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70화 (270/501)

# 270

인도시장 진출 (3)

(270)

구건호가 신정숙 사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코스프레 대회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심사위원은 앞에 계신 두 분이 하시면 되겠네요.”

“심사위원은 세분을 정했습니다. 저하고 요시타카 선생님하고 현직 인기 만화가 한분을 초청했습니다.”

“그럼 되겠네요.”

“요시타카 선생님은 지에이치 미디어의 객원기자로 모시기로 했습니다.”

“흠, 잘 됐군요. 원래 언론인 출신이니까 글도 잘 쓰실 것 아닙니까?”

“사실 이번 대회를 여는 것도 코스프레 잡지를 만들기 위한 컨텐츠 확보에 있습니다. 사장님 말씀대로 수상자에 대한 일본 대회참가는 경비가 다소 들어갑니다.”

“내가 생각하기엔 참가비 가지고 충당이 될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참가자들한테 참가비 받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많은데 참가비가 많으면 학생들에게 부담이 됩니다.”

“보충 방안이 있습니까?”

“행사 기간 중 요시타카 선생님이 일본의 인기 제품을 가져와 판매하겠답니다. 인기 티셔츠나 모자 같은 것 말입니다. 일본 만화의 브로마이드도 좋습니다.”

“흠, 그건 팔릴 것 같네요.”

“행사기간 중 요시타카 선생님은 취재를 해야 되니까 판매는 우리 직원들을 동원시킬 예정입니다. 행사는 이틀 합니다. 국내 사진작가들도 많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는 태어나서 그런 구경은 한 번도 못해보았으니 구경 한번 해야겠네요.”

“그러세요. 영은이 하고 같이 오세요.”

“하하,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신사장과 요시타카 선생이 돌아간 후 김영은과 함께 코스프레라는 것을 구경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인터넷 같은데서 보기는 했지만 진짜 대회는 내가 못 가봤으니 영은이랑 함께 가야겠군. 아이들 노는 거니까 유치하기는 하겠지만 재미는 있겠는데?”

구건호는 자기 처 김영은이를 생각하다가 KOAF라는 아프리카 의료지원 센터가 생각났다.

“아, 여기 단체에 매월 10만원 보내주기로 했지.”

구건호는 인터넷에서 KOAF 단체의 홈페이지를 찾았다. 가입신청서를 다운받아 신청서를 보내고 은행에 가서 CMS 자동이체도 신청했다. 첫 번째 회비 10만원도 보내주었다. 신청서와 회비를 보내준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KOFA사무국장이라는 사람한테 전화가 왔다.

“구건호 선생님이시죠?”

“예, 그렇습니다.”

“KOAF 사무국장입니다.”

“어디요?”

“KOAF 아프리카 의료지원 센터입니다.”

“아, 아. KOAF.”

“보내주신 회원가입 신청서와 회비는 잘 받았습니다. 저희 단체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올립니다.”

“아, 예.”

“선생님의 귀중한 회비는 아프리카 빈국의 수많은 어린 생명을 살리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것입니다. 저희가 매월 발행하는 회지가 있습니다. 이 회지는 가입신청서에 쓰여 있는 주소로 선생님께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예.”

“다시 한 번 회원 가입에 감사를 드립니다.”

사무국장은 회원들 95%가 매월 1만원을 내는 회원들만 있는데 뜻하지 않게 10만원 회비를 내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고맙지 않을 수 없었다.

“신청자 구건호? 뭘 하는 회원일까? 직업란에 그냥 사업이라고만 되어 있네. 주소가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로 되어 있으니 월 회비 10만원은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인 모양이네.”

모빌의 송사장이 전화를 했다.

“KOTRA에 알아보니까 인도 산업시찰이 6월 달에 있답니다. 총무이사에게 구사장님 간다고 신청해 놓으라고 했습니다.”

“송사장님도 같이 가시죠?”

“저는 몇 번 가봐서 안 가도 될 것 같습니다. 투자와 관련된 부분이라 아무래도 사장님이 가시는 게 좋습니다. 코트라 직원들이 인도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인도정부의 기관 등을 견학하게 해 줄 겁니다.”

“알겠습니다.”

정책대학원 수업 중에 김영진 변호사가 볼펜으로 구건호의 팔을 쿡쿡 찔렀다.

“야, 일요일 뭐하냐?”

