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54화 (254/501)

# 254

신행(新行) (2)

(254)

구건호의 개인 통장에는 현금 40억이 있었다. 그리고 급여가 들어오는 다른 통장에는 그동안 급여 쌓인 돈이 2억 정도가 되었다.

증권사에 있는 1,700억은 여러 가지 채권을 사놓았으나 아직 만기가 안 되어 그대로 놔둔 상태였다. 급여는 지에이치 모빌과 개발, 미디어, 및 디욘코리아 등 4개 회사에서 나오므로 약 4천만원 정도 되었다. 수입은 월급만 있었지 자본투자에 대한 수입은 아직 없는 상태였다.

“개인통장에 있던 40억은 다 빠져 나갔겠는데?”

개인통장의 돈은 지에이치 로지스틱스의 성환공장을 사면서 20억이 나갔고 주변의 논을 두 번에 걸쳐 사는 바람에 19억이 빠져 나갔다. 잔고는 1억인 셈이었다. 그런데 미디어에 넣었던 가수금 3억을 신사장이 반제 해주어서 잔액은 4억이었다. 통장 잔액이 많지 않아 구건호는 두 개 회사에 배당을 요구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구건호가 달력을 보니 곧 3월말이었다. 중국의 김민혁 사장과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수신인: 중국 지에이치 기차배건 유한공사 대표이사 김민혁

(주) 지에이치 미디어 대표이사 신정숙.

중국 유한공사와 미디어는 스톡옵션 행사를 약정한바 있습니다.

두 회사는 약정에 따라 주식매수 청구권 절차를 진행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행사가액 납입 등 절차가 번거롭고 증자가 될 수 있으므로 주식의 5%를 각각 증여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주식 증여 계약서 (Stock Certificate Contract)를 파일 첨부하여 보내드리니 날인 바라며 증여세는 수증자 부담이 원칙이나 금액을 별도 알려주면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발신: 구건호 ]

김민혁과 신정숙은 자기들 이해관계가 걸린 사항이므로 즉각 계약서에 날인을 하여 보내주었다.

구건호는 회계사와 상의하여 주식 5% 증여 절차를 밟아주었다.

이렇게 됨으로서 중국 공장은 구건호의 지분이 95%, 김민혁의 지분이 5%가 되었고, 미디어는 구건호의 지분이 95%, 신정숙의 지분이 5%가 되었다.

구건호는 다시 이메일을 보냈다.

[배당은 증여세 고지서가 나오면 납부 후 바로 시행하시기 바랍니다.]

구건호는 혼인 신고하러 강남 구청엘 갔다. 김영은의 가족관계 증명서와 김영은의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가서 신고했다. 증인 2명도 세웠다.

“신고 됐습니다. 7일 이내에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구청 직원이 상냥하게 대답해 주었다.

구건호는 김영은의 아버지가 호적등본을 갖다 달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호적등본 한통 떼어주세요.”

“호적등본은 없어졌습니다. 가족관계 등록부로 발급받아 가시면 됩니다.”

“아, 그래요? 그럼 그걸로 떼어주세요.”

혼인신고를 마친 구건호는 기분이 좋아졌다.

김영은이 보고 싶어졌다.

“금요일 저녁까지 기다리기가 지루하네.”

구건호는 문자를 보냈다.

[구청에 혼인신고 완료했음. 이제 우리는 법적 부부가 되었음. ㅋㅋㅋ]

답장이 왔다.

[수고했어요. 오빠.]

서울대 정책대학원은 3개월이 지나니까 서로 얼굴도 익숙해져 농담들도 잘 하고 편해졌다. 구건호는 친구인 김영진 변호사하고 주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두 사람은 대학 동창이요?”

옆자리의 국회의원이 묻기도 하였다. 장관이나 국회의원들은 법률적 문제가 있으면 김영진에게 물었다.

“내가 선산 땅을 2만평 가지고 있는데 동네사람들이 가운데 포장도로를 내달라고 한단 말이요. 이거 해줘야 되는 거요?”

구건호에게는 사업적 질문을 많이 했다.

“내가 장외주식을 좀 사면 되겠소?”

다들 해당 분야에서만큼은 전문가들이라 답변도 척척하였다. 구건호는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하여 내공을 더 쌓을 수 있었다.

구건호는 신림동에 사는 장인에게 전화를 했다.

