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74화 (274/501)

# 274

인도 산업시찰 (2)

(274)

구건호는 디욘코리아 사장실에서 통역 이선생을 불러 면담하였다.

“차 한잔하시죠.”

“네.”

비서 이선혜가 차를 가지고 왔다. 이선혜는 아산지역 기관장의 처제로 영어도 곧잘 했다. 처음 들어올 땐 실수도 많고 어리버리 했지만 지금은 능숙하게 일을 처리했다.

“많이 힘드시죠?”

“아니, 할 만 합니다.”

“대기업에서 해외지사 경력이 많은데 주로 어디에서 많이 근무했습니까?”

“미주지사에서 많이 했고 말레이시아와 유럽에도 있었습니다. 주로 영어권에서 생활을 많이 했습니다.”

“53세에 퇴직하셨는데 억울하셨겠네요.”

“억울했지요. 하지만 대세가 그런 걸 어떻게 합니까. 승진경쟁자가 회장 친구의 동생이니 어떻게 합니까?”

“친구의 동생? 설마 그런 것 같고 그러겠어요?”

“회장의 압력은 없더라도 당시 사장으로 있던 사람이 괴롭히는 데는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어떻게 괴롭힙니까?”

“오지로 인사발령을 내고 후배 밑으로 발령을 내고 조금 실수하면 무능력자로 몰아붙이는 데는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또 임원들이 사장편이지 내편은 없었습니다. 결국 퇴직금 외에 명예퇴직 위로금으로 10개월 급여를 더 받고 나왔습니다.”

“흠, 그랬군요. 실력은 좋으신 분인데 아깝게 되었군요.”

“그래서 놀다가 출판사에서 모집하는 경영서적 번역자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기업경력이 있다고 하니까 더 좋아했습니다. 신정숙 사장님이 의뢰한 책은 두 권 정도 했습니다.”

“다른 기업 재취업은 안하셨나요?”

“못했습니다. 나이든 사람 뽑는데도 없고 이력서는 두어군데 넣었지만 소식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디욘코리아에 와서 일하니까 즐거웠습니다. 마누라도 여기 출근하니까 좋아합니다.”

그러면서 통역 이선생은 구건호를 경계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혹시 이 사람이 나를 그만두라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그에게는 피해 의식이 좀 남아있었다.

“차 드세요.”

“예.”

구건호도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말했다.

“정식으로 디욘코리아에 와서 일하실 생각 없습니까?”

“예?”

“통역업무라 지금 촉탁으로 있지만 정식으로 들어와 일을 해보시죠.”

“저야 그러면 좋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열심히 일할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디욘코리아에서 인도에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산시설이 들어가는 건 아니고 우선 판매회사 형태로 움직일 겁니다.”

“합자사가 아니고 지사형태가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인도가 영어권이기 때문에 이선생님을 모셔볼까 합니다.”

“시켜만 주신다면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선생님은 그동안 통역으로서의 임무는 빈틈없이 잘 하셨지만 업무 능력은 잘 모르겠습니다. 전에 부장급 해외지사장에서 퇴직하셔서 여기서도 부장급 해외지사장으로 모시겠습니다. 이후 실적에 따라서 승진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그동안 이선생님을 추천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김전무도 기회 있을 때 마다 이선생님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자고 했고 애덤캐슬러도 그랬습니다. 특히 모빌의 송장환 사장님도 적극 건의하기도 했었습니다.”

“아, 예. 다들 고맙네요.”

“하지만 그동안 내가 반대를 해왔습니다. 왜냐하면 재취업자는 회사의 충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언젠가 이 회사는 먼저 있던 회사와 같이 나를 쳐낼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생각만 없다면 내가 이선생님의 정년퇴임을 보장하겠습니다.”

“고, 고맙습니다.”

“아울러 능력에 따른 승진도 보장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CEO들은 조직 내 파워게임에 능하지만 구사장님 같은 오너 사장님은 회사를 먼저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직접 오너 사장님이 보장을 해 준다니 더 힘이 납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발령이 나올 때까지 대기하고 계십시오.”

