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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 이야기-262화 (262/501)

# 262

운송업 해외 진출 (2)

(262)

귀주성 귀양공항에 도착한 구건호는 시계를 보았다.

“이런, 벌써 밤 9시네. 택시를 빨리 잡아야겠다. 찬호야, 밥은 호텔 잡고서 먹자.”

“좋을 대로 하세요.”

공항의 입국 심사대를 빠져나오자 어떤 여자가 흰 종이에 구건호라는 이름을 쓴 것을 흔들고 있었다.

“나를 찾는 거요?”

“한국인 구사장님입니까?”

“그렀습니다만.”

“저는 안당시 외사판공실에서 나온 사람입니다. 호텔까지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외사판공실(外事辦公室)?”

“그렇습니다.”

중국통인 구건호는 금방 감을 잡았다.

[안당시 부시장이 안배를 한 모양이군. 외자 유치를 위해 한국인 사장이 오자 공항까지 차를 보내주었군.]

검은색 아우디 승용차가 밖에 대기하고 있었다.

“찬호야, 타자.”

“사장님, 이거 마음대로 타도됩니까?”

“타도된다.”

앞자리에 탄 검정색 투피스의 여자가 물었다.

“이야기 듣기로는 진치아오 판디엔(금교 호텔)에 투숙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소. 호텔 앞까지만 가주시면 됩니다.”

귀양시는 우리나라로 치면 도청소재지라 엄청 큰 도시였다. 인구 450만명의 도시라고 하니까 인구로 따지면 부산보다도 컸다.

차 안에서 구건호는 외사판공실 직원에게 물었다.

“귀주성의 면적이 얼마나 됩니까?”

“17만 평방 키로미터가 조금 넘습니다.”

“힉! 17만!”

옆에 있던 찬호가 물었다.

“왜, 놀라세요?”

귀주성의 땅 넓이가 17만 평방키로라니 내가 놀라지 않을 수 있겠냐?“

엄찬호는 17만 평방키로에 대한 감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게, 얼마나 큰 건데요?”

“귀주성 하나만 갖고도 우리나라 남한 전체의 면적보다도 훨씬 크다. 남한 면적이 10만 평방 키로미터도 안 되는데 귀주성은 17만 평방키로란다.”

“진짜 크군요.”

구건호는 다시 외사판공실 직원에게 물었다.

“그럼 귀양시는 얼마나 큽니까?”

“8천 평방 키로미터입니다.”

“8천!”

구건호는 기가 막혔다. 귀양시의 넓이는 우리나라 충청북도보다도 넓었다.

“세상에! 도시 하나의 면적이 우리나라 도 면적만큼 크니 이 나라는 도대체 땅덩어리가 얼마나 큰 거야?”

아우디 승용차는 계속 달려 화려한 빌딩숲이 보이는 시내로 들어왔다.

“나는 귀양시가 오지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큰 도시였네.”

차는 금교호텔에 도착하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아침 9시까지 이곳으로 다시 오겠습니다. 안당시로 이동하려면 버스가 낡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저희가 안당시까지 모시겠습니다.”

“오, 내일 아침에 이곳으로 오시겠다고요?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구건호는 호텔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였다.

“단런팡(單人房: 혼자 자는 방) 두 개 주세요.”

구건호는 열쇠 두 개를 받아 한 개는 엄찬호에게 주었다.

“혼자서는 밖에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라. 너는 중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길이라도 잊으면 큰일 나니 꼭 나하고 같이 다녀야 한다.”

“알겠습니다.”

“방에다 짐 두고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라. 밤이 깊어 밥 먹을 데가 있을지 모르겠다.”

구건호와 엄찬호는 거리를 걸었다. 가게 문들은 이미 닫쳐진 곳이 많았다.

“저기 뒷골목에 분식집 같은 것이 있다.”

음식점 이름이 양명쾌찬(陽明快餐)이라고 쓴 곳을 들어갔다.

“중국말로 ‘양밍콰이찬’이라고 쓴걸 보니 분식점 맞는 것 같다.”

“사장님은 저렇게 쓴 한문 글씨를 다 아세요?”

“알지. 저런 걸 모르면 어떻게 하나? 저런 건 기초지.”

“와, 사장님 대단하시네요.”

구건호는 기름에 튀긴 말랑말랑한 꽈베기와 두부조림, 돼지고기 무침 등을 시켰다. 그리고 맥주도 한 병 시켰다.

“어째? 먹을 만 하냐?”

“좋은데요? 우리 입에 맞는 것 같은데요? 두부는 간한 게 조금 이상하긴 하네요.”

“오늘은 늦었으니 여기서 이렇게 때우고 내일 잘 먹자. 안당시에 가면 부시장이 베푸는 만찬이 있을 거다.”

