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남 큰손 이야기-225화 (225/501)

# 225

운송업 베이스 캠프 (3)

(225)

구건호는 박종석에게 정비공장을 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성환에 있는 정비공장인데 토지가 980평이고 건물이 아래층 윗층 합쳐서 260평이라고 했어. 건물은 페인트칠을 다시 해야 할 거야. 그리고 거기 자동차를 정비하던 곳은 천막 건물인데 다 찢어져서 벗겨내야 해. PVC캐노피로 바꿀까도 생각중이야.”

“정비공장 하는 것도 아닌데 캐노피가 필요할까?

“글세.”

“일단 그 공장 내가 한번 가 보지. 재식이 형이 온다면 나도 심심하지 않고 좋아. 여기서 거기까지는 20분도 안 걸리니 말이야.“

“공무팀이나 생산부에서 철거작업 같은 거 다루어본 사람들이 있지?”

“있기는 한데 용역 줘야 할 거야.”

“용역 감독은 누군가 해야 하잖아?”

“공무팀 신계장이 옛날 철거 회사에 근무했다고 했는데 이 친구를 데리고 가볼까?”

“거기 정문 자전거 열쇠 번호가 4786이다”

“알았어. 내가 신계장 하고 같이 가볼게.”

.

오후에 정비공장을 갔다온 박종석이 결과를 보고했다.

“크지도 않고 아담하고 좋던데? 안에 있는 물건들은 싹 치우고 페인트칠이나 하고 전등이나 갈아주면 되겠어.”

“그래?”

“작업장으로 썼던 천막은 다 걷어버리고 비가림막 정도로 5미터 정도만 PVC캐노피 설치해도 되겠어. 그리고 천막이 있던 자리는 피트(PIT) 시설을 하나는 해야 될 것 같아. 같이 간 신계장도 나하고 똑 같은 생각이었어.”

“피트?”

“길게 판 구덩이 말이야. 소형 승용차는 리프트가지고 되겠지만 중장비나 대형트럭은 피트가 좋아. 한 개만 파놓으면 될 것 같았어.”

“아, 고장 났을 때 밑에 들어가서 작업하는 구덩이 말이지? 그런데 우리가 정비공장도 아닌데 그게 필요할까?”

“간단한 정비는 해야겠지. 오일 교환을 하거나. 타이어 공기압을 채우거나 하는 것은 해야 되겠지.

“그래? 그럼 하나 파라. 그 공사도 해야 되겠구나.”

“북쪽 옹벽 무너진 곳도 수리해야 하고 화장실 물이 안내려가서 공사를 해야 되겠어.”

“재식이 한테 로직스티스 법인카드 너한테 보내주라고 할 테니 다음 주에 시작해라.”

“알았어.”

“용역회사 애들이 와서 하니까 신계장보고 보조 감독하라고 하고 너는 총 감독 해라.”

“헤헤, 알았어.”

구건호는 정비공장 매입은 개인이 아닌 법인 명의로 해야 되기 때문에 20억을 인출하여 지에이치 로직스티스의 법인 통장에 입금시켰다. 그리고 바로 문재식에게 전화했다.

“문사장? 나야. 방금 로직스티스 법인 통장에 20억 입금시켰다.”

“어? 그래?”

다음 주 중도금 치룰 땐 거기서 입금해야 된다.“

“알았어. 고맙다.”

문재식은 통장을 확인해 보았다. 20억이 입금되어 있었다.

“아, 저 돈. 내가 3천만 원이 없어 신용불량자가 되고 우리 아버지도 불과 몇천만 원으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소식도 없는데 저 돈의 10분의 1만 있었어도, 아니 100분의 1만 있었어도 우리 집이 이렇게 풍지박산은 안 났을 텐데. 하늘은 어찌하여 나한테만 이런 시련을 주는가!”

문재식은 20억이 찍힌 통장을 컴퓨터로 보고 만감이 교차했다.

신정숙 사장이 일본에서 돌아왔다.

신사장이 귀국 보고를 위하여 신사동 빌딩에 있는 구건호에게 찾아왔다.

“갔던 일은 잘 됐습니까?”

“지에이치 갤러리에 원화를 출품하는 일본 만화가들은 12명입니다. 한 분당 대개 10점씩 출품하기로 했습니다. 만화가들을 다는 못 만나고 7분을 직접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신사장이 가방에서 A4용지 크기의 원화를 꺼냈다. 그리고 구건호에게 보라고 하였다. 구건호는 원화 그림을 보고 감탄했다.

“이게 인쇄한 것이 아니고 그린 것입니까?”

