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47화 (247/501)

# 247

주례 이진우 장관 (1)

(247)

구건호는 잘 구어진 삼겹살을 김영은의 앞에 몰아주었다.

“많이 먹어. 이제 상견례나 채단, 예단 같은 것 오고가는 것도 다 끝났으니 많이 먹어.”

“오빠도 좀 먹어요.”

구건호는 앉은 자리에서 소주를 연거푸 두 잔을 마셨다.

“영은이도 좀 줄까?”

구건호는 김영은에게 소주를 따라 주었다.

“주례 선생님도 다 선정하셨나요?”

“음, 했어. 00부 이진우 장관님이 해 주기로 했어.”

“아, 그분. 이름 한번 들어본 적 있어요.”

“골프를 좋아하시는 것 같더군. 결혼식 끝나고 라운딩 한번 초청해야겠어.”

“오빠도 골프 칠 줄 알아요?”

“우리야 알지. 비즈니스 때문에 배웠지. 영은이도 칠 줄 알아?”

“골프채 만져보지도 못했어요.”

“나중에 내가 배워줄게.”

“싫어요. 골프는 사치인 것 같아요.”

“의사들도 치던데?”

“그래도 골프는 제 취향이 아닌 것 같아요.”

“취향이 뭔데?”

“오빠도 알잖아요.”

“내가?”

“네. 둘레길 걷는 것.”

“하하, 난 또 뭐라고. 자 한잔하지.”

구건호는 자기의 잔을 김영은의 잔과 부딪쳤다.

“우리들의 행복을 위하여!”

삼겹살이 맛이 있어 1인분을 더 시켰다. 소주 한 병이 동이 났다. 구건호의 얼굴이 빨갛게 되었고 김영은의 얼굴도 빨갛게 되었다.

둘이 삼겹살집을 나와 걸었다. 김영은이 먼저 구건호에게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길상사까지 걸어요. 술도 깰겸 해서요.”

“그러지.”

팔짱을 끼고 길상사 쪽으로 가던 구건호가 김영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술기운 탓인지 김영은의 뺨이 불그스레하여 더 예뻐 보였다.

“얼굴이 빨개져서 더 예뻐 보이네.”

김영은이 웃으며 구건호의 어깨를 주먹으로 가볍게 쳤다.

길상사에 도착하여 김영은이 구건호의 얼굴을 쳐다보며 이야기 했다.

“이 길상사를 법정 스님에게 시주한 요정 주인 김영한이란 사람은 백석이란 시인을 평생 못 잊어했던 모양이에요.“

“흠.”

“러브스토리는 인터넷에도 나와요. 젊은 날 백석이란 시인은 요정 주인에게 자야(子夜)란 이름을 지어주었데요.“

“자야? 그건 일제 때 유명한 중국작가 마오둔(茅盾)의 작품 이름인데?”

“백석 시인의 유명한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요정 주인을 두고 쓴 시래요. 나타샤가 요정 주인이에요.”

그러면서 김영은은 백석의 시를 읊었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좋군.”

“그런데 내가 오빠를 사귀면서 조금 바꿔 봤어요.”

“어떻게?”

[부자인 내가/ 아름답지 못한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그러면서 김영은은 깔깔대고 웃었다.

구건호와 김영은은 길상사를 나와 한성대역 근방의 스타벅스까지 내려왔다.

“커피 한잔 하고 가자.”

둘은 창가에 앉았다.

“술 다 깼지? 얼굴이 다시 돌아왔다.”

“오빠도 얼굴 빨간 것 없어졌어.”

“결혼하면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들어와 살아라.”

“음... 집은 좋은데 너무 먼 것 같아요.”

“출퇴근 시켜줄까? 내 차로.”

“그냥 명륜동 아남 아파트에서 지내고 쉬는 날만 타워팰리스로 갈게요.”

“그럼 주말 부부잖아.”

“할 수 없잖아요.”

“내가 이쪽으로 이사 올까?”

“이쪽에? 이쪽은 타워팰리스같은 좋은 아파트가 없어요.”

“강남으로 와라. 병원 차려주마.”

김영은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병원 차리는데 한두 푼 들어가는 줄 알아요? 더군다나 강남에서요.”

“얼마가 들어가는데?”

“우리 선배가 영등포에 차리는데 은행 융자 받고 차렸어요. 강남은 모르긴 몰라도 아마 10억 들어갈 거예요.”

“10억? 해 주지.”

김영은이 놀란 눈으로 구건호를 쳐다보았다.

“정말이에요?”

“음, 정말이야. 그 정도는 능력 있어.”

김영은이 다시 눈을 크게 뜨고 구건호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말씀은 고맙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왜?”

