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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 이야기-240화 (240/501)

# 240

상견례 (2)

(240)

해가 바뀌었다.

구건호는 서울대학교 정책대학원에 입학을하였다. 김영진 변호사와 함께였다. 대학원 강의가 있는 날은 고급 승용차들이 대학 주차장에 즐비했다.

첫 시간에 자기소개를 했다.

대부분이 고위 공직자였고 법조계 인사들도 많았다. 장성급도 두 사람 있었고 기업인도 세람 있었다. 교육 인원은 모두 20명 정도 되었다. 장관급 되는 고위 공직자들은 서로 안면이 있는지 반말도 하고 농담들도 했다. 구건호처럼 기업인들은 쪽도 못쓰고 조용했다.

“XX장관은 이번에 여기 안 왔나?”

“음, 걔는 요즘 바빠서 못 온데.”

“청와대 있다가 국회로 간 걔는 요즘 잘 안보이데.”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갔다. 구건호는 옛날 부천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가 생각났다.

[저 장관이란 사람은 대기업 과장으로 간 조원철이 같고 저쪽에 금테안경을 낀 대학 총장이란 사람은 연구소로 간 황병철이 같네. 탁한 목소리로 제일 떠드는 저 국회의원은 이석호 생각이 나. 생긴 것도 비슷해.]

구건호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찌질이 구건호는 여기서도 찌질이 같네.]

강의는 최고의 교육기간이라 훌륭했다. 말 주변이 없는 구건호는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말을 잘하는지 몰랐다. 국제 동향이나 경제의 흐름 등을 이야기해 강의 자체는 나쁠 것이 없었다. 단지 공장 운영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구건호는 장관이나 국회의원 같은 사람들 하고 잘 어울리지 못했다. 나이 차이도 많고 이들 또한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인은 어떻게 하다가 돈이나 번 사람들 정도로 보았다. 그래서 구건호는 주로 김영진 변호사하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강의 두 번째 날 쉬는 시간에 뒷자리에 앉은 무슨 장관이란 사람이 물었다.

“자기 소개할 때보니까 어디 기업체 사장이던데 구체적으로 뭐하는 회사요?”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입니다.”

“현대에 납품하쇼?”

“직접 납품은 못하고 1.5벤더입니다.”

구건호가 그렇게 보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장관의 입언저리가 약관 비웃는 듯한 표정인 것 같았다.

“매출은 얼마나 되슈?”

“지난해 800억 정도 했습니다.“

“상장회사요?”

“준비 중에 있습니다.”

“코스닥 예비심사 청구는 하셨소?”

“아직 안했습니다.”

“어흠, 흠. 금융감독원 원장이 내 대학 1년 후배요. 고시 패스도 1년 후배고. 흠, 흠”

장관은 목에 힘을 주고 폼을 한번 잡았다..

“명함 있으면 하나 주슈.”

구건호가 안 포켓에서 명함을 꺼내 두 손으로 공손하게 주었다. 장관이 명함을 자세히 보았다. 장관 옆자리의 국회의원도 호기심이 있는지 장관이 들고 있는 구건호의 명함을 곁눈질로 보았다.

“나도 명함 있으면 하나 주쇼.”

구건호는 국회의원에게도 공손히 명함을 주었다.

이들은 구건호에게 명함을 받기만 하였지 자기들 명함은 주지 않았다.

세 번째 강의가 있는 날 정책대학원 학생들 회장을 뽑았다.

“회장? 저기 이진우 장관이 하지. 재벌집 사위니 찬조금도 내줄 것 아닌가?

혈색 좋은 50대가 손사래를 쳤다.

“아, 나 안 해.”

국회의원이 벌떡 일어났다.

“야, 진우야, 네가 해라. 자, 찬동 하시는 분 박수!”

여기 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오고 혈색 좋은 50대가 일어나 인사를 하였다.

“허허, 이 사람들 참.”

이진우라는 사람은 회장이 된 것이 그리 싫지는 않은 것 같았다.

“회장만 뽑으면 뭐해? 실무적으로 일할 총무도 한 사람 뽑아야지.”

“맞아 총무는 좀 젊은 사람으로 해야 돼.”

이런 말이 오고가자 구건호에게 명함을 받았던 장관이 큰소리로 이야기 했다.

“총무는 내 앞에 있는 구건호 사장이 적임자요. 자동차 부품공장을 하는 젊은 사장이라 일을 아주 잘할 것 같습니다.”