“뭐하긴 집에서 쉬지.”

“아 참, 신혼이라 와이프랑 즐겨야지.”

“그것도 못하게 생겼어.”

“왜?”

“당직이래.”

“의사들은 그런 게 있구나. 돈 버는 직업들은 다 공짜가 없어. 변호사도 남 보기엔 좋아보여도 일 많아. 특히 김앤정 로펌은 일 빡세기로 유명하잖아.”

“너나 나나 돈 버는 재미로만 사는구나.”

“일요일 골프나 치러가자.”

“일요일 사람 많잖아? 이용료도 비싸고?”

“다음 주 수요일 날 갈래? 그때 내가 시간 있어.”

“어디로 갈 건데?”

“우리 로펌에서 용인 아시아나 칸트리 정 회원권 있어.”

“그럼 그린피 싸겠는데? 주중회원은 10만원도 안될 것 같은데?”

“주중회원 7만원이야. 물론 캐디피나 카터 이용료는 별도지만.”

“두 사람 더 모집해야 하잖아?‘

“여기 장관이나 국회의원 중에서 갈사람 찾아볼까?”

“싫어. 나이 차이도 있고 무게만 잡으려고 하는 인간들 천지인데. 로펌에 있는 사람 데리고 와.”

“주중이라 어려워. 나는 그날 시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시간 내기 어려울 수도 있어. 차라리 너의 회사 임원들은 어떠니?”

“임원들?”

구건호는 애덤 캐슬러가 생각났다.

“합자사 미국 부사장과 라운딩이나 한번 해야겠다. 그 사람 한국 나와서 외로울 텐데 한번쯤은 즐겁게 놀아줘야겠지?”

“미국인 좋아. 나도 미국서 치든 기분도 나고 좋지.”

“그럼 디욘코리아의 애덤 캐슬러 부사장하고 지에이치 모빌의 송장환 사장으로 하지.”

“알았다. 예약할게.”

구건호는 오전에 출근하여 신문을 보다가 어제 김영진이가 한 말이 생각났다. 모빌의 송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구건호입니다.”

“예, 사장님.”

“다음 주 수요일 다른 스케줄 없지요?”

“예,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오후에 시간 비워두세요. 요새 회사일로 노고가 많으신데 머리한번 식히시죠. 다음 주 수요일 라운딩 한번 하시죠.”

“어디로 가면 됩니까?”

“오후 2시까지 용인에 있는 아시아나 골프장으로 오세요.”

“알겠습니다. 맴버는 누구누구 입니까?”

“디욘코리아의 애덤캐슬러와 김앤정 로펌에 있는 친구, 그리고 저하고 송사장님입니다.”

“알겠습니다. 애덤 캐슬러는 남의 나라에 와서 외로울 텐데 한번 같이 놀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제가 그 친구한테 할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래요?”

“김앤정 로펌의 친구는 변호사입니까?”

“예, 국제담당 변호사입니다.”

“오, 그렇습니까? 좋습니다. 수요일 몸 한번 풀겠습니다.”

구건호는 애덤 캐슬러에게도 골프 약속을 하려고 스마트폰 다이얼을 누르려다 그만 두었다.

“젠장, 이거 내가 영어를 할 줄 알아야지.”

구건호는 비서 오연수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앞에 앉아 봐요.”

“네.”

오연수가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디욘코리아의 부사장 애덤 캐슬러씨를 알지요?”

“전에 이사회 때 뵈었습니다.”

“메모 해봐요.”

오연수가 필기도구를 꺼냈다.

“다음 주 수요일 골프 모임에 초청하니 오후 2시에 용인에 아시아나 골프장으로 올 것. 그리고 골프장 찾아오는 길은 운전기사에게 물어볼 것. 이렇게 전달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우선 내 목소리를 들려줘야 하니 내가 전화 걸고 오연수씨 바꿔 줄게요.”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애덤 캐슬러에게 전화를 했다.

“헬로우?”

“헬로우? 아이엠어 구건호.”

"오우, 보스!“

“자스트 어 모멘트.”

“옛썰!”

구건호가 스마트폰을 오연수에게 넘겨주었다. 오연수가 유창한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오연수는 스마트폰을 구건호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좋답니다.”

“그래? 수고했어요.”

오연수는 구건호 앞에 있는 빈 찻잔을 들고 인사하고 나갔다.

