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26화 (226/501)

# 226

운송업 베이스 캠프 (4)

(226)

디욘코리아의 경리 책임자는 지에이치 모빌에서 경리과장을 하던 사람이었다. 디욘코리아로 넘어오면서 한 계급 승진하여 차장이 된 사람으로 여성이었다. 이름은 조명숙이었다.

구건호가 조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차장? 나, 사장이요.”

“네, 사장님.”

“지금 디욘코리아의 오늘 기준으로 외상매출금이 얼마나 되요?”

“18억원입니다.”

외상 매출금은 물건은 팔았지만 아직 수금을 못한 금액을 말한다.

“외상매입금은 얼마요?”

“6억입니다.”

“미지급금 있어요?”

“1억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니 됐어요. 대충 맞으면 돼요. 자세한건 내가 내려갔을 때 보고하면 되요.”

“현재 예금 잔고는 얼마요?”

“32억원입니다.”

“월간 손익현황은 부사장 애덤캐슬러 싸인 꼭 받아야 합니다.”

“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부터는 합자사가 디욘 본사로부터 구매하는 원재료는 현물출자가 끝났기 때문에 현금주고 사와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수출입까지 담당해 조차장이 일이 많겠네요.”

“아직은 괜찮습니다. 수입신고는 관세사 사무실에서 대행해 주니까요.”

“현금 지출 1백만원 이상은 내 승인 없이 지불하면 안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구건호는 조차장과의 통화를 끝내고 혼자 생각해 보았다.

[현재 합자사 발족이 된지 6개월이고 현물출자가 끝난 상태에서 보유현금이 32억이다. 1년 정도 운영하면 매출액 300억에 보유 현금이 60억 내외가 된다. 그렇다면 영업이익 20%라는데 나쁜 성적은 아니다. 물론 벤처기업의 영업이익률 보다는 못하지만 벤처라고 다 대박 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합자사라 파이넨싱 일으킨 게 없으니 금융권 이자와 같은 영업외 비용이 나가는 것도 아니다.]

구건호는 녹차를 한잔 마셨다. 그리고 사장실을 혼자 맴돌며 생각을 했다.

[내년엔 법정 유보금만 남기고 디욘 측에서는 무상 증자하자고 하겠지. 그래야 코스닥 상장하여 주식가치가 올라가면 떡 고물이 더 커지지 않겠어?.]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틀림없이 해외 자회사 설립하자고 할 거란 말이야. 그때 슬쩍 지에이치 로지스틱스 흡수 합병해 달라고 할까? 디욘 코리아의 물류를 책임지는 회사니까 자회사 편입해도 모양이 좋잖아? 그럼 땅 산돈 내 돈은 빼낼 수 있단 말이야. 그동안 땅값이 오르면 어떻게 될까? 오른 상태로 합병하면 나는 20억 플러스 알파가 있겠지?. 합자니까 지배력은 100%에서 50%로 줄어들긴 하겠지만 괜찮은 장사일 것 같은데?“]

구건호는 문재식이 운영하는 지에이치 로지스틱스를 훗날 합자사에게 인수시킬 계획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자기가 집어넣은 돈들은 빼내고 싶었다. 그냥 빼내는 것이 아니고 좀 튀겨서 빼내고 싶었다.

[그렇다면 문재식의 이름으로 정비공장 주변의 논을 사서 형질변경 작업을 시키도록 하자. 문재식에게는 이름 빌려준 값을 주면 저도 이익이고 나도 이익이니까 말이야.]

성환의 정비공장은 중도금이 치러졌기 때문에 청소와 철거 작업을 진행하였다. 박종석 이사가 공무계장을 데리고 가서 일했다.

“이사님, 이 냉장고도 버립니까?”

“다 버려. 사장님이 다 버리라고 했어.”

“어휴, 이 쓰레기들 좀 봐. 책상 서랍에 있는 물건들도 다 그대로 놓고 가버린 모양이네요.”

“다 버려. 이층 숙소에 있는 이불 같은 것도 다 버려.”

“이불은 몇 개는 새것 같은데 아깝네요.”

“아까우면 당신 집에 가져가고.”

“헤, 다른 것은 모르지만 이불은 그래도 좀 기분 나빠서....”

“여기 있는 것 다 못 실어 내보내겠는데? 차 한 대 더 불러요.”

청소 용역업체에서 정비 공장 내의 물건들을 모두 실어내자 이번엔 바닥공사와 화장실 공사, 그리고 페인트 공사가 시작 되었다.

구건호가 공사 진행사항을 둘러보러 나왔다.

“물건들은 다 나갔군.”

박종석이 구건호 앞으로 뛰어왔다.

