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71화 (271/501)

# 271

중국 딩딩 회사 양도 (1)

(271)

송장환 사장이 너무 업무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 구건호가 막았다.

“앞에 술잔들이 비었습니다. 업무이야기는 다음에 하시고 술들 한 잔씩 들죠.”

잠시 대화가 끊어지고 술들을 비웠다.

송사장이 김변호사의 빈 잔에 술을 채워주며 말했다.

“골프를 잘 치시네요. 거의 프로 수준이네요.”

“별 말씀, 오늘 운이 좋아서 그런 겁니다.”

“국제 변호사를 하신다고 하니 지에이치 모빌이 상장되어서 해외 전환사채라도 발행한다면 신세 좀 져야겠네요.”

“저도 친구 회사가 상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구건호가 잘 익은 고기를 김변호사에게 주면서 말했다.

“송사장님은 대기업인 S기업 부사장을 하시다가 우리 회사에 영입되어 오신 분이야. 경영 성과에 따라 스톡옵션을 5%드리기로 했어. 작년에 오셨는데 벌써 매출도 많이 늘고 부채비율도 대폭 낮아지고 있어.”

“오, 그래? 계약서는 작성하셨나?”

“무슨 계약서?”

“경영성과 지표연동 스톡옵션 계약서가 있지.”

구건호와 송사장이 얼굴을 마주보았다.

“서로 잘 알고 신뢰하고 있겠지만 서류를 작성해 놓는 건 서로를 위해 좋아.”

“그런 게 있었나?”

“그럼. 교부할 주식의 종류와 수, 선택권 부여방법과 부여일, 행사가격 등이 나와 있는 표준계약서가 있지. 취소사유도 있고.”

“취소 사유?”

“회사에 중대한 손해를 끼쳤다거나 주식매수 선택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하는 경우엔 취소시킬 수도 있어.”

“아, 제3자 양도는 안 되는구나.”

“상속은 가능해.”

“흠, 너는 참 아는 것도 많다.”

“그러니까 변호사 하지.”

김변호사가 앞에 있는 술잔을 입에 털어 넣으면서 말했다.

“구사장, 주식매수청구권은 일반기업은 10%, 코스닥 상장은 15%를 넘지 못하네. 벤처기업 같으면 50%가가능하지만 말이야.”

“그런가?”

“그래서 작은 중소기업은 주식을 아예 5% 증여하는 방법을 취하기도 해. 단지 그 방법은 경영 성과가 나빴을 때도 5%를 줘야하는 폐단은 있네.”

“우리가 한국말로 계속 떠드니까 애덤 캐슬러씨가 멍하니 앉아있다. 이제 회사 이야기 그만하자.”

“그래, 마시자.”

구건호는 아침에 출근하여 디욘코리아의 김전무로부터 전화 보고를 받았다.

“기계장비 13, 14기는 모두 들어와 장착후 시험 가동 중입니다. 15, 16기도 발주를 모두 한 상태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딩딩의 회사에서 주문량이 늘어 월 70톤 정도 나가고 있습니다.”

“흠, 그래요?”

“그런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무슨 문제요?‘

“딩딩의 회사는 계약 위반이라는 겁니다.”

“애덤 캐슬러가 그런 말을 합니까?‘

“애덤 캐슬러가 본사로부터 질책을 받았답니다. 판매회사도 모두 디욘코리아가 출자해서 지에이치와 디욘본사가 나란히 50:50으로 출자해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아시아 전역이 그렇다는 겁니다.”

“흠, 그래요?”

“즉, 중국 판매회사나 인도 판매회사나 모두 디욘코리아의 자회사가 되어야지 독자적 설립은 부당하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흠,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약간 머리가 아팠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했다. 구건호는 급히 아산을 내려갔다.

구건호가 애덤 캐슬러를 불렀다.

애덤 캐슬러가 통역 이선생과 함께 사장실로 들어왔다.

“어제까지 골프 잘 치고 왔는데 아침서부터 본사의 야단을 맞아 당황스럽습니다.”

“본사에서 뭐라고 합니까?”

“본사의 브렌든 버크 부사장은 당신이 거기 나가있는 목적이 뭐냐고 소리를 지르네요.”

“흠.”

“나는 자랑스럽게 중국의 판매망이 월 70톤으로 늘고 있고 인도도 판매회사를 만들어도 되느냐고 묻는 과정에서 일이 터진 것입니다. 버크 부사장이 어찌나 소릴 질러대는지 아직도 귀가 멍멍합니다.”

