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38화 (238/501)

# 238

사업실적 보고회 (1)

(238)

구건호는 이날 김영은과 함께 대학로의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했다. 연극에 대한 비평도 서로 이야기했다. 김영은은 한때 화가를 꿈꾸었던 사람이라 그런지 예술방면에 조예가 깊었다.

“내가 설빙이나 게이꼬와 결혼했다면 예쁘기는 한데 김영은과 같은 동지적 감정은 없었을 거야.”

구건호와 김영은은 연극을 보고 거리로 나왔다.

“배 안고파요?”

“고파요.”

“뭘 먹고 싶죠?”

“음... 피자요!”

둘은 걷다가 포로코 로코라는 화덕 피자집을 발견했다.

“구건호씨는 기업하는 사람이지만 서민적이라 좋아요.”

“김영은씨도 서민적이라 좋아요.”

“원래 서민이잖아요. 호호.”

구건호는 즐거웠다. 오늘 같은 날이 계속되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저, 아버님은 그럼 어디사세요? 엄마가 안 계셔서 혼자 사시나요?”

“예, 혼자 사세요. 신림동 동부아파트에 사세요.”

“혼자 적적하시겠네요.”

“그렇지는 않아요. 기원에 가셔서 바둑도 두고 도서관에도 가고 그러세요. 가끔은 친구들과 관악산에도 가고 그러세요. 거기가 좋으시데요.”

“영은씨가 용돈도 보내시고 그러겠네요.”

“호호, 용돈 잘 못 보내요. 연금 있으시다고 용돈도 잘 안 받으세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34년간 교사 하셨어요.”

“한번 뵙고 싶군요.”

“예?”

김영은은 피자를 먹으면서 웃기만 하였다.

12월 15일이 되었다.

지에이치 모빌의 금년도 사업실적보고와 내년도 사업계획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송장환 사장은 과장급이상 간부 전원을 회의실로 소집시켰다. 특별히 노조위원장 한명도 참석 시켜 모두 36명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이중에서 6명이 임원이라 임원들의 의자는 앞줄에 배치하여 회의 참석자들과 마주보게 하였다. 모두 회사의 다이어리를 옆에 끼고 회의장으로 왔다.

총무과장이 개회 선언을 하고 실적보고가 시작되었다. 파워포인트가 켜지고 앞쪽을 바라보던 임원들이 모두 화면을 향하여 의자를 돌려 앉았다.

실적보고는 여성인 경리부장 김민화가 담당했다. 김민화 부장은 지휘봉을 들고 앞으로 나와 평상시보다 약간 높은 톤으로 보고를 시작했다.

[금년도 우리 회사의 매출은 816억을 달성했습니다. 이것은 법정관리 기간 때 보다 약 9% 상승한 수치입니다. 제조원가는 678억으로 매출이익은 138억이 되겠습니다. 일반관리비는 81억으로 영업이익율은 7%인 57억을 기록했습니다. 이중에서 금융비용인 영업외 비용은 26억이고 법인세를 차감한 당기 순익은 24억입니다. 매출액 대비 2.9%입니다.]

[다음은 제조원가에 대한 세부적 지출현황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송장환 사장이 경리부장의 말을 막았다.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습니다.”

모두 송장환 사장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우리 회사의 납입 자본금은 25억입니다. 악성 부채를 갚기 위해 구건호 사장님은 자본금 외에 30억을 더 회사에 빌려주었습니다. 자본금 외에 빌린 돈 30억은 회사가 이익이 발생하면 되돌려 주어야 할 돈입니다. 하지만 구사장님은 이 30억을 전부 자본금으로 돌려주어 현재 자본금은 50억이 되었습니다.]

장내에 기침소리 하나 없었다.

“그리고 구사장님은 금년도 당기순이익 24억을 배당받지 않고 전부 빚 갚는데 쓰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이로서 우리는 내년도엔 영업외 비용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부채비율도 또한 낮아질 것으로 봅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구사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입니다.”

경리부장의 말이 다시 시작되었다.

[제조원가에 대한 세부적 내용은....]

