 통역업무를 맡았던 이종근씨를 보내기로 협의했습니다. 초기 설립자본금은 10만 달러로 하고 웨어하우스(창고)는 렌트하기로 하였습니다.

3. 오늘 구건호 사장과 함께 합자사가 소재한 지역의 폴리스 치프(서장)와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구건호 사장은 자본력과 지역사회에 대한 평판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

구건호는 신사동의 지에이치 빌딩으로 출근을 했다. 강이사와 경리과장만 있고 정지영 대리와 비서 오연수가 보이지 않았다.

“정대리와 오연수씨는 어디 간 모양이네요.”

‘제가 부르겠습니다. 17층에 간 모양입니다.“

“17층요?”

“지에이치 미디어에 오민숙 팀장을 비롯한 여직원들이 많이 있으니까 요즘 거길 자주 놀러 갑니다.”

“자리 비우고 거길 가면 되나?”

강이사가 정대리와 오연수에게 전화를 했다.

“빨리들 올라와요. 사장님 오셨어요.”

정대리와 오연수가 헐레벌떡 사무실로 올라왔다.

“죄송합니다.”

“아래층에는 점심시간에 놀러가도록 해요.”

정대리와 오연수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구건호 앞에 섰다.

“녹차하고 조간신문 온 것 가져와요.”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쏜살같이 신문을 가져오고 녹차를 끓여왔다.

오전 10시경 아래층에 있는 신정숙 사장이 올라왔다.

“코스프레 대회를 여는 것은 지에이치 미디어의 이름으로 인터넷 공고를 냈습니다. 참가자중 대회에서 1등을 한 사람은 일본의 코스프레 대회에 참가자격을 준다니까 벌써 호응이 뜨겁습니다.”

“여의도에서 한다고 그랬지요?”

“아닙니다. 장소를 변경했습니다. 여의도 광장은 지역이 넓어 잘못 찾아올 수 있어 학여울역 세텍(SETEC) 전시장으로 변경했습니다.”

“학여울역이면 내가 사는 타워팰리스에서도 두 정거장 밖에 안 되는 군요. 한번 가겠습니다.”

“대회가 토요일, 일요일 열리기 때문에 여기 정지영 대리와 오연수도 지원해 주기로 했습니다. 진행요원이 더 필요하거든요. 물론 일당은 주기로 했습니다.”

“아, 그래서 아래층을 자주 내려간 모양이네요.”

“네, 그 협의를 좀 했습니다. 17층에 간다고 정대리 하고 오연수를 사장님이 야단 친 모양이네요. 호호.”

“크게 야단치진 않았습니다.”

“일본에 사카다 이쿠조씨의 목각 전시회는 모레 가기로 했습니다. 그날 아침에 갔다가 당일 저녁에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마츠이 요시타카씨와 같이 가는가요?”

“아닙니다. 동경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요시타카 선생은 여기 객원기자로 근무하게 되어서 일본 코스프레 잡지사와 업무협의도 하고 집에도 들렸다 온다고 했습니다.”

“집이 동경이라고 했지요?”

“네, 동경이라고 했습니다. 동경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도 내일 동경엘 갑니다. 모레 그럼 요꼬하마에서 같이 만나지요. 사카다 이쿠조씨를 소개하지요.”

“아, 사장님도 동경에 출장가시는 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모레 만나시죠.”

구건호는 김영은이 혹 오해라도 할까봐 문자를 보냈다.

[내일 내가 동경 출장을 감. 사카다 이쿠조씨라는 세게적 기술자와 금형설계 의논도 하고 그분 목각전시회도 구경할 것임. 당신도 시간 있으면 같이 가도 좋음. 이쿠조씨의 한국 내 전시를 교섭하기 위해 신정숙 사장도 동경 출발함.]

답신이 왔다.

[저는 시간 없어 같이 못가요. 잘 다녀오세요.]

김영은의 답신을 보고 모리에이꼬에게 문자를 보냈다.

[회사 일로 내일 일본 출장 예정임.]

중국 상해의 리스캉 국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안당시에서 한국 터미널 견학을 한다며?”

“응, 안당시 부시장 전화를 받았어. 부시장은 못 오고 거기 교통국장하고 터미널 사장이 온다고 했어.”

“견학은 실무자들이 하는 게 좋겠지. 두 사람이 아니고 과장이나 계장급도 한명씩 따라 같이 갈 거야.”

“터미널 구경하고 나 있는 곳에 오면 대접이나 잘 해서 보낼게.”

“터미널 사업투자는 결심 굳혔어?”