“허, 거참. 그런 일이 있었군요.”

“중국문제를 해결 못하면 나를 본사로 소환하겠다고 하네요.”

“또 다른 말씀은 없었습니까?”

“인도에 판매사를 설립하는 문제는 디욘코리아 출자라면 아시아 지역 어디든지 상관없는데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을 한다고 또 야단맞았습니다.”

“흠, 그래요?”

둘이 마주앉아 침묵만 지켰다.

한참 후에 구건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중국에 이미 많은 돈이 들어갔습니다. 창고구입비와 설립에 따른 창업비용이 들어갔고 거기

나가있는 한국 업체에 거래처를 뚫기 위해 지에이치 모빌 직원들과 중국 지에이치 기차배건 유한공사의 노력이 많았습니다. 디욘코리아에서 적정한 보상을 한다면 내가 중국 딩딩 회사를 양도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양도가를 얼마에 하실 겁니까? 정확한 금액을 알려주어야 내가 본사와 협의할 수 있습니다.”

“메모해 보세요.”

“창고용으로 산 땅값이 현재 시세 4억5천합니다. 설립자본금은 1억입니다. 설립자본금은 중국의 비즈니스 라이선스(사업자등록증)에 기표가 되어 있으니 확인 가능합니다. 땅값은 등록세 면탈 목적으로 다운 계약서를 작성했으니 공신력 있는 기관의 감정평가서로 대체하겠습니다. 그리고 시장 개척의 비즈니스 라잇(영업권)으로 3억을 요구합니다.”

“그럼 총 합계 얼마입니까?”

“8억 5천입니다.”

“다른 건 이해가 가겠는데 영업권 3억이 과한 것 같습니다.”

“우리 직원들이 업무 팽개치고 뛰었습니다. 지금 인도 진출한다면, 특히 땅을 임대가 아니고 구매한다면 그렇게 안 들어가겠습니까?”

실상 구건호는 창고 구입비용으로 2억 8천 5백만원이 들어갔다. 세금 등 부대비용을 따진다 해도 3억 정도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구건호는 기왕 디욘코리아에 양도 한다면 뻥튀기를 해서 넘기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본사와 협의해 보겠습니다.”

“하나가 더 있습니다.”

중국의 판매망 확대를 위해 딩딩 사장의 급여가 너무 적어 스톡옵션을 주기로 했었습니다. 중국 판매회사가 디욘코리아로 양도되면 딩딩의 스톡옵션이 없어집니다. 급여를 2만 위안 수준에서 맞춰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협의해 보겠습니다.”

애덤 캐슬러가 나가자 구건호는 바로 중국의 김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제가 생겼다.”

“뭐가?”

“딩딩의 판매회사를 디욘코리아에 양도 해야겠다. 디욘 본사에서 합자계약 위반이라고 씹고 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회사를 그대로 디욘코리아로 넘기는 거지. 대주주 구건호가 물러나고 대신 대주주는 한국의 디욘코리아가 되는 거지.”

“그럼 뭐가 달라지나?”

“달라지는 건 없어. 단지 딩딩의 스톡옵션 5%가 없어지고 대신 급여는 대폭 올라가는 것이 돼.”

“얼마나 올라가는데?”

“2만 위안을 흥정하고 있어.”

“그래? 2만 위안이라면 나쁠 건 없을 것 같은데.”

“지금 월 70톤이 판매되고 있다는데 염성에 있는 중국기업이 터져서 그런가?”

“아니야, 쑤저우 공업원구에 들어와 있는 한국기업 주문량이 늘어서 그래.”

“그럼 현재 거래처의 90%는 한국 기업이지?”

“아마 그럴 거야.”

“내가 디욘코리아에 양도한다면 좋은 값을 받고 싶어. 우리가 산 창고 말이야. 그때 거의 한 3억 들어갔는데 4억5천짜리 감정평가서 하나 받을 수 없겠나?”

“그건 방지산 평고사(房地産評估師: 부동산 감정평가사)하고 상의 해봐야 돼.”

“평고사?”

“응, 그런 제도가 있어. 4년제 대학 부동산 전공학과를 나와 2년 정도 실무 경력이 있으면 시험 볼 자격을 줘.”

“그래?”