“아버님이세요? 호적등본은 지금 없어져서 가족관계 등록부로 발급 받았습니다. 지금 수업이 끝났으니 바로 들리겠습니다.”

“벌써 받았나? 지금 내가 내려가 있을까?”

“아닙니다. 집에 계십시오. 제가 올라가겠습니다.”

구건호는 마트에 들려 통조림 세트와 과일을 샀다.

“찬호야, 잠깐 기다려라. 금방 올라갔다 올게.”

구건호는 마트에서 산 물건과 서류를 들고 올라갔다. 장인은 거실에서 맥주를 마시며 TV를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어서와, 뭘 그렇게 사왔나?”

“슈퍼에서 과일하고 통조림 세트하나 사왔어요.”

“통조림? 술 안주하면 되겠네. 마침 맥주마시면서 TV보는데 잘됐군. 앉아.”

구건호가 서류를 주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내가 맥주 마시면서 케이블 TV 보고 있는데 자네도 한잔 할란가?”

“아닙니다. 밖에 기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사가? 회사차 타고 왔나?”

“그렇습니다.”

“오, 그래? 그럼 가봐야겠네.”

구건호는 아파트를 나오면서 혼자 된 장인이 딸까지 빼앗긴 것 같아 쓸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요일이 되었다.

문재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늘이 바로 동창들에게 결혼식에 와준 답례로 식사대접을 한번 하겠다는 날이었다.

“오겠다고 확정된 인원이 14명이야. 남부터미널 옆 선궁에 14명 예약했어.”

“몇 시라고 그랬지?”

“저녁 6시야.“

“알았다. 시간 맞춰 나갈게.”

“황병철이도 온다고 했는데 황병철이가 결혼한다고 그러네.“

“황병철이가 결혼? 걔 결혼 안했나? 한줄 아는데?”

“결혼 날짜 받았다가 아버님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못했데.”

“맞아. 걔 아버지 장례식 때 내가 갔었든 것 같아.”

“아버님 1년 탈상도 지나고 그래서 식을 올린다고 그러네.”

“잘 됐네.”

“오늘 모임에 구사장 꼭 오냐고 몇 번이나 물어보데.”

“누가? 황병철이가?”

서초동 선궁이라는 중국음식점은 반 지하에 있었다. 예술의 전당이 가까워 전시회나 음악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가끔 들릴 만 했다.

약간 고급스러운 집이므로 원형 테이블에 코스 요리로 나오는 중국 음식점이었다.

“고맙다. 내 결혼식에 모두 와주어서.”

“우리 말고도 사람들 엄청 왔더라. 구건호 사장의 발이 넓은 줄 알고는 있었지만 그정도 인줄은 몰랐네.”

“결혼식 때 사회를 본 김민혁은 중국에 있어서 오늘 못 왔다. 너희들한테 안부 좀 전해달라고 하더라.”

“김민혁의 사업은 잘 되지?”

“잘 돼. 작년에 매출 78억 했어. 78억이면 중국선 꽤 잘나가는 기업이야.”

동창들은 김민혁이 부럽기도 하였고 질투도 났다. 구건호야 워낙 격차가 심한 사람이라 질투를 못 느끼지만 김민혁과 문재식에게는 은근히 질투가 났다. 동창들은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구건호의 그늘에 있는 친구들은 다들 잘 됐어. 김민혁과 문재식도 사장 소리 듣고 다니니 출세들 했어.]

음식점 종업원이 자스민 차를 더 가져왔다.

“코스 요리는 제일 좋은 A코스로 주세요.”

“알겠습니다. 준비 중에 있습니다.”

문재식이 커다란 쇼핑백에서 술 3병을 꺼냈다.“

“마오타이야. 구사장이 준비해달라고 해서 3병 가져왔어.”

“마오타이?”

동창들은 와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쳤다.

음식이 나왔다. 코스 요리라 음식이 한꺼번에 나오지 않고 조금씩 나왔다.

“어째 이석호는 안보이냐?”

“중국 심양에 들어갔어. 걔 지금 고생하는 모양이야.”

“왜? 상가를 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상가 3개 사놓은 것이 임대가 안 나가는 모양이야. 팔라고 내놓았는데 그것도 안 되어 지금 중국서 까먹고 있데.”

“저런.”

“중국이라면 중국서 학교를 다닌 구건호나 김민혁에게 물어봐야 되는데 무턱대고 가서 개고생 하는 것 같아.”

