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61화 (261/501)

# 261

운송업 해외 진출 (1)

(261)

구건호는 일본에서 돌아왔다.

“결혼을 한 사람이 일본에서 놀다왔으니 영은이한테 미안한데?”

구건호는 언젠가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에서 고급 외제 브랜드 핸드백을 파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가방이나 하나 선물로 사줘야겠다.”

이 곳에서 파는 브랜드 핸드백은 보통 수백만 원 이상짜리들이었다.

“영은이 뿐만 아니고 내 결혼을 위해 옆에서 많이 도와 준 최 화가나 신사장에게도 하나씩 선사해야 되겠군.”

구건호는 프랑스 샤넬 핸드백 3개를 샀다. 고액의 명품 핸드백 3개를 척척 사는 구건호를 보고 백화점 직원들은 온갖 친절을 베풀었다.

구건호는 핸드백 한개는 타워팰리스 아파트에 갖다놓고 두 개는 신사동 빌딩에 있는 사장실에 갖다 놓았다.

마침 신사장이 업무차 들렸을 때 핸드백을 주었다.

“이게 뭡니까?”

“핸드백입니다. 저의 결혼을 위하여 많이 도와준데 대한 작은 성의입니다.”

“어머나! 샤넬 핸드백이네!”

신사장은 탄성을 질렀다.

“두 개 샀으니 하나는 신사장님 드리고, 하나는 양평의 최 화가님께 드리려고 사왔습니다.“

“엄청 비쌀 텐데 이런 걸 사오셨네요. 고맙긴 한데 부담되네요.”

“부담 가질 필요 없습니다.”

“최 화가 것은 제가 전달해도 되겠습니까? 이번 토요일 양평 놀러가는데.”

“그렇게 하세요. 저도 전달하기 쑥스러운데 그래주면 고맙겠습니다.”

신사장은 좋아하면서 가방 두 개를 들고 나갔다.

구건호는 금요일 오후 퇴근하면서 엄찬호에게 물었다.

“여권 나왔지?”

“예, 나왔습니다. 사진 갖다 주니까 금방 나오던데요?”

“비자도 신청했나?”

“잘 모르겠고 정대리 주었습니다. 정대리가 신청해 준다고 했습니다.

“그럼 됐다.”

“갈 때 무슨 옷 입고 가면 됩니까?”

“정장해라. 중요한 사람들 만나고 그럴 때 가벼운 옷차림은 좀 그렇다.”

“넥타이는 안 메도 되지요?”

“안 메도 된다.”

“저, 중국말 못하는데 어떻게 하지요?”

“넌, 중국말 할 필요 없어. 뒤에서 폼만 잡고 있으면 돼.”

구건호가 현관문을 열고 아파트에 들어갔다. 김영은이 먼저 와서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잘 있었어?‘

“잘 다녀왔어요?”

김영은은 극히 사무적으로만 말하고 특별히 반가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나, 씻고 나올게.”

구건호는 세면장에 들어가 세수하고 발을 씻었다. 씻고 나오자 식탁에 밥이 차려져 있었다. 구건호는 김영은과 마주 앉아 밥을 먹었다. 오늘은 된장찌개가 아니고 무슨 시금치국 같은 것이 나왔다. 김영은은 계속 말이 없었다.

“식사하세요.”

여느 때처럼 반말을 하면 좋은데 존댓말을 계속 붙이니 거리감이 있어 보였다.

[왜 이렇게 나를 사무적으로만 대하지? 혹시 내가 모리에이꼬와 하룻밤 자고 와서 그런가?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뭘 느낀다는데 그래서 그럴까?]

구건호는 농담을 했지만 김영은은 별 반응도 없었다.

“참, 당신 주려고 핸드백 사왔어.”

김영은이 고개를 들고 핸드백을 쳐다보았다.“

“비싼 거야, 샤넬 핸드백이야.”

김영은은 약간 비웃는 미소를 지었다.

“아는 여자 있으면 갖다 주세요.”

“내가 아는 여자가 있나? 이 세상에 오로지 당신뿐인데.”

“그런 백은 졸부들이나 갖고 다니는 거예요.”

“세 개 사서 최화가와 신사장에게 하나씩 보내고 남은 거야. 그럼 그 사람들이 졸부인가?”

“중년 여성들은 그런 것 들고 다녀도 되지만 젊은 내가 그런 것 들고 다니면 사람들이 욕해요. 내 것은 아는 여자 있으면 갖다 주세요.”

