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41화 (24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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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견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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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사는 구월동 아파트를 나온 구건호와 김영은은 다시 동숭동 서울대 병원으로 향했다. 김영은이 야간 당직이 있어서 다시 간다고 하였다.

벤틀리 승용차를 타고 강변도로를 달리는 구건호는 행복했다. 이제 결혼만하면 좀 더 사업에 매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꿈은 내가 가지고 있는 회사들을 모두 상장 시키고 내 통장에 보유 현금 1조원을 모으는 것이다. 그리고 지에이치 그룹을 만드는 것이다.]

구건호는 목표를 달성하면 인천 남동구 남촌동에 사논 1천평의 땅에 청담동 이회장처럼 복지시설을 지어놓고 싶었다. 김영은이 하고 싶다는 아프리카의 의료봉사도 지원해 주고 싶었다.

구건호가 동숭동 서울대병원에서 김영은을 내려주고 도곡동 타워팰리스로 오니 벌써 저녁 7시가 넘었다.

“찬호야, 네가 오늘 운전하느라 힘들었겠다.”

“아닙니다. 힘든 것 없습니다.”

구건호는 안 포켓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주었다.

“식사나 해라.”

고맙습니다.“

엄찬호는 코가 땅에 닿도록 허리를 굽혀 구건호에게 인사를 하였다. 엄찬호의 구두가 유난히 반짝였다.

엄찬호는 회사 내에서 누가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 사장을 모시고 다니니 임원들도 함부로 뭐라고 안했다. 구두표도 가끔 생겼다. 최근에 박종석 이사한테 하나 받았고 디욘의 김전무 한테도 하나 받았다.

엄찬호는 박종석 이사에게 받은 것으로 자기 구두를 샀고 김전무 한테 받은 건 임태영이에게 갖다 주었다. 임태영의 입이 크게 벌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구건호는 신사동 빌딩으로 출근하여 이메일을 열어보았다.

1월 초순에 온 메일인데 이제야 열어보았다. 구건호가 지시한 미디어와 개발, 그리고 김민혁의 중국 회사 실적 보고였다. 외부 감사자료는 3월 초에나 나오므로 내부에서 작성한 자료이다. 외부감사 자료도 회사에서 자료 제공한 것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나중에 오차는 크지 않았다.

신정숙 사장이 보낸 지에이치 미디어의 경영 실적 보고였다.

“전년도 매출이 19억? 꽤 되는군.”

구건호는 빙그레 웃었다. 제일 효자 노릇을 한 매출은 역시 일본 번역책 ‘아침에 기상하는 인간’이었다. 이 책은 아침형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사 본 것 같았다. 다음으로 화랑수입과 북카페 수입도 매출 구성에 들어가 있었다. 출판사의 매출 원가는 높은 편은 아니었다. 일반관리비를 제외한 순이익이 대략 11억이었다.

신정숙 사장의 의견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순이익 11억중 3억은 사내 유보하고 8억을 배당하고 싶습니다.”

구건호가 얼른 계산해 보았다. 8억이면 구건호가 7억 6천만원을 가져가고 신정숙 사장이 4천만원을 가져간다. 신정숙 사장에게는 스톡옵션 5%를 주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미디어가 재미있네. 자본금 3억에 추가로 아마존 만화책 시리즈 판권 수입한다고 해서 3억투자하여 모두 6억을 투자했는데 수익이 짭짤하네. 투자한 것 모두 건졌으니 이제 신사장이 알아서 하라고 해야겠군.”

구건호는 답신을 보냈다.

[수고하셨습니다. 배당은 외부감사 종료 후 법인세 자진납부하시고 바로 배당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신년도 임금인상은 임단협 요구사항과 정부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알아서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강이사가 보내온 지에이치 개발의 보고서였다.

전년도 매출실적 98억에 이익은 불과 몇백만원이었다. 빌딩 살 때 금융권 차입을 너무 많이 일으켜 이자가 너무 많이 나갔기 때문이었다. 감사상각 충당금 적립을 반영하니까 이익이 없었다. 강이사의 의견이 하나 붙어 있었다.

[경영성적이 저조하여 죄송합니다. 새해에는 비어있던 지하의 갤러리 수입이 들어오고 옥상의 북카페 임대료도 들어옵니다. 또한 갤러리 등의 오픈으로 빌딩의 이미지가 좋아져 임대료 인상도 검토하고 있어 나아질 것으로 봅니다.]