송사장이 또 말을 막았다.

“경리부장은 자질구레한 숫자는 생략하고 큰 글자만 말하세요.”

“알겠습니다.”

실적보고는 경리부장이 큰 글씨만 말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내년도 사업계획은 영업부 서창환 차장이 발표했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발표하겠습니다. 내년도 매출은 신제품 AM083어셈블리의 판매확대와 S기업의 물량증가로 추정 손익은 금년도 보다 12%늘어난 914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제조원가에 대한 절감운동으로....]

[....따라서 내년도 추정 손익은 당기순이익 50억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서차장의 보고가 끝나자 상임감사가 말했다.

“내년이 지나면 우리도 부채비율이 업계 평균에 근접할 것으로 봅니다.”

보고가 모두 끝나고 구건호의 최종 평가가 있었다.

“고생들 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회사가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이 보여 마음이 많이 놓입니다. 내년도 매출목표가 914억인데 여러분들의 넘치는 의욕으로 보아서는 분명 초과 달성하리라고 봅니다.

우리가 코스닥에 상장하려면 부채비율이 업계 평균보다도 1.5배가 더 낮아져야 합니다. 상장이 되어야 회사의 대외적 신뢰도도 높아지고 여러분들의 자긍심 또한 높아질 것입니다. 복지 또한 좋아질 것입니다. 그날까지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열심히 일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장시간 고생들 하셨습니다.“

구건호의 말이 끝나자 일제히 박수를 쳤다.

이날 구내식당에서는 별식으로 닭고기와 과일이 더 나왔다. 사업계획 발표가 있는 날이라 구사장님 특별지시로 별식이 더 나왔다고 사람들이 수근 댔다.

“구사장님은 경리 출신이라 숫자가 하나라도 틀리면 화를 낸다고 그러네?”

“임원들이 정신 바짝 차리겠는데?”

구건호는 이날 임원들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구건호는 구내식당에서 식사 후 비서 박희정씨가 가져온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최 화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최 화가입니다. 점심시간이라 전화 걸어도 될 것 같아 전화 드렸습니다.”

“잘 지내시죠?”

“저는 잘 있습니다. 영은이랑 몇 번 만나셨다면서요? 뜸들이지 말고 결혼하세요. 지금이 12월이니까 겨울 지나고 구정 지나면 바로 하세요. 3월달에 하세요.”

“저는 뭐 좋습니다.”

“결혼하는 달은 신랑 측에서 정하면 결혼하는 날은 신부 측에서 결정하는 겁니다. 3월 되기 전에 양가 상견례도 하고 그러세요. 영은이 아버지 만나보셨어요?”

“아직...”

“어쩌면 그렇게 남자나 여자나 똑 같은지 모르겠네요. 내가 영은이 한테 구사장님 손가락 좀 재가지고 오라고 하니까 이제 겨우 재가지고 오네요. 영은이 아버지 술 좋아하니 술 한 병만 사가지고 가 보세요.”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내가 영은이 한테 신랑이 3월로 정했다는 이야기를 할게요. 구체적 날자는 3월중에서 영은이 한테 잡으라고 할게요.”

“고맙습니다.”

“실은 나도 걔가 혼자된 아버지를 보아서라도 결혼을 빨리 했으면 했어요. 그런데 이 미친 것이 아프리카에 자원봉사인가 뭔가를 다녀오는 바람에 나이만 더 먹었지 뭐예요.”

“여러 가지로 신경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구건호는 디욘코리아로 갔다. 디욘코리아 역시 금년도 실적보고와 내년도 사업계획 보고회가 있는 날이었다.

구건호는 취미인 낮잠도 자지 못하고 커피를 마신 후 바로 디욘코리아로 넘어갔다. 회의가 아직 20분이 남아 있어 인터넷이나 하려고 사장실에 있는 컴퓨터를 켰다. 메일이 하나 들어와 있었다. 생산부 유희열 부장이 보낸 메일이었다.