“쓰레기가 하도 많아 트럭 한 대를 더 빌렸어. 찢어진 천막도 땅에 내려놓으니까 엄청나게 컸어. 다 말아가지고 버리긴 했는데 그것 때문에 시간 다 잡아 먹었어.”

“바닥 에폭시 공사했냐?”

“응, 방수처리하고 후로링 매트를 깔 거야. 그 정도는 해 줘야지.”

“벽체 페인트는 내일 할 건가?”

“공사는 내일까지 할 거야. 화장실 공사는 오늘 끝나는데 캐노피하고 옹벽 공사는 내일 끝나.참, 울타리가 없는데 울타리 해 줄까?”

“해 줘라. 울타리가 없으니 어째 이상하다.”

“그럼 메쉬펜스로 쳐주지. 전부 다하려면 견적이 좀 나오겠는데?”

“그리고 정문 기둥에 동판으로 된 간판도 하나 걸라고 해. 우리 명함에 있는 로고 집어넣고.”

“그건 지에이치 모빌의 총무과장이 잘 알아. 내가 그 친구한테 부탁할게.”

“그래라.”

“뭐, 지시할 것 없지?”

“없어. 네가 고생한다.”

“고생은 뭘. 재식이 형이 온다니까 나도 기분이 좋아. 만날 지하실에 살면서 고개만 숙였던 형인데 고개한번 들게 해 줘야지.”

“그래, 책상도 좀 좋은 것 사줘라. 직원용 책상도 불어 날 걸 예상해서 몇 개 더 사라.”

“알았어. 법인카드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송사장이 쓰는 책상과 같은 걸로 하나 들여 놓지.”

공사가 다 된 날 SM5를 타고 온 문재식은 정비공장을 보고 크게 놀랐다.

“완전히 딴 모습으로 되어버렸네?”

정문에 동판으로 회사 간판이 불어 있었고 안으로 들어오니 깨끗한 시멘 마당에 잡티 하나 없었다. 천막을 걷어내고 푸른색 PVC의 캐노피가 붙어있어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도색을 새로 한 사무실안은 전등갓을 새로 교체하고 버티컬 커튼도 달아 놓았다. 사장실도 따로 있었고 사장실엔 호화스런 사장용 책상이 있어서 구건호가 앉을 자리인가 했더니 자기가 앉을 자리였다. 사무실엔 직원용으로 빈 책상 4개도 갖다 놓았다.

“혼자쓰기 아깝네.”

“경리업무가 복잡해지니 경리직원 한사람 채용해라. 기사 모집하느라고 워크넷 광고 내봤으니까 경리도 모집해라. 이 근방에 사는 사람으로 뽑아라.”

“그렇게 하지.”

문재식은 2층을 올라가 보았다. 숙소로 썼던 것 같은 방들이 있었다.

“전에는 직원 숙소로 쓴 모양이니 용도는 네가 알아서 해라.”“방 하나는 기사 대기실로 쓰고 하나는 숙직실로 쓰면 되겠네. 아니, 내가 집이 서울이니 여기서 임시로 기거하면 좋겠는데? 토요일이나 집에 가면 되겠어.”

박종석이 와서 문재식에게 말했다.

“형, 여기서 자면 가끔 나하고 소주나 한잔해.”

“좋지.”

“형, 그리고 저기 사거리에 보니까 뷔페식 식당도 있는 걸 봤어. 밥은 거기서 사먹어도 되겠던데? 걸어서 가도 되겠어.”

“그런 식당이 있었나?”

박종석이 구건호를 돌아보았다.

“형, 내일부터 재식이 형 여기서 근무하는데 공장 오픈 고사 같은 것 없어?”

“고사?”

“거 왜 있잖아. 돼지머리 갖다놓고 돈 잘 벌게 해달라고 지내는 것 있잖아. 형하고 나하고 포천과 양주에서 일할 때 공장에서 지내는 것 많이 봤잖아.”

“허허, 고사를 지내?”

“저기 서 있는 우리 공무계장도 고사 안 지내냐고 물었어. 성환에 돼지머리 잘 하는 집이 있다고 소개도 하던데?”

구건호가 문재식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할까? 문사장이 결정해.”

“하, 하지 뭐.”

박종석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형, 잘 생각했어. 형이 하는 운수회사에는 말이야, 돈 잘 벌게 해달라고 고사를 지내는 것도 있지만 실제는 안전운행 해 달라고 비는 것이 많아.”

“음, 그래? 언제가 한번 들은 것도 같다.”

“지에이치 로지스틱스 소속인 디욘코리아 트럭기사들 하고 음성에 나가있는 트럭기사들도 저녁에 이곳으로 오라고 해. 돼지머리에 절도 하고 자기들 본사가 어디 있는지 이제 알려줘야 할 것 아니야?”

“그래, 내가 부를게.”

