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4
운송업 해외 진출 (4)
(264)
터미널 건설공사의 규모를 너무 크게 잡았다는 구건호의 말에 부시장이 반박했다.
“현재 안당시의 도시 규모로 보아 크게 짓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공공시설은 미래를 내다보고 건설해야 합니다. 지금은 안당시 인구가 80만 명이지만 3년 후, 5년 후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닙니까?”
“내륙 지역의 인구 증가율이 높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 중앙에서는 서부지역 발전을 정책방향으로 정하고 서부개발의 박차를 기하고 있습니다. 낙후된 서부지역을 동부만큼 끌어 올리자는 것이지요.”
옆에 있던 교통국장이 말했다.
“부시장님의 조부님은 팔로군 출신입니다. 당시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보고 동굴 속에서 생활하며 투쟁했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아야 합니다.”
“좋으신 말씀이지만 저는 경제적 효익을 따지는 기업인입니다. 투자에 대비한 효익이 많지 않다면 손을 대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터미널 부분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여객 운송업의 면허를 내주는 것입니다. 귀양시까지 오고가는 시외버스 운송업 면허를 내주는 것입니다.”
화려한 고급 음식점에서 딱딱한 사업 이야기만 오고가느라 부시장이나 구건호는 음식을 음미할 시간적 여유도 별로 없었다. 구건호가 민물고기 살을 발라먹으며 말했다.
“가행성보고서(可行性報告書: 사업계획서)를 볼 수 있습니까?”
이번엔 터미널 사장이 말했다.
“홍콩에서도 우리 사업에 관심을 보여 가행성보고서를 홍콩 기업에 제출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 약간 수정하고 있는데 원하신다면 보여드리겠습니다.”
“버스 운송업은 승객 수요에 따라 증차가 가능합니까?”
“물론 가능합니다.”
합자경험이 많은 구건호는 속으로 웃었다.
[버스 운송업의 증차를 해준다고? 황금노선 증차를 합자사에 밀어주겠나? 밀어주는 시늉만 하고 토착기업으로 모두 빼돌리겠지.]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합작기간중 합작사의 지분은 제3자에 양도 가능합니까?”
“흠... 그건, 투자자본 회수만 안한다면 상관없습니다.”
부시장이 말했다.
“사업 이야기도 좋지만 술도 한잔씩 해야지요. 자, 앞에 있는 술잔은 비웁시다.”
“쪽!”
“쪽!”
모두 앞에 있는 술잔을 비우자 부시장은 빈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터미널 사장께서는 사업계획서 수정본이 나오면 구사장님께 한부 우송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합자의 주체는 터미널 회사입니다. 동부터미널 동참(東站: 똥짠)을 관리하는 회사는 여객운송회사를 포함하고 있어 정식상호는 안당 객운 유한공사로 되어 있습니다. 안당시에선 제일 큰 회사입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정부부문에서는 다리만 놓아주는 역할만 하겠지요. 합자는 기업대 기업으로 하는 거니까요.”
대화가 잠시 중단되었다. 화려한 소수민족의 의상을 입은 남녀 두 사람이 호궁을 들고 들어왔다. 이들은 중국 전통음악을 연주하였다.
참석자들은 음악을 감상하며 술과 음식을 먹었다.
연주가 끝나자 부시장이 구건호에게 은밀히 말했다.
“구사장, 어때요? 터미널 사업에 흥미가 가십니까?”
“글쎄요. 흥미는 가는데 초기 투자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네요.”
“돈은 한꺼번에 들어오지 않아도 됩니다. 기성고(旣成高:completed amount)률에 따라 들어와도 됩니다.”
“현 터미널 토지를 담보로한 은행 대관(貸款: 대출)이 어려운가요?”
“그건 합자사가 설립되고 초기 투자자본이 들어와야 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사업계획서가 도착하면 연구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연회가 끝나고 호텔로 돌아온 구건호는 너무 술을 많이 마셨는지 머리가 아팠다.
“내가 미쳤지. 독한 바이주를 계속 퍼 마셨으니.”
구건호는 침대에 누워 생각을 해보았다.
[버스회사는 운송업 면허만 있으면 버스 사는 거야 얼마 안 들어가겠지. 고속버스는 리스로 가져와도 될 거야.]
[문제는 터미널 공사비인데 250억 이상 들어가니 그게 문제네. 만약에 지에이치 모빌이 상장이 되었다면 전환사채라도 발행하면 되었을 텐데 아쉽네. 사실 터미널 사업도 대박은 아니라도 짭짤한 이익은 보장되는 사업인데 말이야. 캐쉬카우(Cash Cow)사업 아닌가?]