구건호에게 명함을 받은 국회의원이 박수를 쳤다.

“옳소! 구건호 사장이 적임자요!”

이번엔 김영진 변호사까지 합세하여 옳소를 외치자 모두 따라서 박수를 쳤다. 구건호는 졸지에 총무가 되었다.

[이거, 괜찮은 감투인가?]

구건호는 청담동 이회장이나 송장환 사장의 말이 생각났다.

[기업인이 고위 공직자와의 접촉은 불가원불가근(不可遠不可近: 멀리해서도 않되고 가까이 해서도 안된다는 말)입니다.]

1월 중순이 되었다.

구건호는 김영은에게 문자를 보냈다.

[인천에 계신 부모님께서 김영은씨를 보고 싶어 합니다. 다음 주에 대한 추위도 풀린다니 다음 주에 만나지요. 토요일 오후 3시까지 대학로 스타벅스로 가겠습니다.]

답신이 왔다.

[주임교수 해외 학회 세미나 참석으로 바쁩니다. 하루 앞당겨 금요일 점심시간이 어떤지요?]

구건호가 즉시 답신을 보냈다.

[금요일 12시까지 대학병원 현관 앞으로 차를 가지고 가겠습니다.]

구건호는 집에 전화를 했다.

“엄마야? 다음 주 금요일 오후 1시나 2시쯤 집에 들릴 게.”

“낮에? 무슨 일 있나?”

“장래 며느리 될 사람 인사는 해야지.”

“며느리 될 사람? 인사하러 온다는 거냐?”

“네.”

“병원 원무과에 다닌다는 여자냐?”

“원무과가 아니고 의사에요.”

“의사?”

“예.”

“정말이야?”

“예.”

“아이고 시상에! 의사라네! 집 청소도 하고 정아가 낙서한 것도 다 지워야 되겠구나.”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돼요.”

“며느리감 온다는데 내가 왜 이렇게 떨리나. 너의 아빠한테 알리고 정아 엄마한테도 알려야겠다.”

엄마는 무척 당황해 하는 눈치였다.

금요일이 되었다.

구건호는 엄찬호를 불렀다.

“오늘 점심은 좀 늦게 먹어야겠다.”

“어디 가시려고요?”

“12시까지 동숭동 서울대학병원에 들렸다가 인천 우리 부모님 댁에 들려야겠다.”

“서울대학 병원요? 누구 돌아가셨어요?”

“돌아간 게 아니고 거기서 누굴 태우고 인천에 가야겠다.”

“알겠습니다.”

구건호가 탄 벤틀리 승용차가 대학병원 정문 앞에 비상등을 켠 채 정차했다. 워낙 고급차가 비상 깜박이를 켠 채 주차해 있자 경비원이 쫓지도 않았다.

“추위 탓인지 코트에 목도리까지 두른 김영은이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요! 여기!”

구건호가 내려서 자동차 문을 열어주었다. 김영은은 구건호가 타고 온 벤틀리 승용차를 보고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엄찬호는 기다리던 사람이 젊은 여자라 호기심이 가는지 룸미러로 연신 김영은을 보았다. 김영은이 구건호에게 물었다.

“회사차 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비싼 차 같네요.”

김영은은 자동차 값은 물어보지 않았다. 구건호도 가격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찬호야, 인사해라. 서울대학병원 의사 선생님이다.”

“안녕하세요?”

엄찬호가 룸미러를 보면서 인사했다. 김영은이 웃으며 말했다.

“회사 직원이신 모양이죠?”

“네, 그렇습니다.”

“젊은 분이 아주 핸섬하게 생기셨네요. 이름이 어떻게 되지요?”

“엄찬호입니다.”

“엄찬호씨! 이거 하나 드세요.”

김영은이 가방 속에서 건강음료 하나를 꺼내 엄찬호에게 주었다.“

구건호가 옆에 탄 김영은을 보며 말했다.

“엄찬호는 올해 나이가 29살입니다.”

“어머, 제가 누나 되네요.”

엄찬호는 룸미러호 연신 김영은을 보면서 말했다.

“아는 의사 선생님 한분이 계셨으면 했습니다.”

“호호, 의사라도 자기 전공이외에는 잘 몰라요.”

차가 강변도로로 들어서자 김영은은 계속 창밖만 응시했다. 엄찬호가 있어서인지 이후 말을 아꼈다. 구건호 역시 창밖만 내다보았다.

누나한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오고 있니?”

“응, 가고 있어.”

“의사라며? 너 어떻게 그런 사람 친했니?”