구건호가 답신을 보냈다.

[수고하셨습니다. 입주자 임대료 인상은 주변 건물의 동향을 조사 후 시행하시기 바랍니다. 지에이치 개발의 임금은 최저임금 상승률을 기준하시기 바랍니다. 대표이사의 급여는 동결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구건호는 개발이 이익이 없더라도 나중에 부동산 상승이라는 메리트가 있어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김민혁이 보낸 중국 공장의 실적 보고였다.

매출이 78억이었다.

“78억? 제법인데. 40억 내지 50억 정도로 생각했는데 의외네.”

매출 구성비율을 보았다. 역시 중국에 나가있는 S기업 공장에 들어가는 신제품 AM083의 효과가 대단했다.

“신제품 개발을 한 일본인 사카다 이쿠조씨가 고맙네. 이쿠조씨에게 개발 성공 보수금을 줄때는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네. 한번 다시 찾아가서 상이라도 줘야겠네.”

중국 공장의 순이익은 11억원이었다. 김민혁의 의견이 붙어 있었다.

[매출 구성비율에 신제품 개발비율이 높고 내가 시장을 개척한건 얼마 안 되네. 10억 정도 배당을 하려고 하는데 내가 이번에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건 생략하기로 하겠네..]

구건호가 답신을 보냈다.

[무슨 소리? 신제품이 나간 것도 다 김민혁 사장 손을 거쳐 나간 것이고 불량률이 없도록 지도 감독한 공이 없다고 할수 없네. 외부 감사 후 법인세 납부하고 바로 배당 시행하게. 배당금 9억 5천만원은 중국에 있는 공상 은행 내 개인 계좌로 넣어주고 5천만원은 스톡옵션으로 가져가게. 내년도 임금인상은 중국 노동시장 동향을 참고하여 김사장이 알아서 하게. 수고했네.]

중국 공장은 배당금이 들어온다면 2배 이상 돈을 번 것이 된다. 구건호는 흐믓했다.

“중국 공장도 실패한건 아니네. 역시 지에이치 모빌의 배경이 있으니 그 정도 성적을 거두네.”

구건호의 재산은 조금씩 늘어가고 있었다.

찌질이 구건호는 공부를 잘 했던 사람이 아니다. 변두리 수도권의 고등학교서 중간을 약간 넘는 성적을 유지했던 사람이다. 인서울의 대학은 꿈도 꿀 수 없는 입장이었다. 서울 소재의 고등학교에서도 인서울 대학은 공부를 어느 정도 해야만 들어갈 수가 있다.

구건호는 재수를 하고 충남에 있는 이름 없는 대학에 입학하고 제대로 다니지도 못했다. 등록금도 문제지만 생활비가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실직한 아빠와 요양사로 일하는 엄마의 수입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었고 구건호도 뻔한 사정에 손 벌리기가 어려웠다.

군에서 제대 후 대학은 나와야 사람 구실을 할 것 같아 알바를 하면서 사이버 대학을 다녔다.

9급 공무원 합격만이 집안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노량진 쪽방에 살면서 공부했지만 구건호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결국 공장의 공돌이로 전전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청담동 이회장을 만나고 오늘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 공장의 공돌이 근무는 오늘날 구건호가 공장을 장악하고 운영하는데 커다란 힘이 되주었다.

찌질이 구건호에게도 특기는 있었다. 어려운 수학은 못했어도 더하기 빼기 셈은 탁월했다. 그리고 학교공부는 못했어도 일반적 사회생활의 기억력은 대단했다. 또한 돈의 냄새를 잘 맡았다. 돈이 된다 싶으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의 주식투자가 그랬고 부동산 투자가 그랬고 공장 인수가 그랬다.

최 화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구사장님이세요? 전화 받을 수 있지요?”

“예, 괜찮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서로 부모님들 만나보셨나요?”

“예, 그렇습니다.”

“그럼 양가 상견례를 하셔야지요. 그대로 있으면 어떡해요?”

“예? 상견례요? 해, 해야지요.”

“내가 죄송한 말씀이지만 두 사람 하는걸 보면 아무리 보아도 결혼 못할 사람들 같아요.”

“죄, 죄송합니다.”

“당장 이번 토요일로 잡아요. 부모님이 인천에 계시고 은영이 아빠가 신림동에 사니 여의도 쯤에서 장소 정해요. 63빌딩에서 만나요.”