박종석은 공무계장을 불렀다.

“용역회사 직원들 아직 안 갔으면 같이 직원용 책상 4개 마당으로 내놉시다. 모조지 사다 깔고 야외용 식탁으로 만듭시다.”

“알겠습니다.”

“돼지머리 지금 부탁하면 되겠지요?”

“그럼요, 충분합니다.”

“시루떡도 있어야 하는데.”

“돼지머리집하고 연계가 되어있어 시루떡도 부탁만 하면 다 가져옵니다.”

“시루떡은 반말이면 될까?”

“한말 해야 되요. 반말은 떡이 3단이고 한말은 5단인데 시루채까지 가져와요. 남으면 옆에 공장도 갖다 주고 이 동네 노인정에도 보내고 그래야 대운이 확 붙어요.”

“그럼 한말 합시다.”

구건호는 지에이치 모빌에 들려 업무보고를 받고 디욘 코리아로 갔다. 디욘 코리아로부터 김전무에게 업무보고를 받고 현장을 한번 둘러본 후 다시 사장실로 올라왔다.

“저녁에 고사를 지낸다니 5시쯤 나가야 되겠군.”

구건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김전무가 들어왔다.

“사장님, 오늘 지에이치 로지스틱스서 고사 지낸다면서요? 현장에 내려가니까 화물차 기사들이 그러내요.”

“그런 모양입니다.”

“저희 들도 가지요. 다 가면 복잡하니까 임원들만이라도 가지요. 윤상무하고 같이 가겠습니다.”

“거기까지 오면 피곤하지 않겠어요?”

“좋은날 우리가 안가면 되겠습니까? 아마 소문 들었으면 모빌의 임원들도 다 올 겁니다. 거기서 돼지 머리에 절하고 웃는 돼지 입에다 만원짜리 한 장은 꽂아 줘야지요.”

“허허, 거 뭐, 알아서들 하세요.”

저녁때가 되어 구건호가 성환의 정비공장에 도착하니 벌써 사람들로 웅성거렸다, 책상을 마당에 일렬로 세워놓고 모조지 대신 신문지를 깔았으며 가운데에 고사상을 차려 놓았다. 커다란 돼지머리가 촛불 아래서 웃는 모습을 하고 있었고, 옆에 시루떡은 시루채 갖다 놓았는데 금방 했는지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사장님 오셨다.”

구건호가 가자 사람들이 길을 터주었다. 구건호가 둘러보니 지에이치 모빌의 임원들과 디욘 코리라의 임원들은 다 모였다. 트럭 기사들 5명도 오고 파주의 기사도 트럭을 몰고 왔다. 애덤 캐슬러의 얼굴도 보였다.

“애덤 캐슬러 부사장도 왔네?”

“한국의 전통 풍습을 보고 싶답니다.”

애덤 캐슬러는 벙긋벙긋 웃으며 스마트 폰으로 고사상의 돼지머리를 사진 찍었다. 트럭 6대와 임원들이 타고 온 승용차가 공장 안에 들어오니 벌써 마당이 꽉 찼다.

돼지 머리 밑에는 누가 썼는지 백지에 붓글씨로 ‘재복대길’ 과 ‘안전운행’이란 글씨를 써서 붙여 놓았다.

박종석 이사의 사회로 고사가 진행되었다.

“주식회사 지에이치 로지스틱스 안전운행과 재복대길을 기원하는 고사를 올리겠습니다. 먼저 구사장님께서 앞에 놓인 웃는 돼지에게 큰 절을 하겠습니다.”

몇 사람이 뒤에서 낄낄대고 웃었다.

“아니 내가 먼저 하는 게 아니고 문재식 사장이 하는 것 아닌가?”

“그럼 두 분이 같이 하세요.”

문재식과 구건호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문재식이 먼저 술잔을 따랐다. 문재식은 어디서 배웠는지 토지신에게 먼저 술잔을 드려야 한다고 하면서 술잔을 휙 하고 땅에 뿌렸다. 그리고 돼지코를 살짝 베어네 땅에 던지면서 ‘고수레’를 외쳤다. 누군가 뒤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역시 글을 썼던 사람이라 아는 게 많아.”

애덤 캐슬러가 이런 장면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문재식은 절을 하고 돼지 입에 만원짜리 두 장을 찔러주었고 구건호는 봉투를 하나 찔러 주었다. 이어서 임원들과 트럭 기사들이 절을 했다. 대개는 돼지 입에다 만원짜리 한 장을 넣어주었고 안 넣은 사람들도 있었다. 송장환 사장만 유일하게 5만원짜리 하나를 돼지 입에 찔러주었다.

고사가 끝난 돼지머리는 잘게 썰려 소주와 함께 모여 있는 사람들 입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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