“중국은 꽌시가 잇거나 법인 형태면 몰라도 개인 사업자들은 피 보는 곳이 거기야. 대기업 봐. 삼성이나 현대는 까딱없어도 개인 사업자들은 야반도주하는 사람들 천지잖아.”

“야, 그런데 김민혁이 매출 78억이면 대단하네. 다 구사장 돈이겠지만 말이야.”

“조원철이는 승진 좀 했냐?”

“아냐, 과장 그대로야. 회사 그만둘까 생각중이야.”

“왜? 대기업인데.”

“부장이 자꾸 갈궈서 받아버리려고 해.”

“에이, 참아야지. 그런다고 그만 두면 되나?”

“그런데 너 주례를 선 이진우 장관은 어떻게 안다고 했지?”

“서울대 정책대학원 같이 다녀.”

“흠, 그래?”

“참, 이진우 장관이 네가 다니는 회사 회장 사위 아니냐?”

사회운동 한다는 강민호가 말했다.

“구사장이 힘 좀 한번 써줘라. 조원철이 승진 좀 시켜달라고.”

“하하, 이 장관 그런 부탁 안받아줘. 술이나 들어라.”

코스 요리 집이라 삼겹살집처럼 왁자지껄 하지 않아서 좋았다.

구건호가 새우요리를 먹으며 말했다.

“병철아 너 참 결혼한다며?”

구건호의 말에 동창들이 웅성거렸다.

“병철이가 결혼 안했나? 저 새끼 두 번 결혼하는 것 아냐?”

“아냐. 작년에 하려다가 아버님 상을 당해서 못했어.”

그러면서 황병철이는 가지고 온 청첩장을 동창들에게 돌렸다.

“어디서 하는 거야? 여의도네?”

“응,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옆에 있는 예식장이야.”

구건호가 황병철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신청했다.

“축하한다. 다들 시간 있으면 병철이 결혼식 축하해주자. 병철이가 그래도 우리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했던 사람 아니냐. 우리들 우상이었지.”

“그건 아는데 병철이는 좀 너무 얌전해 탈이야.”

구건호가 앙증맞게 생긴 작은 바이주 잔을 들어 황병철의 잔에 부딪쳤다.

“축하해. 꼭 갈게.”

“고맙다.”

사회단체에 있다는 강민호가 물었다.

“주례사에 보니까 구사장 회사가 여러 개 있는 것 같은데 모두 몇 개냐?”

“5개야. 중국까지 하면 7개네.”

“7개? 그럼 매출이 얼마냐?”

“얼마 안 돼. 다 합쳐야 1천억 밖에 안 돼.”

“1천억?”

동창들은 순간 조용해졌다. 동창들은 대학 나온 지가 오래 되었어도 아직 1억원 이상을 모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구건호는 7개의 회사를 가지고 있고 1천억 매출이라니 얼른 상상이 가지 않았다.“

“구사장은 부인이 의사라니 말년에 좋겠는데? 병나면 즉각 고쳐줄 것 아니야?”

이 말에 동창들이 모두 웃었다.

“하하, 그런가?”

“어디 병원에서 근무하나?”

“서울대학병원이야. 대학로 앞에 있는 병원 말이야.”

“서울대 나왔겠네.”

“서울대 나왔어.”

동창들은 또 조용해졌다. 전 같으면 공돌이 출신이 출세했다 어쨌다 했을 것인데 이제 구건호 앞에서 감히 농담도 못했다. 오히려 실수하지 않으려고만 하였다.

구건호가 잔을 강민호 앞에 부딪치며 말했다.

“요즘 계속 사회단체에 나가나?”

“나가고 있어 그 단체의 간사야.”

“거긴 급여가 얼마냐?”

“사회단체는 일반기업과 달라 급여가 적어 200 조금 못돼.”

“흠, 그래? 부인도 사회 운동 한다고 했지?”

“응, 같이 활동하고 있어. 나보다 더 골통이야.”

강민호의 이 말에 모두 웃었다.

구건호가 질문을 했다.

“너 있는 사회단체가 정부 지정 기부금 단체로 지정되어 있나?”

“응, 이번에 했어. 기획재정부 지정단체로 되어있어.”

“그럼 내가 결혼 기념으로 기부금 조금만 보내주마. 나중에 나한테 계좌번호 찍어줘라.“

“고맙다.”

강민호는 입이 벌어져 자기 잔을 구건호의 잔에 부딪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