“지금 옆에 있어. 전화 끊어.”

“알았다. 빨리 와라.”

벤틀리 승용차가 구월동 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에 주차했다.

“저, 여기서 기다릴게요.”

“늦으면 내가 전화할게.”

“알겠습니다. 사장님.”

구건호와 김영은은 아파트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김영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역시 절도 있게 걸어갔다.

아파트 문은 구건호가 올 것을 대비하여 살짝 열어놓고 있었다. 구건호가 들어서자 엄마가 뛰어 나왔다. 엄마는 촌스럽게 한복 정장을 하고 있었다.

“우리 엄마야. 인사해요.”

“안녕하세요?‘

엄마는 거실에 우뚝 서서 김영은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소파에 앉으라는 말도 잊은 채 계속 김영은의 얼굴을 응시했다.

“엄마도 알거야. 서울대병원에서 엄마 관장을 해주던 의사 선생님.”

“맞다. 맞어! 난 한 한번 본 듯하여 자꾸 쳐다보았는데 그때 그 선생임이구나. 하이고 이렇게 귀한 집 딸이.”

엄마는 김영은의 손을 덥썩 잡았다.

“이리 앉아요. 이리.”

엄마는 김영은의 손을 잡고 소파로 안내했다.

김영은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몸은 괜찮으시죠?”

“예, 괜찮아요. 아휴, 내가 늦게 복이 들어와 이렇게 훌륭한 며느리를 보게 되네.”

엄마는 감격스러워 목소리까지 떨렸다. 엄마는 안방에 들어가 아버지를 불러냈다. 아빠도 촌스럽게 한복을 잔뜩 껴입고 있었다.

“우리 아빠요.”

“안녕하세요?”

아빠가 거실 바닥에 앉자 김영은이 소파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은 채 인사를 했다. 아빠도 따라서 같이 인사를 했다.

“편히 앉아요.”

“예.”

“지금 의사라고요?”

“네.”

아버지도 아주 만족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주방에 있던 누나가 거실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건호 누나에요.”

거실 바닥에 앉았던 김영은이 후다닥 일어나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누나가 웃으며 말했다.

“건호가 내가 중매한 사람은 다 싫다고 했어요. 그 이유를 알겠네요. 호호.”

누나는 거실 바닥에 교자상을 폈다. 추석 때나 펴는 상이었다.

누나는 교자상 위에 과일과 차를 내왔다.

정아가 학교를 갔다 왔다.

엄마가 두 팔로 정아를 반기며 말했다.

“정아야 이리와. 외숙모 될 사람이야.”

“외숙모? 안녕하세요?”

김영은이 웃으며 말했다.

“누님 딸인 모양이지요? 귀엽게 생겼네요.”

“아빠가 김영은에게 물었다.”

“부모님은 다 계신가요?‘

“아버님만 계시고 어머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서울에 계신가요?”

“예,신림동에 계십니다.”

“은퇴하셨겠네요.”

“네, 초등학교 교사로 은퇴하시고 집에 계십니다.”

엄마가 아빠한테 핀잔을 주었다.

“주책없이 이것저것 묻지 말아요.”

엄마는 주방으로 갔다.

엄마와 누나가 쟁반에 음식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많이 지나 배고프겠네.”

김영은이 일어나 쟁반에 있는 음식을 받으려하자 엄마가 말렸다.

“오늘은 손님에요. 그냥 앉아 있어요.”

구건호가 쟁반의 음식을 상에 정리했다.

누나가 큰 냄비에 해산물 매운탕을 가져왔다.

“호호, 여긴 인천이라 생선밖에 없어요.”

구건호가 매운탕 냄비를 상위에 받아 놓으며 말했다.“

“기사를 오라고 해야겠네.”

엄미가 말했다.

“기사가 왔어? 회사 기사가? 오라고 해. 같이 밥 먹지.”

구건호가 엄찬호에게 전화를 했다.

“찬호냐? xx층 xxx호실로 올라와라. 밥 여기서 먹자.

엄찬호가 올라왔다.

“인사해라. 우리 엄마, 아빠다.”

“안녕하세요?‘

엄마는 대뜸 엄찬호의 손을 잡았다.

“아이고, 우리 막내 아들 왔네. 이리 앉아요.”

가족들이 가운데 교자상에 뺑 둘러앉았다.

“식구들이 많으니 좋네요.”

김영은도 웃으며 말했다.

밥이 맛있는지 엄찬호는 두 공기나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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