구건호가 퇴근 후 집에 가니 우편물 함에 유인물이 하나 꽂혀 있었다.

“나한테 온 건가?”

KOAF에서 보낸 회보였다.

저녁에 잘 때 침대 위에서 KOAF의 잡지를 보았다. 병든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사진이 들어 있었고 KOAF가 회원들의 회비로 가나의 시골 마을에 물 펌프 시설을 해준 사진도 실렸다. 김영은의 짤막한 글도 실려 있었다. 모자를 쓰고 웃고 있는 김영은의 사진도 조그맣게 있었다.

[꺼져가는 눈망울을 한 채 내 손을 잡고 있던 어린이를 잊을 수 없다. 나는 그 어린이를 살리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진통제를 놔주고 기도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그때 나는 의사가 된 것에 한없이 후회했다.....]

“좋은 일은 한다만 집에 자주 못 오니 그것도 문제네.”

수요일이 되었다.

김영진과 구건호, 애덤 캐슬러와 송장환 사장이 만났다. 애덤 캐슬러는 김영진의 유창한 영어 실력에 놀랐다. 송사장도 놀랐다.

“이 친구가 로스쿨을 미국에서 다녔습니다. 그래서 혀 꼬부라진 소리를 좀 할 줄 압니다.”

김영진이 웃으며 송사장을 보고 말했다.

“이 친구가 중국에서 대학을 다녀 혀 꼬부라진 중국어를 좀 할 줄 압니다.”

이 말에 송사장도 웃었다.

아시아나 동코스에서 18홀을 돌았다. 아시아나 골프장은 동코스와 서코스가 있는데 동코스 18홀만 돌았다. 김영진과 구건호가 한편이 되고 송사장과 애덤 캐슬러가 한편이 되었다. 각 홀마다의 스트로크로 승패를 정하는 매치플레이로 경기를 하였다.

골프는 구건호가 제일 못했지만 이날은 애덤 캐슬러도 실수를 여러 번 해서 김영진과 구건호 조가 이겼다. 김영진의 골프실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이 친구는 미국에 가서 골프만 친 모양입니다.”

“진 팀에서 졌으니 술 한 잔 사세요.”

구건호가 애덤 캐슬러에게 말했다.

“디욘코리아의 법인카드로 사세요.”

“왓?”

애덤 캐슬러가 구건호의 발음을 못 알아듣자 김영진이 통역을 했다. 김영진의 말을 듣고 애덤 캐슬러가 활짝 웃었다.

“오케이! 노 프로브럼!”

네 명이 용인에 잇는 산장가든 갈비 집으로 갔다. 김영진은 구건호와 함께 엄찬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와 마음껏 술을 마셨다. 애덤캐슬러도 기사가 있어 술을 마셨다. 직접 자가 운전을 하는 송사장만 소주 한잔 이외는 술을 안 마셨다.

“이 집 갈비 맛있는데?”

애덤 캐슬러도 갈비가 맛있다고 굳을 외쳤다.

술이 몇 잔씩 돌아가자 송사장이 애덤 캐슬러를 쳐다보며 말했다.

“캐슬러씨, 혹시 인도에 지사 설립할 생각 없소? 내가 알기로는 합자사 합작 조건에 디욘코리아가 아시아지역 판매권을 갖고 있다고 해서 하는 말입니다.”

“아직 우리 기반을 더 다지고 해야 하지 않을 가요?”

“아닙니다. 지금도 늦었습니다. 현대차는 벌써 인도에 판매대수 50만대가 넘었습니다. 델리지역과 첸나이지역에 공장도 각각 있습니다. 여기에 따라간 협력업체도 첸나이만 해도 100개가 넘습니다. 소리 없이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그냥 두고만 볼 겁니까?”

“현대차의 인도 자동차 보급대수가 그렇게나 많은가요?”

“중국 다음에 많이 팔리고 있는 곳이 인도입니다. 그래서 우리 지에이치 모빌도 인도 진출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흠, 그런가요?”

송사장이 애덤 캐슬러를 향해 더 가까이 다가앉으며 말했다.

“공장 설립이 아닙니다. 우선은 중국의 딩딩 판매회사처럼 만들면 됩니다. 먼 장래를 위해 공장이 필요하면 임대 후 볼륨이 커지면 그때 가서 공장을 만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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