통역 이선생은 구건호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나갔다.

구건호는 김전무와 애덤 캐슬러를 불렀다. 통역으로 이선혜를 불렀다.

“이번에 모빌의 명의로 인도에 출장을 갔다 왔습니다. 인도는 모빌보다도 디욘코리아에서 먼저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이 바로 적기일 것 같습니다. 생산라인이 들어가는 것은 초기 투자가 많으니까 우선 판매회사 형태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김전무와 애덤 캐슬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은 인도 델리지역이나 첸나이 지역에 중국 딩딩 회사처럼 사무실과 창고만 얻어 시작하려고 합니다. 중국은 창고를 샀지만 인도는 임대 형식이라면 설립비용도 1억 미만으로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전무와 애덤 캐슬러는 구건호가 하는 말을 다이어리에 열심히 메모했다.

“그래서 나는 통역으로 일하는 이선생을 정식 채용해서 인도로 보낼까 합니다.”

김전무와 캐슬러가 통역 이선생을 인도로 보내자는 말에 고개를 들었다.

“이선생은 대기업 해외 지사장 경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보내면 잘 할 것으로 봅니다. 조금 전에 이선생을 면담했습니다. 애덤 캐슬러 부사장과 김동찬 전무님이 그동안 적극적으로 이선생을 회사에서 정식 채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예, 그러면 좋겠습니다.”

애덤 캐슬러와 김전무는 정식채용 건의를 자기들이 했다는 것에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이선생은 전 직장에서 부장급 해외 지사장이기 때문에 디욘코리아에서도 부장급 해외지사장으로 발령을 내려고 합니다. 두 분 동의하시죠?”

“좋습니다.”

‘저도 좋습니다.“

“디욘코리아는 디욘본사와 합자계약을 할 때 아시아 전역권에 대한 판매를 하기로 약정한바 있습니다. 애덤 캐슬러 부사장은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을 가보시고 인도도 출장 가보시길 권합니다.”

“알겟습니다.”

“그리고 통역 이선생이 빠지는데 지금 새로 들어온 젊은 사람 중에 통역을 배정해 드리겠습니다.”

김전무가 말했다.

“디욘코리아가 처음 생길 때 영어 잘하는 직원 두 사람을 뽑은 적이 있습니다. 한사람은 지금 무역파트에서 일하고 있고 한사람은 영업에 있습니다. 이선생 대신 이 두 사람 중에서 통역을 쓰면 될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들이라 실상 발음은 이선생보다도 좋습니다.“

“두 사람 중에서 한사람을 자기 고유 업무도 보면서 캐슬러 부사장 통역을 하게 하지요. 두 사람 중에서 선택은 캐슬러 부사장이 하십시오.”

애담 캐슬러는 주저 없이 무역파트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을 선택했다.

“무역 파트에서 일하고 있는 미스터 킴을 보내주십시오. 영어를 상당히 잘합니다.”

김전무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애덤 캐슬러 부사장도 이선생 통역이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이선생이 통역은 잘 하지만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니 가벼운 심부름도 못시켰을 겁니다. 무역파트의 미스터 킴은 이제 30살 밖에 안 된 친구라 그런 면에서는 좋습니다.”

“미스터 킴이 업무 능력은 어떻습니까?”

“잘 합니다. 집안도 괜찮고 구김살 없이 자라서 그런지 성격도 활발하고 좋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이선혜씨?”

김전무는 능글맞게 통역으로 들어온 비서 이선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그런 것 같습니다.”

구건호가 이선혜를 보니 얼굴이 약간 빨개지는 것을 보았다.

구건호는 총무과 박선홍 과장을 불렀다. 박선홍 과장이 다이어리를 들고 사장 방엘 들어왔다.

“메모 하세요.”

“네.”

“부사장 애덤 캐슬러의 통역으로 있었던 촉탁 이종근 선생을 회사에서 신규채용 합니다. 직급은 부장 대우이며 인도지사장으로 발령합니다. 발령은 7월 1일자입니다.”

“알겠습니다.”

