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69화 (269/501)

# 269

인도시장 진출 (2)

(269)

구건호는 지에이치 모빌에 돌아와서 임시 임원회의를 소집하였다.

임원들이 전원 다이어리를 들고 구건호 방으로 왔다.

회의 테이블 가운데에 앉아있는 구건호가 먼저 말했다.

“다들 바쁜데 이렇게 모이라고 한 것은 인도 진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인도요?”

“오전에 이지노팩 회장을 만났습니다. 이지노팩이 이번에 인도 남부지역인 첸나이에 진출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현대차, 기아차 등은 지금 첸나이에 공장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규모로 말입니다.”

송사장이 말했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이미 50만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첸나이는 옛날 마두라스라고 불린 도시로 인구는 800만명 정도 됩니다. 여기가 남부의 중심도시이므로 우리나라의 현대나 삼성, 롯데 등이 여기 있고 협력사 공장도 이미 100개가 넘게 진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들어가야 되는 건 맞습니다.”

“그러니까 가자는 말씀이네요.”

“그렇습니다.”

총무이사, 경리이사, 생산이사, 연구소장은 가만히 듣고만 있으며 발언을 안했다. 주로 구건호와 송사장만 이야기 했다.

송사장이 차를 한잔 마시며 계속 이야기 했다.

“공장도 한군데가 아니고 북쪽의 뉴델리 지역과 남쪽의 첸나이지역 두 개도 좋습니다. 일단은 이 두 지역에 우리의 거래처인 S기업과 만동전장, 이지노팩이 모두 나가있습니다. 기본적 매출은 일어날 수 있으니 실패할 염려는 적습니다.”

“공장을 사고 기계장비를 보내고 인력이 투입된다면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겠네요.”

“문제는 그겁니다.”

“돈을 금융기관에서 차입하거나 보유자금을 전용한다든가 해야겠군요.”

“그렇습니다.”

“흠, 파이낸스를 일으키는 건 현재 부채비율 높아 불가능 할 것이고 유보금을 쓴다는 것은 부채상환을 못한다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그래서 우리가 코스닥을 눈앞에 두고 관계회사를 늘리거나 자회사를 만드는 건 생각해 볼 일입니다.”

“흠.”

“인도에 가서 공장을 사지 않고 임대를 한다 하더라도 임대보증금과 기계장비를 들여놓는 비용이 상당할겁니다. 관계사는 그 회사 주식을 30%이상을 갖게 되면 관계회사가 됩니다. 인도 현지법인의 발행주식은 100% 지에이치 모빌이 될 겁니다.”

“그렇게 되겠지요.”

“인도 공장이 아무리 전망이 좋더라도 초기엔 돈만 들어갑니다. 그러면 지에이치 모빌도 재무 건전성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겠지요.”

“지금은 돈이 있으면 부채를 줄여야지 확대하여 투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전망이 좋아 구미는 당기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 하기는 힘들고, 부채 비율을 떨어트릴 수 없어 곤란하다 이거 아닙니까?”

“쉽게 말하면 그렇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다른 분들 의견은 어떻습니까?”

다른 사람들은 말없이 다이어리만 쳐다보고 있었다. 송사장이 다시 말했다.

“제 생각은 믿을 수 있는 투자가가 먼저 투자하고 코스닥 등록이 끝나면 그 회사를 지에이치 모빌에서 합병하는 방법도 있긴 있습니다.”

“중국의 김민혁이가 하는 공장처럼 나, 개인이 먼저 독자적으로 투자하면 좋겠다는 말씀 아닙니까?”

송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꼭 그러자는 말씀은 아니고 이런 방법도 있다 하는 것만 말씀 드리는 겁니다.”

“흠.”

구건호는 팔짱을 끼고 생각을 해 보았다.“

“일단은 바람도 쏘일 겸 구사장님이 인도를 한번 다녀오십시오.”

“여행으로 다녀오란 이야기입니까?”

“여행보다는 산업시찰이 있습니다.”

“중소기업 진흥공단이나 상공회의소 같은데서 주관하는 것 말입니까?”

“거기보다는 해외 산업 시찰이기 때문에 코트라(KOTRA) 같은데서 주관할겁니다. 제가 그쪽 스케줄을 알아보겠습니다.”

“각종 공문서나 DM같은 건 총무 쪽으로 집중되니 총무이사가 한번 알아보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임원회의가 끝나고 송사장이 조용히 다시 들어왔다.

“인도는 외국인의 부동산 구입이 중국보다 더 까다롭습니다. 전에 제가 S기업에 있을 때 인도 공장을 가니까 삼성이나 현대에 있다가 퇴직한 임원들이 퇴직금으로 공장을 지어 놓고 임대하는 걸 본적이 있습니다.”