구건호는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배가 몹시 아팠다. 그리고 설사도 났다.
“어제 독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 모양이다.”
구건호는 아침도 먹기 전에 화장실을 벌써 3번이나 갔다 왔다.
“소주에 가는 비행기가 오후 6시 였지? 여기 터미널 사장이 차를 보내주면 안당 풍경구를 관광하고 오후 1시에 귀양시로 가기로 했는데, 자꾸 설사가 나니 큰일이군.”
창밖을 보니 부슬비가 내렸다. 어쩐지 몸도 으슬으슬해지는 것 같았다. 구건호는 터미널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은 몸도 좀 피곤하고 비도 오고 그러니 안당 풍경구 관광은 취소하겠습니다. 차는 1시까지 호텔로 좀 보내주십시오. 바로 귀양 비행장으로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비가 와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엄찬호가 구건호 방으로 왔다.
“아침 식사는 너 혼자 내려가서 해라. 내가 설사가 났다.”
“설사약을 좀 드릴까요?”
“설사약? 약을 가져왔나?”
“예, 가져왔어요. 잠시 기다리세요.”
엄찬호가 약을 찾으러 자기 방으로 가자 구건호는 엄찬호가 기특하다고 생각 되었다.
[짜식, 비상약도 준비할 줄 알고 제법이네. 저놈한테 그런 면이 있었나?]
엄찬호가 비상약이 들어있는 작은 상자를 가져왔다. 상자 안에는 설사약인 정로환을 비롯해 소화제나 감기약, 상처 바르는 연고, 일회용 반찬고, 붕대 같은 것도 질서 정연히 담겨져 있었다.
“정리를 잘해 가지고 왔네.”
‘사모님이 주신 겁니다.“
“사모님이 줘? 어떤 사모님이?”
“사장님 사모님이요.”
“내 와이프가? 언제 이걸 주었나?”
“중국 출발하기 전날 우리 신사동 빌딩으로 오셨잖아요? 못 만나셨어요?”
“그랬어?”
“그날 점심때 오셔서 이 상자를 전해주면서 중국 잘 갔다 오라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환자 진료 때문에 얼른 가봐야 한다며 가셨어요.”
“그랬나?”
구건호는 가슴이 뭉쿨 하였다.
[영은아, 고맙다.]
구건호는 뜨거운 물에 정로환을 먹으니 배가 가라앉는 것 같았다. 침대에 누어있자니 김영은의 생각이 간절했다. 김영은의 하얀 속살도 생각났다.
[이게 부부인 모양이구나. 별로 잘해 주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미안하다. 동경에 가서 모리에이꼬와 하룻밤 자고 온 것도 너한테 한없이 미안하다. 갈 때 면세점에서 선물이라도 사가마.]
그런데 면세점에서 산 고가의 물건은 김영은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
[뭘 사지? 뭐 재미나는 물건 없나.]
비가 개인 것 같아 엄찬호를 불러냈다.
“차는 1시에 오기로 했어. 오늘 비가 와서 관광은 취소했으니까 시내 구경이나 하자.”
엄찬호가 좋다고 따라 나왔다.
비가 온 뒤라 거리는 깨끗해졌지만 도로의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는 곳이 많았다. 악취도 났다.
“사장님, 저 간판은 뭐라고 쓴 겁니까?”
“세탁소야.”
“저 간판은 뭡니까?”
“이발소야.”
엄찬호는 따라오면서 삼륜차나 소수민족 의상을 한 사람 모습 등을 사진 찍기도 하였다. 전통 공예상품을 파는 곳에 들어가 소수민족 의상을 한 나무 인형이 있어 2개를 샀다.
“하나는 너 가져라.”
엄찬호가 나무 인형을 받고 좋아했다.
구건호와 엄찬호는 터미널 사장이 내준 승용차를 타고 오후 5시경 귀양시에 있는 귀양 공항으로 왔다. 기사에게 엄찬호가 한국산 담배 두 갑을 선물로 주었다.
쑤저우 공항에는 김민혁이 자기 차를 가지고 마중 나왔다.
“구사장! 귀주성 잘 갔다 왔어?”
“응, 잘 갔다 왔어.”
“엄찬호도 왔구나!”
“안녕하세요?”
“가자, 식사 아직 못했지?”