30분도 안되어 총무과장은 인사발령 품의서를 가지고 올라왔다. 벌써 김전무와 애덤 캐슬러의 싸인을 받은 상태였다. 구건호가 싸인하자 인사발령 공문이 각부서로 보내지고 회사 게시판에도 붙었다.

직원들이 공문을 보고 웅성거렸다.

“인도에 지사가 설립되는 모양이네.”

“그러게. 그런데 이선생은 회사 직원이 아니었었나? 신규채용이네?”

점심시간이 되었다. 구건호는 애덤캐슬러와 김전무와 같이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하고 싶었다.

“어디로 가지?”

구건호는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에서 광덕산을 넘어 공주 유구 방향으로 가는 길에 있는 음식점들이 생각났다.

“그쪽에 좋은 음식점이 있었던 것 같은데, 경찰서 지나서 가는 길 말이야.”

구건호는 이런 생각을 하다가 아산 경찰서장 생각이 났다.

“서울대 정책대학원에서 만난 치안감 상가 집에서 보았는데 그쪽 가는 길이라면 식사나 같이 할까? 공무원인데 같이 식사하자면 나올까? 전화나 한번 해보자.”

구건호는 전화를 걸었다.

“서장님 좀 부탁합니다.”

“어디십니까?”

젊은 사람 목소리라 서장은 아닌 것 같았다.

“아산의 외국인 합작기업인 디욘코리아의 사장입니다.”

“예? 어디시라고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아산의 외국인 합작기업인 디욘코리아의 대표이사라고 말씀 전해주세요.”

“잠깐 기다리십시오.”

잠시후 굵직한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전화 바꾸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지난달에 서울에서 치안감님 상가집에서 뵈었던 디욘코리아 사장입니다.”

“혹시 외국인 합작기업이라는?”

“예, 맞습니다. 오늘 그 앞으로 지나가는 길에 서장님이랑 같이 점심 식사라도 할까합니다.”

“저희는 여기 구내식당이 있습니다.”

“합자사 부사장이 미국인입니다. 서장님과 같이 식사하면 치안문제에 대한 걱정도 덜고 더 신뢰하게 됩니다. 그래서 서장님을 한번 모시고 싶습니다.”

“요즘은 점심한번 잘못 먹으면 김영란법에 걸립니다.”

“점심식사 한번 하는데 뭐 어떻겠습니까? 나오시죠. 미국인 부사장과 함께 나가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저희는 그쪽 지리를 잘 모릅니다. 조용한 곳이면 좋겠습니다.”

“그럼 맹씨행단 가는 길에 있는 대화산 한정식집으로 오세요.”

“알겠습니다. 12시까지 가겠습니다.”

구건호는 애덤 캐슬러와 김전무에게 식사를 하자고 하였다.

“공주가는 맹씨행단(맹사성 유적지) 근처의 대화산에 있는 음식점입니다.”

“거기까지 갑니까?”

“경찰서 서장님과 같이 할 겁니다.”

“서장요?”

김전무와 애덤 캐슬러가 어리둥절하여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애덤 캐슬러 부사장이 외국인이라 신변 안전문제에 신경을 쓰겠답니다. 같이 가시죠.”

가는 길에 차가 좀 막혀 12시가 지나서 음식점에 도착했다. 서장은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 서 있었다. 방금 도착한 것 같았다. 구건호가 탄 벤틀리 승용차가 도착하자 서장은 긴가민가하여 차를 쳐다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서장님.”

“아 예, 안녕하십니까?”

“합자사 부사장 애덤 캐슬러입니다.”

“하우두 유두.”

서장이 캐슬러와 악수를 하였다.

구건호가 캐슬러에게 서장을 소개했다.

“이 분이 이 지역 폴리스 치프입니다.”

캐슬러는 그 소리를 듣자 더욱 힘주어 악수를 하였다. 구건호는 김전무와 통역 이선생을 소개했다.

“이 분은 합자사 전무이사입니다.”

“이분은 합자사 인도지사장입니다. 통역으로 왔습니다.”

서장도 같이 온 40대를 소개했다.

“외사계장입니다.”

한정식 집은 깔끔했다.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손님도 아직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