“아직 생각중이야.“

“하긴 원래 구사장은 생각을 깊이하고 결정 하지. 금계산업단지 투자 때도 오래 생각하다가 결정 했잖아?”

“돈이 들어가는 거니까 아무래도 신중하게 돼.”

“터미널도 공익사업이라 대박은 아니지만 손실은 없어. 교통당국에서도 면허를 내 줄 때 수요 예측을 하고 면허를 내줘. 아무한테나 막 내주는 건 아니야.”

“그야, 그러겠지.”

“그건 그렇고, 내가 의논할 일이 있는데 중국 한번 안 올 거야?”

“무슨 일인데?”

“언젠가 한번 내가 말한 적이 있을 거야. 중국의 드라마 제작사 중에서 큰 회사도 있지만 젊은 연출자들이 모여서 하는 작은 제작사도 있다고 말이야.”

‘한번 들었던 것 같아.“

“전화 계속 받을 수 잇지?”

“괜찮아. 말해봐.”“그 작은 제작사 중에서 상해TV와 40부작 드라마를 제작하기로 계약하고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기획사가 있어.”

“흠.”

“그런데 얘들이 10부작 정도 찍었는데 돈을 대기로 한 사람이 일이 생겨 못하게 된 모양이야. 혹시 구사장 관심없나?”

“없어. 지금 안당시 터미널 건도 걸려있는데 그럴 여유도 없어.”

“한국의 친지 중에서 할 만한 사람 없나?”

“중국에도 돈 많은 사람 널렸는데 그럴 필요 있나? 터미널 같은 사업이야 공적인 일이니까 외자 유치를 했다는 실적이라도 올라가지만 드라마 제작은 아니잖아? 누구 돈이 되었던 끌어당겨 성공만 하면 되잖아.”

“중국에 돈 있는 애들은 자꾸 그 드라마 제작사를 먹으려고 해서 그게 탈이란 말이야. 이건 경영권을 가져가는 게 아니고 이 작품에 한해서만 투자하고 이윤을 나누는 거지. 합자완 개념이 좀 달라.”

“구체적인 것은 내가 잘 모르겠는데 내가 일본 갔다 와서 보자. 내가 내일 일본 갔다가 며칠 후에 돌아와.”

“인도 갔다 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또 일본에 가네? 역시 국제적 사업가는 달라도 뭐가 달라.”

“지금 리국장이 한 이야기는 내가 일본 갔다 와서 다시 한 번 의논해 보자.”

“그래 알았다. 일본 잘 다녀와라.”

구건호는 일본에 도착하였다.

모리에이꼬를 만날 생각을 하니 더욱 가슴이 뛰었다. 실상 잠자리에서는 김영은 보다는 모리에이꼬가 편했다. 모리에이꼬는 착 안기는 맛이 있으며 스스로 구건호에게 덤벼드는 태도를 곧잘 취하기 때문이었다. 구건호는 문자를 보냈다.

[동경 도착했음. 지금 동경시내로 가고 있는 중임.]

회신이 왓다.

[빨리 오세요.]

“빨리 와? 지금 낮인데 집에 있나?”

구건호는 아마 모리에이꼬가 어제 보낸 문자를 보고 오늘 하루 쉬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구건호는 부지런히 모리에이꼬가 있는 다이칸야마의 맨션을 향해 갔다.

“빈손으로 가기가 허전한데? 뭘 좀 사갈까? 선물이라도 사 갈까?”

구건호는 시부야역에서 내렸다.

구건호는 하치코 출구로 나와 이치마루큐 쇼핑몰을 들렸다.

“흠, 뭐가 좋을까?”

구건호는 밝은 색의 티셔츠와 가방 같은걸 샀다.

모리에이꼬로부터 문자가 왔다.

[어디까지 오셨어요? 빨리 오세요.]

[시부야의 이치마루큐 쇼핑센터야 선물 하나 사갈게.]

[그냥 오세요. 저 나가봐야 돼요.]

[나가봐?]

구건호는 두 가지 물건만 사고 얼른 쇼핑센터를 나와 택시를 탔다.

구건호가 헉헉거리며 다이칸야마의 맨션에 도착하였다. 자동문의 암호를 넣고 문을 열었다. 모리에이꼬는 쇼핑백 위에 나들이옷을 입은 채 앉아 있었다.

“모리에이꼬!”

“오빠!”

“보고 싶었다! 미치도록!”

구건호는 모리에이꼬를 힘껏 껴 앉은 채 모리에이꼬의 작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왜 이제와요?”

“그런데 너 지금 어디 가냐? 옷차림이 왜 이러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