“중국음식 말고 어디 한식당 없나?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설사가 나.”
“한식당 좋은데 있어 가자!”
쑤저우(소주) 시내는 밤이 되어서 그런지 휘황찬란한 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어이쿠, 여긴 굉장히 큰 도시네요.”
엄찬호가 차창 밖 풍경을 보면서 말했다.
김민혁이 구건호와 엄찬호를 어느 호텔 한식당으로 안내했다.
“난, 된장찌게로 해야겠다.”
“그래? 그런데 엄찬호는 젊은 사람이라 고기를 먹어야 할 것 아닌가? 불고기 할까?‘
“예, 아무거나 좋습니다.”
김민혁은 된장찌게 1인분과 불낙 2인분을 시켰다.
김민혁은 공장 돌아가는 상황을 설명했다.
“쑤저우에는 국가 산업단지인 공업원구가 있어서 다행이야. 여기에 들어와 있는 한국 업체들의 주문도 쏠쏠해. 현재 월 매출 7억은 무난히 돌파하고 있어.”
“년 간 매출액 80억은 넘겠구나. 작년에 78억 했지?”
“금년 목표는 100억인데 잘 될 거야. 품질 좋고 납기 잘 맞추어주니까 반응들은 좋아. 더구나 딩딩 판매회사와 연계되어 영업활동을 하니까 조짐은 좋아.”
“중국 공장도 자리가 잡혀가니 좋다.”
“기계가 속 썩이지 않으니 좋아. 처음엔 툭하면 불량이라 납품 업체에 가서 싹싹 비는 것이 일이었는데 요즘은 그런 일이 없어 좋아.”
“다행이구나.”
“퇴직 공장장이 있으니 든든해. 그 양반 아직 건강하니 좀 더 데리고 있으려고 해.”
“급여 1만 위안에 불만은 없지?”
“만족 해 하는 것 같아. 방값을 회사에서 부담해 주고 분기별로 한국 왔다 갔다 하는데 항공권 지원해주고 있으니까 좋아해. 어느 땐 오히려 나한테 미안하다고도 하는데 뭘.‘
“그래?”
“지금 우리 매출에 효자노릇 하는 건 기존 매출도 있지만 S기업에 들어가는 AM083어셈블리하고 리스캉이 소개해준 창호회사야. 딩딩이 이번에 염성에 있는 공장에 가서 도면을 하나 얻어와 지금 한국으로 보냈어.”
“모빌의 연구소장에게 보냈나?‘
“연구소장한테 보냈어. 다음 주까지는 금형 만들어서 보내준다고 했어.”
“흠, 그래?”
“그것만 터지면 올 매출 100억은 못하더라도 90억은 문제없이 돌파해.”
“너 아직도 중국 대학동창회 총무 하냐?‘
“헤헤, 하고 있어. 만동전장 북경공장에 과장으로 나와 있는 친구가 여기 한번 놀러온다고 하는데 내가 한번 뜨겁게 대접하려고 마음먹고 있어.”
“만동전장도 모빌의 두 번째 거래처인데 여기서도 거래가 이루어지면 좋지.”
“그런데 공장이 북경이라 물류비가 좀 들어가. 고가품 위주라면 한번 해 볼까 생각중이야.”
“그래, 그쪽도 뭔가 좀 터졌으면 좋겠다.”
“방은 이 호텔에서 그냥 묵으면 돼. 내가 방 2개 예약은 해 놓았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내일 오후 비행기지? 그럼 내가 내일 10시쯤 여기로 올게.”
‘그래라.“
“내일 오전에 우리 공장 잠깐 보고 딩딩사무실 가면 돼. 내가 딩딩보고 점심은 그쪽에서 할 거니까 좋은 식당 잡아 놓으라고 했어.”
“음, 그래? 알겠다.”
구건호는 한식을 먹으니 기운이 났다. 그리고 중국 공장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았다.
[중국 공장은 인수할 때 물파산업 아들한테 1억 원 주었지? 그리고 자본금 3억으로 공장운영하고 이번에 9억5천만원 배당 받았으니 공장 하나는 주운 거나 마찬가지네.]
[거기다가 김민혁이 여길 기반으로 성공했고, 퇴직한 공장장도 여기 와서 일하니 얼마나 좋아. 이제부터 벌어들이는 돈은 공짜나 마찬가지야. 괴산에 있는 박도사 말마따나 돈은 김민혁이 벌고 나는 돈만 세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