[디욘사의 원재료 배합표는 종류가 많아 그동안 정리를 못해 사장님께 등록을 못했습니다. 파일 첨부하여 이제야 원재료 배합표를 보고 드립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자료는 사장님 외에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저에게 미국 연수 기회도 주시고 승진까지 시켜서 디욘코리아로 보내주셨습니다. 사장님의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정리하려고 했는데 그동안 기계 장비가 계속 들어오고 시험 생산도 많아 보고가 늦어졌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드립니다.

생산부장 유희열 드림 - ]

구건호는 파일을 열어보았다. 엑셀로 빽빽한 숫자와 화학기호들이 적혀 있었다. 분량도 엄청났다.

“아이구, 이건 내가 봐도 모르겠네. 그냥 등록했다는 것만 알아두지.”

구건호는 짤막한 답장을 보냈다.

[원재료 배합표는 잘 보았습니다. 유부장님이 수고를 많이 하셨습니다. 우리 같이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합시다. 감사합니다.]

디욘코리아의 실적발표는 경리부 조명숙 차장이 했다.

[디욘코리아는 금년도에 사업시작을 하여 영업일수 1년을 채우지 못한 9개월입니다.

매출총액은 210억이고 매출원가는 157.5억입니다. 매출 총이익은 52.5억입니다. 일반관리비는 20억으로 매출액 대비 9.5%이며 영업이익은 32억입니다. 영업외비용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합자사이기 때문에 조차장의 말이 끝나면 이선생이 영어로 통역을 했다.

내년도 사업계획은 영업부 성일기 과장이 발표 했다.

[내년도 사업계획은 예상 매출 364억으로 이중 336억은 국내 매출이고 해외 부분은 30억으로....]

지루한 통역이 끝나고 구건호의 최종 발언이 있었다 구건호는 오늘 아침서부터 보고를 받아서 그런지 다소 피곤했다.

[디욘코리아는 여러분들의 헌신적 노고로 첫해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습니다. 합자사는 금융권 부채가 발생하지 않아 이익이 발생했지만 앞으로 해외 판매망 확대로 자체 파이넨스를 일으키면 수익이 감소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을 일으키더라도 매출 볼륨을 확대하면 이익이 크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애덤 캐슬러가 통역의 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년도 매출은 해외부분이 좀 약하게 되었는데 해외부분도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기계장비는 내년 상반기까지 16호기까지 맞출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시간 수고하셨습니다.“]

구건호는 보고회가 끝나고 사장실에서 차를 마시고 쉬고 있는데 모빌의 송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송사장입니다. 디욘코리아의의 사업계획 발표회는 끝났습니끼?”

“끝났습니다.”

“금년도 매출총액 210억에 매출 이익율 25%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역시 원재료 업체라 이익률이 대단합니다. 내년도는 해외부문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겠습니다.”

“30억으로 잡았더군요.”

“해외부문이 좀 약하네요. 모빌이나 디욘코리아나 사업계획 발표를 영업에서 했는데 사실은 기획파트가 있어야 합니다. 향후 전략적 투자나 사업 분석을 위해선 기획실 설치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흠.”

“오늘 두 회사의 보고를 받느라고 상당히 피곤하셨겠습니다.”

“아직 젊으니 괜찮습니다.”

구건호는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으나 정말 피곤하기는 하였다.

구건호는 차를 마시며 생각했다.

[각사마다 매출이 1천억이 넘어가면 기획실이란 부서가 필요하겠군. 사업계획 수립이나 신규투자에 대한 타당성 분석이나 자체 감사를 위해서도 말이야. 그건 사장 직속으로 해야 될 필요가 있겠군.]

구건호는 자기 책상에 앉아 개발의 강이사와 미디어의 신정숙 사장, 그리고 중국의 김민혁 사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오늘 지에이치 모빌과 디욘코리아의 금년도 사업실적 보고와 내년도 사업계획에 대한 보고회가 있었습니다. 개발과 미디어, 그리고 중국의 유한공사는 서면보고로 대체하니 금년 연말까지 이메일로 서면보고 해주시기 바랍니다. 보고는 간결하게 A4 한 장 정도의 분량으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금년 한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