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48화 (24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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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 이진우 장관 (2)

(248)

황영산 선생은 구건호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서울서 오신 길입니까?”

“예, 방금 도착했습니다. 선생님이 오시는 동안 그림 잠깐 구경했습니다. 광주까지 오니까 대가 선생님의 작품을 접하게 되네요.”

“과찬의 말씁입니다. 차라도 한잔 하시죠.”

구건호는 신사장을 소개했다.

“저하고 같이 일하고 있는 지에이치 갤러리의 대표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신정숙 사장이 인사를 하며 명함을 주었다.

“저, 10년전 K그룹 미술관 큐레이터였습니다. 선생님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으신 것 같습니다.”

“왜, 이제 많이 늙었죠. 그런데 멀리서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 뭔가요?”

“선생님 작품 전시회를 저희 갤러리에서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오, 그래요? 그런데 어쩌나. 당장은 어렵겠네요. 금년엔 전시계획이 다 짜져있네요.”

구건호와 신정숙은 낙담을 하였다.

“선생님, 그럼 내년 봄이라도 한번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

“내년 봄? 그 안에 내가 죽으면 어쩌려고?”

“하하, 별 말씀 다 하십니다.”

“여기까지 와서 소득이 없어 어쩌나? 귀하신 분들이 오셨는데.”

“아닙니다. 선생님 작품 구경한 것만으로도 온 보람이 있습니다.”

“가만있자. 서울서 오셨으면 아직 점심도 못 자셨겠구먼. 나도 아직 점심을 안했으니 같이 갑시다. 차 가지고 왔지요?”

“예, 가지고 왔습니다.”

구건호는 황선생을 벤틀리 승용차에 태웠다.

“어이쿠, 이거 비싼 차 같은데? 기사양반 왼쪽으로 꺾어 증심사 가는 방향으로 갑시다. 저기 표지판이 있네요.”

구건호는 황선생이 안내한 한정식 집으로 갔다.

음식이 의외로 정갈하고 맛이 있었다.

“남도의 음식이니 많이 들고 가세요.”

“음식이 정갈하고 맛이 있네요.”

“이제 생각나네요. 프랑스 화가 마리옹 킨스키 전시회를 거기서 했다고 했지요?”

“네, 그렇습니다. 중국 청년작가 아방가르드 전시회도 했지요.”

“맞아요. 사실 나도 그 전시회를 보려고 했는데 이곳에 있다 보니 잘 못가게 되네요. 이제 사장님과 관장님을 보았으니 한번 놀러가야겠네요.”

“갤러리가 크지는 않습니다.”

“아휴, 서울은 땅값이 비싼 곳이라 클리가 없지요. 내가 여름에 일본 전시회를 하는데 전시 계약 조건이 맞지를 않아 취소할까 생각중입니다. 혹시 취소하게 되면 연락드리지요.”

“그 안이라도 서울 올라오시면 연락주세요. 저희 갤러리는 강남 신사역 근방입니다.”

“어이쿠, 땅값 비싼 곳에 있네요. 서울 올라가면 한번 들리지요. 내 제자들하고 한번 들리지요. 내 제자들 중에는 서울에서 미술대학 교수하는 애들이 많이 있습니다.”

구건호는 맥주를 한 병 시켰다. 신정숙 사장이 얼른 맥주병을 들었다.

“선생님, 제가 한잔 올리겠습니다.”

신사장이 황선생에게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구건호는 알아듣기 힘든 말이었다. 두 사람은 호흡이 맞는지 많은 대화를 했다. 황선생은 신정숙 사장의 명함을 다시 꺼내 보았다.

“신사장님이라고 하셨지요? 내가 모르는 미술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훌륭하군요.”

구건호는 황선생을 다시 한빛 화랑으로 모셔드리고 운림동의 의재 미술관으로 갔다. 의재 미술관은 신사장이 알려준 미술관이었다.

구건호는 직산의 지에이치 모빌 공장으로 출근했다.

구건호가 오자 임시 임원회의가 열렸다. 상임감사가 빠지고 새로 임원이 된 김민화 경리이사가 들어왔다.

연구소장이 클러이슬러에서 준 도면으로 금형이 완성되어 시험 생산 후 별도 보고를 하겠다고 하였다.

“클라이슬러 제품 원재료는 어디 것을 쓰기로 했습니까?”

“디욘코리아입니다.”

“원가계산서는 나왔습니까?‘

“영업부 서창훈 차장이 뽑아서 클라이슬러로 보냈습니다.”