맥주까지 마시고 말랑말랑한 꽈베기까지 뜯어먹고 나니 배가 불렀다.

“가자. 오늘 아침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상해에서 다시 귀양까지 얼마를 이동한 거냐? 너도 피곤하겠다. 호텔에 가서 푹 자라.”

구건호는 현금으로 계산을 하고 콰이찬팅을 나왔다.

골목을 빠져 나오는데 앞에 오던 두 사람이 구건호의 어깨를 툭 쳤다.

“쓰리꾼이다!”

엄찬호가 순식간에 남자 한사람의 목덜미를 잡고 바로 팔을 비틀어버렸다.

“악!”

땅바닥에 한쪽 발을 꿇고 엄찬호에게 빠져나오려고 남자가 발버둥 쳤다. 남자의 손에서 구건호의 지갑이 떨어졌다.

“어! 저건 내 지갑!”

구건호가 얼른 달려가 지갑을 주웠다. 그때까지도 구건호는 자기 지갑을 쓰리 당한 걸 몰랐었다.

“악!”

엄찬호가 팔을 더 비틀자 남자는 비명을 질렀다. 옆에 있던 키 큰 남자가 재크 나이프를 빼들었다.

엄찬호가 윗저고리를 벗어서 구건호에게 던졌다.

“사장님 잠깐 옷 좀 부탁해요. 얘들한테 몸 좀 풀고 가겠어요.”

“달아나자. 칼 들고 설친다.”

엄찬호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꺾는 소리를 냈다.

“이 짱깨 새끼들! 너희들 오늘 임자 만났다!”

엄찬호의 팔뚝은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일반사람들보다 팔뚝이 굵었다. 환한 가로등 불빛 속에 엄찬호의 근육질 몸매와 함께 팔뚝 문신이 선명하게 들어났다.

팔을 꺾였던 남자가 소리쳤다.

“니칸! 거보샹더 원션! (팔뚝의 문신 봐라)”

남자가 재크 나이프를 든 남자에게 다시 소리쳤다.

“콰이 파오바! (도망가자!)”

엄찬호가 공격해 들어오자 두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갔다.

구건호가 엄찬호의 윗옷을 도로 주면서 말했다.

“오늘 찬호가 없었으면 내가 깨끗이 지갑 잊어버릴 뻔 했다.“

“아구창을 돌려버리는 것인데 좀 아쉽네요.”

“그래도 칼든 사람들한테는 조심해라. 위험해!”

“칼든 놈들 작살내는 방법은 따로 있어요.”

“그러나 그놈들 참 기술 좋네. 나는 내 지갑을 빼내는 것도 전혀 몰랐네.”

“우리가 호텔에서 나왔고 옷 입은 게 중국인들과 달라서 그랬을 거예요.”

“중국에 와서는 허름하게 입고 다녀야지 안 되겠다.”

둘은 호텔 앞까지 왔다.

“그럼 잘 자고 내일 아침에 8시쯤 만나자. 아침식사는 호텔 내에서 할 수 있을 거다.”

“알겠습니다.”

“방에 올라가면 냉장고 안에 맥주가 있을 거야. 더 마시고 싶으면 꺼내서 마셔라. 아까 보니까 냉장고 안에 맥주도 있고 땅콩 같은 안주도 있더라.”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오늘 엄찬호 덕분에 지갑을 잊어버리지 않아 다행인데 문신을 보고는 찝찝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긴팔 입고 다니는 봄철이니 그렇지, 한 여름에는 저놈 문신이 들어나 같이 못 다니겠는데. 점잖은 자리에는 못 데리고 다니겠어.]

아침 9시에 안당시 외사판공실에서 보낸 차가 도착했다.

“잘 주무셨습니까?”

검정색 투피스의 외사판공실 직원이 물었다.

“예, 잘 잤습니다. 댁들은 어제 어디서 잣습니까?”

“저희들은 초대소에서 잤습니다.”

차는 도심을 벗어나 시골길을 계속 달렸다. 유채꽃 사이를 달리고 작은 마을의 한가운데를 달리기도 하고 어느 때는 개울도 건너갔다.

구건호와 엄찬호는 꾸벅꾸벅 졸았다. 잠을 깨어보면 아직도 차는 계속 달리고 있었다.

“되게 머네.”

“우리가 3시간은 달려 왔을 걸? 아직도 멀었나?”

아침 9시에 출발한 차가 오후 1시가 되어서야 어느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

“안당시 다 왔습니다.”

도시는 귀양시 보다는 못하지만 도시 규모는 갖춘 곳이었다. 사람도 많고 빌딩도 많고 자동차도 많았다. 지방도시라 그런지 삼륜 자전거 형태의 인력거도 돌아다녔다.