“그래요?”

월세 1천만 원 짜리도 있고 월세 600만 원 짜리도 있었습니다. 퇴직 후 국민연금이 적으니까 안정적 소득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공장을 임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흠.”

“압출기는 여기서 쓰던 것을 가지고 나가도 될 것입니다. 디욘코리아와 동반 진출한다면 원재료도 안정적으로 공급 받을 수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돈 많이 안 들이고 3억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2년후 모빌에서 합병하는 것으로 하면 오히려 프레미엄을 얹어 양도할 수도 있습니다.”

“프레미엄 양도라.”

“그렇습니다.”

“중국은 모르겠는데 인도는 여기 직원들이 지원자들도 별로 없을 것 같네요. 덥고 습하고 언어도 그렇고 환경도 따라주지 못하니까 말입니다.”

“현지인을 활용해야지요. 현지 사장이나 핵심 생산기술자는 물론 여기서 보내야겠지요. 인도 근무를 해야 승진에 우선권을 준다고 하면 희망자들이 나올 겁니다. S기업도 그렇게 했습니다.”

“당장 급한 건 아니니까 시간을 두고 연구해 보지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오후 늦게 디욘코리아로 넘어갔다. 김전무가 사장실을 들어왔다.

“이지노팩 회장님을 만났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무슨 말씀을 나누었습니까?”

“인도 첸나이 지역에 동반 진출하자는 이야기를 하네요.”

“제조 공장을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가면 좋지요. 투자비용이 들어서 그렇지요.”

“송사장은 공장을 임대해서 해보자고 하네요.”

“초기 투자자금을 줄이려면 그렇게 해야겠지요.”

“그런데 모빌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벌리는 것이 옳으냐 하는 거지요.”

“해외 투자보다는 부채 상환이 먼저라는 말씀이네요.”

“송사장도 그걸 주장하네요.”

“저는 디욘코리아도 15호기, 16호기 기계장비가 다 들어오면 인도에 지사를 설립하자는걸 사장님께 건의 드리려고 했습니다. 동남아 시장도 생각해 보았지만 역시 수요는 인도가 많을 테니까요. 차라리 디욘 코리아 인도지사가 어떻겠습니까. 디욘코리아는 모빌과 달라서 부채로 부터 자유롭지 않습니까? 유보금도 지금 많이 있고요.”

“흠. 알겠습니다. 생각좀 해보지요.”

“인도의 디욘코리아도 지금 중국의 딩딩 회사처럼 가면 크게 돈 나갈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인도는 공용어가 영어와 힌두어이니까 통역하던 이선생 보내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영업을 해야 되는데.”

“우선 기본은 깔고 가잖습니까? S기업, 만동전장, 이지노팩이 전부 인도에 나가있는데 여기만 잡고 늘어져도 됩니다. 여기 회사에 있는 인도 현지 사장들은 저도 다 아는 애들입니다.“

“흠.”

“기계장비 13호, 14호는 부산항에 들어와 있습니다. 설치되면 바로 15, 16호기도 발주 하겠습니다. 그럼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습니다.”

모빌의 총무이사가 전화를 했다.

“사장님 지금 디욘코리아에 계십니까?”

“네, 이젠 퇴근하려고 합니다.”

“중국에서 서류가 하나 EMS우편물로 왔네요.”

“중국 어디서 온 겁니까?”

“발신자가 꾸이저우 안탕시티로 되어 있는데요?”

“안탕시에서 사업보고서가 온 모양이네. 알겠습니다. 내가 가는 길에 들렸다 가지요.”

“다 오셔서 전화주시면 제가 정문에 나가서 기다리겠습니다.”

“이사님이 직접 그러지 말고 직원 시켜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서울로 올라가면서 모빌에 들려 서류를 챙겼다.

“서류가 두껍기도 하네. 중국도 투지해야하고 인도도 투자해야하고 이거 전부다 투자할 데만 생겨서 어떻게 하나. 왕창 벌어들여야 할 텐데.”

올라가는 도중 로지스틱스의 문재식의 전화를 받았다.

“여긴 안 들리고 올라갈 거야?”

“오늘 못 들리겠다. 모빌과 디욘코리아가 바빠서 시간이 다 가버렸어.”

“농지전용허가 신청했어. 성환 종합기술공사라는데 맡겼어. 건축 인허가도 전문으로 하고 토목공사도 전문으로 하는 곳이야.”

“잘 했다. 잘 풀릴 것 같냐?”

