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3
운송업 해외 진출 (3)
(263)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2시에 로비에서 다시 모이기로 했다. 구건호는 밥을 먹고 나면 커피를 마셔야 하는데 중국 사람들은 커피를 안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구건호는 호텔 8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왔다. 구건호의 가방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일회용 커피가 있었다.
“커피를 마시니 살 것 같네.”
구건호는 옆방에 있는 엄찬호를 호텔 내 전화로 불렀다. 엄찬호는 호텔 전화인줄 알고 발음도 이상한 영어 목소리로 받았다.
“헬로우?”
“헬로우? 나야, 나.”
“아, 사장님.”
“너, 커피 못 마셨지?”
“못 마셨어요. 마시고 싶은데.”
“내 방에 와. 커피 줄게.”
구건호는 일회용 커피를 몇 개 주었다.
“네 방에 가면 물 끓이는 커피포트 있지? 중국인들은 뜨거운 차를 마시니까 커피포트가 아마 있을 거야.”
“예, 있어요.”
“가져가서 타 마셔라.”
“헤헤, 사장님. 이런 것도 준비하시고, 고맙습니다.”
오후 2시가 되자 구건호와 엄찬호는 로비로 내려갔다.
부시장이 말했다.
“터미널 안내는 장도기차참의 총경리(사장)가 할 겁니다. 우리 안당시는 터미널이 두 개가 있습니다. 서참(西站: 서부 터미널)과 동참(東站: 동부 터미널)이 있습니다. 서참은 규모가 작고 이번에 합작으로 최신식 터미널을 만들려고 하는 곳은 동참입니다.”
옆에 있던 교통국장이 말했다.
“시내도 한번 돌아보시고 터미널도 한번 보십시오. 그리고 쉬셨다가 정식으로 저녁 만찬에 초청하겠습니다. 부시장님과 저는 들어갔다가 이따 저녁 만찬에 참석하겠습니다. 그럼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승용차 앞좌석에 터미널 총경리가 타고 뒷좌석에는 구건호와 엄찬호가 탔다.
차가 시내를 달렸다. 시내는 대형 시내버스도 많고 택시나 승용차도 많았다. 오래된 차가 많이 있기는 하지만 80만 명이 산다는 도시니까 차량 통행이 제법 있었다.
“우리 안당시는 도로의 규획이 3종(縱) 3횡(橫)이 있습니다. 이 3종 3횡을 중심으로 하여 간선도로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흠, 그런가요?”
“지금 가시는 동부 터미널은 약간 시내에서 벗어나 있지만 3종 3횡의 중심도로가 걸쳐있는 곳이라 시내버스와 연결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 지하철은 없지요?‘
“하하, 지하철은 없습니다. 지하철이 들어오려면 도시 인구가 수백만 명은 되어야 합니다.”
큰 건물이 사라지고 단층건물이 나오더니 동참이라고 쓴 표지판이 나왔다. 터미널 앞에는 택시들이 정차해 있고 사람들이 많이 서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구건호를 태운 차량은 터미널 대합실 쪽이 아니라 바로 주차장 광장 안으로 들어갔다. 구건호를 태운 차량을 보고 경비원이 경례를 했다. 자기네 사장 차이니까 그런 모양이었다.
1만평의 부지라 그런지 광장은 엄청 넓어 보였는데 터미널 대합실은 작았다. 대합실과 매표실이 있는 건물은 1층 가건물이었다. 콩코스에 장거리 행 버스가 몇 대 서 있는데 중형버스도 있었다. 모두 한국의 80년대 버스같이 낡은 차량들이었다.
“여기가 대합실입니다.”
대합실에는 보따리를 옆에 놓고 하염없이 차를 기다리는 시골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여기가 매표소입니다.”
매표원들이나 승차권을 검사하는 검표원들이 자기네 사장인 총경리를 보고 인사를 하였다. 구 뒤에 낯모르는 구건호와 엄찬호를 보고 사람들이 수근 댔다. 차림새가 중국인들과 좀 다른 것 같으니까 목을 내놓고 관심 있게 쳐다보았다.
“여기가 행리부(行李部: 화물부)입니다. 옛날 무협지에 나오는 표국(鏢局)의 역할을 하는 곳이지요. 하하.”
화물부에는 화물들이 쌓여 있었고 엄청나게 큰 저울도 있었다. 화물직원들이 총경리를 보고 인사를 하고 열심히 일하는 척 하였다. 화물부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사납게 생긴 아줌마 직원들도 많이 있었다.