“예, 손으로 그린 것입니다. 손에 물기가 있으면 묻어납니다.”

“어휴, 진짜 잘 그렸네요. 얼마나 연습을 하면 이렇게 그릴 수 있을까?”

“만나본 7분 중 2명의 만화책을 한국에서 출간하기로 계약하고 왔습니다.”

신사장은 CD를 꺼내 보이면서 밝게 웃었다.

“그게 뭡니까?”

“만화 작품이 다 이 안에 있습니다. 출력 후 번역해서 말풍선만 한국어로 바꾸면 됩니다.”

“아, 그렇습니까?”

“인기 있는 일류 작가들은 한국의 대형 출판사에서 이미 계약을 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요꼬하마에서 전시회하는 친구 화가 분은 어떻습니까?”

“걔도 현지 언론에서 한국의 대가라고 소개되어 반응은 나쁘지 않습니다. 잘 하면 구사장님이 다음 주에는 콩국수를 얻어 드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콩국수 이야기가 나오자 양평의 전원주택이 생각나고 여의사도 생각나 심장이 뛰었다.

“다행이군요.”

“만화 세계역사 시리즈는 30권중 15권까지 발매되었고 중국서적도 모두 발행되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히트작 일본 에세이 ‘아침에 기상하는 인간은’ 갑자기 탄력이 붙어 지난주까지 20만부를 돌파했습니다. 따라서 사장님이 미국 아마존에서 만화역사 판권 수입을 위해 가수금으로 넣었던 3억원은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중으로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호호, 그래도 9억 통장에 남았습니다. 이제 사장님께 손 안 벌리고 자력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사무실을 신사동 건물로 오고 싶은데 강이사님이 아직 빈곳이 없다고 해서 대기 중입니다.”

구건호는 신사장이 돌아가고 난 다음에 출판도 히트작만 나오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숨에 돈을 버니 잘만 하면 매력이 있네. 연말 신사장과 연봉 협상 땐 꽤나 올려 달라고 하겠군.”

구건호는 혹시나 해서 통장을 열어보았다. 구건호는 증권사에 1700억이 있고 시중은행 통장에는 40억 정도가 예금이 되어 있었다. 정비공장 사느라고 20억을 문재식에게 보내고 20억이 남았는데 미디어에서 3억원이 들어와 잔고가 23억원이 되었다.

구건호는 신정숙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3억원 입금된 것 확인했습니다.”

“늦게 보내드려 죄송합니다.”

“지금 미디어의 잔고가 9억 있다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신사장님 차 한 대 사세요. 법인용으로요.”

“제차는 SM5인데 아직 멀쩡해요. 4년 밖에 안됐습니다. 장거리 운행도 많이 안 뛰어 주행키로도 6만키로밖에 안됐습니다.”

“SM5는 개인 명의로 되어있지요?”

“그렇습니다. 제 개인 명의입니다.

“지금 있는 SM5를 문재식 사장에게 주고 신사장님은 법인용으로 뽑으세요. 중형차도 상관없습니다.”

“그렇다면... 현대 코나로 뽑으면 안 될 가요? 배기량 2.0이하입니다.”

“더 좋은 차로 뽑으시지. 그 차 마음에 들어요?”

“예, 디자인이 여성들에게 맞는 것 같아서요.”

“그럼 그렇게 하세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문재식 사장이 지금 많이 돌아다니는데 내일이라도 차 바꿔주세요.”

“알겠습니다.”

중국의 김민혁에게 전화가 왔다.

“김민혁 사장, 오래간만이다.”

“디욘코리아에서 보낸 원재료 5톤은 잘 받았어.”

“톤당 가격이 국내에서는 부가세 빼고 480만원인데 수출품은 싸게 해서 450만원이야. 이번에 5톤 보냈으니까 부가세 포함 2,475만원 보내라.”

“지금 우리가 중국 완성차에 납품하는 게 있는데 하도 품질문제로 시비를 걸어와 디욘코리아 거로 찍고 있어. 역시 중국 원재료를 쓰는 것보다는 비교가 안될 만큼 제품이 잘 나오는데 반응이 좋으면 우리부터 대체해야겠어.”

“거기는 물량이 얼마 안 되잖아?”

“중국 완성차 업체에 납품했다고 하면 영업하러 다닐 필요도 없어.”

“그래?”

“윤상무님한테 영문 카다로그 나온 것 있으면 보내달라고 했어.”

“월 5억 매출 목표로 열심히 해 봐라. 힘내라.”

“고맙다. 아, 그리고 문재식이는 잘 하고 있나.”