“전용 목적이 뚜렷하고 농지에 하자가 없어 농지관리위원회 심의가 무난히 통과될 것 같아. 농지조성비가 발생할거야.”

“알겠다.”

“농지 전용허가가 떨어지면 지목변경 신청도 할게.”

“공장을 짓지 않아도 지목변경이 가능한가?”

“원래 설계도면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들이 다 알아서 해 준다고 하네.”

“알겠다. 비 많이 온다고 하는데 기사들에게 안전운행 하라고 해라.”

“그렇지 않아도 우중 과속으로 걸리면 범칙금 안 봐준다고 했어.”

화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신사동 빌딩 사무실에서 중국에서 보내온 사업계획서를 보았다.

“사업계획서가 수정 계획서라고 한걸 보니 손을 좀 댄 모양이네.”

구건호는 사업계획서를 보았다.

“호텔의 층수와 대합실 같은 면적은 좀 줄어들었는데 투자액은 마찬가지네.”

구건호는 전에 번역을 맡겼던 외국어 대학교 강사의 전화번호를 찾아 번역물이 있으니 사무실로 오라고 문자 메세지를 보냈다.

바로 회신이 왔다.

[강남역 근방 오피스텔로 가면 되겠습니까? 오늘 오후 2시까지 가겠습니다.]

구건호는 신사동의 지에이치 빌딩 18층으로 오라고 다시 문자를 보냈다.

오후에 신정숙 사장이 북 카페와 갤러리에 왔다가 구건호가 있는 사장실로 올라왔다. 혼자 오지 않고 마츠이 요시타카 선생하고 같이 왔다.

“어서 오십시오.”

“차 한잔 얻어먹으러 왔습니다.”

“올라오다 보니 갤러리에선 다른 작가 전시회를 하네요.”

“국내작가 합동 전시회입니다. 유명한 작가들은 아니고 신진 작가들입니다. 신예작가 5인전 입니다.”

“그럼 5명의 작품을 전시한다는 이야기이네요.”

“그렇습니다. 대학교 강사들이라 학생들이 많이 보러옵니다. 그 사람들 친구들도 많이 오고요.“

“그 사람들 작품도 좀 팔립니까?”

“예, 절반은 팔려 나갑니다. 거실에 걸어 놀만한 예쁜 그림들도 있습니다.”

비서 오연수가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오연수는 신사장만 오면 좋아했다. 갤러리 업무 지원을 많이 해서 친해진 모양이었다. 오연수는 구건호를 약간 무서워했다.

신정숙 사장이 가방에서 잡지책 두 권을 꺼냈다. 일본 코스프레 잡지였다.

“한번 보세요. 사장님. 요시타카 선생님이 가져온 겁니다.”

구건호가 웃으며 잡지를 펼쳐보았다.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 복장을 그대로 입고 나왔네요.”

잡지 속 사진은 노랑머리 파랑머리를 하고 십자군 복장을 한 사람도 있고 군인 복장을 한 사람도 있고 백발마녀의 모습을 한 사람도 있었다.

“아이고 난 이거 어지러워서 못 보겠네요.”

“아이들이 열광을 합니다.”

“요시타카 선생님은 일본 잡지사와 협의를 한 모양입니다. 한국에서 한국 잡지에 절반을 싣도록 하고 일정부분 인세를 지급하는 조건입니다.”

요시타카씨가 말했다.

“한국에도 코스프레 각종 대회가 많습니다. 코스프레 대회 현장에 대한 사진촬영과 기사는 제가 쓰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대회를 열어볼까 합니다.”

“우리가 대회를요?”

“잡지가 아직 발행이 안 되어 있으니 지에이치 갤러리 명의로 대회를 열고 대회 우승자는 일본 코스프레 경연대회에 참가 자격을 주는 것입니다.”

“항공료와 숙박비가 꽤 들텐 데요.”

“그래서 이번 대회 참석자들에게는 참가비를 받는 겁니다. 항공료나 숙박비는 참가비로 활용하면 됩니다.”

“흠.”

“지금 5월 달이니 대회 열기도 좋은 계절입니다. 심사 후 수상자에게는 7월 달 방학기간을 이용해 일본 대회에 참여시키는 것입니다. 일본은 자주 그런 행사가 열립니다.”

“그럼 그건 어디서 할 예정입니까?”

“여의도 광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 심사위원장으로 구사장님을 모실까 합니다.”

요시타카씨의 말을 듣고 구건호가 펄쩍 뛰었다.

“뭐요? 심사위원장? 아, 나는 그런 것 몰라요!“

옆에서 신사장이 깔깔 웃었다.

“요시타카 선생님이 농담도 원래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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