“여기는 터미널 파출소입니다.”
1층짜리 가건물에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었다. 파출소에 있는 경찰관들도 총경리를 보고 인사를 하였다.
“여기는 시 도로 운수관리처 사무실입니다.”
경찰관 비슷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차량을 단속하는 곳입니다. 불법영업도 여기서 잡아냅니다.”
“흠, 그런가요?”
“제 방에 가서 차 한잔 하시죠.”
총경리 방은 기억자로 꺾어진 북측에 있었다. 총경리가 있는 방은 시멘트로 지어진 단층인데 창문이 옛날식으로 둥근 창문이 있었고 앞에 기둥도 붉은 원형이었다.
총경리 방은 엄청 넓었다. 응접세트도 있었다. 구건호와 엄찬호가 소파에 앉자 총경리는 창문을 열고 누굴 불렀다.
“양핑! 양핑! 차 좀 가져와!”
중국 사람들은 직함을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부르는 경우도 많았다. 정식으로 과장이나 부장 직함을 받은 사람들은 직함을 불러주었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름을 마구 불렀다. 우리처럼 씨자도 안 붙였다.
차를 마시면서 총경리가 구건호에게 물었다.
“보신 감상이 어떻습니까?”
“부지는 넓네요.”
“여기 건물들을 모두 헐어버리고 최신식 터미널을 짓는 것입니다. 호텔을 포함한 연건평 1만 5천평의 건물을 짓는 것입니다.”
“1만 5천평! 호텔이 있나요?”
“터미널은 3층으로 올라가지만 터미널 건물 끝에 12층짜리 호텔이 들어섭니다. 건설비는 상가와 호텔을 분양하고 뽑도록 되어있습니다.”
“호텔이 되나?”
“여기서 장거리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10시간씩, 20시간씩 계속 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잇습니다. 중국은 땅이 넓어 도시간 간격이 넓어서 그렇습니다. 기차역 앞이나 버스 터미널 앞의 호텔은 무조건 장사가 되게 되어 있습니다.”
“흠, 그래요?”
“그것은 사장님께서 다른 지역을 알아봐도 그럴 것입니다.”
“터미널이 완공되면 하루 이용객 수는 얼마로 보십니까?”
“1만 5천명을 예상합니다. 대형버스 일일 주차대수는 150대가 가능합니다.”
“건축물 설계도면이 이미 나와 있다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호텔에서 쉬시다가 저녁 6시가 되면 저희들이 모시러 가겠습니다. 그땐 부시장님과 교통국장이 오실 겁니다.”
“그렇게 하시죠.”
총경리가 아까 타고 왔던 자기 차 기사를 불렀다.
“이 두 분 안당 호텔까지 모셔다 드려.”
“알겠습니다.”
총경리가 구건호를 돌아보며 손을 내밀었다.
“그럼 저도 이따 저녁에 뵙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쇼.”
구건호는 총경리와 헤어져 차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가는 도중 구건호가 기사에게 물었다.
“지금 터미널 전체 종업원 숫자는 얼마나 됩니까?”
“130명 정도 됩니다.”
“흠, 그래요?”
“그런데 사장님은 중국어를 참 잘하십니다. 저는 처음에 홍콩이나 대만에서 오신 줄 알았습니다.”
운전기사는 룸미러를 쳐다보며 계속 말했다.
“여기는 대만이나 홍콩 사람들이 자주 옵니까?‘
“자주는 안 옵니다만 가끔 관광객이 옵니다. 사장님이 보신 터미널도 처음엔 홍콩하고 합작이 추진되어서 홍콩 사장님이 여기 몇 번 다녀가셨습니다.”
“합작이 잘 안된 모양이군.”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요즘은 안 나타나는걸 보니 뭐가 잘 안된 모양입니다.”
“터미널은 시 예산으로 지어도 될 텐데 굳이 외자를 끌어드리려고 하네."
“원래는 시 예산으로 지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다 돈을 쏟아 부으면 복지예산이 축소되니까 터미널 건설은 연기되었습니다. 이번에 귀양까지 준고속도로가 생기니까 외자라도 끌어들여 터미널을 짓자 이렇게 된 모양입니다.”
“터미널 새로 지으면 상가 분양이 잘되겠어요? 호텔도 잘 되고?”