“열심히 뛰고 있어. 지난 일요일 보니까 얼굴이 반쪽이 됐더라. 입술도 다 터지고.”

“킥킥, 그 녀석이 학비를 톡톡히 치루고 있네.”

“불쌍해서 못 보겠더라.”

“걱정 마, 3개월 지나면 살 다시 붙을 거야. 그것도 기름진 살로.”

“그럴까?”

“걔가 너무 착하고 심성이 여려. 문학 책만 보던 아이 아니야. 학교 다닐 때 조원철이 한테 만날 신발주머니 끈으로 맞고 이석호한테는 완전 밥이었는데. 넌 덩치라도 있어서 덤비기도 했지만 걔는 노상 맞고 다녔잖아.”

“흠, 나도 기억이 나.”

“걔는 지하실이라고 누가 부르기만 하면 어깨가 쳐지고 주눅이 들었지.”

“이제라도 재식이 삶이 나아졌으면 좋겠다.”

“구사장이 많이 도와주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나도 아직까지는 크게 도와준 건 없어. 아직은 부려먹고만 있지.”

“그게 도와주는 거지. 아무튼 사장소리 들으니 걔도 기운은 날거다.”

“그래, 그럼 수고해라. 나중에 중국 완성차 업체의 평판이나 알려줘라.”

구건호는 갤러리를 운영하다보니 미술 감상에 취미가 붙었다. 신사장은 이번엔 국내 젊은 작가들 합동 전시회를 열었다. 기획 전시회가 아니라 크게 주목받는 전시회도 아니고 그림이 팔리는 전시회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전시회라도 한 두점은 나간다고 했다. 작가의 친지들이 작가를 도와주는 측면에서 한 두점 사가는 모양이었다.

구건호는 미술품을 감상하고 올라와 쇼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경제신문을 보았다. 비서 오연수가 커피를 가져왔다.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을 보니 그의 주특기인 잠이 소르르 왔다. 강이사가 결재를 맡으러 구건호의 방에 왔다가 구건호의 목이 옆으로 꺾어진 것을 보고 살그머니 문을 도로 닫고 나갔다.

자고 일어나 생수를 마시는데 문재식한테 전화가 왔다.

“웬 차를 나한테까지 배정했나? 신정숙 사장이 자기가 타던 차를 나한테 주던데? 구사장 지시라고 하면서.”

“응, 신사장은 법인용으로 새 차를 하나 샀어.”

“고마워서 내가 말을 못하겠네. 주행키로도 얼마 안 돼 새차 같아.”

“그 차 타고 다니면서 영업활동 해라. 기름 값이나 자동차 소모품은 법인카드로 정리하고.”

“나한테도 자가용이 생기니 얼떨떨하다.”

“그리고 내일 정비공장 중도금 치르는 날이니까 내가 불러준 계좌로 9억 2천만원 송금해라.”

“알았다.”

“액수가 커서 온라인 송금이 안 될지 모르니 은행에 가서 송금해라.”

“알았다.”

김앤정 로펌의 김영진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야, 어째 요즘 소식이 없냐?”

“무소식이 희소식이야.”

“골프 한번 안 칠거야?”

“난 낮잠 자는 게 더 좋아.”

“너, 서울대학교 정책과정 안다닐래?”

“정책과정?”

“1년 짜리 과정이야. 정식 학위는 안주지만 수료증은 줘. 강의도 일주일에 야간에 두 번만 나가면 돼.”

“그래가지고 무슨 공부가 되겠어?”

“공부보다는 정책 토론도 하고 인맥도 쌓고 하는 거지. 입학자격도 제한이 있어.”

“입학 자격이 뭔데?”

“판검사와 변호사, 공무원 이사관급 이상, 군 장성 이상, 의사나 회계사 같은 전문직, 상장회사 CEO, 1천억 이상 매출의 중소기업 대표 등이야.”

“나는 하나도 맞는 것 없어 안 되겠네. 자격 되더라도 그런데 별로 가고 싶지도 않아.”

“자격 되지.”

“지에이치 모빌 매출이 700억 조금 넘어.”

“너 산하에 있는 회사 매출 다 합치면 1천억 넘잖아. 중국에 있는 회사까지 말이야.”

“무리해서 들어가고 싶진 않아.”

“가자. 나도 들어가려고 해. 실은 서울대 교수가 내 친구가 있어서 주변에 좋은 분들 소개해 달라고 해서 너를 추천한 거야.”

“싫어. 그 시간 있으면 낮잠 자겠다.”

“야, 내 체면 한번 봐줘라. 입학 원서 내가 우편으로 보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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