“개업하려면 어느 정도 경험도 있어야 해요. 저는 아직 임상경험이 부족해요. 결혼 후 그냥 주말 부부로 살아요.”

“타워팰리스 안방은 영은이에게 내 줄게. 앞으로 육아문제도 있을지 모르니 말이야. 나는 건너 방으로 갈게. 건너 방도 넓어.”

“고마워요.”

“결혼식 전까지 도배도 새로 할게.”

“도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신혼부부니까. 바꿀게.”

“호호, 알아서 하세요.”

구건호가 신사동 빌딩의 사장실에 있는데 신정숙 사장이 찾아왔다.

“출판 잘 되고 있지요?”

“만화세계사는 20권까지 찍었어요. 현재 에이전시와 5권 판권 계약을 추가로 했습니다.”

“신사장님의 책 선정하는 안목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문재식씨에게 여러 번 들었습니다.”

“호호, 대단한 것 까지는 없습니다. 문재식 사장님은 잘 계시죠?”

“문재식 사장이 맡고 있는 지에이치 로지스틱스는 종합 운송회사로 가고 있습니다. 성환에 공장도 사서 파주에서 다 옮겨갔습니다. 파주는 파견 직원이 관리하는 형태로 하고 있습니다.

“성환도 공장을 산겁니까?”

“네, 샀습니다. 공장은 크지 않습니다. 제조하는 곳이 아니니까 공장이라기보다는 차고지 형태입니다. 20억 주고 샀습니다.”

“20억이요?”

20억 정도는 척척 투자하는 구건호의 실력에 신사장은 눈을 크게 떴다.

“언제보아도 구사장님은 대단하시네요.”

“공장이 좀 좁아보여서 그 주위의 논을 1500평 샀습니다. 형질변경 작업을 문재식씨가 하는데 완료되면 공장 부지는 2500평이 되니까 그때는 좀 공장다워질 겁니다.”

“언제 한번 구경 가야 되겠네요.”

“네, 그러세요.”

“결혼 날자는 3월 18일이라고 했지요?‘

“네, 주위에 계신 분들이 도와주어서 결혼하게 되었네요.”

“그래도 당사자들끼리 서로 끌리는 데가 있으니까 결혼하는 거지요. 축하드립니다.”

“결혼식 끝나고 신사장님과 최화가님께 한턱내겠습니다.”

“영은이 참 좋은 애에요. 많이 사랑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저는 다음번 전시 기획에 대하여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참, 화가 한사람 강의를 들었는데 괜찮은 것 같았습니다.”

“누군데요?”

구건호가 명함철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신사장에게 주었다.

“이 사람입니다.”

“오마나! 황영산 작가님이네.”

“서울대 정책대학원에 와서 특강하던 분입니다.”

“국내 최고 작가에요. 이분 전시회 광주에서 하고 있다는 소릴 들었는데요.”

“그렇다고 하더군요.”

“본래 연고지가 거기라 그쪽에서 활동하시는 분이에요. 유명하신 분이에요.”

“흠, 유명한 분이였구나.”

“한번 뵈었으면 좋겠는데, 서울에 언제 오시나?”

“광주에 직접 가서 만나시죠. 지금 전시회도 한다니까요.”

“혹시 구사장님 시간 있으세요? 제가 불쑥 가는 것 보다는 구사장님과 함께 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러지요. 나도 바람 쏘일 겸 한번 가지요.”

“내일 괜찮겠어요? 그분 전시회가 이번 주까지니까 내일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러세요.”

오후 3시쯤 구건호가 사장실에서 경영관련 서적을 읽고 있는데 정지영 대리가 떡을 가지고 왔다.

“웬 떡이요?”

“건너편 골목에 유명 떡집이 있어요. 우리 빌딩에 가끔 광고지를 돌려 미안한지 떡을 가져왔네요.”

“떡이 아주 고급스럽게 생겼네. 포장지도 특이하고. 시중에서 파는 떡하곤 다르네요.”

“예, 맛도 달라요.”

“건강음료도 가져왔네.”

“그건 제가 산거예요. 손님 접대용으로요.”

오후3시쯤이면 약간 출출하여 간식 먹기 좋은 시간대였다. 구건호는 우적우적 떡을 먹었다. 건강음료까지 같이 먹으니 간식용으론 최고였다.

정지영 대리가 사장실을 나가려는데 구건호가 다시 불렀다.

“정대리, 이 떡 20개만 사와요. 건강음료도 20개하고요. 내가 어디 가져갈 데가 있어요.”

“알겠습니다.”

오늘은 서울대 정책대학원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수업시간 전 회장이 구건호를 불렀다.

“총무님, 청첩장 가져왔어요?”

“내일 나온답니다.”