“서창훈 차장이 총무과장으로 있다가 승진했던 사람입니다. 영업에서 하는 원가계산 같은걸 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헤매더니 최근엔 잘 합니다.“

“다행이네요.”

“생산성본부에서 다음 달에 원가계산 실무교육이 있습니다. 서창훈 차장을 비롯한 몇 명을 선발해 보낼까 합니다. 대리나 과장급에서 세 사람 선발해 보내겠습니다.”

“김민화 경리이사는 새로 임원이 되었습니다. 한국 능률협회에서는 매년 신임 임원교육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에 있는데 그 과정을 받아보세요.”

“알겠습니다.”

“우리가 교육훈련비는 예산만 책정해 놓고 사용을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육은 철저히 받는 게 좋겠지요.‘

“잘 알겠습니다.”

“저도 한 말씀 있습니다.“

박종석 이사가 손을 들었다.

“지금 우리 회사의 매출이 800억이 넘고 있습니다. 현장 생산부에서는 각 라인이 최근에 2시간 내지 3시간씩 연장근로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연장 근로수당이 있지만 돈 몇 푼 더 받더라도 종업원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합니다. 증원이 필요합니다.”

총무이사도 발언을 하였다.

“그건 박종석 이사 말이 맞습니다. 물파산업 시절엔 매출 700억에 400명이 넘는 종업원들이 있었습니다. 관리직 10명, 연구직 5명, 생산직 35명등 50명의 증원이 단계적으로 필요합니다.”

송사장도 한마디 했다.

‘클라이슬러 쪽 일감이 터진다면 그 정도의 인원은 더 필요한건 맞습니다. 요즘 박종석 이사가 저녁 8시 넘어서 퇴근하고 있습니다.“

“저는 송사장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그럼 증원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구건호가 녹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3월 18일 제가 결혼을 합니다.”

“옛? 결혼요? 아이고 축하합니다.”

모인 임원들이 와 하며 박수를 쳤다.

“서울 힐튼호텔에서 하는데 하객 좌석수가 많지 않습니다. 임원들 이외에는 일체 참석을 못하도록 하십시오.”

송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좋은데 그날 안내 직원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원 급들 중에서 용모단정한 사람 5명만 뽑아 서창훈 차장이 인솔해서 가라고 하겠습니다. 호텔 측에서 해주지만 미흡합니다.”

박종석 이사도 맞장구를 쳤다.

“송사장님 말이 맞습니다. 다른 데서도 보니까 VIP결혼식엔 정장을 한 사원이 흰 장갑 끼고 안내하는 걸 본적이 있습니다. 주차장 안내에서부터 축의금 접수나 방명록 작성안내 등도 필요 합니다.”

“흠. 듣고 보니 안내 데스크 접수요원은 필요할 것 같네요.”

“안내요원들이 신부 측으로 오는 손님들도 알아두어야 하는데 신부 쪽은 어디 회사에서 많이 올 예정입니까?”

“회사는 아니고 병원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습니다.”

“병원요?”

“신부가 의사입니다.”

“오, 그래요? 어디 병원입니까?”

“서울대학 병원입니다.”

“병원사람들도 함께 안내해 주라고 하겠습니다.”

구건호는 청첩장을 임원들에게 한 장씩 나누어 주었다.

송사장이 청첩장을 추가로 더 요구했다.

“청첩장 100장만 더 주십시오. 거래처에도 보내야 합니다. 안보내주면 나중에 섭섭하다고 합니다.”

“50장만 보내세요. 청첩장은 차에 실려 있습니다. 엄찬호에게 달라고 하면 됩니다.”

임원회의가 끝나고 임원들이 모두 나갔다. 박종석 이사가 혼자 다시 들어왔다.

“형, 드디어 가는 거야?”

“간다, 이놈아!”

“축하 해! 형.”

“고맙다.”

“공돌이도 잘려서 의정부 근로복지센터에 휴업수당 타먹으려고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출세했어. 서울대학 나온 의사와 결혼하니 말이야. 킥킥.”

“너도 김민혁이 하고 똑같은 소리하냐?”

“민혁이 형도 그랬어? 킥킥. 마스크 쓰고 독가스 마셔가며 겨울에 덜덜 떨며 드럼통 닦던 일 생각나?”

“너 오늘 왜 그러냐? 가서 일해!”

“형, 진짜 축하해.“

구건호는 디욘코리아에 가서도 임원들 이외에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부사장 애덤 캐슬러가 제일 좋아했다.