“그, 그렇게 하지요.”

“63빌딩 58층에 보면 일식당 ‘슈치쿠’라고 있어요. 거기에 내가 이번 토요일 오후1시로 예약을 해 놓을게요. 결혼식은 3월 18일로 정했어요. 결혼식장은 두 사람이 의논해서 잡아요. 결혼식도 지금 잡아야 되요. 벌써 늦었어요.”

구건호는 김은영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최 화가님께서 부모님 상견례 장소로 여의도 63빌딩 58층에 있는 ‘슈치쿠‘로 정했답니다. 이번 토요일 오후 1시까지 아버님을 모시고 나오시면 되겠습니다.]

김은영에게서 바로 답신이 왔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구건호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결혼할 사람 양가 상견례를 여의도 63빌딩에서 하기로 했어. 이번 토요일이야.”

“토요일? 그렇지 않아도 난 왜 상견례 하자는 말이 없을까 하고 궁금했었다.”

“63빌딩 53층으로 오면 일식당이 있어. 거기로 오후 1시까지 나오면 되요.”

“53층? 그런데도 식당이 있나?”

“있어요. 누나 차 타고 같이 오세요.”

“알았다. 하하.”

구건호는 누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상견례 장소를 여의도 63빌딩 58층에 있는 일식당 ‘슈치쿠’에서 하기로 했어. 미안하지만 그날 누나 소나타로 모시고 와. 끝나고 갈 때는 내가 모셔다 드릴게.]

누나는 일을 하는지 한참 후에 답신을 보내왔다

[문자 지금 봤다. 좋은 일에 당연히 가야지. 축하한다.]

정책 대학원은 한 달이 지났다고 회식을 하기로 하였다.

석사학위를 받으러온 학생들이 아니고 일주일에 두 번 나가는 1년 짜리 코스라 노는 게 반이었다.

“총무가 10만원씩 걷지.”

회장이라는 사람이 구건호에게 지시 비슷한 걸 했다. 구건호가 속으로 투덜거렸다.

[총무 괜히 했는걸. 나도 회사에 돌아가면 오너 대표이사라고 대우를 받는데 여기선 따가리 노릇을 하니 더럽게 됐네.]

구건호가 조교가 준 명단을 들고 10만원씩을 걷으러 다녔다.

돈들은 많은지 5만원짜리 두 장을 척척 주었다. 어느 장관은 농담도 하였다.

“장관님 빨리 주십시오.”

“카드 안돼?”

그러면서도 돈들은 다 있었다. 별로 농담을 안 하는 현역 군인이라는 50대 학생에게 갔다.

“장군님, 10만원 내십시오.”

“뭔, 식대가 10만원씩 해?”

“유명한 집인 모양입니다.”

장관 한 사람이 말했다.

“총무가 예약을 하지.”

“저, 이 동네 맛 집을 잘 모르겠는데요?”

총무가 재벌회사 사위라는 회장에게 갔다. 구건호는 회장이 현직 장관이라 그냥 장관님이라고 불렀다.

“장관님, 혹시 이 근처 맛 집 아세요?”

“글세, 나도 잘 몰라요, 강남 쪽은 잘 알겠는데 이쪽은 잘 모르겠어요. 교수들한테 한번 물어봐요.”

구건호가 교수실을 찾아갔다.

교수가 관악구청 부근의 참치 횟집을 알려주었다. 전화번호도 알려주었다.

“여긴 비싼집일 텐데.”

“돈 많은 장관들이 많은데 밥값 걱정하겠어요?”

“에이, 장관들 말만 그렇지 돈들 잘 안 써요. 돈은 구사장님 같은 분들이 훨씬 나요.”

“회식 때 교수님도 참석하세요.”

“알겠습니다.”

구건호는 식당 예약을 하였다. 주차장 위치까지 파악해 두었다.

구건호가 교실로 갔다.

“관악구청 앞에 있는 남해 참치 횟집입니다. 2층입니다. 주차는 뒷골목 그린 모텔 주차장 이용하시면 된답니다.”

누군가가 말했다.

“총무는 따라온 기사 숫자도 파악해야 될 거요.”

구건호가 소리쳤다.

“수행기사가 있는 분 손들어 보세요.”

수행기사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12명이었다.

“수행기사들은 홀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총무가 야물어.”

구건호만 피곤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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