“모레 수업이 있으니 모레 가져와요.”

“알겠습니다.”

“신부는 연애요 중매요?”

“반반입니다.”

“신부는 뭐해요? 직장 다녀요?”

“의사입니다.”

“호, 그래? 어디병원에 있어요?”

“서울대병원입니다.”

“서울대 의대 나온 모양이군.”

강사가 들어오자 둘의 대화는 끊어졌다.

정책대학원의 첫 번째 강의가 끝나면 대략 저녁 8시 가까이 되었다. 저녁을 안 먹고 진행되는 수업시간이라 이 시간쯤 되면 모두 배가 출출했다.

첫 번째 강의가 끝나자 구건호는 쉬는 시간에 떡과 건강음료를 돌렸다.

“이게 웬 떡이요?”

“비싼 떡 같은데?”

“총무가 수고가 많네요.”

“총무 덕에 떡도 먹고 건강음료도 먹네.”

모두 떡을 받고 좋아했다.

구건호가 커다란 비닐 봉지를 들고 말했다.

“먹고난 음료수병과 떡 포장지는 이곳에 담아 놓으세요. 제가 치울게요.”

“총무 하난 잘 뽑았어.”

이때 회장이 큰 소리로 말했다.

“총무가 3월 18일 결혼한답니다.”

“그래? 아직 미혼이었나?”

“서울역앞 힐튼호텔에서 한답니다. 신부는 아리따운 서울대 병원 의사랍 니다.”

“그래?”

“에, 그리고 그날 주례는 제가 보기로 했습니다.”

“아, 그래? 그럼 모두 가서 축하해 주어야겠네.”

“그럼, 떡 먹은 값은 해야지.”

“오늘 먹은 떡은 뇌물인가?”

“박수한번 쳐 줍시다.”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자 구건호는 얼굴이 빨개져 인사를 했다.

강사가 들어왔다.

“웬 박수소리가 들리고 그럽니까?”

“아, 그건 명 강의로 이름 높은 교수님이 들어오셔서 그렇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장관들이라 능글맞기는 천하제일이었다.

구건호는 직산공장으로 출근하지 않고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했다. 신사장과 함께 광주를 가기 위해서였다.

신사장은 벌써 와서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벌써 오셨네?‘

“지금 출발해야 되요. 광주 화랑에 문의하니까 황작가가 점심시간에만 잠깐 나왔다가 들어가신답니다. 지금 출발하면 점심시간에 얼추 맞추어질 것 같습니다.”

“그럼 출발하시죠.”

“네.”

구건호는 벤틀리 승용차 뒤에 타고 신사장은 앞에 탔다.

“어머, 차 좋네요? 차 이름이 뭐예요?”

“벤틀리입니다.”

“벤틀리요? 얼마짜리에요.”

“3억 주고 샀습니다.”

“3억이요? 세상에. 집한 채 값이네요. 제가 오늘 호사하네요. 호호.”

구건호와 신사장은 피곤한지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광주까지 갔다.

“음? 찬호야. 여기가 어디냐?”

“조금 더 가야 되요. 정읍에요.”

“어휴, 광주가 멀긴 멀 구나.”

“그래도 차가 잘 나가서 빨리 온 거예요. 장성터널 팻말이 보이네요.”

광주광역시는 구건호가 처음 방문하는 곳이었다. 신사장은 몇 번 와 보았다고 했다.

“도시가 큰데?”

구건호는 열심히 창 밖을 보았다.

“어디 화랑이라고 했지요?”

“전남여고 옆 궁동에 있는 한빛 갤러리입니다.”

“찬호야 화랑에 도착하면 너도 미술 전시회 구경해라.”

“네.”

화랑에 도착하였다. 구건호는 차에서 내려 화랑 주변 거리를 돌아보았다.

“흠, 예술의 도시 같네.”

신사장은 화랑에 들어가 안내 직원에게 물었다.

“서울에서 온다고 전화했던 사람입니다.”

“아, 예. 선생님 곧 오십니다.”

구건호와 신사장은 황영산 선생을 기다리는 동안 그의 그림을 구경했다. 그림은 강렬한 색채가 들어간 추상화계열이었다. 신사장은 그림을 보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구건호가 보기에도 잘은 모르지만 상당히 예술적인 그림이란 생각이 들었다. 황영산 선생이 들어온 모양이었다.

“서울에서 선생님을 뵙겠다고 오신 분들입니다.”

구건호가 황선생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황선생은 구건호를 어디서 본 듯한지 눈을 깜박이며 구건호를 쳐다보았다.

“지난번 서울대 정책대학원에서 선생님 강의를 들었던 사람입니다.”

“아, 갤러리 운영하신다는 분이군요. 기억납니다.”

황선생이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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