[구건호는 김영은이 수상했다. 아는 여자를 자꾸 강조하는 것도 이상했다. 모리에이꼬를 알 턱이 없는데 자꾸 아는 여자를 갖다 주라니 마음이 캥겼다.]

“당신 이 핸드백 안 쓰면 중년 될 때까지 고이 모셔놓을게.“

이 말엔 김영은이 다소 웃는 것 같기도 했다.

식사 후 구건호가 설거지를 해 주었다. 구건호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김영은은 빨래를 널고 방을 청소하기도 했다.

TV뉴스도 보고나서 잠을 잘 때 구건호가 베개를 들고 김영은이 있는 안방엘 들어갔다.

“오늘은 각방 써요. 제가 오늘 좀 피곤해요.”

“왜 그래? 당신? 모처럼 서방님께서 오셨는데!”

구건호는 그러면서 김영의 볼에 입을 맞추려고 하였다. 김영은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막았다.

“내일 만나요.”

구건호도 약간 짜증이 났다.

“왜, 그래? 당신!”

“피곤해서 그래요.”

김영은은 그러면서 이불을 아예 뒤집어썼다.

[거참, 이상하네. 여자들 마음이란 알 수가 없네.]

구건호는 할 수없이 자기 베개를 들고 건너 방으로 건너와 혼자 잤다. 아무리 봐도 오늘 김영은의 행동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김영은은 당직근무가 있다고 하면서 명륜동 아남아파트로 갔다.

“그럼 등산은 나 혼자 갔다 와야겠네.”

“마음대로 하세요.”

김영은에게서는 여전히 찬바람이 돌았다.

“나, 다음 주에는 중국 가. 귀주성까지.”

“잘 다녀오세요.”

김영은은 여전히 사무적인 말투였다.

“중국 오지에 가기 때문에 이번엔 엄찬호하고 같이 가.”

김영은은 엄찬호라는 말에 고개를 약간 들었다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김영은은 구건호가 사온 샤넬 핸드백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의 낡은 가방을 들고 가버렸다.

화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모빌의 송사장, 디욘코리아의 김전무, 미디어의 신사장, 개발의 강이사, 로지스틱스의 문재식 등에게 문자로 중국 공장을 방문하고 오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중국의 지에이치 기차배건 유한공사와 디욘코리라 소료(塑料) 유한공사의 현황을 점검하기 위하여 3박 4일 출장 예정입니다. 보고 사항이 있으면 이메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구건호는 타고 간 벤틀리 승용차를 공항의 지하 주차장에 주차시켰다. 그리고 탑승 수속을 밟았다. 엄찬호가 있으니 챙겨 줘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자기의 가방을 들고 다니고 잔심부름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엄찬호는 해외여행 경험이 별로 없는지 약간 상기된 표정이었다.

“항공권이나 여권 같은 중요물품은 잘 챙겼지?”

“네, 여기 다 있습니다.”

“저기 은행 창구에 가서 100만원만 환전해가지고 와라.”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느긋하게 공항 라운지에서 차나 마시면 되었다.

구건호는 상해의 리스캉을 찾아갔다.

“여, 리스캉!”

“구건호! 반갑다. 온다는 전화는 받았는데 빨리 왔다.”

“마침 포동공항에서 택시를 금방 잡았어.”

“결혼식 때 직접 못가서 미안하다.”

“별소릴! 화환은 잘 받았다.”

“김민혁 사장 이야기 들으니까 부인이 따이푸(의사)라며?”

“음, 그래.”

뒤에서 있던 엄찬호는 구건호의 중국어 실력에 감탄했다.

[어휴, 사장님 중국어 기똥차게 잘하는데? 언제 그렇게 배웠지?]

리스캉이 뒤늦게 엄찬호를 발견하고 물었다.

“이 젊은인 누군가? 비서인가? 경호원 같은데? 운동한 사람 같아.”

“응, 비서 겸 경호원이야.”

“앉아라. 차 한 잔 해야지.”

“찬호야, 인사드려라. 상해시 국장님이다.”

엄찬호가 깍두기 스타일대로 정중히 인사하자 리스캉이 손을 내밀고 악수를 했다.

리스캉이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 했다.

“귀주성의 안당(安塘)이라는 작은 도시가 있어. 거기 부시장으로 간 내 친구가 잇는데 북경대를 같이 다녔고 공청단 활동도 같이 했던 친구야. 이 친구가 한국의 운송업체를 소개해 달라고 했어.”

“운송업체를 왜?”

“안당에서 성도인 귀양까지 준 고속도로가 건설되었는데 고속버스를 운행시키려는 모양이야.”