“오우, 나는 한국에 와서 한국 사람들 결혼식 하는 것 못 봤습니다. 꼭 가서 축하도 해주고 여러 가지 구경도 하겠습니다. 디욘 본사에도 알리겠습니다.”\

정책대학원 수업이 있는 날이다. 구건호는 교육생 모두에게 청첩장을 돌렸다.

“축하해요.”

청첩장을 받는 사람들은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었다.

김영진 변호사는 일이 있어 최근에 몇 번 강의를 빠졌었다.

“야, 좋은 배필 만난다는데 나만 몰랐었네. 축하한다.‘

구건호는 주례를 맡은 이진우 장관에게 자기의 프로필과 신부프로필을 간략하게 워드로 찍은 메모지를 주었다.

“어이, 총무! 오늘은 떡 없어?”

“오늘은 안 가져왔는데요.”

“그럼 나 예식장 안가. 떡 두 번 더 돌려야 갈 거야.”

사람들은 이런 농담을 하며 웃었다. 법조계 인사나 장군들은 조용한데 국회의원이나 장관들은 평소부터 잘 아는 사람들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능글맞게 농담들을 잘했다. 교실은 이 사람들이 잡고 있었다. 그래서 지방에서 올라온 어느 법원 원장은 이런 농담까지 했다.

“아니, 이 사람들은 장관이야? 일진회 회원이야?”

구건호는 청첩장을 동창들에게도 뿌리고 엄마에게도 친척들 나누어 주라고 보내주었다.

누나가 엄마 아빠를 모시고 타워팰리스로 왔다. 신혼집을 살피고 빠진 것이 있나 보러왔다.

“헥! 집이 넓네.”

“평수는 인천 구월동 아파트하고 비슷해. 가구가 없어서 더 넓어 보일거야.”

“야, 여기에 소나타 타고 들어오는데 쪽 팔리더라. 여긴 외제차 투성이다.”

“앉아. 서 있지만 말고.‘

“여긴 주상복합이라 관리비 비싸지?‘

“음, 좀 비싸. 일반아파트 1.5배 보면 돼.”

“여긴 아파트가 넓어 아이 서너 명 낳고 길러도 아무 문제없겠다.”

엄마가 냉장고 문을 열어보았다.

“아이고, 상한 음식들이 그대로 있네. 남자 혼자 사니까 이렇구나. 정아 에미가 와서 한번 청소 해줘야 되겠다. 저것 봐, 세탁기 앞에 빨래들이 그대로 있네. 색시가 와서 놀라겠다.”

엄마와 아빠, 누나는 이방 저방 문을 열어보고 베란다도 살폈다.

누나는 이곳저곳을 살피고 나서 말했다.

“도배는 안 해도 되지만 신혼부부니까 한번 하는 게 좋겠다. 화장대가 들어와야 하니까 안방은 신부가 쓰는 것이 좋겠다. 아이 낳게 되면 화장실 달린 방이 필요해. 화장실 변기 갈고 전등 갓하고 커텐이나 하나 해주면 되겠다. 냉장고 세탁기도 신부가 그대로 쓰겠다면 그대로 두어도 되겠다.”

"흠, 장가가기 힘드네.“

“도배는 이 색깔 그대로 하면 되지?‘

“그러면 되겠지.‘

“내가 내일 와서 도배하고 커텐 맞추고 그럴게. 청소는 도배 끝나고 하자. 청소도 청소 용역업체 전문가 불러서 주방 찬장이나 싱크대 다 닦아야 돼. 내가 다 할 테니까 너는 나중에 돈 계산만 해줘라.”

“누나한테 미안한데.”

안방에 들어간 엄마가 소리쳤다.

“정아 에미야! 이 침대 카바도 벗겨 빨아야겠다. 냄새난다!”

“여기까지 왔는데 밥은 먹고 가야지. 이 앞에 내가 잘 가는 집이 있어.”

“뭐하는 집인데?”

“우동 집이야.”

“우동 집?”

구건호는 타워팰리스 상가동 2층에 있는 ‘미타니아’란 일식집으로 누나와 엄마, 아빠를 모시고 갔다.

“어이쿠, 난 그냥 우동 집인줄 알았는데 비싼 집인 것 같네.”

“우동 집 맞아. 국물이 시원해. 초밥도 팔아.”

구건호는 미타니아에서 초밥과 우동, 그리고 새우튀김 등을 시켰다.

음식이 나올동안 누나가 물었다.

“여기 아파트 15억 넘지?‘

“15억은 넘을 거야.”

옆에 있던 엄마가 놀랐다.

“시상에! 인천서 좋다는 구월동 아파트 5채 값이네.”

엄마는 놀래서 혀까지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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