차는 안당호텔 앞에서 멎었다. 아담한 호텔이었다.

“체크인 하고 계시면 시정부 사람들이 올 겁니다. 방에다 짐 놓으시고 로비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구건호와 엄찬호는 짐을 방에도 놓고 로비로 내려왔다. 외사판공실 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식당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직원은 호텔 안에 있는 식당으로 구건호를 안내하였다. 홀이 아닌 룸으로 안내되었다. 둥그런 식탁이 있었고 빙 둘러 의자들이 10개 정도 놓여 있었다. 구건호와 엄찬호가 앉고 안내를 했던 외사판공실 여직원과 아우디를 운전했던 기사가 선그라스를 쓴 채 들어왔다. 네 명이 테이블 의자에 앉자 종업원이 와서 오차를 따라주고 나갔다.

물을 마시고 있는데 건장한 체격의 남자 네 명이 들어왔다. 티셔츠 차림에 신발주머니 같은 가죽 가방을 옆구리에 낀 남자가 니하오를 외쳤다.

“니하오!”

판공실 직원이 벌떡 일어나 남자를 소개했다.

“안당시 부시장 장리시엔(張立憲)입니다.”

부시장이 옆구리에 낀 작은 가방에서 명함을 꺼내 구건호에게 주었다. 구건호도 자기의 명함을 주었다. 부시장은 명함을 엄찬호에게도 주었다. 엄찬호는 황송해 두 손으로 명함을 받았다.

부시장은 같이 온 사람들을 소개했다. 같이 온 사람들은 부시장보다도 나이들이 더 많아 보였다.

“이 분은 안당시 교통국장입니다.”

교통국장이 활짝 웃으며 구건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니하오!”

“이 분은 안당시 장도기차(長途汽車: 시외버스 회사) 유한공사 사장입니다.”

“이 사람은 기사입니다.”

나머지 다부지게 생긴 남자는 이들을 태우고 온 운전기사인 모양이었다.

푸짐한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부시장이 말햇다.

“이곳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해시 리스캉 국장으로부터는 구사장님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경영 능력이 탁월한 진보적 기업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조그만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일뿐입니다.”

엄찬호는 부시장과 구건호가 이야기 하는 소리를 하나도 알아듣지 못해 음식만 먹고 맥주만 마셨다. 같이 참석한 중국측 수행 기사들도 대화에는 전혀 끼어들지 못하고 밥만 먹었다.

이번엔 교통국장이 말했다.

“안당시와 귀양시 간의 준고속도로가 개통이 되었습니다. 중화 인민공화국 중앙의 서부지역 교통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위대한 사업이었습니다. 우리는 이에 따라서 인민들의 상호 래왕과 인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하여 장도기차의 반차(班車: 정기 운행)를 늘리고 낙후된 장도기차참(長途汽車站:터미널)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흠.”

구건호는 들으면서 메모를 하는 척 했다.

부시장이 민물 게 튀김요리를 젓갈로 집어 구건호와 엄찬호 앞에 있는 접시에 담아주었다.

구건호가 무협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두 손을 앞으로 모아 포개어 공수 자세를 취했다.

“아, 셰셰, 쎼쎄. (고맙습니다.).”

구건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엄찬호도 따라서 공수 자세를 취하고 어색하게 쎼쎼를 외쳤다.

부시장이 먼 곳에서 온 친구라고 하면서 건배를 외쳤다.

“깐, 깐(건배).”

부시장이 말햇다.

“만약에 구사장이 우리의 사업에 동참한다면 정부부분에서는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과실송금 또한 보장합니다.”

구건호가 말햇다.

“나는 한때 강소성에 있는 곤산시에서 합작 경험이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여기서 터미널 부지를 제공하고 건물은 외상(外商)기업에게 지어달라는 것 아니겠소?”

“그렇습니다. 터미널 부지는 기존에 있는 터미널을 그대로 제공합니다. 건물도 설계는 이미 다 나와 있습니다.”

“흠, 새로운 부지가 아니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부지를 내 놓는다?”

이번에는 시외버스 사장이 말했다.

“새로운 부지를 선택하면 시간도 걸리고 토지 조성사업도 해야 하고 접근성도 떨어집니다. 기존 터미널을 이용하면 따로 홍보할 필요도 없고 접근성도 우수합니다. 식사 끝나고 바로 현장에 안내해 드릴 것입니다.”

“면적이 얼마나 됩니까?‘

“50무(畝)입니다.”

“50무? 한국 평수로 1만평 정도 되겠군. 서울에 있는 강남터미널 보다는 토지가 작겠지만 동서울 터미널 규모는 되겠는데?”

구건호는 혼자 이런 생각을 하며 머리를 굴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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