“흠.”

“그런데 거긴 시골 도시라 버스터미널도 보잘 것 없고 버스도 다 낡았어. 귀양시 인구는 450만명 정도 되고 안당시 인구는 80만 정도 돼. 중국은 도시 면적이 커서 시내인구는 그렇게 안돼.”

“그럼 안당서 귀양까지 버스회사를 만들려는 건가?”

“버스회사 정도는 다른 나라하고 손잡을 필요는 없어. 버스만 사서 굴리는 거야 누군 못하나? 실은 터미널을 짓는데 돈이 들어가서 그렇지.”

“버스 터미널을 짓고 싶다는 건가?”

“그렇지. 낡은 가건물을 다 때려 부수고 새 건물을 짓는다는 거지. 그리고 공사비용은 나중에 터미널 상가를 분양해서 돌려주겠다는 거지.”

“그러니까 터미널 부지는 있으니까 한국 기업이 들어와서 터미널을 짓고 상가 분양해서 투자한 돈 뽑아가라는 이야기군.”

“이를테면 그렇지.”

“만약에 터미널 상가가 분양이 안 되면 어떡하지?”

“터미널 상가가 분양이 안 될 리가 없지. 사람이 몰려드는 데가 아닌가.”

“누가 하겠나? 그건 돈도 많이 들어가고 투자자본 회수기간도 길 텐데.”

“그래서 우선 안당과 귀양을 오고가는 고속버스의 선로패(線路牌: 노선 운영권)를 준다는 거지. 즉, 버스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는 거야.”

“흠, 그래?”

“현지에 가봐. 낡은 버스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타.”

“구미는 당기는데 건물 짓는 비용이 만만치 않겠는데.... 자본회수도 2년 이상 될 것 같고....”

“가서 내 친구랑 협의해봐. 걔도 그 오지에 외국자본을 유치해 인민들 생활편익을 위한 터미널을 지었다면 당 중앙의 점수가 팍 올라갈 거야. 실상 인민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고.”

“안당에서 귀양까지는 얼마나 걸리나?”

“한 250키로 정도 돼. 도로가 새로 개통되었으니 고속버스가 투입되면 3시간이면 가겠지. 하지만 지금은 털털거리는 차가 운행하고 있어서 4시간 내지 5시간이 걸린다고 하더군. 간다면 안당시 부시장에게 내가 전화를 걸어줄게.”

“중국도 큰 기업이 많은데 중국 기업과는 왜 일을 안 하지?”

“중국기업을 찾기도 힘들뿐더러 상가분양이나 이런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시 정부는 일하기가 힘들게 돼. 왜냐하면 터미널은 공공성도 있잖아? 솔직히 외국자본은 경영에 대한 간섭이 덜하거든.”

“흠.”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건 가서 본 후에 판단하면 돼. 구사장이 보기에 전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안 해도 돼. 억지로 하라는 소린 안할게.”

“전에 드라마 제작사를 소개한다는 것은 어떻게 되었나.”

“소개할 수가 있는데 최근에 제작비가 너무 올라서 그게 문제네. 드라마 회당 100만 위안을 잡더라도 50회 대작이면 5천만 위안인데 감당할 수가 있겠는가?”

“흠, 한국 돈으로 90억 들어간다는 이야긴데.”

구건호는 귀주성부터 가보기로 했다.

“오늘 귀양 가는 비행기표가 있나?”

리스캉이 직원을 불렀다.

“귀양 가는 항공권 있는가 알아봐요.”

잠시후 직원이 와서 보고하였다.

“4시 비행기는 없고 6시 비행기 표가 있답니다.”

“알았어 그럼 6시 비행기로 가지. 거기 호텔 예약이나 해줘.”

“시내에 시청 부근에 진치아오(金橋) 반점이라는 호텔이 있어. 거기 예약해 놓을게.”

“그래, 방 2개만 예약해 줘.‘

“공항까지 내 차 타고 가.”

“공무원 관용차를 민간이 타면 되나. 그냥 일 봐. 콜택시나 불러줘.”

구건호는 엄찬호를 데리고 홍치아오 공항으로 갔다.

엄찬호가 물었다.

“여기서 비행기를 또 탑니까?”

“응, 귀양이란 도시를 가는데 서울에서 상해 온 거리보다 더 멀어. 중국 국내선 비행기라 비행기가 고급스럽지는 않으니 감안해라.”

“헤헤, 중국 비행기도 타보고 좋은 경험 많이 하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