“그런데 4억 5천이면 너무 세지 않을 가 모르겠다. 얼마 전에 평고사 애들 몇 명이 감정평가를 돈 받고 부풀렸다고 공안에 붙잡혀 간적이 있었어. 신문에 나왔어.”

“이것이 잘되면 내가 딩딩한테 커미션을 주지.”

“알았다. 알아볼게. 그런데 갑자기 이런 소리 들어 얼떨떨하다.”

“딩딩한테 일이 그렇게 되었다고 잘 설명해 줘라.”

구건호가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을 했다.

비서 오연수가 우편물 하나를 가져왔다. 일본의 사카다 이쿠조씨가 보낸 팜프렛이었다. 6월 중순에 요코하마 미술관에서 세계적 거장 사카다 이쿠조씨의 목공예와 철제공예전이 열린다는 안내 팜프렛이었다. 팜프렛의 표현이 재미있었다.

[세계적 기업인 미국 라이먼델 디욘사에서 기능장을 넘어 기성(技聖) 소리를 들었던 사카다 이쿠조씨의 전시회가 열린다. 이번에 목공예와 철공예 전시회에서는 그의 기묘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조각가 이사무 고메이 선생은 그의 작품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하면서 장검의 일인자는 미야모도 무사시라고 한다면 주머니 칼의 일인자는 사카다 이쿠조씨라고 말했다.]

구건호는 팜프렛을 보고 픽 웃었다.

[뭐? 장검의 일인자는 미야모도 무사시고 주머니 칼의 일인자는 사카다 이쿠조씨라고? 표현이 재미있네. 하여튼 기술자를 우대하는 일본이 부럽기는 하네.

나도 내가 투자한 기업의 기술자들은 모두 세계적 일류로 만들고 평생 돈 걱정 없이 살도록 해줘야 할 텐데. 그렇게 될 수 있을지.]

구건호는 신정숙 사장을 불러 사카다 이쿠조씨가 보낸 팜프렛을 보여주었다. 신사장은 팜프렛을 자세히 보았다.

“팜프렛에 나와 있는 사진이 정말 만든 건지, 실물을 촬영한 건지 모르겠네요.”

“직접 가 보세요. 나도 가보려고 합니다.”

“전시회 날짜를 보니 우리 사무실 이사하고 가도 되겠네요.”

디욘코리아의 애덤 캐슬러에게서 전화가 왔다. 캐슬러가 한마디 하면 비서 오연수가 통역을 해주었다.

“본사와 협의한 내용을 말씀 드리겠답니다.”

“흠, 계속 이야기 하라고 하세요.”

오연수가 애덤 캐슬러에게 뭐라고 이야기 했다. 캐슬러가 다시 장황하게 이야기 했다.

“첫째 창업자본금은 법인계좌에 입금증이 있으므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답니다.”

“흠, 좋아요.”

“두 번째는 토지 구입비인데 공신력 있는 중국의 감정 평가기관이 평가한 것이라면 승인할 수 있답니다.”

“좋아요.”

“세 번째 영업권은 인정할 수 없답니다.”

“이런 개자식들.”

구건호가 소리치는 바람에 오연수가 깜짝 놀랐다.

“단 거래처 명세서를 제시해주고 한국기업이 50%가 넘으면 영업권 1억을 인정해 줄 수 있으며 한국기업이 90%를 넘으면 2억까지는 승인 가능하답니다.”

구건호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내색은 안했다.

“조금 억울해한다고 통역해 주세요.”

오연수가 뭐라고 통역을 해주었다.

“뭐래요? 캐슬러가.”

“그 기분 충분히 이해한답니다.”

“네 번째 외상매출금과 외상매입금은 현재 상태 그대로 인정하고 인수한답니다.”

“그건 좋아요. 좋다고 해요.”

“다섯째, 중국 사장 딩딩씨의 급여는 2만 위안으로 하고 이후 매출 증가율에 따라 조정하겠다고 합니다. 스톡옵션은 인정하지 않겠답니다.”

“음, 좋아요.”

“이상입니다.”

“중국과 협의 후 연락 주겠다고 하세요.”

오연수가 또 뭐라고 영어로 이야기하고선 전화를 끊었다.

구건호가 오연수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

“수고했어요.”

구건호는 혼자 생각해 보았다.

[김민혁이 말대로라면 한국기업 거래가 90% 넘는다니 영업권 2억은 받겠는데? 조금 섭섭하기는 하지만 투자에 대비해서 밑지는 장사는 아닌 것 같구먼.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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