“헤헤, 우리야 그런 것 잘 모릅니다. 하지만 터미널인데 장사가 안 되겠습니까?”
구건호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놈들이 터미널 부지 1만평을 뻥튀기해서 현물 출자 하겠다고 하겠지. 얼마를 달라고 할까? 그리고 건축비는 얼마나 들까? 연건평 1만5천평이면 건설비가 어마어마 할 텐데. 그러면 한국에서 자금 유치 활동을 해봐? 하지만 요즘 누가 중국에 투자하겠어. 그리고 이놈들이 외자를 끌어드리려고만 하지 돈 벌어 나가게 해 주겠어?]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차는 벌써 호텔에 도착하였다.
“찬호야, 나는 여기서 내일 오후에 소주로 가는 항공권 예약을 해야 되니까 너는 네 방에 올라가서 쉬어라. 저녁 6시에 여기 로비에서 만나자.”
“사장님 저, 거리 구경 좀 하고 와도 되겠지요?”
“멀리가진 말아라. 프론트에 가면 호텔 명함이 있으니 뽑아가지고 가라.”
“알겠습니다.”
6시가 되었다.
터미널 총경리가 여자직원 한명을 데리고 호텔로 왔다. 구건호는 거리 구경하러 나간 엄찬호가 안 돌아와서 불안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밖에 나간 일행이 안 돌아 왔네요.”
구건호가 안절부절 못하고 로비를 맴돌았다. 10분이나 지나서 엄찬호가 사색이 되어 뛰어왔다.
“죄송합니다. 방향 감각을 상실해서요.”
“어떻게 용케 찾아왔구나.”
“택시타고 기사한테 명함 보여주었더니 바로 이곳으로 오데요.”
“택시 요금 얼마 나왔니?”
“모르겠어요. 시간이 늦어 50위안짜리 던져주고 막 뛰어왔어요.”
“빨리가자. 늦었다!”
“죄송합니다.”
구건호는 터미널 사장과 함께 명하찬청(明河餐廳)이란 곳을 왔다. 소수민족의 의상을 입은 종업원들이 손님을 접대했다.
연못까지 있는 으리으리한 내실로 안내되자 엄찬호는 무척 놀란 표정을 지었다. 구건호도 조그만 도시에 비해서 음식점이 너무 호화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늦게 도착했어도 부시장이나 교통국장은 아직 오지 않았다.
“다행이다. 먼저 와서 기다리게 했으면 결례가 될 뻔했다.”
중국 고급 식당은 어딜 가나 손님이 의자에 앉으면 사기그릇 주전자에 담긴 뜨거운 오차를 내왔다. 오차를 마시고 있는 사이에 부시장과 교통국장이 왔다.
산해진미의 음식이 나오고 바이주가 나왔다.
“터미널은 잘 보셨지요?”
“잘 보았습니다.”
“건설 규모도 터미널 총경리한테 이야기 들었지요?”
“잘 들었습니다.”
부시장이 바이주 잔을 자기 앞에 모두 모아놓고 한잔씩 따라 참석자 모두에게 한잔씩 따라 주었다.
“자, 한국 서울에서 멀리 이곳까지 오신 구건호 선생을 환영하며 한잔씩 합시다.”
“깐(건배)!”
“깐(건배)!”
“찬호야, 많이 먹어라. 너 한국에서는 운전하느라 술 많이 못 먹었지? 여기서는 마음 놓고 마셔라.”
“음식이 전부 입에 살살 녹는 것만 있네요.”
구건호가 부시장과 교통국장의 잔에 술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투자 금액은 얼마로 잡으셨습니까?”
교통국장이 부시장을 대신하여 대답했다.
“5천만 달러입니다.”
“그럼 중국과 한국이 각각 2,500만 달러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방금 제가 보고 온 터미널 부지의 평가액이 2,500만 달러입니까?‘
“그렇습니다.”
“너무 과대한 평가입니다. 1만평부지가 2,500만 달러면 한국 돈으로 평당 250만원이라는 이야기인데 이런 가격은 제가 합작을 했던 쑤저우나 항쪼우 같은 대도시의 금액과 비슷합니다.”
‘여기도 땅값은 만만치 않습니다.“
“귀주성 성도인 귀양은 인구 450만 명이라고 하지만 시내 인구는 150만명이 넘지 못합니다. 여기 안당시도 인구 80만 명이라고 하지만 시내 인구는 30만명 정도로 봅니다. 터미널을 너무 크게 짓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